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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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저보다 주위 사람들의 걱정어린 충고들이 잇었습니다.

"이제 시집가야지?"

 

어릴 적엔 그냥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막상 그 나이가 되어서 겪어보니 이건 충고가 아닌 당연한 것이었고 오히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마치 '낙오자'로 전락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결혼을 해 아이와 함께 가정을 꾸리며 나름의 행복을 누리고 있지만 가끔은 비혼으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의 저자 '신소영'씨도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녀의 비혼일기.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첫 시작은 엄마와 딸의 대화였습니다.

티비를 보다 느닷없이 결혼 이야기를 하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외치는 딸의 대답.

공감되었습니다.

"엄마, 여기서 결혼 이야기가 왜 나요? 자기 일 잘하면서 좋은 일도 하고 잘사는 배우한테 결혼 안 해서 큰일이라니. 결혼 안 한 게 왜 큰일이야?"

이에 맞서는 엄마.

"그런 말도 할 수 있지,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살까? 넌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해져서 왜 그래?"

"엄마, 나나 엄마나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한ㅌ체 그런 말 들으면 피곤해했잖아. 내가 들어서 싫은 말은 남한테도 하지 말아야지." - page 16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질 비혼일기의 시작을 알려주었습니다.

관습과 적극적으로 충돌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이 담긴 책을 읽으며, 나는 한없이 유쾌해졌다. 한편으론 그동안 관습의 잣대로 휘둘린 수많은 펀치 속에서도 살아남은 스스로가 기특하게 여겨지기도 해싿. 사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보고 껄껄 웃었다. 내용도 좋았지만 제목만으로도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게 어쨌다구요?' 정신.

사소해 보이지만, 편견에 대해 이렇게 한마디씩 할 때 세상은 느리더라도 조금씩 변한다고 믿는다. 이제는 나도 남들 다 가는 길을 가지 않는 인생을 비정상으로 보거나 결핍된 존재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편견에 "그게 어쨌다구요?"라고 되받아칠 수 있는 싸가지를 좀 장착하려 한다. - page 19


"비혼과 기혼, 어떤 게 더 나을까?" - page 40

무엇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그들의 '자유'에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그 뒤에 가려진 무게를 모른 채......

그녀의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가 더 힘들고 어느 쪽이 더 손해인지를 따지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지는 무게를 짊어지며 살아가는 생일 텐데. 서로의 입장을 완전하게 다 이해할 순 없어도 내가 겪지 않은 생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거나 조언하지 않으며 누군가도 나만큼 불안하고 걱정 많은 존재로 살면서 그 나름대로 용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너무 순진한 바람일까. - page 44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인은 때로 나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고,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가 편하고 혼자 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는 '함께'와 균형을 이룰 때 더 의미 있는 것이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하는 영혼 없는 인사말이 아닌 진짜 '밥 먹자'는 말을 한 지가 언제였던가. - page 173

'혼자'와 '함께'가 균형을 이루어야한다는 말.

자꾸만 되뇌게 되는 말이었습니다.


마지막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행복'을 좇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행복하세요?"

누구든 이 질문을 받는다면 선뜻 '네'라는 대답은 못할 것입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아실현을 하며 아무 부족함이 없는 싱글 여성이 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격려한다. 긍정적인 것들로만 가득해야 행복한 것이고 그것이 내 인생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생각도 버렸다. 그러자 전보다 평화와 만족감이 더 자주 나를 찾아온다.

물론 지금도 외로움이나 슬픔, 막막함에 무너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속으로 되뇐다. 그것들은 내가 싱글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 page 284 ~ 285

무엇을 이루기 위한 'doing'보다 여유 있고 배려하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becoming'의 그녀.

이는 우리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일깨워주었습니다.

 


혼자 살아보지 않았기에 더 궁금했었던 비혼 이야기.

늘 불행한 것도, 늘 행복한 것도 아니지만 혼자 살아도 별일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에게서 비혼이든 기혼이든 결국 내 삶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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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란 듯 사는 삶 - 빠다킹 신부의 소확행 인생사용법
조명연 지음 / 파람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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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고요 속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글로 세상을 깨우는 새벽 묵상


요즘같이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 무엇으로라도 '희망'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빠다킹' 신부의 소확행

인생사용법

그가 전하는 흐린 세상 속에서의 행복을 발견하는 사색과 성찰의 힘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나보란 듯 사는 삶』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 반 잔의 질문>

여기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 수용자들에게 나눠주었던 따뜻한 커피 한잔.

질 좋은 커피는 아니지만 춥고 배고팠기에 대부분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한잔을 마셨다고 합니ㅣ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반 잔만 마시고 남은 반 잔으로 자신의 얼굴과 손을 씻었다고 합니다.

이 순간에도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인간으로 존재함을 나타낸 이들.

그들은 끝끝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려 노력했던 사람들이고 한잔을 다 마신 사람들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신부님의 말씀.

강제 수용소 안에서는 단순히 먹을 것이 부족한 극한 상황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상황을 절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죽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우리의 마지막 자존감을 지켜줄 반 잔의 커피를 마음속에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커피 반 잔은 무엇입니까? - page 17

과연 나에게 커피 반 잔은 무엇인지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그리고 신부님이 마지막에 전하시는 메시지들은 한결같이 우리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한번쯤 생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어두운 세상이라도 한줄기 빛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곤 하였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신부님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시고 스스로 답을 구하게끔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한 번에 읽기 보다는 하루에 하나씩, 모든 일과의 시작 전에 읽는 것이 좋을 듯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이야기는 새벽녘 한줄기 햇살처럼 다가오기 때문이기에.


저에게 와닿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

이 이야기엔 남아프리카 '바벰바'라는 부족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부족에겐 독특한 문화가 있었는데 바로 잘못된 구성원을 바로잡을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먼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마을 광장 한가운데에 세워둡니다. 그러면 모든 부족원이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그 사람 주위에 원을 그리며 섭니다. 그런 다음 부족원은 한 명씩 돌아가며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한 좋은 일을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그의 긍정적 성품과 재능, 그가 베푼 호의와 선행, 인내심을 갖고 마을 일에 참여한 것 등을 빠짐없이 열거합니다. 단 거짓 증언을 하거나 과장한다거나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모든 부족원이 그 사람의 현재 잘못 대신 그의 과거를 더듬어 칭찬하면서 모든 좋은 면을 이야기합니다. 그에 대한 불만이나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그런 식으로 부족원 전체가 그 사람의 칭찬거리를 다 찾아내면, 의식을 끝내고 즐거운 축제를 벌입니다. 잘못을 행한 사람은 이 축제에 환영을 받으며 다시 부족의 일원으로 돌아갑니다. - page 119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는데, 꾸짖는 것이 마땅함에도 이 부족은 그의 좋은 면을 바라보며 용서를 택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부족은 범죄행위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아마 아름다운 치유 의식 때문이라는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신부님은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 부정적 감정을 부정적 방식으로 표출할 때 사회는 더욱 험악해질 수밖에 없지요. 자신의 주변에 불미스러운 일이 잦은 것은 서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아프리카의 산골에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원시적인 삶을 살아가는 가난한 부족에게서 우리는 이 용서와 치유의 능력을 배워야 합니다. -  page 120

단죄보단 용서를......

나는 그럴 수 있을까......

그러고 싶지만 오늘도 화를 낸 나에게 반성을 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이 기적입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은 어떨까요? 많은 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채운 뒤에 여유가 생겨야 남이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 순간 그저 말로만 남을 뿐입니다. 과연 행동이 따라줄것인가는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말에서만 멈춘다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견디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개에게 빵을 나누어주었던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진짜 기적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 page 164

이 이야기를 읽고나선 '나눔'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정 나눌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는 올해로 가톨릭 사제 20년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제가 사색하고 발견했던 행복에 대한 작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어떤 큰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 살아가면서 느꼈던 이 소박한 이야기가 실의에 빠져 있거나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힘이나마 된다면 제게는 큰 기쁨이겠습니다. 우리는 단 한 번뿐인 삶을 포기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러분을 향한 응원의 울림이기도 합니다. - page 6 ~ 7

그의 작은 울림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독자들에겐 큰 울림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마냥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두운 밤 뒤엔 다시 햇살이 비치는 새벽이 찾아오고 낮이 온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머리맡에 이 책을 놓으려합니다.

일어났을 때 이 책 속 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날을 희망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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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ㅣ Small Hobby Good Life 1
김민주 지음 / 팜파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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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이럴 땐 시원한 물 속에 풍덩 빠져들고 싶습니다.


이 책은 표지만으로도 시원하였습니다.

'나도 저런 취미 하나 있었으면......'

부러우면 지는 것이지만......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에 부러웠던 그녀의 이야기.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그녀 역시도 '평범하게'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왜!

어쩌다 서핑 때문에 제주에 내려가게 되었을까!

나에게 충격 요법이 필요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며 자신감을 회복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라고 하듯,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 할 거면 내가 못할 것 같았던 일을 해 보기로 했다. 개그우먼 이영자는 '내가 죽어도 못 할 것 같던 일 하나를 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했다. 정말 나는 내 생애 없을 것 같던 변화를 겪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서핑이었다. - page 10


그랬습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특정한 모양으로 굳어진 마음의 모양을 바꾸기 위해, '나는 못 할 거야'라는 무기력한 생각 때문에 도전하지 않았던 '서핑'을 해 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내게는 충격 요법이 필요했기에, 부담을 느낄수록 서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핑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들조차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수도 있었다.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닌데 왜 못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내가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스스로에게 뭔가를 보여 줘야 했다. 나를 믿어도 된다고 말이다. 서핑에 도전한다고 해서 내 마음의 소리보다 남들 입에 더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성격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계속 똑같이 살면 변화는 시작될 수 없을 테니까. 멋지게 서핑을 하는 모습까지는 필요 없었다.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였다. - page 15 ~ 16

이 말에 공감을 하였습니다.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은데 부담을 느끼면서 안하게 되는 건 또다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냐, 못 하느냐가 문제지, 잘해야 된다는 건 결국 내가 만든 또하나의 울타리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무언가를 도전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녀 역시도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변화하는 데에는 현재를 유지하는 힘의 두 배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손에 쥐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두 배의 에너지를 만드는 것도, 무언가를 꽉 지고 있는 내 손을 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경력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새로운 것을 택했을 때 더 잘 될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현재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는 불안함이 먼저 찾아왔다. 사실 잘 될 가능성과 안 될 가능성은 누구도 알 수 없는데 말이다.

예전에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지금 참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현재가 행복해야 더 행복해질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page 77 ~ 78


조금씩 그녀는 서퍼가 되어 자신의 한계와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특히나 물을 좋아하지만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던 그녀.

그런 그녀가 이제는 당당히 파도 위에 우뚝 선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서핑'은 우리의 삶과도 닮은 듯, 닮지 않은, 하지만 그 끝엔 우리의 모습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그녀도, 저도, 다른 서퍼들도 그 매력에 빠진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 보드를 내가 챙기는 것이 무조건 1순위다. 내 것을 내가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내 것을 지킨 결과가 남을 보호하는 일이라니, 육지와는 다른 바다의 섭리였다. - page 21

 


지금도 가끔 "못 하면 창피하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인이 탈 파도 보느라 남들이 어떻게 타는지 생각보다 많이 신경 쓰지 않는다. 더구나 파도를 못 잡거나,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거나, 보드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더라도 흉보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손가락질하겠지만, 못한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아직 만나 본 적이 없다. 정해진 성공의 모습을 갖추느라 급급했던 우리에게, 각자의 속도와 스타일을 존중받는 서핑은 조금 낯선 것일지도 모르겠다.

파도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지 아닌지 까맣게 잊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못할 것 같았던 서핑은,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니라 아예 사람들의 시선을 내 머릿속에서 삭제해 주었다. 그리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 page 23 ~ 25

 

​

 


이 책을 읽으면서 그토록 그녀가 부러웠던 이유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서핑하러 바다에 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만 서핑도 결국은 혼자 하는 것이다. 나의 한계에 내가 부딪히는 과정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나만의 서핑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써 나가기가 쉽지 않은 현대 사회에서 자연과 함께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앞으로의 내 삶도 계속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가 된다. - page 216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임상아의 <뮤지컬>.

이 노래에선 음악과 함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서핑과 함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기에 닮아보였습니다.

다른건 필요하지 않아 음악과 춤이 있다면
난 이대로 내가 하고픈대로 날개를 펴는거야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내가 되야만해


이젠 알아 진정 나의 인생은 진한 리듬 그 속에
언제나 내가 있다는 그것
나 또 다시 삶을 택한다 해도 후회 없어
음악과 함께 가는 곳은 어디라도 좋아 - 임상아 <뮤지컬> 중에서

여름엔 파도가 잔잔해서 서핑을 즐기지 못할지언정 언제나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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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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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을 읽고난 뒤 바로 펼쳐들었던 『직지 2』.

과연 범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지, 그리고 사건의 발단은 무엇인지 그 끝을 향해 달려가 보았습니다.



1권의 마지막에 보냈던 '바티칸 수장고 관리신부'로부터의 답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그녀 '카레나'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 '기연'.

카레나는 조선 세종 때 유럽으로 건너간 여성이었고, 그녀는 금속활자를 유럽에 가져갔으며 쿠자누스와 사적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애민사상.


이야기는 1400년대로 돌아가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세종대왕과 그를 돕는 '신미' 스님, 주자를 하는 '양승락'과 그의 딸 '은수'.

한글의 탄생은 쉽지 않았습니다.

소수의 사대부와 그들이 형성한 양반이라는 상위층이 절대 다수의 백성을 억누르고 있는 구조에 세종은 눈을 떴다. 그들이 백성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수단이 글과 학문이라는 사실은 세종으로 하여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세종은 밤이나 낮이나 백성을 걱정했고 백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지만, 그것은 기분과 감정에 따른 시혜일 뿐이지 백성을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근원적 방도가 아니었다.

짐승의 서열이 이빨이나 발톱이나 근력에 의해 결정된다면, 사람의 힘은 지식과 지혜에 의해 결정되는 바, 백성이 책을 읽어 지식과 지혜를 얻기에는 한자라는 문자가 너무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학문도 지혜도 신분도 벼슬도 다 세습되고 있었다. 글과 학문을 익히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기에 가난한 백성이 자식에게 글을 가르친다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라 세습은 점점 굳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렇다! 백성에게 글을 만들어주자!" - page 41 ~ 42


이 과정에서 피, 땀, 눈물이 담겨있었습니다.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된 '은수'는 가까스로 살아남게 됩니다.

"성모님께서 저희에게 인도하신 이 가엾은 여성을 저희가 보살피게 하여 주옵소서.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서도 여기 남의 나라에서도 평화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성모께서 인도하시는 곳에서 안식을 얻을 뿐입니다. 부디 은혜를 베푸시어 이 여성을 구원하여 주소서. 아멘!" - page 86


바티칸으로 오게 된 그녀는 잠시나마 교도소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뭔가 잘못된 일이 있음을 밝히게 됩니다.

은수는 안젤로스, 안젤루스, 안젤로, 안젤라, 안젤레스 등의 이름을 구분하는 차이는 오직 모음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래서는 필경사들의 작은 실수로도 사형수가 뒤바뀔 수 있고 누구라도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이런 범죄는 수도 없이 거듭될 터였다. - page 103

그렇게 그녀는 조선에서 가져간 활자 만드는 법을 일러주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아는 '구텐베르크'


기나긴 과거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기연'.

교황청에서'엘트빌레 수도원'으로의 우회.

그리고 드러난 사건의 진실.


청주에서 직지 관련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기연은 이 한마디를 남깁니다.

"구텐베르크를 인정하고 나면 우리 직지의 진짜 가치가 보일 것입니다. 직지는 인간 지능의 승리입니다. 맹수에게 이빨과 발톱이 무기이듯 인간에게는 지식과 정보가 무기입니다. 그 지식과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깔끔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자아치가 바로 금속활자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런 수단을 만들어낸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이 직지의 정신과 맞닿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입니다. 훈민정음은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글자보다도 우수하다고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앞으로 지구상에 여섯 개의 언어만 남을 거라 예측합니다. 바로 영어와 중국어, 아랍어와 스페인어, 불어입니다. 이 언어들은 쓰는 사람이 워낙 많아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한글인데, 쓰는 사람은 적지만 한글이 꼽히는 건 오로지 글의 우수함 때문입니다. 이처럼 직지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기 이전에 인간 지능의 금자탑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지와 한글은 그 존재 자체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지식을 해방시켜 온 인류가 손잡고 동행하자는 지식혁명입니다. 이기심에서 벗어나 이타심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메시지가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

하지만 그 위대함이 '세계 최고' 같은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됩니다.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저의 얘기는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 page 262 ~ 263


이 책을 읽고나니 이번에 개봉할 영화가 더욱 보고싶었습니다.

<나랏말싸미>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과 가장 천한 신분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을 위해 뜻을 모아 나라의 글자를 만드는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의 연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모르 마네트.

이는 은수의 목에 걸린 은십자가 목걸이에 새겨진 문구였습니다.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Tenpus Fugit, Amor Manet)"

은수는 라틴어를 깨우치면서 이 글귀가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는 뜻인 걸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이 목걸이가 모든 악귀를 물리치는 영물이라고 했는데, 결국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준 것도 사랑이었다고 느꼈다. - page 157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행복을 위한 희생.

참으로 가슴 찡한 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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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기억하는 - 어른이 추억 명작선
한지은 지음 / 보통의나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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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때 그 시절. 잊혀질 뻔한 추억을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절. 너와 나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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