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요슈 선집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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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본 드라마를 보면 '만요슈'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느낌으론 우리나라의 '향가'와도 비슷한 듯한...

간결하지만 뭔가 심오한 내용이 담겨있는 듯한 '만요슈'가 알고보니 일본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지는 가집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판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책 20권에 시가 약 4516수 정도가 있다고 하니 그 많은 내용을 접하기엔 너무나도 벅찼었고 이번에 이 책을 통해 그 느낌만이라도 알고 싶었습니다.


만인을 위해 걸작선 형태로 뽑아내어 사람들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을 최대한 담아낸 이 책.


만요슈 선집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역사적 배경을 모르기에, 일본인만의 고유의 성격도 몰랐기에 읽으면서도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글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한 가지가 아닌 그 숨은 뜻까지 파악해야 했기에 한 문장으로 표현되었지만 마치 한 권의 책과도 같은 느낌마저 들었기에 편히 읽을 수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일본'을 알게 되었단 느낌은 들었습니다.

아니, 일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 역시도 이 책을 읽을 때 독자에게 '만요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요컨대 작품에 대한 감상이 핵심이며 비평과 주석은 두 번째 문제다. 그것을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감상에 방점을 두었으면 한다. 만약 작품의 전반적인 의미를 파악했다면 잠시 필자의 비평이나 주석의 내용에서 벗어나 작품 그 자체를 충분히 음미해보길 바란다. - page 4

'만요슈'를 머리보단 가슴으로 이해하라는 그 말.

그 후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들을 읽다 보면 먹먹함이, 그 서글픔이, 애틋함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이 한 구절.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내 눈물이 아직 마르지도 않은 사이에 아내가 생전에 즐겨 보았던 뜨락의 멀구슬나무 꽃잎도 지게 되겠지'라는 뜻을 지닌 이 노래.

세월의 흐름이 너무도 빠름을 탄식하며 먼저 간 아내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있는 그의 심정이 이해하기 쉽고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자연스러움을 간직해, 특히 저 역시도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었기에 인상적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노래는 종래의 『만요슈』안에서도 굴지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니 어려운 노래보단 이렇게 쉬운 노래가 더없이 좋다는 것을, 만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구절 역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냥 음미했을 땐 연인을 보내는 석별의 아쉬움 같지만 이 노래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시켜가면서도 음미할 수 있는 노래였습니다.

'사랑하는 이'는 남동생을 표현하였고 이는 더할 나위 없이 아쉽지만 돌려보내 준다는 의지가 담긴 이야기라고 하니 그 의미를 헤아려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한 번 읽기엔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 구절을 읽고 잠시 내가 느낀 감정을 정리한 뒤 주석을 따라 다시 읽고...

적어도 세 번 정도 구절을 되뇌어보니 비로소 '만요슈'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만요슈.

요즘처럼 깊어가는 가을밤 한 구절씩 읊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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