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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16년 전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캬~
너무 쫄깃하지 않은가!
이 끝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
추리소설은 이 맛에 읽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이 소설에서는 어떤 비극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 진실은 무엇일지 읽어보았습니다.
잊혀진 사랑, 묻혀진 과거,
지울 수 없는 낙인
『국어교사』

2012년 여름학기.
각 학교에서는 '학생과 작가의 만남'이라는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워크숍이 실시됩니다.
워크숍 강사로 오스트리아의 유명 청소년문학 작가인 '크사버 잔트'는 프로그램을 맡은 국어교사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16년 전 헤어진 옛 연인이었던 '마틸다'였습니다.
이런 우연이 있나!
그는 반가운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메일을 써서 보내지만 그녀는 냉랭하기만 합니다.

사랑을 했었고 '천사 3부작'이란 작품을 같이 대화를 나누며 완성하게 되었고 출판사에서 출간 승낙이 나면서 이젠 무명작가에서 벗어나게 되는, 이 기쁨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는 그녀에게 그 어떤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납니다.
영문도 모른 채 헤어진 그녀.
알고 보니 신분 상승을 하기 위해 대부호의 딸과의 결혼을, 이미 뱃속엔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이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그녀는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려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간신히 교단에 복귀한 그녀와 달리 크사버는 아기를 안고 아내와 전원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방송으로 비추며 행복해 보입니다.
하지만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 피눈물 난다'라는 말처럼 부인이 여행을 가고 크사버와 보모가 농장 저택에서 한 살 반 된 아기를 돌보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실종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그리고 1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크사버와 마틸다.
그 공백의 시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소설은 크사버가 '자신의 외할아버지 리하르트의 이야기'와 마틸다가 '어린아이를 납치해 지하실에 감금한 뒤, 언어를 가르치지 않으며 사육하는 한 여자교사의 이야기'를 교차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었겠지만 조금씩 교차점을 만나게 되고 결국 끝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데...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모티브를 가지고 산다. 모티브는 인생이라는 악보와 멜로디를 형성하는 하나의 주제다. 대부분의 경우 모티브는 그 사람의 성장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삶을 통해 퍼져나가고 점점 커져간다. 그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자신의 인생 모티브를, 적어도 삶의 한 귀퉁이에서 제대로 자각하는 인간도 있다. 한편으로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인간도 있다.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두 번째 모티브가 첫 번째 모티브와 얽히고설켜서 첫 번째 모티브가 다르게 보이도록 영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 page 238
크사버에게서 일어난 일들이 결국은 '허영'이란 모티브에서 비롯된 것임이 안타깝게도 여겨지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모티브를 가지고 살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내 삶도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크사버와 리하르트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리고 잘못된 선택으로 어긋났던 조각을 다시 마춰가는 모습에서 보인 화해와 용서.
그렇지만 어떤 인간이든 또 다른 기회는 필요해! 나이가 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좋았는지 알게 돼. 죽어서 끝이 아니라, 그렇게 알고 난 다음에 어떤 물을 통과해서 또다시 스무 살이든, 열다섯 살이든, 스물일곱 살이든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좋을 텐데. 누구나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는 지점으로 돌아갈 권리 말이야. 누구나 다시 한 번 삶을 살아갈 수 있어. 처음 태어날 때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말이지. 첫 번째 인생과 다른 조건은 하나도 없어. 그저 첫 번째 인생에서 뭘 잘못했냐는 의식은 가지고 있어. 그리고 첫 번째 인생이 끝났을 때 얻은 지혜를 가지고 두 번째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거야. 그럼 공평하잖아? 왜 이런 말들 많이 하잖아 - 그래, 자네에겐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해! 라거나, 자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라고 말이야. 왜 인생 그 자체에 이걸 적용할 수 없는 걸까? - page 272
과거의 망령에 시달리지 않는, 당신의 새로운 삶에, 많은 행복이 찾아오기를 기원해요. 크사버, 계속 당신을 사랑했어요. - page 333
저에겐 마냥 아름답게만 그려지지 않았기에 아쉬웠다고 해야 할까...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임팩트가 약했던, 하지만 '인생'이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라면 의미 있었던 작품이라 생각이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