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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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뭐 할까...

모두가 인정하고 사랑하는 이 고전.

하지만...

역시나 저는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진 관심이 없었지만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손에 이 고전이 들려있었기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아... 이러면 안 되는데...) 많은 출판사들 중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건


국내 최초, 월든 풍경사진 66장과 「시민 불복종」포함 완역본


이라는 점에서, 이왕 읽을 거 제대로 읽어보고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법정스님이


"소로는 학생으로서 월든에 갔지만, 그곳을 떠나올 때는 스승이 되어 있었다"


라고 평가했던 이 책.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뭔가 달라져있지 않을까...?


'조용한 절망'의 삶을 깨뜨리며

인생에 '독립기념일'을 만들어주는 도끼와 같은 책


『월든·시민 불복종』



솔직히 예전의 내가 이 책을 만났었더라면 크게 공감하면서 읽진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바쁘게 살아도 모자랄 판에... 하면서 배부른 소리 아닌가! 하며 읽었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참으로 와닿았다고 할까...

그래서 책을 읽게 되는 것도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이 고전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45년 봄, 소로는 스승 에머슨의 만류에도 친지에게서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월든 호수 옆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손수 잣나무를 벌목해 호반에서 30미터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1845년 7월 4일부터 18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을 혼자 살며 경험한 "정신적 전환의 시간"을 시적인 언어로 적어 내려간 것이 바로 이 『월든』이었습니다.


그는 인간이 주된 목적이 무엇이고, 인생에서 진정 필요한 것과 수단이 과연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우린 가장 흔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방식보다 그게 더 좋아서라지만 실은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대부분은 조용한 절망의 삶을 살아간다. 체념은 확인된 절망이다. 절망의 도시에서 절망의 농촌으로 옮겨갔다면, 당신은 족제비와 사향쥐가 도망칠 때 내는 용기로 자신을 위로해야 한다. 의식되지 않지만 전형적인 절망은 소위 인간이 즐기는 게임과 오락이라는 표피 밑에도 감춰져 있다. 게임과 오락이 즐겁지 않은 이유는 즐거움은 노동한 후에나 오기 때문이다. 지혜의 특징 중 하나는 이런 절망적인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 page 17


그래서 그는 우리가 자기 삶에서 자유를 획득해야 함을 월든 호숫가에서 묵상적인 삶을 통해 직접 증명하였습니다.


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불가피하지 않는 한, 이런 목표를 단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깊이 있게 살면서 인생의 골수를 모두 빨아먹고 싶었고, 삶이 아닌 것은 모두 쫓아내버릴 정도로 강건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고 싶었다. 삶을 넓게 바싹 베어내면서 구석으로 몰아붙여 삶의 가장 밑바닥 조건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 page 121


글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그의 문장이 쓰인 단어가 일반적인 의미보다는 '시적 의미'가 동원되어 있기에 의미가 문맥이 아닌 책 전체로 확장해야 비로소 확실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초반에 읽는 속도가 안나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읽어나간다면 점점 그의 문장에 매료되어 몰입하며 읽어나갈 수 있음을, 저도 읽었기에 혹시나 주저하는 이가 있다면 용기를 내어 읽어보길 권해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전한 울림은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였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영혼이 하는 진실한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것은 희미하지만 꾸준한 소리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처음에는 어떤 극단이나 광기 쪽으로 인도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으나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믿음으로 단호하게 대하면 오히려 그쪽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임을 깨닫는다. 단 한 명의 건전한 인간이 듣는 작지만 확고한 반대 목소리가 마침내 인류의 주장과 관습을 이겨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도 자기 영혼을 따라가다 길을 잃는 경우는 없다 그 길을 따라가다 신체적으로 허약해질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그런 결과가 개탄스럽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더 높은 원칙에 부응하면서 소신 있게 살아간 삶이기 때문이다. - page 286


왜 우리는 이처럼 성공하려고 절망적일 정도로 서두르고 또 그로 인해 절망적인 일들을 저지르는가? 만약 어떤 사람이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자신이 듣는 음악 소리에 따라 걷게 하라. 그 소리가 아무리 신중하고 또 멀리서 울려오더라도. 그가 사과나무나 참나물처럼 빨리 숙성하는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의 봄철을 억지로 여름으로 바꾸어놓아야 할까? 우리 천성에 부합하는 외부 조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 대신에 다른 현실을 들이댄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헛된 현실을 따라가다가 난파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힘들게 푸른 색깔의 유리 하늘을 건설하기로 작정했다고 해보자. 유리 하늘 건설이 끝났을 때, 그 너머 아스라한 곳에서 진정한 푸른 하늘을 보게 되어, 그 유리 하늘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텐데 그래도 우리는 유리 하늘을 건설하겠다고 할 것인가? - page 432 ~ 433


그리고 맺음말에서 만났던 인상적이었던 그의 이야기.


우리의 생명은 강물과 같다. 올해 강물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높이 솟아올라 메마른 고원 지대를 범람할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올해는 다사다난한 해가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향쥐를 모두 익사시킬 테니까. 우리가 사는 땅은 언제나 메마른 땅은 아니다. 나는 저 멀리 내륙 안쪽에 있는 둑들을 본다. 과학이 그 둑의 민물 흐름을 기록하기 전, 둑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 발과 무릎을 씻어주었다. - page 441


 


누군가 나에게 그처럼 살아갈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YES'라 대답할 자신은 없었습니다.

생활을 간소화하며 자연 속에서 자연세계와 그 세계를 뛰어넘는 정신세계를 조화시킴으로써 초월세계로 나아가는 건...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두 눈을 어둡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이다. 우리가 깨어나는 날이야말로 비로소 새벽이 동트는 날이다. 앞으로 동터야 할 많은 날이 있다. 태양은 아침에 떠오르는 별일 뿐이다. - page 444


그 뒤에 이은 『시민 불복종』의 이야기는 앞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정치·사회사상가로서의 모습이 그려져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권에서 그의 색다른 모습을 엿보게 되니 그 재미 역시도 쏠쏠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정부 발전 형태에서 가장 나중의 것일까?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는가? 정부가 개인을 한층 더 높고 독립적인 힘으로 인정하고, 그 힘으로부터 정부의 권력과 권위가 나오며, 또 개인을 그런 위상에 걸맞게 대우해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명된 국가라 할 것이다. - page 477


그가 원하는 국가의 모습.

모든 국민을 공정하게 대하고, 이웃 사람처럼 다정하게 대하는 국가.

그때의 그가 바라던 국가는 아직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했다는 현실에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한 번만 읽고 끝낼 수 있진 않았습니다.

세상에 살아가는 이상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게 되면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 했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 물음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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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윌든이 어려웠어요. 아는 분이 그럼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어보라길래 ㅠㅠ 더 어렵고 뭔 소린지도 모르고 ㅠㅠ 페넬로페님의 글 읽으니 저도 제대로 읽어볼까 하는 맘이 생깁니다 ~
 
기괴한 레스토랑 2 - 리디아의 일기장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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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이을 한국형 판타지가 돌아왔다!

는 이 소설.

사실 읽어봐야지... 했는데 아직도 읽어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너무나 좋은 기회로 읽게 되었는데...

그것도 2권을!

음...

조금은 주저하곤 하였습니다.

1권을 읽지 않았는데 읽을 수 있을까...

방황하다가 마는 것은 아닐까...


하! 지! 만!!

저의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리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독!

무조건 1권부터 정주행으로 다시 읽겠습니다.

그리고 3권... 조만간 나온다고는 했지만 자꾸만 조급해지네요...

빨리 만나고 싶어요!!!


기괴한 요괴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시아의 신비한 모험

그 두 번째 이야기


『기괴한 레스토랑 2』



"레스토랑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동료를 만들었을 줄은...... 그것도 아주 희생정신이 강한 친구를......"

...

"만약 이번에도 인간이 네가 시킨 일을 해낸다면, 그에 대한 책임으로 또다시 여왕의 궁전에 갔다 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하츠가 여유롭게 웃었다

"물론이지. 같은 실수를 두 번 이상 반복하진 않아." - page 44 ~ 45


아마 1권을 읽으신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레스토랑 주인 '해돈'에게 자신의 심장 말고 다른 방법으로 병을 낫게 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던 '시아'.

그래서 정원사로부터 선물 받은 약초를 구하고 말리는 시아에게 어느새 유일한 조력자이자 둘도 없는 친구 '쥬드'가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나 주인공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가 있으니 바로 '하츠'.

그에겐 인간의 심장, 바로 시아의 심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해돈으로부터 자기 안에 있는 악마를 없앨 수 있었으니 시아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원사에게 받은 약초 중에 해돈의 병을 낫게 할 것이 무엇일지...

이 모습을 지켜본 야콥은


"너의 소중한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서 연구한 약초들이 결국은 네가 찾는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그땐 어쩔 거지? 응?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새로운 약들을 알아보기에 이미 너무 늦었을 텐데?" - page 51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시아의 모습.

참 멋졌습니다.


그렇게해서 바짝 쪼그라든 약초를 끓일 만한 비밀의 장소를 찾던 중 쥬드는 아무도 찾지 않는 낡은 창고로 시아를 안내하게 됩니다.

그곳이 바로 '리디아'의 방이었습니다.

이젠 약초를 찾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아에게 하츠는 두 번째 레스토랑 임무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 역시도 그녀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임에...

험난한 그녀의 여정.

잘 해낼 수 있기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3권을 기다리게 되는데...


소설 속 인물들마다 사연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잘린 손 대신 가위와 잡게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웨이터

욕망에 발을 잃은 무용수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며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리디아

그 누구보다 지금 절박한 이는 아마도 시아일 것입니다.


그런 시아에게 하츠가 한 이야기.

참으로 잔인하게 들렸습니다.


 


이 험난함 속에서도 시아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아, 네가 무슨 일을 겪어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긴장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연 쥬드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짐은 너 혼자 짊어지기엔 너무 버거운 거야.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확신이 담긴 목소리가 시아의 속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네가 그걸 죄스럽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시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네 친구잖아. 네가 그러면 섭섭하다고." - page 189 ~ 190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시아와 리디아 사이의 대화.


"너를 처음 본 날, 나는 변하는 너를 보고 겁을 먹었어. 괴물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오늘, 나는 변하는 너를 안아주었지. 더는 네가 괴물처럼 보이지 않았거든. 그냥 아파보였어."

시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순서가 바뀌었어. 진심이 상황을 바꾸는 거야."

한 마디, 한 마디로 아이의 눈동자에 깃든 두려움을 조금씩, 조금씩 지워 가며 시아는 다짐했다.

"내가 너에게 그런 진심이 되어 줄게." - page 239


감질났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많이도 생각하게 되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갑갑했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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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 순교 성지를 찾아서
문갑순 지음 / 프리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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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천주교 신자가 된 지 십여년이 되었지만 누군가가 묻는다면 쭈뼛거리게 됩니다.

잘 알지 못하기에...

그래서 알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을 이제야 알고자 했다는 점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한국천주교회 신앙 선조들의 불꽃 같은

삶과 죽음의 현장


『한국천주교 순교 성지를 찾아서』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성지가 있었다는 사실에!

이 성당들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에 세워졌다는 사실에!

프랑스외방전교회 신부들이 신자들의 헌신을 벽돌 삼아 필생의 사업으로 성당 건물을 완성했다는 사실에!

그렇기에 어느 곳도 허투루 볼 수가 없었습니다.


조선에 첫 신앙의 싹 '홍유한'.

그는 주위의 반대를 받지 않고 서학을 실천하기 위해 소백산 자락의 구고리로 이주하여 1785년 죽을 때까지 10년간 홀로 신앙생활을 실천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축일표나 기도책이 없었던 그 시절에 매월 7일, 14일, 21일, 28일을 안식일로 정해 모든 일을 쉬고 기도에만 전념하며, 금육일이 언제인지 몰라 항상 좋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는 점은 가히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싹이 토대로 한국에 천주교 신앙을 전파한 선구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벽'

솔직히 낯설었습니다.


"이벽이라는 자가 푸른 두건으로 머리를 덮어 어깨까지 드리우고 아랫목에 앉고, 이승훈과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삼 형제와 권일신 부자가 모두 제자라 일컬으며 책을 옆에 끼고 앉아 있었다. 이벽이 설법을 하고 깨우쳐 주는 것이 유가의 스승과 제자간 예법보다 더 엄격했다. 모두 얼굴에 분을 바르고 푸른 두건을 썼으며 거동이 해괴하고 이상스러워..." - page 26 ~ 27


관원들이 그들의 거동을 수상히 여겨 체포하고, 예수의 화상과 서적, 그리고 몇 가지 물건을 압수하여 형조에게 바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최초의 천주교 박해 사건인 '을사추조적발사건' 또는 '명례방 사건'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한국천주교회의 첫 영세자 '이승훈'.

그에게 조선천주교회의 주춧돌이 되라는 의미로 그라몽 신부가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주고 그는 신유박해 때 정약종 등과 함께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참수당하며 순교합니다.


이후 진산사건, 신해교난, 기해교난을 거쳐 최초의 한국인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서품과 순교라는 숨가쁜 격동의 길을 걷게 됩니다.

김대건 신부는 처형을 앞두고 어머니 우르슬라가 가장 눈에 밟혀 페레올 주교와 친구 최양업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는 편지를 쓰게 되는데


"나는 주님을 위해 죽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합니다. 죽은 다음에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면 여러분도 천주교를 믿으십시오." - page 133


혹독한 고문 속에서도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물음에 직면할 때마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라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하였던 그의 의연한 모습이 가슴 한켠에 시리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나이 25세...


한국천주교사에서 총 순교자 수는 1만 명에서 3만 명으로 추정되고 한국천주교 성지 순례사목위원에서는 2019년 전국에서 167곳의 성지를 발굴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 수는 이천여 명에 불과하였고 피의 광풍 속에서 쓰러져간 병인박해의 수많은 순교자 중 24위만 선발해 시복했다는 사실은 무명의 순교자들의 침묵 속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병인 순교자 24위 시복식이 한국 순교 복자 103위의 시성 운동을 종교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촉진제가 되어 1984년 5월 6일 마침내 한국의 여의도광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집전으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신앙대회와 103위 순교복자 시성식'이 거행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그들에게 위안이 되었을까... 




한국 최초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는 그.


서울대교구장 취임사에서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


고 강조하며 가난하고 봉사하는 교회, 한국의 역사 현실에 동참하는 교회상을 제시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강행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1971년,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미사 강론 중


"비상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유익한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가 있는데 이런 법을 또 만들면 오히려 국민과의 일치를 깨고 국가평화에 해를 줄 것입니다."


라고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말을 한 그.

진정으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주었던 그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그립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책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성지순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전란이 휩쓴 이 땅에서 수많은 이들이 헌신으로 이루어진 성지.

저자는 성지들을 다니며


순교자들이 역사를 이끄시는 하느님이 특별히 사용한 그릇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모든 고통도 결국은 어둠 속에 빠진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이라는 깨달음이다. - page 5


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순교자들의 성지를 잘 가꾸고 지키고 현양하는 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수환 추기경 잠언짐에 '기도'에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유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오늘은 그들을 위해 두 손을 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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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3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잔 서울갔다가 명동성동을 봤어요. 명동성당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다라고요.
 
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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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끝낼 수 없다라니...

어떤 의미일까...?!


역사적 증언으로서, 천 개의 언어를 뛰어넘는 한 점의 그림의 힘!

사제복을 입은 은둔의 인문학자가 '지금 여기'에 던지는 지적 파문


『끝낼 수 없는 대화』



책의 저자는 '장동훈' 신부님이었습니다.

화가를 꿈꾸었으나 이제는 성직자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학자인 그는 이 책에서도 그림보다는 그림 속의 역사와 사회, 종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예술서'일 거라고 접근했던 저에겐 크나큰 울림이었다고 할까요.


또 단순히 그가 신부님이기에 성화들이 나오지 않을까? 라 생각했던 저에게 또 그는 세속화들을 보여줌으로써 미술을 떠나 저자가 관심을 기울여온 사유의 대상 역시 '바깥'의 세상이었음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편집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세속화를 선택한 나의 고집도 사실 여기에 있었다. 공의회의 고백처럼 참으로 인간적인 것이 실로 거룩한 것이라면, 예술작품이 무릇 인간에 대한 저마다의 깊이대로의 고뇌와 질문이라면, 성속의 경계를 걷어내고 그렇게 한참 내려가다 보면 결국 인간이라는 궁극의 질문에서 함께 맞닿아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page 9


총 네 가지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을 담은 1부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한 2부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 3부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은 4부


이 각각을 '삶을 위한 예술'이라는 시선으로 조용하게, 하지만 그 끝은 뜨겁게 가슴에 울리곤 하였습니다.


사실 '그림'을 좋아하기에 그와 관련된 책을 나름 읽어보았지만 이번 책은 뭔가 '특별'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느 책들은 그림을 그린 화가로부터, 그림 자체에서-구조, 재료, 구성-느껴지는 것으로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는데 이 책에서는 미술보다는 인문학적 이야기로 풀어나가기에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면 '묵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묵묵히 기도하듯 잠잠히 성찰하게 만든 그의 이야기.

왜 책의 제목이 『끝낼 수 없는 대화』라고 하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인간 실격』을 읽은 후에 읽어서일까.

아니면 이 책의 첫 이야기라서 일까.

아무튼 '에드워드 호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체험을 그린다"


라는 호퍼의 말처럼 그의 화면엔 불안과 공허, 고독이 감상자를 옭아매곤 하는데 저자는 그의 작품에서 '깃들지 못함'이라는 인간 존재의 비참함을 엿보았다고 하니...

그러면서 전한 이야기.


자연으로부터 단절되고 문명이라는 공간에 유폐된 인간은 과르디니의 표현대로 뿌리내릴 곳 없이 쉽 없이 부유할 뿐이다. 카페, 술집, 극장, 휴양지, 호텔 객실, 주유소처럼 모두 언젠가는 떠나야만 하는, 결코 주인일 수 없는 공간에 계류할 뿐인 호퍼의 그림 속 주인공들처럼. - page 35


결심이라면, 호퍼의 그림 속 군상들의 화면 밖 어디론가 뻗어나간 아득한 시선에 초점을 찾아주는 것이겠다. 그것을 전망, 영감, 또는 다른 무엇으로 불러도 좋다. 제 손으로 건설한 문명의 구조물에 갇혀버린 인류가 이제 그다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동행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 page 38


 


한 번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내 것으로 만들고자 곱씹으며 다시금 읽고.

이 책은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 오롯히 남겨지기에 좋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그림과 함께 했던 이야기도 참 울렸습니다.

세탁물을 든 엄마의 손을 잡고 아이가 계단을 힘내서 오르는 오노레 도미에의 <세탁부>.


 


로메로는 그러나 자신이 하는 일은 "거대한 계획의 지극히 작은 부분"이며 자신은 "끝내 그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하곤 했다.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해 다만 일할 뿐"이라고 말했던 그는 자신을 건축가가 마음에 품고 있는 완성된 건물의 모습을 모두 알 수 없는 '목수'일 뿐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는 "가끔 뒤로 물러나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여정을 미완으로 남겨둘 줄 알았다. 역사 앞의 겸손이자 남겨진 이들에게 거는 엄청난 신뢰가 아닐 수 없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연민이 빚어낸 낙관론이자 이상주의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희망이다. 현실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낭만을 잃지 않았던 것은 도미에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우리가 황혼녘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녀의 모습 속에서 슬픔을 너머 어떤 위로를 얻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 page 146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는 것일까. 팬데믹 선언 직후 곳곳에서 피어나던 인문학적 성찰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전염병의 '종식'과 '박멸'만이 모든 담론을 집어삼킨 듯하다. '어떻게'라는 방법이 '어떤 세상'이라는 철학을 압도한 모양새다. 이대로 '보건'이 '보안'으로, 과학이 종교로, 인간이 순수한 생물학적 존재로, 목숨이 무심한 통계수치로 쪼그라들어도 그만인 것일까. 낯선 사막의 땅에서 마주친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던 그들처럼 가늠할 수 없는 내일 앞에 꼼짝없이 갇힌 지금의 모두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모든 형태와 이름의 초안을 포기할 용기, 그리고 늘 새롭고도 가장 오래된 궁극의 질문, 인간은 무엇인가를 되묻는 것은 아닐까. - page 279


인간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선 그의 이야기 역시도 끝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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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제가 좋아하는 카유보트 그림이 표지네요. 재미있겠어요 페넬로페님 즐거운 1월 1일 보내고계시지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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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건네는 말 속에서 묵묵히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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