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고 감동받았고...

그 여운이 길게도 남아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로 한 회 한 회가 찡하게 와닿았던, 아마 이번년도 저에겐 최고의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영우는 '고래'를 좋아하고 '고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런 우영우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워낙 유명한 고전 중의 하나인 이 소설.

어디선가 듣기론 많이 들었지만 막상 읽어보지 않았던...

이렇게나 두꺼운 책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되고...

스타벅스의 유래가 된 소설이자

버락 오바마, 스티브 잡스, 밥 딜런이 사랑한 소설,

고래 덕후 우영우가 읽은 이 소설,

저도 읽어보려 합니다.

​

절대적 진리만을 강요하던 폭력의 시대에 맞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학의 효시가 된 불후의 고전

​

『모비딕』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하게 된 건 소설의 이해를 돕는 당시의 판화들이었습니다.

이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고래와의 사투.

덕분에 19세기 포경 현장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건 어원?!

히브리어부터 에로망고어까지 13개 언어로 고래의 어원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페이지에는 『성경』에서부터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몽테뉴, 베이컨, 셰익스피어, 홉스, 버니언, 밀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래에 관한 발췌록 80개가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음... 소설 전에 이런 만남이 어색한 저에겐...

뭐라고 해야 할까...

과잉 친절을 베푸는 것 같다고 할까...?!

소설이지만 왠지 교양과학 '고래에 대하여'를 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이 소설을 통해 '고래'를 완전히 알아가는 것도 좋으니 한번 쭈욱 읽어내려간 뒤 본격적인 소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 몇 년 전(정확히 언제인지는 묻지 말라) 지갑에는 돈이 다 떨어져가고 육지에는 딱히 흥미로운 일도 없어, 나는 배를 타고 나가서 세상의 바다를 둘러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page 37

​

이 소설의 화자 이슈메일.

그는 '에이해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흰 고래 '모비 딕'을 쫓는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됩니다.

이슈메일의 눈에 비친 선장 에이해브는 흰 고래 모비 딕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잃어 이를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잃은 모습으로 모비 딕보다 더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보이게 되고...

결국 선장의 분노는 파멸을 초래함으로써 모험담이자 비극적인 복수극으로 그려진 이 소설.

​

사실 이 소설의 스토리는 단순하였습니다.

태평양에서 펼쳐진 3일간의 대격투.

바다와 함께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대결.

죽음 그리고 바다의 침묵.

​

나는 그 관에 올라탄 채 하루 낮과 하루 밤 동안 구슬픈 만가 같은 바다 위를 표류했다. 상어들도 입에 자물쇠를 채운 듯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스쳐 지나갔고, 사나운 도둑갈매기도 부리에 붕대를 감은 것처럼 날아갔다. 둘째 날, 배 한 척이 점점 가까이 다가와 마치맨 나를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 그 배는 항로에서 벗어나 항해하고 있던 레이철호였다. 실종된 아들을 찾으러 다니다가 또 다른 고아인 나를 발견한 것이다. - page 691

​

그런데 이 과정을 셰익스피어의 극 구성과 동일한 5막짜리 드라마 형태

1막 고래 사냥 준비(1 ~ 23장)

2막 포경업 소개(24 ~ 47장)

3막 고래 추격(48 ~ 76장)

4막 고래 포획(77 ~ 105장)

5막 고래와의 대결과 시련(106 ~ 135장)

를 취하면서 단순한 해양모험소설이 아닌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품은 다면적인 소설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

"이것은 무엇인가? 형언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이 불가사의한 것은 무엇인가? 숨어서 사람을 기만하는 군주, 잔인무도한 제왕이 내게 명령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연스러운 애정과 그리움 따위는 모두 멀리하고 이리도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밀고 나가게 하는구나. 스스로는 꿈도 구지 못할 일을 무모하게도 해치우라고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구나. 에이해브는 과연 에이해브인가? 이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은 나인가, 신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하지만 위대한 태양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어떤 별도 밤하늘을 회전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 작은 가슴이 뛰고 이 작은 머리가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니라 신이 심장을 뛰게 하고 머리로 생각하게 하고 나를 살게 하는 것이라면? 맹세컨대 우리는 이 세상에서 돌고 또 돌고 있네. 저기 있는 양묘기처럼 말이야. 운명이 그렇게 돌게 만드는 회전축이라네. 저 미소 짓는 하늘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보게! 그리고 저기 저 다랑어를 좀 보게! 누가 저 물고기로 하여금 날치를 쫓아가 잡아먹게 하는가? 살인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재판관 자신도 법정에 끌려 나오는 판국에 누가 누구에게 죽음의 판결을 내린단 말인가? 하지만 정말이지 부드러운 바람이고 온화한 하늘이로군. 공기에서 멀리 떨어진 초원의 풀냄새가 나고 있어. 스타벅, 안데스산맥 어딘가에서 사람들은 건초 작업을 하겠지. 풀 베는 사람들은 새로 벤 건초 사이에서 잠을 잘 거야. 잠이라고? 그래,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마지막에 가서는 들판에 누워서 잠들게 되지. 잠이라고? 그래, 지난해에 풀들을 반쯤 베고 들판에 던져둔 큰 낫처럼 푸른 풀밭에서 녹슨 채 잠드는 거야, 스타벅!" - page 653 ~ 654

​

어쩌면 우리에게 저자는 무모하겠지만 '흰 고래'를 찾아 머나먼 항해를 떠날 용기를 주고자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장대하고도 웅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흰 고래'...

그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없음에 어렴풋이 형태만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언젠가...

우영우처럼 내 눈앞에 고래가, 모비 딕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잠시나마 상상의 나래 속 고래를 동경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10-0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래 생각하면 이 책이 먼저 생각나요.
지금은 모비딕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나오지만, 오래된 책에서는 ˝백경˝이라는 책제목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저는 이번에서야 고래하면 떠오를 책이 생겼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하루 보내세요!!!
 
직감하는 양자역학 - 우주를 지배하는 궁극적 구조를 머릿속에 바로 떠올리는 색다른 물리 강의
마쓰우라 소 지음, 전종훈 옮김, 장형진 감수 / 보누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과학에 관심이 많고.

물리학에 관심이 많고.

특히나 양자역학에 대해 알고 싶은데...

도통 뭔 소리인지...

​

20세기의 천재 과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필립 파인먼도 양자역학을 강의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지 않은가.

​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맞아!

직관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사실인가 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마쓰우라 소'는 양자역학을 감각적으로 체득하자고 말하였습니다

​

복잡한 방정식과 논리를 넘어

물리학자의 직감적 이해에 도달하라!

​

정말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스럽지만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알게 되지 않을까...

​

평범한 상식과 직감을 버리고

새로운 양자 직감을 익히는 지적 모험

​

『직감하는 양자역학』



우선 우리의 일상적인 세계관이 얼마나 깊이 고전물리학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양자가 고전물리학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뉴턴역학의 토대를 받치는 견해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가상 입자인 질점의 정해진 위치에서 운동량을 구하면 질점의 그다음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하며 우리가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세계 인식과도 부합합니다.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이해도 되고 스스로 뿌듯함도 느끼게 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이 상식이 여지없이 무너지게 됩니다.

와르르...

​

양자는 입자인가 파동인가

​

양자를 접하게 되면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의문이지 않나.

사실 이에 대한 논쟁도 양자라는 존재를 입자나 파동과 같이 오감으로 익힌 개념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해서 발생한 혼란이라는데...

그렇기에 우리는 기존 틀로는 양자를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양자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경험을 쌓아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야만 '양자의 직감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기에.

​

이것은 결국, 이런 일상이 정말 일상으로 남으려면,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이렇게 인식하려면 빛과 물질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양자여야 한다는 뜻이다. 일상 풍경에 양자의 모습이 확실하게 담겨 있다고 느낄 수 있겠는가?

세상의 근본에 양자가 있다고 알게 된 지금, 세상을 이해하고 싶으면 양자가 어떤 원리에 근거해서 움직이는 존재인지 시선을 돌리지 말고 바라봐야만 한다. - page 92

​

양자역학에는 여러 모습이 있었습니다.

행렬로 표시한 위치와 운동량이 변화하는 행렬역학

상태 벡터가 파동처럼 전하되는 파동역학

입자 한 개가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시에 통과하는 경로적분

이 외에도 입자가 노이즈 속을 통과한다고 생각하는 확률과정 양자화, 파일럿 파 이론 등 다양한 양자역학이 있었습니다.

이를 비유한 그림이 있었는데 '양자역학'이라는 산을 다른 위치에서 바라볼 때 보이는 풍경.



양자의 운동이란 행렬의 운동이며, 파동함수의 운동이며, 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과하는 입자의 운동이지만, 그 어느 것도 아니다.

​

이제는 이 말의 뜻을 이해할 것 같은... 왠지 모를 뿌듯함이...

조금씩 '양자역학'의 맛을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

양자가 발견되고 100년 정도가 지난 지금.

우리는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에 대한 이해야말로 우리의 일상 세계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양자로 세상 바라보기!

흥미로운 세계가 무궁무진 펼쳐져 있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직감하는 양자역학 - 우주를 지배하는 궁극적 구조를 머릿속에 바로 떠올리는 색다른 물리 강의
마쓰우라 소 지음, 전종훈 옮김, 장형진 감수 / 보누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비로소 양자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지민 지음 / 정은문고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좋아하고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책방'이란 공간은 빼놓을 수 없기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

특히나 '동네책방'에 대한 이야기라니!!

​

동네책방이 주는 그 느낌을 좋아합니다.

주인의 취향이 묻어 있기에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곳.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기에 그들끼리의 오묘하지만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저도 대형서점을 찾아가기보단 시간 날 때 동네책방을 찾아가 책을 둘러보며 나올 때 한 권의 책을 들고 오곤 합니다.

​

아무튼...

이 책의 저자도 매일 아이와 함께 동네책방을 찾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

이상하다?

브루클린 책방에는 커피를 팔지 않네?

이 책방들은 커피를 팔지 않고도 어떻게 10년, 30년, 50년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냈을까?

책 판매에만 힘 쏟는 브루클린 책방과 한국 책방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에겐 없는 그들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

이에 대해 직접 책방 주인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과연 그 답은 무엇이었을지...

​

커피 한 잔 팔지 않고도

한자리를 지켜낸

브루클린 동네책방의 생존 전략,

그것이 알고 싶다!

​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커피를 팔고 차도 팔고 손수 만든 굿즈도 파는 우리네 동네책방들과는 달리 브루클린 동네책방들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책'만을 파는 곳.

그게 가능한 걸까...?

11군데의 동네책방을 찾아가 주인에게서 그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도 동네책방을 찾는 이유.

저자와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동네책방에 들어갈 때 내가 왜 들뜨는지 문득 깨달았다. 나에게 책방은 우연을 꿈꾸게 하는 곳, 정답을 강요받지 않는 곳, 마음껏 헤매도 되는 곳이다. 동네책방에 작정하고 들어간 적이 있던가. 원하는 책을 찾으러 갈 때도 있지만 그런 날에도 나는 그 기쁨을 최대한 뒤로 늦춘다. 찾던 책을 만나면 그 나름대로 기쁠 테지만 그 순간이 빨리 오지 않기를 은근히 바란다. 찾던 책을 못 찾아도 그만이다. 책을 찾으면 즐거운 여정이 끝나버리므로 은밀한 방식으로 시간을 늘려가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누린다. - page 56

​

대형서점을 들어서면 바로 마주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코너.

그리고 유명 작가의 신간이,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뜨는 작품이 진열대 가득 진열되어 있기에 내 주관적인 관점으로 책을 고르기보단 주어진 조건으로 책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동네책방을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주인의 추천글을 마주하며 따스함을 건네받을 때, 나에게만 숨은 보석을 찾을 때의 짜릿함이야말로 책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도 선물 받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나 마음은 책방을 향해 가는....

​

동네책방의 매력은 이것이 아닐까!

​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사러 오지만, 주요 고객은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 이들과 자주 들르는 단골 가족들이에요. 걷고 말하고 읽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아이들이 많아요. 10년 전 우리가 책을 추천했던 아이가 자라서 대학에 가기도 하고요. 저희는 수많은 손님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요. 그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 보이면 연락해서 알려주죠. 팬데믹 이전에는 다양한 연령대로 이루어진 북클럽을 운영했어요.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는 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는 건 정말 근사한 경험이었죠. 아직 100퍼센트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다시 그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page 23

​

글자를 알기 시작할 때 골라준 아이가 성장해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어가면서 그 책방의 단골이 되듯 서로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곳이 다름 아닌 '동네책방'이라는 것을 이들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동네'와 함께 커가는 책방, '동네'를 키우는 책방!

그렇게 책방의 주요 자산이자 생존을 뒷받침하는 큰 주춧돌은 '동네 주민들'이라는 것을!

​

'동네'에 자리한 책방이자 '동네'사람의 책방

​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 옆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동네책방을 선사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동네책방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그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에...

​

커피 한 잔 팔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책과 사람, 이를 한데 모아줄 수 있는 공간인 '동네'이자 '동네책방'에 다가오는 주말 아이와 함께 행복한 동행을 해 볼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의 차가운 일상 ㅣ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 이은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서는 12편의 추리 단편들이 선보였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또다시 기분좋은 설레임을 안고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

단 한 번의 만남, 한 통의 전화...

친구라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녀를 위해

나는 이 차가운 사건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

『나의 차가운 일상』



이치노세 다에코를 알게 된 것은 겨우 몇 달 전이었다. 그 몇 달이 지났을 때 그녀는 숨쉬지 않는 물체가 되고 말았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기만 했다면 어쩌면 그녀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나도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아닌 인간의 어두운 면을 엿보는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후회는 인간의 가장 형편없는 정신활동이라 생각하지만, 누가 무슨 말로 위로해주든 내가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 page 8

​

1991년 어느 날.

나(와카타케 나나미)는 회사를 그만둡니다.

4년 이상 근무했던 회사에 대해 나쁜 인상만 남은 채 그만 둔 것에 조금 우울했던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샤오마이 도시락과 캔커피를 챙겨 하코네 행 로맨스카에 올라탄 나.

​

"웃기지 마."

​

느닷없이 들려온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

짜랑짜랑 울리는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녀의 기세는 평범한 남자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데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 자리에 앉게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치노세 다에코'.

나와 죽이 맞지는 않았지만 여차여차 하다보니 하코네유모토 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의 동행인은 어디서 내렸는지 온데간데 없고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나와 같이 다니겠다고 합니다.

같이 걸어다니다 아직 학생으로 보일 만큼 젊은데 같이 온 여자의 허리에 팔을 두른, 보기만 해도 두 사람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따스한 광경을 바라보곤...

​

"......저건 그냥 환상 같은 거야."

얼마 지나 다에코는 굳은 웃음을 지으며 호수를 내려다봤다.

"난 저런 거 싫더라. 딱 달라붙어 가지곤 순 독점욕과 자기 만족뿐이지. 뭐, 이제 한 석 달이면 저러고 있는 것도 끝이려나. 곧 피차 다른 숙주를 찾고 싶어질 거야. 그러면서 어느 한 쪽이 먼저 상대를 발견하면 난리가 난단 말이지. 앞날이 뻔해."

"지금이 좋으면 좋은 거겠지, 분명히."

"어머, 세상에. 저런 게 이상이란 말이야?" - page 19 ~ 20

​

부자연스러운 다에코의 표정...

​

하코네에서 돌아온 뒤 얼마 동안 평범하고도 바쁜 나날을 지낸 나.

어느 날,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

"이번 달 24일에 바빠?"

​

24일, 24일 하고 되풀이해보니 이번 달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 아닌가.

​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케이크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안 할래?"

​

엉겁결에 그러겠다고 하였지만 왠지모를 싸늘함이 나를 감쌌는데...

​

12월 19일, 나는 청서된 원고를 전달한 뒤 '블랙컴'으로 갑니다.

가게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고 카운터 안에서 리키야가 경쾌하게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리키야가

​

"크리스마스이브에 여기서 파티 하잖아?"

"응. 사장님이 오라고 해서 알아."

"올 거야?"

"응."

"그래." - page 27

​

갑자기 다에코와 한 약속이 떠오른 나.

가게 공중전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

"다에코 친구이신가요?"

"...... 그런데요."

"다에코는 없어요."

"아직 퇴근 안 했나요?"

"병원." - page 28

​

수화기를 쥔 채 전화서 너머의 침묵.

머뭇머뭇 상대방에게 물었더니

​

"자살, 미수."

...

"자살은 어떻게......?"

"중독이에요."

"무슨 중독이죠?"

"많이 취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는 분이 집까지 데려다 줬대요. 그런데 그 뒤 그분이 다에코의 집에 가봤더니 그땐 이미 인사불성이었다는군요." - page 29 ~ 30

​

어떻게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알 수 없는 나.

얼마 동안 수화기 구멍을 멍하니 쳐다보다 집으로 돌아오니 우편함에 크고 두꺼운 봉투가 들어 있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내 '친구' 이치노세 다에코.

봉투 안에 든 것은 워드프로세서로 쓴 원고 뭉치.

맨 위에 연필로 크게 '수기'라고 휘갈겨 쓰여 있었습니다.

수기 속엔 마음속에 차가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가 있고...

수기를 보면 다에코가 자살할 이유를 볼 수 없는데...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단 한 번의 만남이었던 그녀는 왜 나에게 수기를 보낸 것일까?

와카타케 나나미는 그 진실을 찾기 시작합니다.

​

누나, 미안해.

이게 있는 한 난 가망이 없어.

이 차가운 뭔가가, 어떻게도 할 수 없게 차가운 뭔가가 있는 한.

이제 알겠지, 누나.

너무 늦었어. 사회공헌 같은 건 못 해. 그런 걸로는 멈출 수 없어.

미안해, 누나.

정말 미안해. - page 154 ~ 155

​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던 이 소설.

아쉬움이 있다면 처음에 뭔가 있을 것 같은 긴장감과 깔끔한 마무리보단 허무함이 남았다고 할까...

그럼에도 이 소설 속 각 인물들이 가진 우리들의 문제에 대해 묵직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진실을 뒤죽박죽으로 버무려 넣은 허구였던 '수기'.

모든 걸 태워버리고 싶었던 이야기들.

결국 태워지면 없어지는 것이 될까...

아니, 이미 써 내려갔기에 그 씨앗이 누군가의 글 속에 스며들었을 것이었습니다.

​

아...

책장을 덮어도 쉬이 이 감정을 정리할 수 없음에...

마지막 문장을 외치며 남은 감정을 날려보려 합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 다에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