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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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신과'에 대해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매체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환자 양 옆엔 그를 제압하는 이가 존재하고 병동에는 환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 등 그리 다가갈 수 없는, 그래서 그 문턱은 꽤 높았습니다.


사실 그들은 외적인 상처가 아닌 내적인 상처를 지닌 것 뿐인데 말입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기에 더 그를 이해하고 감싸주어야함을 이제서야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 아직도 굳건히 남아 있는 정신과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자 그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그의 장래희망은 원래 고고학자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정작 역사학자이신 아버지께서 이미 지나간 과거를 파헤치기보단 현재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설득 하에 어쩌다보니 의대에 합격하게 됩니다.

자신이 그리던 미래가 아니었기에 그의 의대 생활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고, 적응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 번의 유급.

더 이상 누구도 탓할 수 없고 '명문대 의대생'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는 것도 두려웠기에 그때부터 조금씩 학점도 올리면서 입학한 지 4년만에 어쩌다 의사가 됩니다.


세부 전공을 선택할 때, 정신과를 선택한 것은 아마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과학자 사이의 마법사 같았다. 과학과 마법을 동시에 배우는 마법사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학문이라 어찌 보면 모호하지만, 그래서 재미있어 보였다. 심리적인 이유로 눈이 멀고 다리가 마비될 수 있다니. 그리고 그걸 상담으로 치료해낸 사람이 있다니. 진단을 내리는 과정도 복잡했지만, 같은 진단명이라도 사람마다 발병 원인, 나타나는 증상, 심리, 치료 방법까지 모두 달랐다. 질병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을, 인생을 더 넓게 바라봐야 했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니, 이 길이라면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 page 33 ~ 34


마치 발굴 현장의 고고학자처럼 사람의 마음속을 아주 조심스럽게 파헤치는, 그렇게 찾아낸 유물처럼 잊힌 채 묻혀 있던 기억과 감정을 현재를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기에 닮은 듯한 정신과에 조금씩 매력을 느끼며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도 궁금했습니다.

한 두번은 '힘들다' '우울하다'라는 말을 들어줄 수 있지만 이 빈도가 잦을수록 듣는 이도 힘들고 우울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상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아니, 모든 '정신과 의사'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힘들어도 좋다. 흥미를 느끼고, 사람들을 돕는 일이란 보람도 느끼며, 괜찮다 할 수 있는 수입까지 따라오는데, 어찌 힘들기만 할까? 좋은 직업을 택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그 빈도가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보다 잦다.

누군가를 평생 괴롭혀온 마음속 상처나 문제가 점점 줄어드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진심으로 뿌듯한 일이다. 간혹 누군가를 괴롭히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경우엔 내 일같이 기분 좋다.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이 걸리곤 하지만, 처음 찾아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그의 모습 자체가 내게 기쁨을 준다. 바뀐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반갑다. - page 103 ~ 104


여느 과와는 달리 환자는 속 깊은 이야기를 의사에게 털어놓기에 그들의 관계가 친밀할 것 같지만 나름의 선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곁에서 같이 걸어가고 있지만, 분명히 주체는 내가 아닌 그들이다. 나는 인생이란 여행의 가이드일 뿐. 무리하게 개입해서도 안 되며, 지나친 책임감을 가지는 것도 분수에 맞지 않다. 삶의 방식을 내가 결정해줘서는 안 된다. 그들의 결정을 지지하거나 만류할 수는 있지만, 결국 선택은 스스로 내리도록 해야 한다. 치료자의 과도한 책임감과 역할을 넘어선 행동은 그들을 어린아이처럼 의존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그들에게는 즐겁게 만나고, 울어주고, 서로를 안아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만, 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을 진료실 바깥의 현실 세계에서 찾는 것이 결국 그들에게 필요한 일이고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 page 129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그들의 인생이란 여행의 가이드라는 말이......


요즘들어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가 많은 이유는 아마도 '완벽해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완벽한 부모님.

완벽한 친구.

완벽한 연인.

완벽한 배우자.

그리고 완벽한 자신.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처방을 내려주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대상'이다. '충분히 좋은'이란 말을 내 방식대로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군데군데 불만족스럽고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이다. - page 208


'충분히 좋아도' 된다는 이 말이 저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드라마 <영혼 수선공>의 이시준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이시준 선생님.

그는 다른 의사와는 달리 환자에게 자신이 먼저 한 발자국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환자의 '영혼'을 수리하는 자신을 '수선공'이라 표현하였습니다.

그가 전한 대사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아픈 사람들입니다.

아직 진단을 받지 못했을 뿐이죠.

정신질환은요,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상태라는 것은 내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누구든 상태가 좋아지면 병도 사라진다는 거죠.

그래서 마음의 안정이 가장 좋은 명약인 거구요.


아마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누구나 자신의 상처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상처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그 상처를 바라봅니다.

그 상처는 '치료'가 아닌 '치유'하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 잔잔한 울림이 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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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이동환.김은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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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꺼야. 공과 사는 구별해야지."

그런데 막상 '보통의 일은 하는 건 괜찮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내 인생.

즐겁게 살아도 모자랄텐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도 되는 건 아닐까!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책이 좋아 서점을 차렸고

글이 좋아 글을 쓰고

맥주가 좋아 책맥을 하는


그야말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포근하면서도 따스한 일상이, 그리고 행복이 묻어나 있는 두 사람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저에게도 힐링을 줄 것 같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혜화동에서 핏어팩(PIT A PAT)이라는 책방을 운영한 그, 이동환 씨.

저 역시도 책방의 주인이라면 가지고 있는 환상이 있곤 합니다.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진한 커피향과 함께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

그 속에서 그날의 감정에 따라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꺼내들고 읽는 모습.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이 주말 없이 평일로만 이루어진 나날 속에 여느 직장인보다 바쁘면 바빴지 여유롭지만은 않은 일상입니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기에 책 추천을 원하는 손님이나 독서모임을 하며 행복한 고민을 가지곤 합니다.

책방이 좋은 이유가 공감이 되었습니다.


책방은 내게 좋고 행복하다는 것 속에 부족한 마음도 채울 줄 알아야 함을 가르쳐 줬고 가장 익숙한 것에서 행복이 숨어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누군가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편하고, 익숙하게 마주치는 일상에서 보내는 나날들 속에서 곳곳에 숨어있는 행복을 찾아내고 보관하는 일이 모든 면에서 행복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인 듯하다. - page 45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으로 동네책방이 많이 사라진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요즘은 주인의 개성을 살리면서 개인책방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책만이 주는 감성에, 그리고 작은 책방만의 느낌에 빠져들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마치 이처럼 말입니다.


걸음으로 한 십 분정도로 꽤 가까운 위치였다. 걷는 동안 내내 설레었다. 아마 방금 전 그 아이도 엄마와 곧장 책방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이겠거니 싶었다.


책을 읽다 보면 불쑥 추억이 찾아 들어올 때가 있다. 오늘 난 이 아이 덕분에 어린 시절 추억을 만났고 그 기억을 만나러 책을 사러 왔다. 한동안 책장에서 무슨 책을 살지 고민하는 손님들만 보다가 오늘은 내가 책을 사러 온 손님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기억이 담긴 책들도 찾으면서 오래된 추억을 떠올려보곤 했다.

...

그곳에 가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담겨 있을 추억과 내 추억이 담겨 있는 책을 찾기 위해서 자주 들렀다. 그리고 마음 속 드는 바람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내 책 또한 추억이 담겨 있었으면 싶었다. - page 64 ~ 65


그가 행복해보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글 쓰는 것이 좋아 영어 공부방을 폐업하고 책방에서 일을 하는 그녀, 김은지 씨.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도 된다고,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한다고 일러주곤 하였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거야.'

마음먹기에는 너무 큰 결심, 너무 중대한 문제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삶에는 너무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진로 선택 정도는 삶이 방향을 조정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단지 하나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가 탄 뗏목이 어디로 가 닿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 page 82 ~ 84


여기 두 사람에게서 행복이 느껴지는 이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책'이었기에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도 그 행복이 느껴지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선택의 결정은 당연히 나의 몫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과 비슷한 '보통의' 것을 선택하며 그 후회마저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서른이란 나이에서 많이 주춤하게 됩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고군분투를 할 때.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도 그 선택에 대한 짐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갈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실행을 하는 것이 먼훗날 자신의 인생이 행복했음을 깨달을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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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토미가의 참극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0
아오이 유 지음, 이현진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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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찾아보다가 이 작품이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열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

범인과 명탐정의 두뇌 플레이


이 작품이 나온 시기가 1936년이라는데 그때 이미 이런 트릭을 이용하다니!

실로 놀라웠습니다.


소설의 제목처럼 일가의 안타까운 죽음엔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봅니다.


『후나토미가의 참극』

 


쇼와 x년 10월 10일 오전 10시경.

와카야마현 니시무로군 세토카나야마촌 미후네산 중턱에 있는 시라나미소 여관 별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오사카시 미나미구 고즈하치반초 후나토미 류타로와 그의 아내 유미코가 살해된 것입니다.

현장에는 유미코의 시체만 있고 류타로의 시체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흉기는 현장에 유기되어 있었고 피해자의 소지품은 분실된 것이 없었고, 딸 유키코는 여비도 그대로 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이미 사건의 범인은 검거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인지 수사를 비밀리에, 그 전보다는 더 치밀하고 상세하게 탐사를 반복하게 됩니다.


사건의 현장에 탐정 난바 기이치로가 시라나미소 여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을 살펴보며 그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의 앞에 한 남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스물일곱, 여덟의 청년으로 씩 하고 가볍게 웃으면 반짝하고 빛나는 금으로 씌운 앞니를 지닌 그가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를 꺼냅니다.


"자네가 스사 히데하루 군인가?"

"네, 그렇습니다."

스사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표정도 태도도, 음성도 정말 환하고 명랑한 젊음이 넘쳐났다.

"소개장에 의하면, 자네는 후나토미가의 상속인이 될 사람이라는데......"

"네, 그렇습니다만...... 안 되는 겁니까?" - page 27


이 사건을 먼저 의뢰한 사쿠라이 변호사가 이 청년의 재능을 칭찬했고, 가해자 피해자 양가에 가장 깊은 관계를 가진 인물이기에 어쩌면 대단히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거듭 추천으로 난바 앞에 선 스사 군.

아무래도 사건의 주요 인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난바는 친구의 누명을 씻고 곧 부모님이 될 뻔했던 후나토미가 사람들의 진짜 원수를 찾고 싶다는 간곡한 그의 바램 앞에 결국 그와 함께 비밀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두 명의 피해자.

찾지 못한 한 사람의 시신.

재물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치정 또는 원한에 의한 것일까?

과연 진짜 범인은 따로 있는 것일까?


범인이라 추정되는 이들에겐 완벽한 알리바이가 존재하게 되고 사건의 전말은 파헤칠수록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데......

범인의 두뇌 플레이 속에 경찰과 탐정, 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의 등장으로 게임의 주인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진실을 향해 갑니다.


읽으면서도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정말 '와~!'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추리소설에서도 '사건'을 바라볼 때의 마음가짐이 나오게 됩니다.

​

 


최근에 보고 있는 드라마 <모범형사>에서 '강도창' 형사가 그러했듯이.

선입견, 편견없이!

그래야 억울한 범인이 생기지 않기에!

진짜 벌을 받아야할 범인을 잡을 수 있기에!


마지막 난바의 깊은 한숨.

안도와 동시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씁쓸함이 묻어져 책을 덮는 순간에도 작은 탄식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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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미술 1교양 1 : 원시미술~낭만주의 - 처음 만나는 100일간의 서양미술사 교양 수업 ㅣ 1일 1미술 1교양 1
서정욱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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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그렇게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고 하기도 싫었는데 성인이 되고나서는 그 소리가 그립고 때론 공부도 하고 싶습니다.

(난 청개구리인 것인가......!)


특히나 아이에게 한글과 숫자 공부를 시키면서 가끔 아이가 저에게

"엄마! 왜 나만 공부해?"

라고 투정을 부리면 '아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뭔가 꾸준히 배우고 싶은 게 요즘 마음이었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원치않게 방콕을 하다보니 무료해진 일상에 자극이 필요하였습니다.


1일에 1 교양!

참으로 솔깃하였습니다.

큰 부담도 없을 뿐더러 꾸준히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면서 성취감과 스스로에게도 자존감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더 솔깃했던 건 '미술'.

그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긴 한 폭의 그림은 언제나 제 눈길을 사로잡기에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역시도 한치의 망설임없이 손을 뻗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만나는

100일간의 서양미술사 교양 수업


『1일 1미술 1교양. 1 : 원시미술~낭만주의』

 


우선 원시미술부터 낭만주의까지 50일간의 서양미술사 교양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현대사회에서는 우리의 본 모습을 찾기가 다소 어렵습니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래의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유행하는 형식 속에 감추게 되죠. 비슷해지려는 본능 또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오래 그러고 있으면 몸과 마음에 해가 됩니다. 그럼 오늘은 원래 우리의 모습을 찾아볼까요? 원시미술의 세계를 함께 탐구해 보시죠. - page 15


그렇게 시작된 원시미술은 우리가 알다시피 동굴벽화가 있었고 스톤헨지가 있었습니다.

동굴에 그림을 그리고 아무 도구도 없이 조각상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거나, 맨손으로 45톤짜리 돌을 옮기고 쌓고......

굳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크든 작든 불안감들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원래부터 그랬던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것들과 함께 살겠죠. 보통 불안할 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하나는 불안하면 짜증이 나니 참지 않고 화를 내며 푸는 선택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신념과 믿음 같은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무언가에 정성을 다하는 방식입니다. 석기인들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 결과 상상하기도 힘든 미술품들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이어져 신비로운 이집트 미술, 그리스의 화려한 미술, 그리고 중세의 어마어마한 성당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미술의 바탕에는 불안감의 극복이 있었습니다. - page 19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미술은 그렇게 발전하였고 우리의 몸과 마음에 위안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미술이 불안감 극복으로 안정감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서 좀더 품위 있는 삶의 추구로, 즉 실용성에서 아름다움 추구로 변화하게 됩니다.

밀로의 비너스나 사모트라케의 니케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교회가 필요하였고 설교할 단상이, 교인들이 앉을 의자가 필요했습니다.

그곳에 십자가와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장식이 필요하였고 그것이 바로 '모자이크'였습니다.

​

 


그럼 또 의문이 들게 됩니다.

왜 모자이크일까?


모자이크로 하면 단순화시키기가 쉽고, 또 모자이크라는 방식 자체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므로 성스러움을 표현하기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래 로마의 모자이크는 대리석을 사용했는데 비해 비잔틴 시대에 와서는 모자이크에 색유리 조각을 사용한 것입니다. 빛에 따라 반짝이게 말이죠. 이것이 비잔틴 미술의 특징입니다. - page 61


이 아름답고도 웅장함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곤 하였습니다.


중반쯤 오게되면 너무나도 친숙한 그림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역사적으로 천재 화가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공간에 존재했던 '르네상스'.

지금도 어떤 부흥이나 부활을 의미할 때 르네상스라는 말을 쓰듯 책 속에서도 르네상스 시대에선 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르네상스의 시인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

호기심 많은 만능 르네상스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의 천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등 짧지만 강한 임팩트있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거울이 있는 그림>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으며 만족해하는, 자기애가 나타나는데 화가는 그림 속에 거울을 등장시키면서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나온 「시녀들」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벨라스케스는 왕과 왕비를 그리고 있는 것이고 그 광경을 공주와 하녀들이 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마르가리타 공주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왕과 왕비가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요? 그 사실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벨라스케스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비너스의 단장」에도 「시녀들」에도 거울을 사용하였습니다. - page 177

​


이렇듯 작품도 자세히 보아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을, 화가는 자신의 작품에 무엇 하나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바로크 미술, 로코코 미술, 신고전주의와 19세기의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 속 화가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쩌면 지나칠 수 있었던 작품들을 한 눈에 알아보면서 정리하였습니다.

쉼없이 달려왔는지 어느새 19세기의 낭만주의까지 와 버렸습니다.

2권에서 시작될 사실주의에서 20세기 미술까지는 그 시대의 어떤 작가와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1일 1미술 1교양.

부담없이 '미술'이란 영역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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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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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뉴스를 접하면 답답하곤 합니다.

멀쩡히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피의자가 없는 경우.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

피의자의 신분이 높을수록 범죄의 경중이 낮아지는 경우.

특히나 이번 성범죄 사건의 경우엔 법의 처벌이 너무나 미비했기에 더 울분이 터지곤 하였습니다.


우리에겐 '법'이 있기에 그 원칙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참......

그래서 이 책의 문구가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 받은 사람들은 어쩌면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끝을 맺고 싶었던 거 같아. 어떻게든."


갑갑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유쾌하고도 가슴 짠한 복수 이야기가 펼쳐질 이 소설.


『복수전자』

 


"저기요. 저 사람이 김밥집에서 난동 부리는 걸 제가 똑똑히 봤다니까요?" - page 10


경찰서 안.

보미의 입장에선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피해자 아주머니를 대신해 피의자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팔도 비틀었고, 신고까지 했는데 오히려 남자는 보미에게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고 피해자 아주머니는 차 순경과 화목하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입니다.


"기성우 씨 일로 합의하러 오신 분이시죠?"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이리 와서 좀 앉으세요." - page 12


30대로 보이는 양복 입은 남자가 피의자 기성우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피해자가 작성한 피해 물품 목록을 제대로 훑어보지도 않고 바로 합의를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어 보미는 한 마디 합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아서요. 도대체 저 사람 누구예요? 뭐 국회의원 아들쯤이라도 돼요? 진짜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 page 13


그러자 차 순경은 오히려 보미에게 기성우 씨를 때린 폭행죄로 잡힐 수 있다는, 실로 자신이 우스운 꼴이 되어버립니다.

합의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니 차 순경이 조심스레 보미에게 귀띔해 줍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저 사람 자기 아버지한테 피해 입은 사람들한테 대신 사죄하고, 피해 보상금이라도 챙겨주고 싶어서 저런다는 얘기가 있어." - page 15


경찰서를 나오고 보미와 기성우는 서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버지한테 복수를 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자학을 하고 싶은 거예요?"

...

"왜요? 내가 그렇게 이상해 보여요?"

"처음엔 이상했는데, 지금은 좀 불쌍해 보여서."

"뭐가 불쌍한데요?"

"부모님을 증오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느 정도 짐작은 하거든요. 제 주변에 그런 분들이 꽤 있어서. 그런 부모한테 복수까지 하려면 저렇게 미쳐야 되나 싶기도 하고." - page 21


그리고는 기성우에게 명함 하나를 건네줍니다.

명함에 적힌 이름.


복. 수. 전. 자. - page 23


명함에 있어야하는 연락처는 없고 QR코드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습니다.

스캔을 하니 '복수전자'라는 모바일게임 설치 페이지로 넘어가고 호기심에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50단계의 복수게임을 마스터하고 나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질문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에 성실히 답을 하고나면 자신이 원하던 '복수'를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복수의 성공률은 99퍼센트.

그 복수를 해 주는 곳이 바로 복수전자였습니다.


그곳엔 전자제품 수리와 시스템을 관리하는 요셉, 붕어빵을 만들면서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도팔, 총괄 그들을 관리하는 테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일손을 돕는 보미와 복수전자를 통해 도움을 받아 자신의 위치에서 다른 사람의 복수를 지원하는, 재능기부를 하는 이들이 함께 억울한 사람들의 복수를 대신해주고 있었습니다.


기성우 역시도 국회의원인 아버지에게 복수를 결심하게 되면서 복수전자에 복수를 의뢰하는 이들의 사연과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우리에게 진정 '복수'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끊임없이 '복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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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복수'의 화살의 촉은 자신을 향해 있다는 사실을 소설에서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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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다고 해서 내 딸 희연이가 다시 살아 돌아오진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싶었다. 그렇게 나를 향한 나의 복수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내 복수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아주 작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 복수는 성공한 것 아닐까? 내게 닥친 불행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어쩌면 그 마음이 복수전자 사람들이 바라던 진정한 복수일지도 모르겠다. - page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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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복수의 결말은 그 냉기가 참으로 오래 남아 허망하고 싸늘하였습니다.

그건 아마도 완벽한 복수라는 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그럼에도 이들이 행한 행위는 견고한 바위에 미약한 실금이라도 남기며 또 다른 희생자를 막았다는 것이, 그리고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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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일을 그저 사회 밖으로 밀려난 루저들의 한풀이라 치부했을 테니까. 그렇게 하찮고 미약한 것들이 힘을 합쳐 철옹성 같은 자신의 존재를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그런 하찮은 존재들에게 자신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가장 뼈아플지도 모르겠다. - page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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