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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전건우'작가를 알게 된 건 『난 공포소설가』를 통해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 '호러' 장르를 무서워하는데 왠지 『난 공포소설가』라는 책은 끌렸었고 호러를 쓰는 소설가의 희열을 바라보면서 왠지 이 작가는 심상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추리 소설'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저에게는 행운과도 같았습니다.
책의 뒷표지의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열심히 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힘도, 의지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것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왠지 모르게 공감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남편의 아내로 살아가다보니 어느새 내 존재가 희미해짐을 느꼈을 때.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 하였지만 결국 나에게 남은 건......
그래서 이 책을 잡자마자 읽어내려갔습니다.
『살롱 드 홈즈』

공미리는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을 죽였어요." - page 16
투명 메트로놈의 딸깍딸깍 소리와 함께 공미리와 남자의 대화.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남가자 물었다.
"쓸모가 없어졌거든요."
"쓸모요?"
"남자는 어느 순간 쓸모없어질 때가 있어요. 손잡이 떨어진 냄비나 유행이 한참 지난 블라우스처럼. 그럴 때는 처리를 해야죠. 가지고 있어 봐야 짐만 되니까." - page 18
오늘도 서툰 연기로 끝난 상담.
우울증 치료를 받는 미리와 그녀를 상담하는 의사 '박도진'.
여느때와 다름없이 처방전을 받고 병원을 나오게 됩니다.
"잡담들 그만하고 서두르자고. 애들 오기 전까지 절반은 박아놔야 할 거 아냐." - page 25
추경자와 박소희, 전지현, 공미리는 곰인형의 눈을 붙이면서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그러다 소희가 속삭이듯 말합니다.
"쥐방울 말이에요, 언니."
소희가 고개를 쑥 내밀고 속삭이듯 말했다.
"쥐방울?"
"그 왜, 요즘 아파트 단지에 나타나는 변태 새끼 있잖아. 여자 타길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바지 벗고 이상한 짓 한다는 그놈."
"아!" - page 26
성추행범치고는 높은 현상금을 가진 그.
"아니, 언니. 그게 아니라 그 쥐방울 있잖아. 그거 우리가 잡을까?"
미리가 한참 만에 대답을 했다.
"뭐?"
경자가 되물었다. - page 29
돈도 돈이지만 꿈에도 그리던 그 일.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라 생각한 미리는 다시 눈깔 붙이기에 박차를 가하던 순간.
술만 마시면 미친개가 되어 아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현민으로부터 또다시 못 알아볼 정도로 얼굴이 퉁퉁 부어 도망치듯 띄어 들어온 노지숙을 보며 네 명의 여자들.
그리고 결연한 목소리로 말하는 미리.
"그냥 괜찮다고 말하면서 넘어가면 안 돼. 딱하다고 여기고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되고."
미리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세먼지로 부연 하늘 저편에 한 줄기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경자가 물었다.
"우리가 잡자."
미리가 말했다.
"쥐방울인가 하는 그 인간, 우리가 잡자고. 그래서 그 현상금으로 지숙이도 돕고 우리도 나눠 쓰고. 어때?" - page 43
그녀들의 집결지, 광선슈퍼.
네 명의 '주부탐정단'은 본격적으로 탐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쥐방울 체포 작전>
어두운 귀갓길 혼자 있는 여성을 노려 자신의 성기를 보여 주던 쥐방울은 어느새 한낮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급기야는 살인 사건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다 주부탐정단의 막내 소희가 사라지면서 사건은 더없이 긴장감있게 흘러가게 됩니다.
과연 소희는 무사히 살아날 수 있을까?
그리고 주부탐정단은 범인과 대면할 수 있을까?
그녀들을 무시했던 이들을 향해 자신의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는 주부탐정단.
그녀들의 성추행범에 관한 이야기.
"조용한 젊은 괴물이지. 일반 남자들이랑 이런 놈은 다른 거야.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해 버리면 평범한 남자의 일탈 정도로만 생각하게 돼.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 어디까지나 심각한 범죄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해. 여자들 앞에서 자기 고추를 드러내고 자위하는 건 그냥 성추행이 아니라 성폭력이라고. 더 심각한 범죄로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고."
"실제로도 그렇다며. 더 심해진다며?"
지현의 물음에 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사례들이 다 그래요."
"아이고, 그런 인간들은 천벌 같은 거 안 받나 몰라. 죽고 벌받아야 할 인간들은 많은데 다들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쯧쯧." - page 87 ~88
정말 왜 이런 인간들에게 아직 사회의 법은 후한지......
특히나 소설 속 범인의 마인드가 너무나 섬뜩하였습니다.
요즘 우리의 잔혹한 범행의 범죄자들 역시도 이런 태도를 보인 이들이 있었기에......

누군가의 마인드를 조종하면서 자신이 마치 '신'과도 같다고 여기는 모습.
또다시 『군주론』에서 비추어졌던 리더의 모습이 엿보이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뜩 떠오른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추리의 여왕>에서도 평범한 주부이지만 경찰의 꿈을 간직한 '유설옥'.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을 풀어나가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그녀의 모습이 이 소설 속의 주부탐정단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고난 뒤 주부탐정단인 그녀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동안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면서 자신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닮고 싶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꿈이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나를 위해 용기를 내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