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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선량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냉수 / 2021년 12월
평점 :
연애도 결혼도 힘든 시대, 무엇이 우리의 결혼을 방해하는가?
결혼 7년 차.
나 역시도 '결혼'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결혼은 현실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결혼은 무덤이다.
그 어떤 것도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는 없었기에, 다른 이와 불확실한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기에 불안함이 엄습하여 망설이고 또 망설이게 됩니다.
지금의 난 만족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이 말줄임의 의미는 노코멘트!)
여기 '결혼'이란 문턱 앞에 선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의 '연애'도, '결혼'도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결혼이 순조롭지 않은 이유는
'오만함과 선량함'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만과 선량』

무서워서.
슬퍼서.
겁이 나서.
괴로워서.
숨을 헐떡이며 몸을 떠는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니시자와 가케루의 이름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누릅니다.
빨리, 빨리, 빨리.
가케루는 서두르고 있다. 고맙고 감사하지만 그런데도 겁이 난다. 언제쯤이면 괜찮아질지 몰라서, 그리고 두려워서 눈물이 난다.
빌었다.
제발. 무서워. 가케루 군. 부탁이야.
구해 줘.
나를 구해 줘. - page 10
젊고 잘생긴 데다가 능력과 센스도 모두 갖춘 가케루.
그는 오랜 시간 만난 연인과 결혼이라는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남들 다 하는 결혼이 못내 하고 싶은 그는 오랜 혼활(결혼 활동) 끝에 모두가 인정하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 '마미'를 만나게 됩니다.
지방에서 나고 자라 착실하게 살아온 마미.
마미의 어머니인 요코가 마미의 모든 인생에 직접 징검돌을 놓는, 그래서 그녀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지지만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 소신을 갖고 홀로서기를 위해 도쿄로 떠나게 됩니다.
가케루와 마미.
2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미는 홀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처음엔 하룻밤 정도는 집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다음날에도 돌아오지 않은 그녀.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평소 그녀가 스토커에 쫓겼다고 했기에 그 스토커를 찾고자 합니다.
하지만 단서라곤 군마에 있을 때 마미가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뿐.
자신의 무심함을 후회하며 마미를 둘러싼 사람들을 만나며 마미의 과거를 파헤치게 됩니다.
과연 가케루는 마미를 만날 수 있을까...?
결혼 앞에서 가케루의 자신의 잣대로 남을 평가하는 '오만함'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가케루, 그럼 지금 몇 퍼센트 정도 결혼하고 싶은 건데?"
"어?"
"그 애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퍼센트로 바꾸면 몇 퍼센트냐고."
"...... 70퍼센트 정도?"
가케루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미나코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너무하네" 하고 그녀가 말했다.
"너무하다니?"
"방금 내가 퍼센트로 물어봤지만 그건 그대로 가케루가 마미짱한테 매긴 점수 그 자체야. 가케루에게 그 애는 70점짜리 여자친구하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어."
"뭐? 그럴 리 없잖아. 방금 나는 결혼 생각에 대해 물어보니까 대답했을 뿐 그것과 마미짱은." - page 77
그리고 선량함으로도 다른 이와 가까워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마미.
그래서일까...
마미의 독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단 하나 아는 것은.
내가 그런 식으로 무시하듯 '결혼 상대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 모두, 나 같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것이 필시 정답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가케루 군을 제대로 마주했던 걸까.
가케루 군은 나를 제대로 마주해 주었던 걸까. - page 311
저자는 이 소설에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현대사회에서 결혼이 순조롭지 않은 이유는 '오만함과 선량함'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노자토가 말했다. 매끄러운 어조였지만 가케루의 귀에 묘하게 남는 문구였다.
"현대 일본은 눈에 보이는 신분 차별은 이제 없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에만 중심을 두는 탓에 모두가 오만합니다. 한편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부모의 말에 복종하고 남이 정해 준 대로 따르기 십상이라 '나 자신이 없는' 상태가 되죠. 오만함과 선량함이 모순 없이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신기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오노자토가 천천히 가케루를 바라본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아무렴 어떠냐고 덧붙였다.
"그 선량함이 지나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무지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오노자토의 눈이 눈앞의 가케루를 통해 누군가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가케루와, 가케루 뒤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한 말처럼 들렸다. - page 112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 떠올랐던 소설이 있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알고 보니 저자가 소설의 제목을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가져왔다고 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오만함'.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의지만 있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연애나 결혼은 가능하다는 것을.
읽고 나서 나 역시도 오만했었음에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지하게 되었다고 할까.
그래도 지금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나의 오만함을 감싸준 배우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글로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