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응켱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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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명절이 찾아오는 이맘 때엔 어김없이 '에세이'를 읽곤 합니다.

누가 뭐라한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고...

누군가와 공감하며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랄까...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표지부터가 뭔가 신나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문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짧은 인생, 재밌게 살아~"


철모르고 사는 즐거움을 일러주겠다는 작가의 신나는 일상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 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 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어릴 적엔 마냥 어른만 되면 정해진 길에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남들처럼 대학 나와서 회사에 취직하고 아침마다 지옥철을 타면서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길인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곤 합니다.

'넌 행복하니?'

'네 삶에 만족하니?'


만족한다고, 행복하다고 스스로에게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 제 지인들도 그랬으니...


이런 생각은 대개 서른 이후에 드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 보았기 때문이기에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감, 어쩌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저자 역시도 이런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내가 쓰는 총비용(시간, 체력 및 정신적 비용) 대비 세후 월급이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시점이 오니, 결국 이 직장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여러모로 나를 낮추고, 감추고, 억눌러야 하는 상황에 억울함의 감정이 넘실거렸다. 아니, 도대체 어디까지 나란 존재를 겸손히 여겨야 하는 것인가(아마도 저 지구 핵까지). - page 19


아무튼 생각한 대로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절실함으로 퇴사를 결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일에 대한 만족과 자신감 부족은 결국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되었다. 어쩌면 연차가 제법 쌓인 이후의 직장 생활은 매 순간이 '교여 있음'이 주는 안정과 그것에 대한 싫음 사이의 투쟁과 같았다. 아이러니한 건, '고여 있음'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야 비로소 미련 없이 사직서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자 반성의 결론이었나 보다. '고여 있음' 역시 치열한 인내와 무수한 결정이 수반되는 대견한 순간들의 연속이자, 그 안에서도 개인은 기꺼이 성장과 행복을 찾아 낼 수 있다는, 그 생각에 다다라서야 나는 비로소 진짜 떠나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page 36


퇴사 후 귀향은 이상만큼 마냥 즐겁고 행복하진 않습니다.

아니, 사람들은 이야기할 것입니다.

책임감이 없다며, 철이 없는 행동이라며, 아직도 마냥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고.

하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기, 나라는 존재를 앎으로써 보다 세상을 살아갈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기에 한 번뿐인 인생,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오늘의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잠깐이지만 대낮에 산책을 다니던 그녀.

동료와 날씨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던 그 시절.

 


그땐 몰랐지만 날씨로 인해 일상에 소소한 활력을 나눌 수 있었음을 이야기하는 그녀로부터 저도 문득 창밖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구름 한 점없는 맑은 가을 하늘.

가볍게 스치는 바람.

제 안에도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그날그날의 볕과 바람, 매일이 다른 하늘의 풍경, 흙과 풀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감각 정도라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 거였을까. 오늘의 날씨를 나눈다는 게.

날씨를 느끼는 감각,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일. 그렇게 일상에서 채울 수 있는 소소한 활력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 page 97


저도 한때는 '열심히'하면 뭐든지 될 줄 알았습니다.

내게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지만 나중에 제게 주어진 건 활활 타고 남은 재뿐이었습니다.


결국 열심은 양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의지와 활력을 가지고 산다는 점에서는 분명 좋은 태도였지만, 힘을 빼고 적당히 부유하는 법은 모르는 듯하니 위태로운 방식 같기도 했다. 힘이 들어간 상태로 헤엄을 치면, 멀리 나아가기 힘든 이치가 아니었을까. 금방 가라앉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곤 했다. - page 193


참으로 미련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유독 와닿았습니다.

제 엄마도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기에...

 


저자의 삶이 더욱 빛나 보였던 건 '낭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히 낭만적인 삶을 위해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면서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결코 '낭만'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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