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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시골빵집'이라는 단어에 이끌렸습니다.
소박할 듯한 느낌이랄까...
고소한 빵 냄새로부터 느끼게 되는 아늑함이랄까...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이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알고 보니 이미 이 책의 저자인 일본 변방의 시골빵집 주인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통해 삶과 노동이 하나 된 인생을 추구하며 자본주의의 부조리에 맞서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주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도 장바구니에 넣어보고...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또다시 우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변화, 더 깊어진 성찰을 담았다는 이 책.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균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면서부터 진정한 삶의 균형과 나다움을 되찾게 되었다!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돗토리현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마을 '지즈초'.
빵과 맥주를 만들고 '다루마리'라는 가게를 꾸리며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
사실 이 부부 빵집의 주 무대는 오카야마현 가쓰야마였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왜 지즈초로 이주를 하게 되었을까?
책을 출간한 뒤 몰려드는 손님을 맞이하고 잡지와 텔레비전 등 미디어에 대응하느라 더할 수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들.
"그만두겠습니다. 전 그냥 즐겁게 살고 싶어요.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수련'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즐겁게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 page 19
자연 재배(무비료 무농약)한 재료가 아니면 빵에 넣을 수 없다는 생각.
제조 과정에서도 세세한 데 집착하면서 '이런 게 장인 정신이다!'란 고집
이 더해져 제빵팀 핵심 직원이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빵 만드는 일은 중노동의 연속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과 원전 사고까지.
더 이상은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깨끗이 문을 닫겠다고 선언하지만 엄청난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다음 가게는 어떡하나?
이사 비용은 얼마나 들까?
처음부터 돈 관리는 전적으로 마리에게 맡겼는데 통장에 돈은 얼마나 있을까?
그 돈으로 앞으로 몇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만은 없기에 몸을 움직이게 되고 그러면서 사고가 낙관적으로 변하면서 새 터전에서 새출발을 하고자 합니다.

제빵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맥주 양조까지.
그러면서 '균'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균의 움직임
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균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에는 빵 공방 내부 환경에만 관심을 쏟았던 나에게 균들은 '빵 공방 외부 환경도 생각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아'라고 말해주었다. - page 53
다루마리에서는 다섯 종류의 자가 배양 효모를 이용해 빵을 굽습니다.
v 맥주 효모
v 건포도 효모
v 통밀가루(전립문) 효모
v 화이트 사워
v 주종
이 효모들을 만들 때 공기 중에서 채취하는 야생의 균은 주로 효모, 유산균, 누룩균 세 종류였습니다.
특히나 채취가 어려운 '누룩균'은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였습니다.
"전 세계의 인간 활동이 당신 주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네!"
...
나는 이제껏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성을 따지기 귀찮았던 것이다. 그래서 누룩균은 오래된 전통 가옥에서만 채취할 수 있다고 단정 지었다. 누룩균이 서식하는 환경은 끊임없이 변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단정 지음으로써 나는 스스로 고착된 사고를 머릿속에 주입했다.
자연은 항상 변한다. 자연을 대변하는 균과 대화함으로써 늘 변하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현실 세계와 머릿속 이상의 간극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 page 61 ~ 64

'맥주'를 만들면서 '신선도가 생명!'이라는 획일화된 가치관에서 '숙성'이라는 더 큰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시간 단축에 모든 힘을 쏟는다. 그 결과 사람들은 기계의 속도에 맞춰야 하는 노동을 고통으로 여기게 되었고, 생산품의 수명도 짧아졌다. 가격이 싸진다 한들 금세 망가지기에 다시 사야하고, 결국 쓰레기만 잔뜩 쌓인다.
그에 반해 나는 전통적인 제빵 방식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차례 개량해야 했고, 완성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야말로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그런 생산 방식과 기술이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오래가는 물건을 만들려면 그 재료의 질도 좋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산 현장에서 긍정적인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오래가는 상품'을 많은 소비자가 찾고 많이 살수록 지역 경제와 환경은 좋아질 것이다. 그리되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도 가치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131 ~ 132
'빵'을 만들면서 '나다움'을 발견하게 되고...
잘난 사람만 '올바르게' 대접받는다면 숨 막히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만약 그런 세상이 있다면 잘난 사람에 대한 평가도 정량화되어 얼마나 잘났는지가 점수로 매겨지지 않을까? 그리되면 나 같은 사람은 남 앞에 나서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제빵을 배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과 재료를 만났고, 야생의 균이라는 엄청난 자연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노력했기에 비로소 '나다움'을 깨달았다.
작아도 좋으니 틀을 깨고 '자기답게' 표현할 때 사람은 만족할 수 있다. 자기답게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열린 형태를 띨 것이다. 그런 사회에는 분명 틀을 깰 기회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애초에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출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 page 159
'균'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차분히도 일러주어서 여느 책보다 강한 울림으로 남았다고 할까...
왜 이 작은 시골빵집 주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목숨을 유지하려면 자기 외의 존재를 파괴할 수밖에 없을까?
다른 이를 망가뜨리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며 책을 썼다는 부부.
그리고 그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해주었습니다.
"균을 통해 세상을 보면 생명은 참으로 신기하다.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살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결과물로 빵과 알코올이라는 이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봅니다.
어디선가 누룩균이 우리의 귓가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균이 이끄는 대로 한번 살아보는 것은 어떨지.
그럼 당신은 진정한 삶의 균형과 나다움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