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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벡 도리-스타인 지음, 이수경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다다다닥~
어디선가 고군분투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책 제목만으로도 매력적인 여성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심상치 않았던 그녀.
돈도 직업도 없는 스물여섯 그녀,
오늘부터 백악관으로 출근하다
특히나 더 놀라웠던 사실.
소설이라고 해도 놀랍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우연히 오바마 대통령의 속기사로 일하게 된 그녀의 솔직 발랄 100% 리얼 스토리라고하니 이 책을 안 읽을래야 안 읽을 수 없었습니다.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2011년 가을, 미국 워싱턴 D.C..
그곳도 경기불황으로 취업난에 허덕이는 이가 있었습니다.
취업, 정말 할 수 있을까? 갈수록 암울해지는 날들의 연속이다. 모아놓은 돈도 떨어져가고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도 없다. 경기 대침체 때문에 웬만해선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던 아빠 말이 맞았던 걸까? 2011년 가을, 지금은 무급 인턴 자리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 물론 무급이라면 사양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샬럿과 나는 아침마다 주방 식탁에 앉아 꾸역꾸역 노트북 컴퓨터를 켠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과연 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점점 자신감이 줄어든다. - page 28 ~ 29
그런 그녀에게 뜻밖의 공고를 보게 됩니다.
크레이그스리스트에서 법률회사 속기사를 구한다는 글.
그런데 자기소개서에 내가 '타이핑하는 일'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설명하라고 합니다.
허~참!
그녀는 이력서만 보내고 자기소개서는 보내지 않게 됩니다.
어차피 떨어질 것을 각오하였지만 덜컥 테스트를 보게 되고 면접까지 올라가지만 사정상 면접은 보지 못하게 됩니다.
당신은 참 무례하고 생각 없는 사람이군요. 면접장에 아예 나타나지도 않다니 이 도시에서 취직하긴 글렀어요... - page 33
란 메시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녕하세요, 레베카.
바쁜 일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실 이것은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일이고, 만일 채용된다면 당신은 대통령의 국내 및 해외 출장 시에도 동행하게 됩니다. 만일 마음이 바뀌면 연락주십시오.
_버니스
그렇게 그녀는 백악관 속기사로 일을 하게 됩니다.
날 우울하게 만들던 해피 아워도, 꿈도 목표도 흐리멍덩한 나 자신을 책망하며 보내던 외로운 밤들도 다 필요한 시간이었을지 몰라. 어쩌면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인지도 몰라.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임을 믿어야 한다'던 스티브 잡스의 말이 정말 맞을지도 모른다. - page 40 ~ 41
'백악관'이라고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 음모와 계략이 난무한 곳, 정치적 암투와 공작 등 서로 눈치 게임을 하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검은 피가 흐를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일하는 백악관은 사뭇 달랐습니다.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땐 손을 내밀어주고 대통령과의 만남도 운동을 하다가 만나기도 하고 농담을 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굳이 백악관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항상 조금만 시간을 착각해도, 조금만 정보 업데이트에 차질이 생겨도, 약간의 문자메시지 실수만 발생해도 개인적으로나 팀 전체에 엄청난 낭패를 초래할지 모를 긴장감 속에서 산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각자의 직급을 잠시 잊은 채 '나'라는 개인이 되어있다. 각자의 출신 배경과 미래와 옛 애인이나 전 배우자와 몸이 아픈 반려동물과 속 썩이는 부모님과 상처받은 가슴과 커다란 꿈을 가진 개인들. 어떤 이들은 방문했던 국가에서 겪은 재밌는 일화를 들려주는 대통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정신이 어질할 만큼 지독한 피로감 속을 똑같이 헤엄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놀랍고도 놀랍게도, 꿈속이 아니라 진짜 현실에서 에어포스원을 타고 지구를 반 바퀴쯤 돌아 날고 있다는 것. 우리는 행운아다. 진짜 더럽게 운 좋은 행운아다.
이것이 우리가 공유하는 삶이다. 이 삶에는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 속에 사는 사람들만의 즐거움이 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이,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 page 159
그리고 이 매력적인 여인은 주변에 남자도 끊이지 않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연애 사업도 이루고, 사랑과 이별을 통해 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 우정, 일에 대한 성공과 실패 등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기에 더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오바마 대통령 속기사로써의 생활은 2012년에서 시작하여 2017년 1월 끝을 막을 수 없이 다가오게 됩니다.
나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뉴타운의 기도 집회에서, 라오스와 오클라호마에서, 아르헨티나와 애너코스티어에서 그가 연설할 때 그 곁에 마이크를 들고 앉아서 배운 것들을 떠올린다. 그의 인내심과 연민, 사려 깊은 품성과 열린 사고방식을 통해 내가 배운 것들을. 그는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면 열심히 분투하는 에너지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실수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강인한 정신을 유지하고, 희망을 믿고, 낙관주의를 위해 싸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 page 481
그의 고별연설 중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I am asking you to believe. Not in my ability to bring about change but in yours."
왠지 이 말이 책을 덮으면서 더 와 닿았습니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있었고 흥미로웠습니다.
에세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초보 속기사부터 시작해서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같이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그녀에게서 '도전'과 '용기', '희망'을 선물받은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왜 책소개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앤 더 시티>를 언급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여성들의 한 손엔 커피와 다른 한 손엔 도너츠를 들고 경쾌하게 걸어갈 수 있었던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이야기도 유니버설픽쳐스에서 영화화 계약을 했다고하니 조만간엔 영화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땐 '핑크 슈즈'가 더 빛나 보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