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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좀 빼고 삽시다 - 아픔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명진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현대인들이 지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마도 전쟁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몸이 지칠 때 비로소 마음이 지쳐있음을 느끼는 우리.
그런 우리에게 '명진 스님'이 전하는 이야기.
『힘 좀 빼고 삽시다』

첫 이야기 <맞아서 될 일이라면 종일 맞겠습니다>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많이 누그러졌다지만 젊은 시절엔 부당한 일을 적당히 보아 넘기질 못했다는 그.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참회할 수 없다고 했다. 도를 닦는 수행자가 왜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고 멱살을 잡는가. 일 년 가까이 행자 생활을 한 게 아까워 마음속으로는 떠나기 싫었지만 겉으로는 가도 그만이라고 호기를 부렸다. 결국 그 일은 원주 스님이 나를 대신해 참회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 page 14
그런 그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행자 시절에 선배 스님에게 대들었던 일도, 젊은 혈기에 수영을 하다 죽을 뻔한 일도 몸과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수년간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습관이 하루 종일 맞는다고 바뀔 일일까? - page 21
결국 그는 깨닫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 묻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내가 나를 물으면 '나'라는 존재를 알 수 있을까? 모른다. 내가 나를 모른 채 사는 게 무슨 의미인가. 그 물음이 없었다면 나는 과연 중이 되었을까? 모를 일이다. 칠십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나는 묻고 있다. 이 물음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 page 22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여섯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소년 시년부터 세속에서 20년, 출가하고 50년 동안의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일.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 놓아라, 모양에 있지 않다, 본래 무일물 즉, 한 물건도 없다고 가르쳐 주는데도 '무일물이라는 그것이 또 있겠지.;하고 구하는 게 중생심이다.
깨닫는 것은 세수하다가 코를 만지는 것보다 쉽다고 한다. 알고 보면 그냥 바로 그 자리인데 자꾸만 중생심으로 애써서 무엇을 구하기 때문에 안 된다. 구하려는 욕심 때문에 본성을 못 보는 것이다.
일체 구하는 마음을 다 내려놓아야 하낟. 흙탕물에 빠뜨린 구슬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구슬을 찾겠다는 급한 마음에 연못에 들어가 여기저기 뒤적거리면 흙탕물이 더 뿌옇게 일어나 도저히 구슬을 찾을 수가 없다. 가만히 기다렸다가 흙탕물이 가라앉아 맑아졌을 때 구슬을 찾아 집어내면 된다. - page 148
마음에 힘을 빼고 쉽고 편안하게 하라는 말씀.
역심에 억지를 쓰지도 말고 그저 알 수 없는 그 자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는 말씀.
참으로 와 닿았습니다.
'수행자'라는 것......
그릇에 깨끗한 물을 담아도 시간이 지나면 물때가 낀다. 반짝이는 금반지도 시간이 지나면 빛을 잃는다. 이것이 수행자가 쉬지 않고 물어야 하는 까닭이다. 큰절이었던 봉은사 주지를 마치고 산으로 돌아왔다. 수행자란 절이 크건 적건 마음이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 page 233
끊임없이 수행하고 수행하는......
그렇기에 우리가 존경하는 것이 아닐까......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공같이 텅 비어 알 수 없어진 그 자리, 오직 알 수 없는 그 놈 하나만 남아서 알 수 없음과 내가 일체된 자리가 바로 진리의 바다에 직통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모든 앎이 끊어지고 오직 알 수 없는 그것만이 간단없이 이어지는 완벽한 비어짐의 자리에서 부처님은 별을 보았고 어느 조사 스님은 닭 우는 소리를 들었고 또 어느 조사 스님은 기왓장이 대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에 부치는가? 사람이 미워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가? 누군가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는가?
한평생 선방으로 돌아다닌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다.
'마음에서 힘을 빼라!'
마음에서 힘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나는 누군인가'를 묻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모른다. 그 알 수 없는 물음 속으로 끝없이 몰입하다 보면 자연히 힘이 빠진다. '안다'라는 생각이 모두 비워지면 내가 정말 '모른다'라는 생각만 오롯이 남게 된다.
모든 앎이 끊어지고 완전히 힘이 빠진 자리, 그 완벽한 비어짐의 자리가 진정한 자유이다. - page 306 ~ 307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그가 좋아한다는 노래를 찾아듣게 되었습니다.
최희준의 <하숙생>.
배호의 <마지막 잎새>.
차중락의 <낙엽 따라가버린 사랑>.
이 노래들이 전한 이야기.
왠지 인생의 덧없음이 느껴지면서 잔뜩 움츠렸던 몸이 조금씩 펴지는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전한 이야기를 곱씹어 보았습니다.
'마음에서 힘을 빼라!'
오늘만큼은 내 마음에 빈 공간을 만들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