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 젊은 창작자들의 연필 예찬
태재 외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5세 여아.

이제는 저와 함께 글자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사각사각

종이와 연필이 이루어내는 하모니와 함께 오늘도 아이와 함께 글자공부를 합니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아보았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에 되었을 때는 필통에 연필보다는 샤프를, 중고등학생 때는 샤프와 색색이 펜을, 대학생 때부터는 키보드가 친했기에 연필을 잡아본다는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연필과 함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여행을 떠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에서도

9명의 젊은 창작자들과

단 하나의 도구,

"연필"

에 관한 에세이였습니다.

연필의 매력에 한 번 빠져보려합니다.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책 표지에 나온 연필.

어릴 땐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지우개가 끝에 달린 육각의 노란 연필.

독일제품인 스테들러(STEADTLER) 노란 연필.

필통에 넣어다니면 자랑거리여서 쉽사리 쓰지 않았던 연필을 이렇게 만나게되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책 속엔 9명의 젊은 창작자들이 저마다의 '연필'과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첫 문을 열어준 '태재' 작가.

​

 

​

그가 말한 연필의 매력.

볼펜을 사용할 때 종이에서 볼펜심이 맞닿고 떨어지는 순간 나는 소리와는 달리, 자판을 사용할 때 입력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얼마간의 마가 뜨는 순간 찾아오는 어색함과는 달리, 연필을 사용할 때는 내 생각이 옳든 그르든 고요한 소리 덕분에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계속 이어 나가다 마침표를 찍고 보면, 첫 줄을 쓸 때의 나는 이미 과거의 사람이다. - page 15

볼펜을 사용할 때면 느껴지는 감정은 '부드러움'이라면 연필은 촉감 뿐만아니라 청각마저 느껴지게 됩니다.

슥슥삭슥삭 소리.

이 소리를 가만히 듣게 되면 어느새 마음은 고요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연필과 종이, 그 공간 속 나는 하나가 되어버리는 그 느낌.

그것이야말로 진정 연필의 매력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재수'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

​

​연필의 선과 이어진 자신과의 만남.

이를 우리는 '인연'이라 일컫는 것이 아닌지......

​

저도 요새는 아이보다 더 '연필'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그 느낌이 좋아서, 왠지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하여서 어른이 된 뒤 처음으로 필통을 마련하고 연필깎이도 새로 장만하여 연필 하나하나를 돌려 깎으며 나란히 필통에 꽂아봅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일기장에 슥삭슥삭 기록도 해 봅니다.

그러면 그 문장은 어느새 나에게 다가와 위로를 전해주고 비로소 내가 됩니다.

'펜크래프트' 작가 역시도 저와 같았습니다.

​

 


오늘도 연필을 썼습니다.

그리고 닳아진 연필을 다시 깎아 필통에 나란히 놓아보았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니 그야말로 '소확행'이 하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즘은 '아날로그 감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그 시절의 향수와 위로를 얻기 위함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연필 한 자루와 함께 손편지를 써보려 합니다.

메신저로 전하는 것과는 사뭇 진지하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깊어가는 겨울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고자 합니다.


연필 한 자루에 추억이,

연필 한 자루에 위로가,

연필 한 자루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에 다시금 고히 연필을 간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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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남얘기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마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오늘도 살아가고 있기에 공감과 작은 위로를 받으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그의 장래희망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굶어 죽을 수 없기에 여러 가지 밥벌이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야기합니다.

서른이 되도록 그렇게 살았어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젠가 글 써서 먹고살겠다는 꿈 덕분이었어요. 내가 미처 깨닫지도 못할 만큼 느린 속도지만, 꿈을 이룰 날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었죠. 아무 근거도 없이 말이에요. 그게 그냥 허황한 희망이란 걸 바로 어젯밤에 깨달았어요. 정확히는 이제야 인정하게 된 거죠. - page 15

인정은 하지만......

왈칵 쏟아지는 눈물.

'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한 거지?' - page 17


그는 참으로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그저 무너지고 맙니다.

"무슨 일 하세요?"

그런 그가 '볼거리녀'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나는 그제야 우리가 볼거리녀를 미워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 것이다. 식당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알바생이 아닌 화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에겐 이방인이었고,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또한 그 사실에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아 도리어 우리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했다. 남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믿었고, 자신의 밥벌이를 존중했지만 존경하진 않아씅며, 최선을 다해 성의껏 일했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그녀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 page 30 ~ 31

그는 이후부터 누군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으면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리지 않고 이렇게 답한다고 하였습니다.

"글 써요.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 page 31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들>에서는 예전의 '갑질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곤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도 어디선가 이중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닐지......

​

 


그리고 요즘 말하는 '꼰대'라는 의미.

오죽하면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까지 등장하니......

참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

​각박한 현실.

저마다 꿈은 접어두고 현실의 칼바람을 맞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는 없기에 그가 전한 이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

 


그러나 해가 갈수록 아이들은 비 맞은 죽순처럼 자라는데 급여는 늘 제자리였다. 사마천은 숙고 끝에 지난 수년간 미뤄두었던 연기와 무대에 대한 꿈을 되찾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체 왜 그런 결론이 나와?" 사마천은 기세 좋게 답했다.

"어차피 생활 전선에 뛰어들든 내 꿈을 좇던 굶어 죽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이왕 굶어 죽는 거, 난 하고 싶은 거 할래요." - page 218


결국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도 내가 만든 하나의 굴레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그리 각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세상을 두렵게 바라보았기에 방황하고 숨으려고만 하였다는 것을.

어차피 한 번 뿐인, 굶어 죽더라도 그 몫은 '나'이기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을 향해 용기를 내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굳이 남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며 조급할 필요도, 혹은 안심할 것도 없다. 삶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운동 경기가 아니다. 따져보면 여행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공항이나 터미널에 모인 수많은 여행객 중 최종 목적지가 같은 사람은, 그리고 각자의 목적지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의 길을 걸을 뿐이다. 때론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느라 돌이켜보면 한심할 만큼 구불구불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 가치 있을지도 모르는 나만의 여행길을. - page 144 ~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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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 사고 습관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리용러 지음, 정우석 옮김 / 하이픈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과 '과학'.

요즘들어 저에겐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조금씩 '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볼 때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지나칠 뻔 했던 사실들을 한 번 바라보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니 사소한 일상이 더없이 풍부해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찾아읽곤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일상에서 배우는 수학과 물리는

우리의 삶에 지식을 더하고,

사고 습관을 길러준다!

이 책을 읽고나면 또다시 제 일상이 재밌어질 것 같았습니다.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3가지 주제가 있었습니다.

PART 1 우리에게 익숙한 수학 이야기

PART 2 교과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물리 이야기

PART 3 생활 속에서 알아보는 과학 이야기

한 권의 책으로 수학, 물리, 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우선 우리 일상에서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맞아! 나도 궁금했었는데......

읽고나면

아하! 그런 원리였구나!

라며 감탄하며 또 하나의 지식을 얻게되는, 쏠쏠한 재미마저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특히 '수학' 이야기 중에 너무나 궁금했던 질문.

<13 일기예보는 왜 자주 틀릴까?>

자주라고 표현을 해야하는 것일까......

최신 장비로 예측한다고 하지만 매번 엇나가는 일기예보는 오히려 우리가 외출하기 전 하늘을 바라보고 예측하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틀리는 것일까!


이 주제에 대해 첫 문장은 이러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일기예보는 관계가 없을까? 왜 일기예보는 자주 틀릴까? - page 90

여기에는 수학의 '조건부 확룰'이란 개념이 소개되었습니다.

예보와 날씨의 4가지 가능성.

비가 온다는 예보대로 정말 비가 오는 경우, 오지 않는다고 예보했지만 비가 오는 경우, 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오지 않을 경우,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대로 정말 비가 오지 않는 경우.

이 두 개의 확률을 곱하여 확률을 따진다고 하였습니다.

즉,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을 때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는 일기예보의 정확도와 관련 있을 뿐 아니라 그 지역의 평상시 비가 오는 확률과 관련이 있다. - page 92

​

 


그리고 물리 이야기의 경우는 여느 이야기들보다는 이해하기에 조금은 어려웠습니다.

워낙 어려운 이론이기에 쉽게 접근을 한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한계가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3장의 일상 속에서의 과학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쉽게 접하는 일상 속에서 한 번쯤은 의문을 가졌던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기에 더 관심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06 어느 쪽이 비를 더 많이 맞을까?>.

비가 오는 날, 우산이나 비를 피할 곳이 없을 때 빗속을 걸어갈 것인가, 뛸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는 비의 양, 바람의 속도, 사람의 속도, 사람의 표면면적과 형태 등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다. 특히 빗방울이 떨어질 때 불균등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임의의 변수가 매우 크다. - page 282

그럼에도 궁금하였습니다.

걸어가야 하는 것인지, 뛰어가야 하는 것인지.

​



 


가설을 세운 뒤 계산을 한 결과.

정리하면, 일정한 조건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비를 덜 맞을 수 있다. 만약 정교하게 몸의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면 정수리에만 비를 맞게 되므로 머리 부분만 가릴 수 있는 작은 연잎 하나만 있어도 몸에는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을 수 있다. - page 288

음......

무한대의 속도로 달리지 않는 이상, 비가 일정하게 내리지 않는 이상 걸어가든지 뛰어가든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


우선 수학으로 들어가 물리를 거쳐 과학으로 나온 이 책.

책을 읽고나니 아이처럼 생활 속 궁금증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왜?

라는 질문 속에 담겨있을 과학적 지식들.

또다시 제 주변이 호기심 천국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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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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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작가를 알게 된 건 『난 공포소설가』를 통해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 '호러' 장르를 무서워하는데 왠지 『난 공포소설가』라는 책은 끌렸었고 호러를 쓰는 소설가의 희열을 바라보면서 왠지 이 작가는 심상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추리 소설'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저에게는 행운과도 같았습니다.


책의 뒷표지의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열심히 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힘도, 의지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것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왠지 모르게 공감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남편의 아내로 살아가다보니 어느새 내 존재가 희미해짐을 느꼈을 때.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 하였지만 결국 나에게 남은 건......


그래서 이 책을 잡자마자 읽어내려갔습니다.

『살롱 드 홈즈』 

 

​

공미리는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을 죽였어요." - page 16

투명 메트로놈의 딸깍딸깍 소리와 함께 공미리와 남자의 대화.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남가자 물었다.

"쓸모가 없어졌거든요."

"쓸모요?"

"남자는 어느 순간 쓸모없어질 때가 있어요. 손잡이 떨어진 냄비나 유행이 한참 지난 블라우스처럼. 그럴 때는 처리를 해야죠. 가지고 있어 봐야 짐만 되니까." - page 18

​

오늘도 서툰 연기로 끝난 상담.

우울증 치료를 받는 미리와 그녀를 상담하는 의사 '박도진'.

여느때와 다름없이 처방전을 받고 병원을 나오게 됩니다.

​

"잡담들 그만하고 서두르자고. 애들 오기 전까지 절반은 박아놔야 할 거 아냐." - page 25

추경자와 박소희, 전지현, 공미리는 곰인형의 눈을 붙이면서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그러다 소희가 속삭이듯 말합니다.

"쥐방울 말이에요, 언니."

소희가 고개를 쑥 내밀고 속삭이듯 말했다.

"쥐방울?"

"그 왜, 요즘 아파트 단지에 나타나는 변태 새끼 있잖아. 여자 타길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바지 벗고 이상한 짓 한다는 그놈."

"아!" - page 26

성추행범치고는 높은 현상금을 가진 그.

"아니, 언니. 그게 아니라 그 쥐방울 있잖아. 그거 우리가 잡을까?"

미리가 한참 만에 대답을 했다.

"뭐?"

경자가 되물었다. - page 29

​

돈도 돈이지만 꿈에도 그리던 그 일.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라 생각한 미리는 다시 눈깔 붙이기에 박차를 가하던 순간.

술만 마시면 미친개가 되어 아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현민으로부터 또다시 못 알아볼 정도로 얼굴이 퉁퉁 부어 도망치듯 띄어 들어온 노지숙을 보며 네 명의 여자들.

그리고 결연한 목소리로 말하는 미리.

"그냥 괜찮다고 말하면서 넘어가면 안 돼. 딱하다고 여기고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되고."

미리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세먼지로 부연 하늘 저편에 한 줄기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경자가 물었다.

"우리가 잡자."

미리가 말했다.

"쥐방울인가 하는 그 인간, 우리가 잡자고. 그래서 그 현상금으로 지숙이도 돕고 우리도 나눠 쓰고. 어때?" - page 43

​

그녀들의 집결지, 광선슈퍼.

네 명의 '주부탐정단'은 본격적으로 탐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쥐방울 체포 작전>

​

어두운 귀갓길 혼자 있는 여성을 노려 자신의 성기를 보여 주던 쥐방울은 어느새 한낮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급기야는 살인 사건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다 주부탐정단의 막내 소희가 사라지면서 사건은 더없이 긴장감있게 흘러가게 됩니다.

과연 소희는 무사히 살아날 수 있을까?

그리고 주부탐정단은 범인과 대면할 수 있을까?

​

그녀들을 무시했던 이들을 향해 자신의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는 주부탐정단.

그녀들의 성추행범에 관한 이야기.

"조용한 젊은 괴물이지. 일반 남자들이랑 이런 놈은 다른 거야.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해 버리면 평범한 남자의 일탈 정도로만 생각하게 돼.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 어디까지나 심각한 범죄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해. 여자들 앞에서 자기 고추를 드러내고 자위하는 건 그냥 성추행이 아니라 성폭력이라고. 더 심각한 범죄로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고."

"실제로도 그렇다며. 더 심해진다며?"

지현의 물음에 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사례들이 다 그래요."

"아이고, 그런 인간들은 천벌 같은 거 안 받나 몰라. 죽고 벌받아야 할 인간들은 많은데 다들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쯧쯧." - page 87 ~88

정말 왜 이런 인간들에게 아직 사회의 법은 후한지......


특히나 소설 속 범인의 마인드가 너무나 섬뜩하였습니다.

요즘 우리의 잔혹한 범행의 범죄자들 역시도 이런 태도를 보인 이들이 있었기에......

​

​

​누군가의 마인드를 조종하면서 자신이 마치 '신'과도 같다고 여기는 모습.

또다시 『군주론』에서 비추어졌던 리더의 모습이 엿보이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습니다.

​

 

​

​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뜩 떠오른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추리의 여왕>에서도 평범한 주부이지만 경찰의 꿈을 간직한 '유설옥'.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을 풀어나가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그녀의 모습이 이 소설 속의 주부탐정단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

소설을 읽고난 뒤 주부탐정단인 그녀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동안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면서 자신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닮고 싶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꿈이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나를 위해 용기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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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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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만 년 동안 나온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_ 테리 프래쳇


이토록 극찬을 받은 책이기에 무조건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한 원시인 가족의 삶으로 축약한 예측불허 문제작!


『에볼루션 맨』


우선 책을 펼치면 한 원시인 가족 구성원들의 '인물관계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어니스트'로 에드워드의 둘째 아들이자 이 소설의 화자입니다.

그의 아버지 '에드워드'는 인류의 진화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형이자 항상 에드워드를 비난하는 '바냐' 삼촌.

그들은 만나면 티격태격입니다.

비록 가치관이 달라서 일평생 티격태격해 온 두 사람이지만, 나는 아버지와 삼촌이 마음속으로는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분 모두 각자만의 확고한 원칙을 가진 원시인이라서 자신의 신념을 철저히 고집하며 살았고, 그런 원칙은 모든 면에서 대립했기 때문에 다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삼촌이 인류의 진화 방향을 완전히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확신했고, 삼촌도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그렇게 평가했다. 이 때문에 아버지와 삼촌은 끝까지 각자의 소신대로 살아갔다. - page 10 ~ 11


그런 그들이 처음으로 심하게 말다툼했던 주제.

'추운 밤에 불을 피워도 되는가'

처음에는 서툴러 불에 데기도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또 한번 진화하게 됩니다.

불을 쓰기 전 지상 동물로부터의 위협에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식사의 상당 부분을 열매나 풀뿌리로 충당해야 했습니다.

예전보다 커진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 채식주의 식성에서 잡식성으로 옮겨감으로써 번번이 소화불량에 시달리게 되고 끝내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으니 불을 자유로이 사용하게 된 그들은 한 단계 '진화'하게 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연이 언제나 육체적으로 힘센 자들의 편단 드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자들의 손을 들어줄 때도 있지. 지금은 그게 바로 우리야."

아버지는 경고하는 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방금 '지금은'이라고 말했다. 한 번 이겼다고 자만하지 마라.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어. 어쨌든 일단은 이 멋진 동굴에 정식으로 입성하자꾸나." - page 38


그리고 그들은 불을 이용해 새로이 창을 만들면서 사냥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세상에! 너희들한테 이야기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정말 중요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불로 창끝을 벼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튼튼한 사냥용 창을 만들 수 잇을 것 같구나!" - page 56

그렇게 시작하여 그들은 인간이 사냥하는 동물과 인간을 사냥하는 동물에 관한 것, 먹을 수 있는 열매와 버섯, 뿌리와 먹지 말아야 할 것, 사냥 등에 대해 교육을 하게 되고 보다 나은 삶으로의 진입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또 바냐 삼촌과 에드워드와의 갈등.

"넌 결국 대형사고를 친 거야."

바냐 삼촌이 말고기를 씹으면서 말했다.

"형은 전에도 그렇게 말했지."

아버지는 멧돼지의 갈빗살을 자르면서 대꾸했다.

"도대체 진화나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인데? 형 얘기나 좀 들어보자."

"진화는 무슨 진화."

바냐 삼촌이 도저히 씹히지 않는 힘줄을 불에 던지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일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냐? 지구상 그 어떤 동물도 산꼭대기에서 불을 훔치려고 한 적은 없었어. 너는 자연법칙을 위반한 거야. 오스왈드야, 그 사슴고기 좀 이리 줄래?"

"위반이 아니라 진화라니까."

아버지는 강경하게 말했다.

"한 걸음 나아가는 거라고. 어쩌면 이 걸음이 인류에게는 큰 도약일 수도 있어. 그런데도 이게 자연법칙에 어긋난다고?"

바냐 삼촌이 먹던 뼈다귀로 아버지를 삿대질하듯 가리키며 말했다.

"왜냐면 네가 한 짓은 어딜 봐도 '자연'스럽지가 않거든. 주제를 넘어도 한참 넘었단 말이야. 알겠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순화한거야. 너도 한때는 대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축복과 재앙을 겪으며 희로애락 속에 살아가던 소박한 아이였어. 착하고, 머리도 좋고, 더할 나위가 없었단 말이야. 완벽한 공생 관계 속에서 살며 느리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그냥 동식물의 일원이었던 거라고.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야?"

"내가, 변했다고?"

아버지가 되물었다.

"단절된 거지." - page 71 ~ 72

만약 바냐 삼촌만이 존재했다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자연'스러운것과 '단절'.

'위반'과 '진화'.

이 둘의 차이가 그들 나름의 삶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무엇도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도덕적인 가치관 문제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두고 주기적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생각해야 해. 물론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괜히 주변에 화풀이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지."

"그럼 저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릴 거예요."

내가 말했다.

"사는 게 계속 행복해야 열심히 살 맛이 나지 않을까요?"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아버지가 들뜬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되면 하염없이 나태해질 뿐이다. 오히려 적당히 스트레스가 있어야 그만큼 일을 열심히 하게 되고 삶의 추진력도 얻을 수 있는 거야." - page 134 ~ 135

그렇게 아버지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연구하게 됩니다.


그들의 삶은 소설의 초반과 후반을 비교해보면 과연 '진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진화과정이 마냥 긍정적인 변화만 있지 않았습니다.

바냐 삼촌이 넌지시 언급한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거스렸기에 최후엔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음에 '발전'의 그림자가 '희생'도 있었음을 기억해야했습니다.


아들의 마지막 외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꼭 해야 할 일과 아버지가 우리 모두에게 보여준 모범적인 본보기, 그리고 신중하게 발전 속도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나는 내 몸 속에 들어온 아버지가 나와 하나가 되어 한바탕 열변을 토하고 마침내 연설을 마무리하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 page 266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아마도 그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진화'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한 원시인 가족을 통해서 흥미롭게 그 의미를 느꼈다면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다윈의 '진화론'에 관한 책을 읽어야함을, 오늘날까지 '고전'으로 존재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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