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거기 있니?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4
카트린 피네흐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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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저리 가, 알프레드!』를 읽었기에 친숙한 우리의 알프레드.

그땐 작은 의자만 겨우 챙겨서 머물 곳을 찾아헤매던 그 모습이 아이보단 제가 더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종종 제가 꺼내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소니아를 만나 따스한 커피를 나누던 모습.

이 그림책을 읽기 전 다시 『저리 가, 알프레드!』를 꺼내읽었습니다.


이번엔 알프레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아이도 조금은 걱정스러워합니다.

"엄마! 왜 알프레드의 모습이 아니라 친구의 모습만 보여?

빨리 알프레드 만나고 싶어!"

아이와 함께 우리의 친구 알프레드를 찾으러 갑니다.


『알프레드, 거기 있니?』

 


날이 밝았습니다.

우리 아이도 외칩니다.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소니아는 일어났는데...

집안이 조용합니다.

​

 


혹시 쪽지를 남기고 나갔을까?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살펴보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럼 잠시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을까?...

기다려보지만 알프레드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 소니아.


알프레드를 찾으러 직접 나서게 됩니다.

집 근처엔 없었나 봅니다.

걷다 보니...

장벽 가까이에 도달하게 됩니다.

​

 


낯선 이들이 하나 둘 지나갑니다.

그런데 아이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근데 다들 알프레드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사실 눈썰미가 있는 아이라서 혹시나 했는데...

"음... 우리 조금만 더 읽어보자!"

​

 


알프레드를 찾기 위해 장벽을 따라 걷다 보니 저~기!

우리의 친구 알프레드가 있었습니다.


"너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아다녔어.

근데 뭐 하고 있었어? 여긴 위험한 곳이잖아."


"장벽을 넘어오는 친구들을 도와줬어."

알프레드가 말했어요.


그렇게 소니아와 알프레드는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따스한 커피를 마시게 됩니다.

​

 


아직 아이가 '장벽'의 개념을 모르기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왜 위험하게 벽을 넘는 거야?"

"그러게. 장벽이 없었다면 안전하게 왔을텐데..."

라고 말하면서 순간 찡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존재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 장벽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장벽은 언제쯤 사라질지...


전편과 더불어 이번에도 '난민'에 대한, 그리고 '편견'을 지닌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순수하고도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알프레드 앞에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거기'에 있는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알프레드에게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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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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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본 드라마를 보면 '만요슈'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느낌으론 우리나라의 '향가'와도 비슷한 듯한...

간결하지만 뭔가 심오한 내용이 담겨있는 듯한 '만요슈'가 알고보니 일본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지는 가집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판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책 20권에 시가 약 4516수 정도가 있다고 하니 그 많은 내용을 접하기엔 너무나도 벅찼었고 이번에 이 책을 통해 그 느낌만이라도 알고 싶었습니다.


만인을 위해 걸작선 형태로 뽑아내어 사람들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을 최대한 담아낸 이 책.


『만요슈 선집』

​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역사적 배경을 모르기에, 일본인만의 고유의 성격도 몰랐기에 읽으면서도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글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한 가지가 아닌 그 숨은 뜻까지 파악해야 했기에 한 문장으로 표현되었지만 마치 한 권의 책과도 같은 느낌마저 들었기에 편히 읽을 수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일본'을 알게 되었단 느낌은 들었습니다.

아니, 일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자 역시도 이 책을 읽을 때 독자에게 '만요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

요컨대 작품에 대한 감상이 핵심이며 비평과 주석은 두 번째 문제다. 그것을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감상에 방점을 두었으면 한다. 만약 작품의 전반적인 의미를 파악했다면 잠시 필자의 비평이나 주석의 내용에서 벗어나 작품 그 자체를 충분히 음미해보길 바란다. - page 4

​

'만요슈'를 머리보단 가슴으로 이해하라는 그 말.

그 후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작품들을 읽다 보면 먹먹함이, 그 서글픔이, 애틋함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이 한 구절.

​

​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내 눈물이 아직 마르지도 않은 사이에 아내가 생전에 즐겨 보았던 뜨락의 멀구슬나무 꽃잎도 지게 되겠지'라는 뜻을 지닌 이 노래.

세월의 흐름이 너무도 빠름을 탄식하며 먼저 간 아내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있는 그의 심정이 이해하기 쉽고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자연스러움을 간직해, 특히 저 역시도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었기에 인상적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노래는 종래의 『만요슈』안에서도 굴지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니 어려운 노래보단 이렇게 쉬운 노래가 더없이 좋다는 것을, 만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이 구절 역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

그냥 음미했을 땐 연인을 보내는 석별의 아쉬움 같지만 이 노래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시켜가면서도 음미할 수 있는 노래였습니다.

'사랑하는 이'는 남동생을 표현하였고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아쉽지만 돌려보내 준다는 의지가 담긴 이야기라고 하니 그 의미를 헤아려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한 번 읽기엔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 구절을 읽고 잠시 내가 느낀 감정을 정리한 뒤 주석을 따라 다시 읽고...

적어도 세 번 정도 구절을 되뇌어보니 비로소 '만요슈'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만요슈.

요즘처럼 깊어가는 가을밤 한 구절씩 읊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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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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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미 『익명의 소녀』로 작가를 만났었습니다.

흡입력 있는 전개와 거듭된 반전으로 한순간도 긴장을 끈을 놓치 못하게 하는, 아주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를 선사했기에 꽤 인상깊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도 추천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20년 최고의 여성 작가 소설" _<마리끌레르>

"추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책장을 미친 듯이 넘길 것이다! _<커커스리뷰>


이번에도 '여성'이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책장을 펼쳐봅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죠."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커피 테이블에 놓여 있는 와인 잔 두 개, 낭만적인 밤의 증거. 나는 잔을 치우며 그 아래 고인 루비 빛깔의 얼룩을 닦아낸다. 커피를 내리고 있어서 다크로스트 원두 향이 작은 부엌에 진동한다. 18개월 전 머리힐의 이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 션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커피다. - page 11


뉴욕에 사는 서른한 살의 '셰이 밀러'.

그녀는 오늘도 룸메이트 션과 그의 여자친구 조디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며 최대한 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자 아침부터 길거리로 나서게 됩니다.


숫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2 더하기 1은...... 너무 많다. - page 13


통계 수치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버릇인 그녀의 최근 통계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 나이에 사귀는 사람 없고 인원 감축으로 인한 해고를 통보받았기에 느릇느릇 도는 소용돌이 속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간.

33번가의 지하철역으로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방금 놓친 열차가 역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본 후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남자는 왜 방금 떠난 열차를 안 탔을까? - page 15


염소수염을 기른 남자가 일요일 아침 한산한 지하철 플랫폼에서 백팩을 메고 빈둥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왠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셰이는 탈출구를 확인하며 남자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면서 흰 도트 무늬 녹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 쪽으로 더 가까이 움직였습니다.

아마도 과잉 반응이겠지...

스스로를 꾸짖는 것도 잠시.

플랫폼의 칙칙한 콘크리트에서 뭔가가 반짝이고 있어 허리를 굽혀 주워보니, 활활 타오르는 태양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금목걸이였습니다.

혹시 저 여자가 떨어뜨렸을까? 하며 그녀에게 막 물어보려던 찰나.

그녀가 플랫폼 가장자리로 다가갑니다.


나는 손을 뻗으며 그녀에게 뭐라고 외친다. "안 돼요!" 혹은 "그러지 말아요!" ...... 하지만 너무 늦었다.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 터널 입구에 열차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가 뛰어내린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무용수처럼 두 팔을 머리 위로 쳐든 채 얼어붙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age 17


'어맨다 에빙거'.

스물아홉 살. 싱글. 자녀 없음.

시립병원에서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느라 동료들과 친분을 쌓을 여유가 없었던 어맨다는 완벽한 후보처럼 보였지만 스스로 지하철 바퀴 밑으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어멘다가 죽고 이틀이 지난 밤.

커샌드라 무어와 제인 무어는 추도식을 계획합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음을 목격한 셰이는 쉽게 죽은 이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결국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고 죽은 여성이 자신과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 셰이는 추도식에 참석하게 됩니다.

셰이에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커샌드라와 제인 무어 자매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어맨다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셨죠?"

그녀에게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는 없다. 멜라니처럼 그녀도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헛기침을 한 뒤 정신없이 방을 둘러본다.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단 두 명의 남자를 제외하곤 전부 여자고, 거의 모두가 내 또래다.

둘째, 포스터 크기의 사진 속에서 어맨다가 삼색털 고양이를 안고 있다.

"같은 동물병원에 다녔어요." 불쑥 말이 나와버린다. "우리 둘 다 고양이를 키웠거든요."

커샌드라가 내 손을 풀어준다. "어머, 그랬군요."

거짓말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곧장 밀려든다. 왜 그냥 같은 동네에 살았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 page 51


이후 셰이와 커샌드라와 제인 무어 자매의 친절함에 급속히 친해지게 되고 그녀들 곁에 있는 밸러리, 베스, 스테이시, 대프니 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어맨다의 죽음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죽음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셰이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거짓말'이 만들어낸 '눈덩이 효과'.

​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가리기 위해 또다시 거짓말을 반복해야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진실은 점점 멀어지고 겉잡을 수 없는 거짓말은 자신 스스로 만든 덫이 되어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고통받는 피해자는 자꾸만 숨게 되고 가해자는 당당히 세상을 돌아다니는지...

어디든 피해자만 비참해지는 세상이 더없이 잔혹하기만 하였습니다.


자매에겐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매 사이는 훨씬 더 끈끈했고 자신들을 지키기위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서로를 두둔하고 사랑하며 그렇게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만든 그들만의 세상 속에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명분을 쌓는 모습이 더없이 초라해보였습니다.


너무나도 외로웠기에 쉽게 다른 사람의 친절에 넘어간 것일까...

댓가 없는 친절이 외로움보다 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모습이 잔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여운이 남아 차마 마지막 책장을 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진정한 복수가 무엇인지, 복수 뒤에 쾌감보다 허무뿐이니...

그리고 남겨진 셰이가 불쌍했습니다.

외로웠기에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던 셰이.

상처받은 그 마음을 위로해 줄 진정한 친구들이 나타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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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응켱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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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명절이 찾아오는 이맘 때엔 어김없이 '에세이'를 읽곤 합니다.

누가 뭐라한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고...

누군가와 공감하며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랄까...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표지부터가 뭔가 신나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문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짧은 인생, 재밌게 살아~"


철모르고 사는 즐거움을 일러주겠다는 작가의 신나는 일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 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 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어릴 적엔 마냥 어른만 되면 정해진 길에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남들처럼 대학 나와서 회사에 취직하고 아침마다 지옥철을 타면서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길인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곤 합니다.

'넌 행복하니?'

'네 삶에 만족하니?'


만족한다고, 행복하다고 스스로에게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 제 지인들도 그랬으니...


이런 생각은 대개 서른 이후에 드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 보았기 때문이기에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감, 어쩌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저자 역시도 이런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내가 쓰는 총비용(시간, 체력 및 정신적 비용) 대비 세후 월급이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시점이 오니, 결국 이 직장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여러모로 나를 낮추고, 감추고, 억눌러야 하는 상황에 억울함의 감정이 넘실거렸다. 아니, 도대체 어디까지 나란 존재를 겸손히 여겨야 하는 것인가(아마도 저 지구 핵까지). - page 19


아무튼 생각한 대로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절실함으로 퇴사를 결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일에 대한 만족과 자신감 부족은 결국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되었다. 어쩌면 연차가 제법 쌓인 이후의 직장 생활은 매 순간이 '교여 있음'이 주는 안정과 그것에 대한 싫음 사이의 투쟁과 같았다. 아이러니한 건, '고여 있음'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야 비로소 미련 없이 사직서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자 반성의 결론이었나 보다. '고여 있음' 역시 치열한 인내와 무수한 결정이 수반되는 대견한 순간들의 연속이자, 그 안에서도 개인은 기꺼이 성장과 행복을 찾아 낼 수 있다는, 그 생각에 다다라서야 나는 비로소 진짜 떠나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page 36


퇴사 후 귀향은 이상만큼 마냥 즐겁고 행복하진 않습니다.

아니, 사람들은 이야기할 것입니다.

책임감이 없다며, 철이 없는 행동이라며, 아직도 마냥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고.

하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기, 나라는 존재를 앎으로써 보다 세상을 살아갈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기에 한 번뿐인 인생,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오늘의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잠깐이지만 대낮에 산책을 다니던 그녀.

동료와 날씨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던 그 시절.

​

 


그땐 몰랐지만 날씨로 인해 일상에 소소한 활력을 나눌 수 있었음을 이야기하는 그녀로부터 저도 문득 창밖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구름 한 점없는 맑은 가을 하늘.

가볍게 스치는 바람.

제 안에도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그날그날의 볕과 바람, 매일이 다른 하늘의 풍경, 흙과 풀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감각 정도라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 거였을까. 오늘의 날씨를 나눈다는 게.

날씨를 느끼는 감각,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일. 그렇게 일상에서 채울 수 있는 소소한 활력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 page 97


저도 한때는 '열심히'하면 뭐든지 될 줄 알았습니다.

내게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지만 나중에 제게 주어진 건 활활 타고 남은 재뿐이었습니다.


결국 열심은 양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의지와 활력을 가지고 산다는 점에서는 분명 좋은 태도였지만, 힘을 빼고 적당히 부유하는 법은 모르는 듯하니 위태로운 방식 같기도 했다. 힘이 들어간 상태로 헤엄을 치면, 멀리 나아가기 힘든 이치가 아니었을까. 금방 가라앉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곤 했다. - page 193


참으로 미련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유독 와닿았습니다.

제 엄마도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기에...

​

 


저자의 삶이 더욱 빛나 보였던 건 '낭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히 낭만적인 삶을 위해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결코 '낭만'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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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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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장미꽃과 더불어 보이는 반지.

하지만 이 소설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난 내 아들을 사랑한다. 중요한 건 그것 뿐이다."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걸프렌드』

 


6월 7일 토요일.

로라는 7시 반도 안 된 시간에 일어나 옷을 입고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고 있었습니다.

아들 대니얼이 집으로 돌아온 지 만 이틀이 되었지만 로라는 아침 일찍 출근했고, 집에 돌아왔을 땐 대니얼이 없었습니다.

아들과의 대화를 갈망했고 정보에 굶주렸던 로라.

오늘은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이 함께하는 하루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결국 이 집으로 안 들어올 거야?"

"아, 엄마...... 방학을 빼면, 제가 이 집에서 안 산 지 벌써 5년이에요. 방학 때도 항상 여기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 page 14


아파트를 보러 다녔던 대니얼.

자신에게 아파트를 소개하는, 짧게 자른 탐스럽고 짙은 갈색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체리에게 그만 첫눈에 반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대니얼에게 특별한 여자 친구 '체리'가 생기게 됩니다.


"대니얼은 오늘 밤에도 나갔어."

"그런 것 같네."

"사흘 연속이야."

하워드는 여전히 신문에서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짧게 웃었다.

"다 큰 애잖아." - page 30


사실 로라가 아들 대니얼에게 집착을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니얼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여자아이, 로즈.

로라의 첫 딸이었습니다.

로즈는 태어난 첫날부터 제시간에 먹고 자는 완벽한 아기였지만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깨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즈는 산도의 미확인 박테리아 때문에 B군 연쇄상구균에 감염되었고 스물네 시간 뒤, 의사들은 로즈가 죽을 거라고 맗샜습니다.

두 시간 뒤, 로즈는 태어난 지 7일째 되던 날 로라의 품에서 죽게됩니다.

죄책감에 빠진 로라.

다시 임신하였을 때 그녀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로라는 자신의 기도를 듣는 존재가 누구이든 간에 아기를 안전하게 지킬 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이 작은 생명체에게 바치겠노라고, 그 어떤 일도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 page 34


6월 9일 월요일.


"저녁 식사에 한번 초대하지 그래?"

"네?" - page 57


로라는 대니얼에게 체리를 집으로 초대하라고 합니다.


6월 13일 금요일.

케이븐디시 부부의 집에 초대받은 체리는 초조하였습니다.

대니얼의 부모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해야 할 텐데...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이지만 체리는 버림받은 기분이 들고 불안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어머니와 다정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이 체리에겐 낯선 개념이었기에, 그리고...


체리는 문을 잠그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 전날 밤 엄마가 했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부자들은 사는 게 다르단 거지. 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게 없잖아.

엄마의 말이 옳은 걸까? 지금까지로 봐서 오늘 저녁은 긴장한 순간, 어색한 순간들의 끔찍한 조합이었다. 체리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로라와의 따스한 우정이 시작될 거라고, 바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어쩌면 한두 번 농담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주방으로 들어가 로라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걸 도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체리는 로라가 제2의 엄마가 되어 줄 거라고, 그녀의 멋진 날개 밑에 자신을 품어 주고 자신이 바랐던 그런 엄마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체리는 어린애 같은 망상을 품었던 자신에 대한 수치심에 몸이 달아올랐다. 어쩐 일인지 체리는 그날 저녁 내내 열등감을 느꼈다. 자신이 이런 사람들을 상대할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수치심은 혐오감으로 변했다. - page 88


6월 14일 토요일.

로라는 친한 이사벨라를 만나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어서 말해. 말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얼굴인데......"

이사벨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 앤 투팅 출신이고...... 대니얼은 여기 사우스 켄에 살고...... 너무 차이 나잖아. 너무 빨리 대니얼한테 집착하는 것 같아서." - page 99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긴 로라는 자신의 1년 중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2주일동안 프랑스 별장으로 대니얼과 체리를 초대하려 합니다.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하지만 로라는 체리가 자신의 아들 대니얼을 뺏어가는 느낌에 쓸쓸함을 느끼고 또 뭔가 심연치않은 체리의 존재.

묘한 불길함은 결국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점점 세 사람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달아가는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일으킨 비극이 펼쳐진 『걸프렌드』.

한순간도 손에서 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

로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자식을 잃은 부모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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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엄마의 '사랑'이라 쓰고 '집착'이 낳은 결과는 참으로 잔혹하기만 하였습니다.


또한 체리...


"제발 그만 좀 하시죠? 그 비참한 인생을 내가 구해 준 거라고요. 엄마도 봤어야 해요. 뛰어다닐 공간도 없고 햇빛도 없고 바람도 안 통하는 곳에 갇혀 있었다고요. 비참한 삶이었어요. 그깟 '출신지' 때문에 미래가 없었어요." - page 440 ~ 441


그녀는 '열등감'으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자.

모두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 '거짓말'로 사랑은 잔인한 칼날로 그녀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막장 드라마'와도 같았습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 자신의 출세를 위해 거짓으로 포장하기 급급한 여자 친구, 그리고 어리숙한 남자.

차수경의 <용서 못해>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해
내 모든걸 다 주는데 왜 날울리니
니가 나에 상처 준만큼 다시 돌려줄거야
나쁜여자라고 하지마 용서못해
잔인한 인연은 사랑같아
길이 아닌데 가다가 멈출 수는 없어
사랑끝에 후회가 찾아오면 비로서 남는건 미움뿐 - 차수경의 <용서 못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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