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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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국내 작가분들 중 믿고 읽는 작가분이십니다.

'김진명'

그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을 역사와 정치 문제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해 주곤 하였습니다.


이번엔 어떤 소재를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날지 궁금하던 찰나.

그는 금속활자 우리의 '직지'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과연 그 속엔 어떤 사건과 마주하고 있을 진실이 궁금하였습니다.

『직지 1』 

 


첫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흐흡."

기연은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 page 7

일간지 사회부 기자 '김기연'은 베테랑 형사조차도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충격적인 살인현장을 취재하게 됩니다.

사람의 몸으로부터 잘려 나온 귀.

귓불에서 약 3센티미터 아래 목 부분에 네 개의 구멍.

마치 창으로 관통한 몸.

미제로 남을 것 같은 이 사건의 피살자는 전직 서울대학교 교수 '전형우' 교수입니다.


무엇하나 명확한 증거도 살해 이유조차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 기연은 오히려 더 호기심을 가지고 사건을 향해 달려가게 되비니다.

그러다 알게 된 교수의 차량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서원대학교.

그의 휴대폰에서 서원대학교 '김정진' 교수를 찾아내 그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김정진 교수와 전형후 교수의 만남은 서원대학교와 청주시에서 직지 알리기 운동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의 해석을 부탁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알고 있는 '직지'는 원래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라고 하였습니다.

직지란 곧바로 가리킨다는 뜻이고 심체란 마음의 근본이란 뜻이니, 제목을 그대로 풀면 '백운화상이 기록한 마음의 근본을 깨닫는 글귀'가 되겠지요. - page 47


직지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만 공허히 외치고 있기에 직지 연구자들은 직지가 유럽 전파에 대해 보다 확실히 입증을 하고자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전 교수의 죽음.


이 죽음이 '상징살인'이라는 점을 밝혀냅니다.

상징살인이란 사람을 죽일 때 살인현장에 장미꽃잎을 뿌리거나 물고기 표시를 하는 등의 상징적 행위로 행위자의 목적과 의지를 분명히 알리는 걸 말한다. 징벌과 경고가 본질이지만, 한편으로는 엘리트 살인자들이 살인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죄의식을 희석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 상징살인은 역사적으로 개인보다는 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진 비밀단체에 의해 자행되며 수백 년 이상 베일에 싸인 채 계승되어 오기도 하는데, 각종 종교의 암살단에 의해 행해지는 살인이 그중 하나로 꼽힌다.

오랜 전통을 가진 어떤 비밀조직들은 따로 표식을 남기지 않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살해방법이나 시신 훼손을 통해 징벌의 이유를 알리기도 한다. 악마 숭배에 대한 징벌로 눈을 꿰맨다든지, 신성모독에 대한 징벌로 입술을 꿰매거나 베어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 page 74 ~ 75


아직도 범행동기와 살인의 의미가 모순적인 상황에 그의 서재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남프랑스 여행안내서와 그 속에 적힌 스트라스부르대학의 피셔 교수와 아비뇽의 카레나.


그렇게 전 교수의 행적을 따라 가다보니 또 다른 길이 나오게 됩니다.

"산을 오를 때 밑에서 보면 정상에 다 온 것 같아 이제 정상이다 하고 발길을 턱 내디디면 오르는 길이 탁 나오는 거야. 다시 발걸음을 내디디면 또 길이 나오고. 다 된 것 같아도 또 남은 게 있고 또 남은 게 있어. 인생이란." - page 149 ~ 150


1부의 마지막엔 '바티칸 수장고 관리신부'에 대한 짧은 언급으로 2부에서 계속을 외쳤습니다.


소설 『직지』에 언급되는 서원대학교 손석민 총장과 김정진 교수는 실존 인물이라고 합니다.

또한 서원대학교 문화기술사업단과 청주시는 이미 직지에 연구, '직지톡톡' 앱을 개발하는 등 꾸준한 관심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과연 2부에서 밝혀질 진실이 무엇일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인간 지성이 만들어낸 최고의 유산을 놓고 지식을 나누려는 자들 vs 독점하려는 자들의 충돌

우리의 자랑스런 '직지'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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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
이루리 지음 / 북극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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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읽게 된 책 '그림책'.

요즘은 아이들 책임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감동이 묻어져 있어서 어른인 제가 보면서 오히려 흠뻑 빠져들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보다 많은 감동과 행복을 선물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 


저자 '이루리'씨 역시도 '그림책'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림책이 너무 좋은데 아무도 그림책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제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은 단순한 어린이 책이 아니라 영화처럼 독립된 예술 작품이라고, 연소자 관람가 그림책도 있고, 19금 그림책도 있다고. 제가 그림책 덕분에 행복해진 것처럼 여러분도 그림책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 page 4

저도 그 전까지는 '그림책'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처럼 아이들이 읽는 책이고, 글보다는 그림이, 짧은 한 권의 책이 그리 큰 감동을 줄까라는 의문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선입견이었음을 깨닫게 해 준 책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삶』이라는 그림책을 보곤 자연과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 어떤 백 마디 말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왔었고 『선』이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음을 '선'을 통해 일러주었습니다.

저자가 일러줄 그림책들엔 어떤 선물들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웃기거나 찡하거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가 일러준 책들은 웃기거나 찡한 책들이었습니다.


우선 눈길이 갔던 그림책, 「다시 돌아온 조지와 마사」.

이 그림책은 '조지와 마사' 시리즈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책을 펼치면 첫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합니다.

마사는 조지의 부엌 식탁에서 작은 상자를 보았어요.

"열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는 종이도요.

...

참 신기한 일입니다. 어째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말이 한번 해 보라는 긍정적인 말보다 더 자극적일까요? 왜 부정적인 말이 인간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는 걸까요? 사람들이 나쁜 남자나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어쩌면 고품격 유머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 page 61 ~ 62

이 그림책에선 조지와 마사가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조지와 마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웃다가 어느새 뭔가 가슴 뭉클한 신호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전한 '행복 에너지'라는 것.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그럼 그 사람을 위해 사랑의 장난을 계획해 보세요. 사랑하니까 장난치는 겁니다. 장난치니까 행복한 겁니다. 행복은 그렇게 전염되는 겁니다. - page 63


오히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도 있었습니다.

「내 마음속에는」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을 나와 카메라를 들고 걸었다.

아무것도 찍지 못한 채 한 시간쯤 걸었을까?

사무실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어두워지기 시작한 남산이 멍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불어 본문의 첫 그림은 주인공이 문밖으로 보고 있는, 도시의 검은 밤 풍경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글씨 한 자 없이 완전히 대조적인, 검은 풍경이 창밖으로 보이는 실내 공간.

이 평화로운 공간에서 주인공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길을 잃은 걸까?'

이 그림책의 매력.

어떤 사람은 이 그림책이야말로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 아니냐고 저에게 따져 물을 것입니다.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은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 아니라 소재가 분명한 책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소재에 찬성하는 독자든 반대하는 독자든 상관없이 이 그림책을 끝까지 흥미롭게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재미있는 그림책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끝까지 보게 만듭니다. 생각의 씨앗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생각과 의미와 감동은 모두 독자의 몫이 됩니다. - page 171

예술가는 재미를 전할 뿐 감동과 의미는 독자의 몫이다.

라고 이야기한 저자의 말에 공감하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었던 그림책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다 씨'의 등에 날개 한 쌍이 돋아 있습니다.

나다 씨는 곧장 병원으로 가지만 의사 선생님은 아무런 처방도 내리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다 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지만 돌아오는 친구의 답변은 엉뚱하게도 공기가 나빠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답답한 나다 씨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니 엄마조차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살다 살다 너처럼 날개 달린 사람은 처음이구나!"

하지만 나다 씨에게 날개가 있든 없든, 곁을 지켜준 이가 있습니다.

바로 모니카 바렌고가 발명한, 나다 씨의 강아지.

그리고 저자는 이 그림책에 대해 이렇게 전해주었습니다.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든 닥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게 바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은 그냥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일 뿐 그 자체가 행복이나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다 씨의 강아지처럼 누군가 우리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 고단한 삶을 기꺼이 살아낼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 누군가에게 변함없는 강아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 page 244~ 245


이 책 속엔 56권의 그림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이 그림책들은 저마다 순수한 웃음을 선사한다든지, 찡한 눈물을, 깜짝 선물을, 아름다운 탄성을 주면서 어른 아이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벌써 마음의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개된 그림책들을 하나 둘 읽으면서 다시 저자와 그 감성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자기 전, 저에게 행복을 주었던 그림책 한 권을 꺼내 읽고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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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좀 빼고 삽시다 - 아픔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명진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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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지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마도 전쟁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몸이 지칠 때 비로소 마음이 지쳐있음을 느끼는 우리.

그런 우리에게 '명진 스님'이 전하는 이야기.

『힘 좀 빼고 삽시다』


첫 이야기 <맞아서 될 일이라면 종일 맞겠습니다>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많이 누그러졌다지만 젊은 시절엔 부당한 일을 적당히 보아 넘기질 못했다는 그.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참회할 수 없다고 했다. 도를 닦는 수행자가 왜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고 멱살을 잡는가. 일 년 가까이 행자 생활을 한 게 아까워 마음속으로는 떠나기 싫었지만 겉으로는 가도 그만이라고 호기를 부렸다. 결국 그 일은 원주 스님이 나를 대신해 참회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 page 14

그런 그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행자 시절에 선배 스님에게 대들었던 일도, 젊은 혈기에 수영을 하다 죽을 뻔한 일도 몸과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수년간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습관이 하루 종일 맞는다고 바뀔 일일까? - page 21

결국 그는 깨닫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 묻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내가 나를 물으면 '나'라는 존재를 알 수 있을까? 모른다. 내가 나를 모른 채 사는 게 무슨 의미인가. 그 물음이 없었다면 나는 과연 중이 되었을까? 모를 일이다. 칠십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나는 묻고 있다. 이 물음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 page 22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여섯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소년 시년부터 세속에서 20년, 출가하고 50년 동안의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일.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 놓아라, 모양에 있지 않다, 본래 무일물 즉, 한 물건도 없다고 가르쳐 주는데도 '무일물이라는 그것이 또 있겠지.;하고 구하는 게 중생심이다.

깨닫는 것은 세수하다가 코를 만지는 것보다 쉽다고 한다. 알고 보면 그냥 바로 그 자리인데 자꾸만 중생심으로 애써서 무엇을 구하기 때문에 안 된다. 구하려는 욕심 때문에 본성을 못 보는 것이다.

일체 구하는 마음을 다 내려놓아야 하낟. 흙탕물에 빠뜨린 구슬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구슬을 찾겠다는 급한 마음에 연못에 들어가 여기저기 뒤적거리면 흙탕물이 더 뿌옇게 일어나 도저히 구슬을 찾을 수가 없다. 가만히 기다렸다가 흙탕물이 가라앉아 맑아졌을 때 구슬을 찾아 집어내면 된다. - page 148

마음에 힘을 빼고 쉽고 편안하게 하라는 말씀.

역심에 억지를 쓰지도 말고 그저 알 수 없는 그 자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는 말씀.

참으로 와 닿았습니다.


'수행자'라는 것......

그릇에 깨끗한 물을 담아도 시간이 지나면 물때가 낀다. 반짝이는 금반지도 시간이 지나면 빛을 잃는다. 이것이 수행자가 쉬지 않고 물어야 하는 까닭이다. 큰절이었던 봉은사 주지를 마치고 산으로 돌아왔다. 수행자란 절이 크건 적건 마음이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 page 233

끊임없이 수행하고 수행하는......

그렇기에 우리가 존경하는 것이 아닐까......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공같이 텅 비어 알 수 없어진 그 자리, 오직 알 수 없는 그 놈 하나만 남아서 알 수 없음과 내가 일체된 자리가 바로 진리의 바다에 직통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모든 앎이 끊어지고 오직 알 수 없는 그것만이 간단없이 이어지는 완벽한 비어짐의 자리에서 부처님은 별을 보았고 어느 조사 스님은 닭 우는 소리를 들었고 또 어느 조사 스님은 기왓장이 대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에 부치는가? 사람이 미워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가? 누군가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는가?

한평생 선방으로 돌아다닌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다.

'마음에서 힘을 빼라!'

마음에서 힘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나는 누군인가'를 묻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모른다. 그 알 수 없는 물음 속으로 끝없이 몰입하다 보면 자연히 힘이 빠진다. '안다'라는 생각이 모두 비워지면 내가 정말 '모른다'라는 생각만 오롯이 남게 된다.

모든 앎이 끊어지고 완전히 힘이 빠진 자리, 그 완벽한 비어짐의 자리가 진정한 자유이다. - page 306 ~ 307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그가 좋아한다는 노래를 찾아듣게 되었습니다.

최희준의 <하숙생>.

배호의 <마지막 잎새>.

차중락의 <낙엽 따라가버린 사랑>.

이 노래들이 전한 이야기.

왠지 인생의 덧없음이 느껴지면서 잔뜩 움츠렸던 몸이 조금씩 펴지는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전한 이야기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마음에서 힘을 빼라!'

오늘만큼은 내 마음에 빈 공간을 만들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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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벡 도리-스타인 지음, 이수경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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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다다닥~

어디선가 고군분투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책 제목만으로도 매력적인 여성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심상치 않았던 그녀.

돈도 직업도 없는 스물여섯 그녀,

오늘부터 백악관으로 출근하다

 

특히나 더 놀라웠던 사실.

소설이라고 해도 놀랍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우연히 오바마 대통령의 속기사로 일하게 된 그녀의 솔직 발랄 100% 리얼 스토리라고하니 이 책을 안 읽을래야 안 읽을 수 없었습니다.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2011년 가을, 미국 워싱턴 D.C..

그곳도 경기불황으로 취업난에 허덕이는 이가 있었습니다.

취업, 정말 할 수 있을까? 갈수록 암울해지는 날들의 연속이다. 모아놓은 돈도 떨어져가고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도 없다. 경기 대침체 때문에 웬만해선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던 아빠 말이 맞았던 걸까? 2011년 가을, 지금은 무급 인턴 자리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 물론 무급이라면 사양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샬럿과 나는 아침마다 주방 식탁에 앉아 꾸역꾸역 노트북 컴퓨터를 켠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과연 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점점 자신감이 줄어든다. - page 28 ~ 29


그런 그녀에게 뜻밖의 공고를 보게 됩니다.

크레이그스리스트에서 법률회사 속기사를 구한다는 글.

그런데 자기소개서에 내가 '타이핑하는 일'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설명하라고 합니다.

허~참!

그녀는 이력서만 보내고 자기소개서는 보내지 않게 됩니다.

어차피 떨어질 것을 각오하였지만 덜컥 테스트를 보게 되고 면접까지 올라가지만 사정상 면접은 보지 못하게 됩니다.

당신은 참 무례하고 생각 없는 사람이군요. 면접장에 아예 나타나지도 않다니 이 도시에서 취직하긴 글렀어요... - page 33

란 메시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녕하세요, 레베카.

바쁜 일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실 이것은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일이고, 만일 채용된다면 당신은 대통령의 국내 및 해외 출장 시에도 동행하게 됩니다. 만일 마음이 바뀌면 연락주십시오.

_버니스


그렇게 그녀는 백악관 속기사로 일을 하게 됩니다.

날 우울하게 만들던 해피 아워도, 꿈도 목표도 흐리멍덩한 나 자신을 책망하며 보내던 외로운 밤들도 다 필요한 시간이었을지 몰라. 어쩌면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인지도 몰라.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임을 믿어야 한다'던 스티브 잡스의 말이 정말 맞을지도 모른다. - page 40 ~ 41


'백악관'이라고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 음모와 계략이 난무한 곳, 정치적 암투와 공작 등 서로 눈치 게임을 하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검은 피가 흐를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일하는 백악관은 사뭇 달랐습니다.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땐 손을 내밀어주고 대통령과의 만남도 운동을 하다가 만나기도 하고 농담을 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굳이 백악관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항상 조금만 시간을 착각해도, 조금만 정보 업데이트에 차질이 생겨도, 약간의 문자메시지 실수만 발생해도 개인적으로나 팀 전체에 엄청난 낭패를 초래할지 모를 긴장감 속에서 산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각자의 직급을 잠시 잊은 채 '나'라는 개인이 되어있다. 각자의 출신 배경과 미래와 옛 애인이나 전 배우자와 몸이 아픈 반려동물과 속 썩이는 부모님과 상처받은 가슴과 커다란 꿈을 가진 개인들. 어떤 이들은 방문했던 국가에서 겪은 재밌는 일화를 들려주는 대통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정신이 어질할 만큼 지독한 피로감 속을 똑같이 헤엄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놀랍고도 놀랍게도, 꿈속이 아니라 진짜 현실에서 에어포스원을 타고 지구를 반 바퀴쯤 돌아 날고 있다는 것. 우리는 행운아다. 진짜 더럽게 운 좋은 행운아다.

이것이 우리가 공유하는 삶이다. 이 삶에는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 속에 사는 사람들만의 즐거움이 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이,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 page 159


그리고 이 매력적인 여인은 주변에 남자도 끊이지 않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연애 사업도 이루고, 사랑과 이별을 통해 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 우정, 일에 대한 성공과 실패 등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기에 더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오바마 대통령 속기사로써의 생활은 2012년에서 시작하여 2017년 1월 끝을 막을 수 없이 다가오게 됩니다.

나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뉴타운의 기도 집회에서, 라오스와 오클라호마에서, 아르헨티나와 애너코스티어에서 그가 연설할 때 그 곁에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배운 것들을 떠올린다. 그의 인내심과 연민, 사려 깊은 품성과 열린 사고방식을 통해 내가 배운 것들을. 그는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면 열심히 분투하는 에너지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실수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강인한 정신을 유지하고, 희망을 믿고, 낙관주의를 위해 싸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 page 481


그의 고별연설 중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I am asking you to believe. Not in my ability to bring about change but in yours."

왠지 이 말이 책을 덮으면서 더 와 닿았습니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있었고 흥미로웠습니다.

에세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초보 속기사부터 시작해서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같이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그녀에게서 '도전'과 '용기', '희망'을 선물받은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왜 책소개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앤 더 시티>를 언급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여성들의 한 손엔 커피와 다른 한 손엔 도너츠를 들고 경쾌하게 걸어갈 수 있었던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이야기도 유니버설픽쳐스에서 영화화 계약을 했다고하니 조만간엔 영화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땐 '핑크 슈즈'가 더 빛나 보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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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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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가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는

나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책을 읽기 전까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나무에게서, 나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을.

『나무처럼 생각하기』

 


책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나무가 문명을 만들고 문명이 식물이 자라지 않는 불모지를 만든다고 누군가 주장할지 모르지만, 오래전부터 우리와 나무를 잇는 녹색 실은 운 좋게도 결코 끊어진 적이 없다. 우리는 항상 나무와 접목된 상태였다. 나무는 경계가 매우 불분명하고 난해한 형태의 존재다. 따라서 이 생명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에게 나무는 비밀스러우면서 우리 시각에 따라 재구성되는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세상의 일부분을 상징하는 형상으로 존재할 것이다. - page 7 ~ 8

그 인연의 끈을 지닌 나무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나무가 우리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법, 세상을 배우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직립하게 되면서 곧게 뻗은 나무를 보고 열망에 사로잡혀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거목의 중심 가지들 위였다.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받침돌이며, 우리가 그 위를 걸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말의 발끝에는 단단한 말발굽이 있어 넓은 초원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발아래에 있는 나뭇가지들은 미끄럽고 우리 무게에 짓눌려 구부러지며 항상 잘 보이지 않아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머릿속에서 균형을 잃을 떄 나뭇가지에 다시 접목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공허함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으므로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항상 받침돌이 필요하다. - page 24 ~ 26

그래서인지 우리는 '숲을 좋아하는', 아니 기본적으로 '나무를 좋아하는'기질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를 바라보며 안정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행복감마저 느끼니 말입니다.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나무의 속도는 느리지 않다. 속도는 시간을 재서 수치화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개념일 뿐이다. 생물마다 나름의 속도가 있듯이 나무도 자유롭게 자신의 속도에 맞춘다. 나무는 우주를 관장하는 시간의 주기에 따라 자란다. 이 고요한 존재는 느리게 출현하고 끈기 있게 성장하면서 세상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다. 앞서지 않고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순응한다. 계절의 변화와 빛의 일상적인 변화에 예민한 나무는 살이 있는 클렙시드라로 구현된 우주의 시간성을 따른다. - page 52

사실 우리의 모습은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마트폰에, 트위터에 팔려 주변과의 타협보다는 질주를, 그래서 곡선으로 자라나는 나무와는 달리 직선의 형태로 그 짧은 기억마저도 잃곤 합니다.

그런데 나무는 전합니다.

나무는 우리에게 세상과 친밀해지는 시간을 준다.

우리가 길을 잃었던 바로 그때로 돌아가려면 매일 아침 나뭇가지와 잔가지를 살피며 나무가 자라고 싹트고 꽃피는 과정을 관찰해야 한다. 그렇게 내면의 혼란을 자연의 메트로놈에 맞춰보면 좋다. 새나 곤충의 예측 불가능하고 변화무쌍한 움직임과 함께하는 나무의 세심한 우정이 우리를 심오한 시간성으로 다시 이끈다. - page 52 ~ 53


<다름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나무>에서도 우리에게 일러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와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상대가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그 이상으로 연결되기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즉 자기중심에서 벗어나는 능력 덕분에 나무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향해 나아가고 그 안에서 영속한다.

나무의 자아는 타자와도 세상 전체와도 분리되지 않는다. - page 86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무에 대한 이야기 중에 빅토르 위고가 전한 나무의 의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름답고 진정한 자유의 상징은 나무다. 나무가 땅의 심장부에 박혀 있듯이 민중의 심장 속에 자유의 뿌리가 박혀 있다. 자유는 나무처럼 자라 하늘을 향해 그 가지를 뻗는다. 그렇게 끝없이 자한 자유는 그늘진 자리에 있는 자손들을 감싸안는다. 첫 번째 자유의 나무는 신이 1800년 전 골고다에 심었다. 즉 십자가 위에서 예수그리스도는 인간의 자유, 평등, 형제애를 위해 희생하셨다."

이 마지막 자유의 나무는 오늘날 몇 그루나 남아 있을까? 적어도 프랑스 주화 1유로 뒷면에서 그중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 page 148

우리에겐 어떤 나무가 이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그리고 이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우리는 노력을 했는지.

잠시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우리가 나무와 마주해야하는 이유.

나무는 자신을 구성하는 유기물을 스스로 만들고 완전히 생분해한다. 끝없이 재생산하기 때문에 에너지 계획에서도 자유롭다. 탄소를 고정하고 산소를 발생시키며 공기와 물을 정화하고 급변하는 기후와 그 징후들을 완화한다. 유연하고 내성 있으며 절제할 줄 알아 자신이 만든 것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나무는 여러모로 지속가능하며 또한 인간 사회에 이러한 존재 방식을 제안한다. - page 156

오늘날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해 변덕스럽고 불확실해진 물의 흐름을 조절해 줄 수 있는 것.

지구온난화를 약화시키는 것 중 하나가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나니 왜 우리가 나무처럼 생각해야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나무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때로 극한 상황에서 인간을 살아남게 한다. - page 182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같지만, 느리게 성장하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자신과 타인이 같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나무.

이는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방향을 일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무던히 그 자리에 우뚝 솟은 나무들.

곧게 자라진 않았지만 푸르른 잎사귀들과 함께 자연의 시간을, 다른 생물들과의 공존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조금 궁금하였습니다.

나는 저 나무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왠지 나무들은 저에게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를 전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나무처럼 생각하기.

가끔은 내가 나무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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