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뭐라고 - 여러분, 떡볶이는 사랑이고 평화이고 행복입니다
김민정 지음 / 뜻밖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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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최애 음식들.

치킨 & 맥주

삼겹살 &소주

빵 & 커피

등등.


때론 허기진 내 배를 채워주기도 하고 마음이 허전할 때 달래주기도 하는 음식들.

그중에도 최애 음식을 넘어선 소울 푸드가 있습니다.

떡 볶 이


어릴 적엔 엄마가 만들어 주었었고

학생 땐 하교길 친구들과 길거리나 분식집에서 수다를 떨며 먹었었고

지금은 생각날 때 직접 만들어 먹는

간편하지만 내 영혼마저 든든히 채워주는 음식인 떡볶이.


한 달에 떡볶이 안 먹은 날을 세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를 정도로 나에게 '사랑'이자 '행복', '나'라고 자부하는데 그런 저를 보는 주변 이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또 떡볶이야!"

"떡볶이가 뭐라고 매번 떡볶이야!"

그들은 제 심정을 모르는 소리로 하는 이야기.

하지만 은근히 상처를 받게 하는 소리.


그런데 그런 저와 비슷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책 제목도 너무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건 낯설지않게 많이 들어봤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냉큼 읽어보았습니다.

『떡볶이가 뭐라고』

 


책장을 펼치면 어디서 많이 보던 문구가 떠~억하니 나타납니다.

<봄날의 떡볶이를 좋아하시나요?>

그리곤 봄날의 떡볶이를, 여름날의 떡볶이를, 가을날의 떡볶이를, 마지막 겨울날의 떡볶이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떡볶이의 계절이란 것이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좋다. - page 18

언제 먹어도 좋은 이 떡볶이!

저자에게는 '떡볶이'가 이런 의미라고 하였습니다.

떡볶이를 먹고 또 하루를 버틸 용기를,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싶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도 살아야겠다는 동기 부여이고, 떡볶이는 어느 계절에든 동기 부여에 가장 적절한 음식이다. - page 19

그렇기에 감히 '소울 푸드'라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떡볶이'가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있었습니다.

인생도 가끔 그렇다.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그 뭔가가 무언지 잘 모르겠다 싶은 순간이 있고, 사실은 다시다처럼 강력한 인공적인 힘, 이를테면 타인의 도움 같은 실질적인 힘이 필요한데도 자존심 때문에 부탁하지 못하는 상황은 셀 수 없이 많다. 돌아서 가더라도 내 길을 가겠다고 생각한 순간, 간장을 부었다가 소금을 넣었다가 고추장을 추가해 짜디짠 인간이 되는 순간도 있고, 뭘 넣어도 안 되겠다 싶어서 심심한 인간이 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그 어떤 부족함을 찾아내어 제 갈 길을 갈 게 분명하다는 근거 없는 배짱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언젠간 떡볶이 간을 맞출 날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간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우면 이런 개똥철학에까지 도달하는 걸까.) - page 26

누구나 간편한 재로로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떡볶이.

그 맛의 비법을 온전히 터득할 수 없는 떡볶이의 존재 그 자체에 또다시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공감하곤 하였습니다.

<군침의 달인>

저자 역시도 이십대 시절엔 음식이 인생의 중심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덜 먹어서 체중이 덜 나가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삶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의식주 중 '의'의 세계에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마흔이 되면서 '식'의 삶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말을 믿는 시기다.

...

그 '풍요로움'이란 식탁 위를 가득 채운 반찬이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개인적으로 소소한 풍요로움이다. - page 98

​

 


시뻘건 떡볶이가 전하는 위로.

왠지 오늘 하루를 떡볶이에 맡겨보는 건 어떨지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쯤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떡볶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책 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음식이 영혼을 위로한다고 케이가 그랬어."

"뭘 위로해?"

"영혼."

"뭐라고?"

"영혼......" - page 154

저에게 '떡볶이'가 그랬습니다.

입과 내 위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내 영혼도 위로해 주었습니다.

가끔은 엄마의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고 때론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곱씹어주기도 해 주었고 울적해 내 마음을 대변해 매운 맛으로 그 슬픔을 가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아마 책에선 이 말을 전하고자 하는 것 같았습니다.

'떡볶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독자에게 던진 질문.

당신에게 영혼의 음식은 무엇인가요?

잠시 당신의 음식을 떠올리며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는......


책을 덮고나니 더없이 '떡볶이'가 먹고싶어졌습니다.

왠지 지금 먹을 떡볶이의 맛은 어떨지......

고인 침을 삼키며 떡볶이를 먹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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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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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맨스라 이름 붙여진 사건들의 뒷면에 대체 얼마나 많은 미스터리가 숨어 있을까.

- 박현진(「좋아해줘」「6년째 연애중」영화감독)


'로맨스'라 쓰고 '미스터리'라 읽을 수 있었던 소설.

그래서 더 몰입하면서 읽었던 소설.

끝난 듯 끝나지 않았던, 현재에도 진행중인 이 소설.

『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서칭 포 허니맨」프로젝트는 도로미의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 page 12


대기줄이 골목까지 늘어선 인기 레스토랑에 마주하게된 이들.

도로미, 박하담, 윤차경.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며 수다를 떨다가 맥락과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뜬금없이 내뱉는 로미.

"그래서 제가 제주도에 가서 양봉을 하면서 살 뻔했어요."

오히려 예상치 못한 말이 나오게 됩니다.

"거기 왜 '그래서'가 들어가요?"

하담이 물었다. 반면 차경은 놀라지도 않았다.

"친절과 관심을 구분하지 못해서 제주도에서 양봉하면서 살 뻔했다는 거예요?"

"네, 바로 그거예요."

도로미는 명랑하게 말했다.

"3년 전의 일이었어요." - page 20

그렇게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3년 전 제주.

도로미는 당시 합동 상품 전시회에 초대를 받게 됩니다.

2박 3일 일정에 제주에 간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남긴 그녀.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습니다.

나이는 30대 초중반?

로미의 일러스트 팬이라며 제주 온다는 글을 보고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는 그는 양봉을 한다며 다가옵니다.

그런 그와 다음 날에도 만나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그 사람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이마에 열이 오르는 기분을 느꼈어요. 미남이었냐고요? 그런가, 첫날보다는 확실히 더 좋은 인상이었지만...... 키는 중간 정도고, 얼굴은 검은 편이었나, 아니었나.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인상이었어요! 저는 왠지 그날 그런 예감을 느꼈어요. 아,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해서 제주도에서 양봉을 하며 살게 되는 건가. 이렇게 난 자아거리 연애를 하다가 결혼하는 건가. 왜 다들 그러잖아요. 결혼할 사람은 처음 본 순간부터 안다고. 제게 바로 그런 느낌이 찾아온 거예요. - page 22 ~ 23


누가 봐도 착각이라 여길만 하지만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을 한 로미.

"제주로 직접 가서요. 양봉한다는 그 사람, 양봉남을 찾아서요."

하담은 분명 식사 때 와인을 한 잔밖에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회사를 나온 후 다른 프리랜서 친구들을 만나 낮술을 좀 했다는 건 이미 잊어버렸다. 지금 하는 말은 술 취한 소리라는 것을 자기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가끔 술은 우리에게 예쌍치 않은 선물을 준다. 하담의 마음속은 그 순간만은 진정한 열의와 순수한 호기심,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담은 엄숙하게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서칭 포 허니맨」이에요." - page 30 ~ 31


그때 그 말이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주도를 향해 날아간 3명의 여인들.

그들은 저마다 목적을 가지고, 마치 벌처럼.

​

 


「서칭 포 허니맨」프로젝트는 세 명의 후보자가 있었고 그 중 두 명을 찾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제 남은 한 사람.

차경과 하담은 이 프로젝트가 애초부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미는 달랐습니다.

"그건 일단 가봐야 아는 거고요. 저는 뭐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찾겠다고 한 건 아니에요."

"그럼요?" 차경이 물었다.

"그냥 알고 싶었어요." 로미는 과자를 입에 넣으며 아작아작 깨물었다. "그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유명한 말 있잖아요. '그는 당신에게 그렇게 반하지 않았다'인가. 히스 낫 댓 인투 유He’s Not That into You, 라고."

"거기서 남자가 연락하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반하지 않아서라고 했는데, '그렇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가 되어야 'that'이 되는 건지. 그걸 물어보고 싶었어요."
모두 마음에 둔 이유였다. 누구도 답을 쉽게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다시 연락을 하려면 정말 얼마나 호감이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반하지 않은 것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답이었다.

"그리고 뭐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로미는 과자를 다 삼킨 후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주웠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 page 147 ~ 148


양봉남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뜻하지않게 알게되는 진실들.

진실들을 마주한 순간 또다시 좌절을 하겠지만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선사하기에 그녀들을 저마다 열심히 날갯깃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서칭 포 허니맨」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많은 일들이 있었던 만큼 할 얘기도 많아. 다큐멘터리「서칭 포 허니맨」은 허니맨을 찾았는가 아닌가에서 끝나는 이야기로 기획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형으로 자신만의 허니맨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아직 찾고 있다. 아직 만들고 있다. - page 492 

​

 


이 소설이 '로맨스 미스터리'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로맨스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다. 우리 시대의 수많은 로맨스 스토리가 우리를 속인다. 눈을 가려 뻔한 사실을 외면하게 하고, 현실에서는 수많은 타협을 거쳐야 유지되는 관계를 사랑으로 치자아한다. 로맨스는 배신의 쓰라림을 안기지만, 애초에 거짓된 믿음이었다. - page 371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이유로 하얗게 새운 많은 밤들
이젠 멀어져 기억 속으로 묻혀
함께 나누던 우리의 많은 얘기 가슴에 남아
이젠 다시 추억의 미소만 내게 남겨 주네  -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중에서

우리 모두가 하는 '사랑'이 각자에겐 어떤 의미인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것은 '벌'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밖이 아무리 추워도 오늘 하루 열심히 날갯짓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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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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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서 『제왕업 上』에서 소기의 황궁 입성이 이루어지면서 끝을 맺었었습니다.

그 뒤를 이은 『제왕업 下』에서 왕현과 소기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이번 변고를 겪은 뒤, 황궁은 적막에 휩싸였다. - page 11

선황은 갑작스레 붕어하고 고모는 중풍으로 쓰려졌고 아버지는 비통함을 금치 못하며 소기를 향한 적개심을 내려놓은 듯 하였습니다.

끊임없는 권력 투쟁.


이러나저러나 피는 물보다 진한 법. 피붙이들과는 어쩌다 사이가 소원해지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가까워지게 마련이었다.

다만 예전의 그 아름답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나와 그들 사이에는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골이 생길 따름이었다. 이제 아버지는 나를 자신의 품 안에서 지켜줘야 할 응석받이 딸로 여기지 않을 테고 다시는 예전처럼 귀애하지도, 감싸주지도 않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지금의 나는 왕씨 가문의 여식이기 이전에 소기의 아내이자 태황태후와 함께 수렴청정을 하고 있는, 진정으로 황궁을 틀어쥔 여인이었다. - page 11


제왕의 난 이후로 관리들의 부패는 더 심해지고 왕현은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을 맞게 됩니다.

어머니를 보며 읊조리는 왕현의 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웠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성스럽고 깨끗한 잠든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차마 어머니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그녀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의 일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채웠다. 어머니의 찌푸린 얼굴, 미소 띤 얼굴, 나직이 부르던 목소리, 신신당부하던 말씀......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머니가 살아 계씰 때 나는 늘 어머니가 잔소리를 할까 봐 꺼렸고, 온갖 일에 몸이 매여 어머니와 함께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한 번도 탓하지 않았다. 우리가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면서도 그저 묵묵히 먼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의 사정을 한없이 이해해주었다. 어머니가 다시 한 번 나와 함께 탕천궁에 가고 싶어 했음을, 선조들의 능침을 참배하러 황릉에 가고 싶어 했음을, 늘 오라버니의 자식들을 보고 싶어 했음을...... 나는 다 알고 있었다. 그러했는데 끊임없이 일어나는 심란한 일들 탓에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그런 일들은 중요하지 않으며 어쨌든 어머니는 기다릴 거라고, 언제라도 내 뒤에서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리도 갑자기, 내게 후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내 곁을 떠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page 134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다리가 풀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소기는 말없이 나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나를 힘껏 끌어안은 소기의 양미간에서 더할 수 없이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아버지는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어머니는 속세를 떠나셨고, 자담은 결국 남이 되어버렸다...... 이제 오라버니를 빼고 나면 내가 사랑하는 지극히 가까운 사람은 소기뿐이었다. 오직 그만이 내 곁에 남아 서로 의지하며 이 길고 험난한 일생을 걸어갈 것이다.

마침내 둑이 터진 것처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를 꽉 끌어안았다. 물에 빠진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난 유일한 부목을 끌어안듯이. - page 135

그렇다 그녀는 다시 강해지리라 다짐을 하게 됩니다.


'세상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둘이서 멀리 강호로 도망친다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원앙은 부러울지 모르나 신선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한때는 이런 꿈을 꾸기도 했다. 만약 내가 만난 낭군이 소기가 아니었다면 이 꿈을 이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를 만나고 그 또한 나를 만나 지금까지 함께해왔으니 다시 돌아갈 수도, 또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 손을 자바고 기나길 가시밭길을 헤쳐 나오면서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고 둘 다 피범벅이 되었다. 더는 그 무엇도 우리가 그 지고지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 page 195

​

 

​

​그런 그들에게도 아이가 생기게 됩니다.

그 기쁨도 잠시, 당경이 모반을 일으키고 돌궐이 국경을 침범하여 나라에 큰 변고가 일어나게 됩니다.

믿었던 이로부터의 배신.

그로인해 괴로워하는 소기의 모습.

"결국 당신을, 또 천하를 저버리고 말았소."

그가 자신을 탓하리란 것을 진즉에 알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직접 들으니 송곳으로 가슴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당경이 난을 일으키고 외적을 끌어들여 백성들이 큰 화를 입었다. 사람을 잘못 봤고 방비가 늦었다는 점에서 소기는 책임을 미룰 수 없었다.

그러나 소기는 신이 아니었다. 10여 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전장의 피바다를 같이 건넌 형제라 할지라도 야심의 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사람의 본성이 그러한바, 신조차 사람의 본성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데 하물며 일개 범인에 불과한 소기가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잘못은 잘못이었고, 천하를 저버린 사실 또한 지울 수 없었다.

소기는 군자가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뒤로 숨어버리는 비겁한 자도 아니었다.

친정은 천하에 대한 그의 책임이었다. - page 284 ~ 285

이에 소기는 반란을 평정하기 위해 북벌에 나서게 됩니다.

떠나기 전 그가 왕현에게 전한 이 이야기.

"아이가 말을 떼기 전에, 처음으로 아버지란 말을 하기 전에 돌아오리다. 아무, 기다려주시오. 아무리 고되고 힘들더라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 거기까지 말하고 목이 멘 소기는 목울대를 울렁이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붉어진 두 눈이 나를 마음속에 담으려는 듯 가만히 바라봤다. 바르르 떨리는 몸이 그의 고통과 무력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순간의 그는 더 이상 전지전능한 예장왕이 아니었다. 그저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감정과 눈물이 있는 범부이자 무력한 낭군이요,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누지 못하는 아비였다. - page 293


당경을 죽이고 반군을 무너뜨렸는데도 이 전쟁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창칼이 오가는 전장, 계속 북진해 강토를 넓히고 오랑캐를 무찔러 패업을 실현하는 그.


​"다른 누구도 아닌 소기이기에 과감히 나를 이 위태로운 곳에 두는 위험을 무릅쓸 수 있었다." 나는 옥수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그리고 내가 왕현이기 때문에 소기는 이 판을 내 손에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분과 은정, 도의로 따지면 우리는 부부이자 사랑하는 반려다." 나는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이 제왕의 패업을 이루는 길에서 우리는 함께 싸우는 지기니라. 태평할 때는 깊은 규중에서 그에게 먹을 갈아줄 것이나, 혼란할 때는 분연히 일어나 그를 둘러싼 가시덤불을 쳐낼 것이다. 만약 나를 그저 귀하고 연약한 여인으로만 본다면 나를 알고 나를 믿는 그 소기가 아닐 것이고, 나 또한 그런 평범한 사내와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 page 403 ~ 404

​

 


'권력'을 향해,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음모와 배신이 난무한 모습이 한편으론 안타깝게 여겨졌습니다.

결국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업을 둘러싼 권력 쟁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왕현과 소기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정분과 은정.

이 말을 한 자 한 자 제 가슴에도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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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코드
설혜원 지음 / 지금이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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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가 제 심장을 겨냥하였습니다.

영혼을 냉각시킬 짜릿한

심리 스릴러의 진수가 펼쳐진다!


워낙 스릴러소설을 좋아하는 1인이라!

특히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반전,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과 통찰력으로

무장한 본격 심리 스릴러!

라고하니 나대는 심장이 이미 이 소설은 읽어야함을 일러주었습니다.

과연 어떤 매혹적인 작품이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클린 코드』

 


이 책 속엔 <클린 코드>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 소설들이 묶여있었습니다.

각 소설마다는 우리 사회에서 접할 수 있었던 사건들을, 읽다보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도 구분하기 애매한 경계선에서 풍자와 고발, 웃음과 비애가 얽혀 결국은 우리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그려내고 있었음을, 그래서 읽고난 뒤 녹차처럼 첫 맛은 깔끔하지만 뒷 맛은 떫음을 선사하곤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책의 제목과도 같았던 <클린 코드>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page 9


5년 전 사건을 맡은 강도현 판사,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황정주 박사님, 증인 요셉교회 부목사 남희중, 피고인 변호를 맡았던 추지혜 변호사.

이 네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이들이 맡았던 사건은 피고 김용석과 연인 관계였던 신희수 양이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던 피고에게 이별을 고하자 신희수 양의 학교 홈페이지에 두 사람의 섹스 동영상을 올리고 검사의 기소로 재판이 시작되었지만 편하적인 불공정한 심리로 피고에게는 무죄를 선고, 가해자로 입장이 뒤바뀐 신희수 양은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모인 이들에게 들려오는 음성.

이에 대해 네 분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으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목적으로 이 심리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 재판의 의뢰인들, 즉 원고는 여러분들이 전문 직종의 의자에 앉아 안전하게 살해한 신희수 양의 가족들이며, 여러분에게 청구할 손해배상은 가벼운 상해에서부터 목숨까지 네 분의 자녀가 대신해서 책임지게 됩니다. - page 15


역시나 판사는 이 재판은 너무 일방적이고 불합리하기에 재판 성립이 불가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진행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실제 법적 절차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이렇게 특별한 형식의 재판극이 열리게 된 겁니다. 세상이라는 부조리한 시스템에는 필연적으로 여러 오류가 존재할 수밖에 없죠. 그 오류를 정정하는 처리 과정을 '클린 코드'라고 하는데, 여러분의 죄를 심판하지 못한 것이 세상의 오류인 이상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된 재판이므로 강도현 씨의 요청을 기각합니다. - page 18 ~ 19


그렇게 시작된 재판극은 먼저 지목당하는 순서에 따라 별의 경중이 있게 됩니다.

정신적 고통에서부터 죽음까지.

서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남 탓을 하며, 자신은 억울하다는 이들.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역겹기까지 하였습니다.

​

 


너무나도 처절하게 악에 받친 울부짖음 역시도 추악한 인간의 한 모습임에......

- 권악징선을 권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착하게, 정의롭게 살란 말이야? 선하게 살면 손해 보고 악하게 살아야만 빛날 수 있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이 세상의 법칙대로 살아온 것뿐인데, 근데 왜 나만 당해야 해? 억울해! 억울하다고! - page 69


그리고 저에게 유독 인상적이었던 <독서실 이용자 준수사항>.

"노 씨는 좋겠다. 104동 주민들은 독서실도 깨끗하게 쓰고 분리수거도 잘하고. 노 씨가 할 일이 없겠어." - page 99

용역 휴게실에 모여 앉은 청소 아줌마들은 104동 미화 담당자 노순덕을 부러워합니다.

"그러게. 노 씨 비결이 뭐야? 104동 주민들이 노 씨 마주치면 봉지 안에 있던 빵도 빼주고 수고하신다며 아메리칸 커핀지 그 새까만 커피도 주던데. 나 당뇨 있어서 이런 믹스 커피는 안되거덩. 나도 그런 쓴 커피 먹고 싶은데 말야." - page 100

그렇게 그녀의 비결이 공개되기 시작합니다.


1. 마지막 퇴실자는 소등 부탁드립니다.

2. 독서실 내 취식 금지, 쓰레기는 꼭 치워주세요.

3. 물품은 분실하지 않게 개인 관리, 공용 책상엔 낙서 금지입니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노순덕과 그의 아들의 이야기가 후반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엄마한테 그랬잖아? 이유 없이 굽신대지 말고, 이유가 있으면 단호하게 할 말을 하라고. 그래서 엄마, 805로 처네의 나쁜 짓을 바로잡아주고 왔어. 이제 나, 연체동물처럼 이래도 굽신 저래도 굽신 안 거려. 그러니까 아들, 빨리 일어나. 응?" - page 125 ~ 126

일평생 동안 혼자 아들을 키우며 힘든 티 슬픈 티 내지 않았던 그녀의 속삭이듯 한 말과 웃는 표정.

너무나 가슴이 아렸었습니다.

"아들, 엄마가 우리 아들 자랑스러워하는 거 알지? 엄마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우리 아들도 씻은 듯 나아서 어서 일어나자. 사랑해." - page 128

​

​마지막 이야기였던 <월광>.

이 이야기는 <월광 소나타>와 함께 읽어가면 오감으로 느낄 수 있을 이야기였습니다.

불을 꺼놓고 듣는 월광 소나타는 알 수 없는 예감이 시시각각 조여오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물속에서 꼬리를 뒤치며 검푸른 수면 위로 몸체를 드러낼 것만 같은 운명. 검은 복면을 쓴 운명이 잠든 나의 목을 두 손으로 틀어쥐려 발소리를 죽인 채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만 같다. 손에 잡히진 않아도 감은 눈 저편처럼 깊은 수면 안에서 무언가 치열하게 도사리는 듯한 불온함이 실감 난다. 숨을 고르듯 피아노가 침묵하는 순간, 나도 참았던 숨을 몰아쉰다. 이 악곡처럼 육감을 집중하게 만드는 음악이 또 있을까. - page 259


성형외과 의사와 간호사.

그들의 은밀한 관계에서 엿보이는 팽팽한 긴장감과 치열한 심리전.

"이 소나타, 보름달이 뜬 밤에 불 꺼놓고 들어본 적 있어? 어두운 방으로 드리워진 달빛이 삶이 걸어놓은 올가미처럼 보여서 소름 돋아. 운명이 선고하는 대로 처분되는 인생의 나약함을 실감하게 된달까. 심판의 망치 소리 앞에선 어떤 사람이라도 눈먼 소녀와 같다는 거겠지." - page 268 ~ 269


한때 연예인들 사이에서 이슈였던 '프로포폴'과 '마약중독', 그로 인한 선과 악의 모호함에 대한 이야기.

가까이 다가온 그가 내 볼에 손을 얹는다. 그러곤 내 귀에만 들리게 속삭인다.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선 다른 중독이 필요한 거야. 삶의 괴리를 잊기 위해선 감각을 사로잡는 새로운 마비가 필요하거든. 윙크하는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뭉그러진 얼굴 아래 흰 셔츠에 달리 노란 단추 하나가 반짝 빛을 낸다. 꽉 찬 보름달 같다. 무거운 눈꺼풀 속에서 잔상이 잔상을 만들어낸다. 눈꺼풀이 완전히 감기는 찰나 나는 깨닫는다. 만월 모양 단추가 아주 작은 크기의 렌즈임을. - page 292


너무 우리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어서일까.

조금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어서 쉽게 마지막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소개되었던 이야기 때문일까......

이 소설을 읽은 뒤 <월광 소나타>를 들으니 마주했던 민낯이 너무나 초라하면서도 안타깝기까지 하였습니다.


미스터리 장르소설인 『클린 코드』.

이 소설을 읽으며 앞으로 우리가 마주한 사회의 민낯을 대처할 방법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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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의 저 여인의 눈빛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알고보니 이 여인은 황제의 운을 타고난 여인이라고 합니다.

그럼 그녀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으리라 짐작되고......


이미 이 소설은

2020년 중국 최대 화제의 드라마

장쯔이 주연 <강산고인江山故人> 원작 소설!
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소설의 내용은 증명되었다는 것이고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얼른 읽으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난 뒤 중드도 챙겨보는 센스는 에티켓이겠지요?!


난세 속 치열한 권력 다툼과 궁중 암투,

그 속에 피어난 두 남녀의 사랑


『제왕업 上』

 


우선 이 소설을 이끌어갈 인물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

 


대략적으로 인물들을 파악하고...... (한 템포 쉰 뒤)

장대한 무협멜로극에 빠져들어가 봅니다.


나는 낭야왕씨 가문의 사람이다.

어머니는 성상의 손위 친누이이자 태후께서 가장 총애하는 진민장공주다.

고모는 황후궁에 들어 왕씨 가문에서 배출한 다섯 번째 황후가 됨으로써 후족으로 존숭을 받는 왕씨의 영예를 이어갔다.

내 이름은 왕현이며 상양군주에 봉해졌다. 하지만 태후 마마부터 태자비까지 모두 나를 '아무'라는 아명으로 부른다. - page 20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황궁으로 들어가 그 곁에 머물면서 외할머니, 어머니, 고모의 가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언제나 세상 가득히 사랑을 주시던 아버지와 고모.

그런 고모의 눈빛이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미 계례를 올렸으니 너도 이제 어른인데, 무엇이 원치 않는 일인지 모르는구나." 고모는 눈을 내리뜨며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는 나도 너처럼 근심이 무엇인지 몰랐단다. 태어나서 줄곧 금지옥엽으로 키워지며, 무슨 일이든 다 내 뜻대로 이루어질 줄 알았고 평생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 그러다 마침내 깨달았단다. 철없던 시절의 단꿈에서 깨는 날이 오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짊어져야 하고, 누구도 영원히 가문의 비호 아래서 살 수 없음을 말이야." - page 55 ~ 56

가문의 영예와 책임.

이를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고 죽어도 원치 않는 일을 시키게 됩니다.

예장왕과의 혼인.

그는 내 운명의 짝이 아니었고 하늘은 나와 자담의 인연을 끊은 지 오래인데, 나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야 깨달은 바지만 부부의 연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또 그와도 아무 상관이 없는 그저 가문이나 조정과만 상관있는 일이었다. 서로의 이해만 맞으면 그만이지, 가문이 서로 엇비슷할 필요도 없었고 두 사람의 감정 따위는 조금도 중요치 않았다.

그렇다면 평생을 해로할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었다. 기뻐할 까닭도, 슬퍼할 까닭도 없었다. - page 70


그렇게 예장왕과의 혼례식 날 뜻밖의 변고에 새신랑이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전장으로 달려나가게 됩니다.

그는 군에서 전한 급보 하나에 사정조차 설명하지 않고 그냥 떠나버리려 했다.

그가 나와 첫날밤을 보내는지, 내 체면을 세워주는지는 관심 없었다. 그러나 내 부모님을 능멸하고 내 가문을 업신여기는 자는 그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었다. - page 79


그런 그녀에게 소기로 인해 부족을 잃었다는 돌궐족에 납치를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열흘이 지나도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습니다.

실망과 원망이 커져가고 오히려 두려움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넘겼지만 결국 죽음의 문턱까지 오게 된 그녀.

극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그녀를 살려낸 이는 다름아닌 소기.

오랜 세월 묵혀둔 울분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몹시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토록 사나우니...... 잘됐군. 무장의 아내가 될 운명이었겠소." - page 203


왜 이들에겐 이토록 가시밭길이 펼쳐져만 있는 것인지......

그럼에도 그 가시밭길을 헤쳐가고자하는 그녀.

​

 


왕현은 왜 자신이 소기와 혼인을 하게 되었는지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소기에게 시집을 보냄으로써 막강한 병력을 가진 사위를 경계하고 그의 곁에 자신의 눈과 귀를 심어 가문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음에.

왕현은 깨닫게 됩니다.

숱한 고난을 겪고 생가의 기로에 서보기도 하면서 마침내 인생이 얼마나 고달픈 것인지 깨달았다. 누구의 곁에 서야 비바람을 피하고 맑은 하늘을 가질 수 있을까? 지난날의 보호막이 사라진 지금, 어디에 몸을 의탁해야 할까? - page 391

이제부턴 자신의 낭군 곁에 서 소기의 여인이자 이 나라를 이끌 제왕의 여인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고모 역시도 왕현에게 외칩니다.

"네가 자라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눈을 뭉쳐놓은 인형 같던 예전의 어린 아무는 아무리 귀애해도 부족하기만 하였거늘......"

나는 입술을 깨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커버린 너는 내 말을 듣지 않는구나...... 그날 네게 나를 원망하느냐고 물었는데도 너는 진심을 말하지 않았지." 고모는 길게 탄식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네가 날 원망함을 알고 있다. 어찌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십 년 동안, 나도 원망했다. 하루도 원망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 page 482

​



두 명의 황제가 죽고 궁중의 실력자 사귀비 마저 죽음으로 소기의 황궁 입성이 이루어지지만......


이렇게 상 권은 다음의 이야기를 하 권으로 넘겼습니다.


권력을 향한 음모와 배신.

그래도 진실은 살아남아 높은 곳을 향해가게끔 하였습니다.


왕현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였습니다.

시든 꽃은 미인처럼 박명(薄命)했다.
팔자를 잘못 타고났고, 길을 잘못 택했고, 사람을 잘못 만났다.
팔자를 잘못 타고나도 운명에 순응하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일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가장 가엾은 것은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품은 뜻은 높지만 타고난 팔자가 더없이 기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걸음마다 가시밭길이 펼쳐져 뚫고 나가지 못하면 그 자리에 갇혀 죽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age 238

앞으로 펼쳐질 더없는 권력의 비정한 속성과 욕망을 위한 배신 속에 어떤 결말을 맺을지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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