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인물 가상 인터뷰집 -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나게 풀어낸 역사속 소문의 진상
홍지화 지음 / nobook(노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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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위대한 인물들을 지금 이 순간 소환해 인터뷰를 진행한다면?


'위대한 업적'을 일궈낸 '위대한 인물'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기록'으로 남겨진 그들의 일화.

몇 줄의 글로만 남기엔 할 말이 많지 않았을까...?

그동안은 말할 수 없었던, 말할 기회가 없었던 그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옛 선인들과의 수다를 통해

그들이 지금 우리들에게 보내는 시그널,

지혜의 메시지에 귀 기울러 보자.


『한국의 역사인물 가상 인터뷰집』



21명의 위인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이들이 다시 소환되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처럼 당시에는 말할 수 없었던 비밀들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진짜였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까...?!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느낌이 듭니다.


여기 호출되신 위인들도 우리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다르게 살려 노력했고, 꿈을 꾸고 쉼 없이 노력했다. 암울한 시대와 엇박자를 내면서도, 온갖 장애물에 막혀 넘어지고 쓰러져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남기거나, 지키거나, 꿈을 이루려 노력했다. 어쩌면 세상이, 난세가 평범했던 그들을 위인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꼭 다른 사람과 같은 길을 가려 애쓸 필요는 없다고,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늦깎이여도 괜찮다고. - page 8


그렇기에 이 책은 누군가의 조언과 충고가 필요한 이에게, 앞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나갈 아이들에게 그들이 보내는 시그널에 귀를 기울여볼 것을 권해볼만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화된 인물들이 떠올랐고 드라마화된 인물들이 떠올라 그 역할을 했던 인물과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많은 이들의 인터뷰를 담기에 각자의 이야기가 짧았다는 점이, 그리고 진짜(?)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그다지 없어 크게 차별화된 점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있었는데 때마침 뉴스에서 들려온 정치인들의 이야기.

에휴...

이 갑갑한 마음은 무엇으로 뚫을 수 있을까나...

그들에게 '김춘추'의 말을 전해봅니다.



20세기 현대 이론물리학의 금자탑을 세운 '이휘소' 박사님의 인터뷰에서 그의 어머니가 참 멋진 분이시라는 것을, 그래서 그도 그렇게 멋진 분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사람은 누구나 죽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알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왜 사람은 죽는 것일까? 며칠동안 고민했지요.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지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도 어느 날 내 곁에서 영영 사라진다는 게 너무 무섭고 싫었습니다. 그래서 먹으면 절대 죽지 않는 약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지요. 그 때 우리 어머니가 저에게 그런 말씀을 남겨주셨어요. "휘소야, 파란 바닷물에 빨간색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지? 잉크는 곧 사라져서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완전히 아주 사라진 걸까? 바닷물에 떨어진 빨간 잉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란다. 잉크는 바닷물이 되어 온바다를 떠돌게 되지. 생각해보렴. 얼마나 신나겠어. (중략) 휘소야,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다. 모양을 바꿀 뿐이지." - page 113 ~ 114


나도 이런 엄마가 되어야 할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이휘소 박사님의 억울함이...

책을 좋아하고 읽는 독자로써 보다 현명한 태도를 지녀야 함을 깨닫게 해 준 사건.


학자나 작가는 본인이 공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오. 파급력에 따라서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문제요. 그래서 사실 확인이라는 게 꼭 밑바탕이 되어야 하오.  아무리 픽션이 가미된 소설이라 해도 말이오. 근데 1993년에 한 작가가 발표한 소설에 내가 마치 핵물리학자처럼 묘사되었소. 결말에는 한국이 핵을 갖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던 미국이 주인공을 의문의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는 걸로.

이 책은 곧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소. 엄청난 파급력에 이휘소는 핵물리학자다, 군사정권을 도와주다가 제거됐다, 이렇게 사실인양 굳어져 사람들에게 인식돼버린 겁니다. 내 유족이 작가를 상대로 법적 소송도 벌였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작가는 핵물리학자가 어때서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게 되냐며 적반하장 격으로 나왔고, 법원은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지요. 꼼짝없이 나는 그토록 경멸하던 핵을 만드는 핵물리학자로 낙인찍혔지요. 다행히 근래에 내 제자들과 학계의 노력으로 오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있지요. - page 116


안타까웠던 한 여성의 인터뷰가 남았습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경제학사, '최영숙'.

여성인권과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

동양인 최초로 스톡홀름대학 정치경제학과에 입학하고 경제학 학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조국은 피폐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의 지식보다는 너무나도 어려운 생계를 일으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사회를 위해 발 벗고 나서서 솔선수범하는 그녀의 모습.


낙원동 여자소비조합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리를 듣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손해 볼 줄 빤히 알고서도 자금을 융통해 인수하기도 했고, 이화학당 은사 김활란이 공민학교를 세울 계획을 말하자 만사를 제쳐두고 밥을 굶어가며 도서관에 드나들면서 공민독본 편찬에 적극 나서기도 했지요. 스톡홀름대학 경제학사인 내가 '콩나물장사'에 나선 것은 생계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소비자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였어요. 장사가 그리 어렵고 힘든 일인지 그때 비로소 몸소 깨달았지요. - page 130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너무나도 짧게 생을 마감한 그녀.


 


이 먹먹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파노라마처럼 지나쳤습니다.

그들이 했던 이야기들.

어릴 적에 위인전을 읽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와 새삼 깨닫게 됨이란...

가끔 위로를 용기를 얻고 싶을 때 무전기로 외치면 그들이 대답할까요?


'혹시 ○○○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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