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고 감동받았고...

그 여운이 길게도 남아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로 한 회 한 회가 찡하게 와닿았던, 아마 이번년도 저에겐 최고의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영우는 '고래'를 좋아하고 '고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런 우영우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고전 중의 하나인 이 소설.

어디선가 듣기론 많이 들었지만 막상 읽어보지 않았던...

이렇게나 두꺼운 책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되고...

스타벅스의 유래가 된 소설이자

버락 오바마, 스티브 잡스, 밥 딜런이 사랑한 소설,

고래 덕후 우영우가 읽은 이 소설,

저도 읽어보려 합니다.

절대적 진리만을 강요하던 폭력의 시대에 맞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학의 효시가 된 불후의 고전

모비딕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하게 된 건 소설의 이해를 돕는 당시의 판화들이었습니다.

이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고래와의 사투.

덕분에 19세기 포경 현장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건 어원?!

히브리어부터 에로망고어까지 13개 언어로 고래의 어원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페이지에는 『성경』에서부터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몽테뉴, 베이컨, 셰익스피어, 홉스, 버니언, 밀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래에 관한 발췌록 80개가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음... 소설 전에 이런 만남이 어색한 저에겐...

뭐라고 해야 할까...

과잉 친절을 베푸는 것 같다고 할까...?!

소설이지만 왠지 교양과학 '고래에 대하여'를 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이 소설을 통해 '고래'를 완전히 알아가는 것도 좋으니 한번 쭈욱 읽어내려간 뒤 본격적인 소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 몇 년 전(정확히 언제인지는 묻지 말라) 지갑에는 돈이 다 떨어져가고 육지에는 딱히 흥미로운 일도 없어, 나는 배를 타고 나가서 세상의 바다를 둘러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page 37

이 소설의 화자 이슈메일.

그는 '에이해브'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흰 고래 '모비 딕'을 쫓는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됩니다.

이슈메일의 눈에 비친 선장 에이해브는 흰 고래 모비 딕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잃어 이를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잃은 모습으로 모비 딕보다 더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보이게 되고...

결국 선장의 분노는 파멸을 초래함으로써 모험담이자 비극적인 복수극으로 그려진 이 소설.

사실 이 소설의 스토리는 단순하였습니다.

태평양에서 펼쳐진 3일간의 대격투.

바다와 함께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대결.

죽음 그리고 바다의 침묵.

나는 그 관에 올라탄 채 하루 낮과 하루 밤 동안 구슬픈 만가 같은 바다 위를 표류했다. 상어들도 입에 자물쇠를 채운 듯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스쳐 지나갔고, 사나운 도둑갈매기도 부리에 붕대를 감은 것처럼 날아갔다. 둘째 날, 배 한 척이 점점 가까이 다가와 마치맨 나를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 그 배는 항로에서 벗어나 항해하고 있던 레이철호였다. 실종된 아들을 찾으러 다니다가 또 다른 고아인 나를 발견한 것이다. - page 691

그런데 이 과정을 셰익스피어의 극 구성과 동일한 5막짜리 드라마 형태

1막 고래 사냥 준비(1 ~ 23장)

2막 포경업 소개(24 ~ 47장)

3막 고래 추격(48 ~ 76장)

4막 고래 포획(77 ~ 105장)

5막 고래와의 대결과 시련(106 ~ 135장)

를 취하면서 단순한 해양모험소설이 아닌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품은 다면적인 소설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형언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이 불가사의한 것은 무엇인가? 숨어서 사람을 기만하는 군주, 잔인무도한 제왕이 내게 명령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연스러운 애정과 그리움 따위는 모두 멀리하고 이리도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밀고 나가게 하는구나. 스스로는 꿈도 구지 못할 일을 무모하게도 해치우라고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구나. 에이해브는 과연 에이해브인가? 이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은 나인가, 신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하지만 위대한 태양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어떤 별도 밤하늘을 회전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 작은 가슴이 뛰고 이 작은 머리가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니라 신이 심장을 뛰게 하고 머리로 생각하게 하고 나를 살게 하는 것이라면? 맹세컨대 우리는 이 세상에서 돌고 또 돌고 있네. 저기 있는 양묘기처럼 말이야. 운명이 그렇게 돌게 만드는 회전축이라네. 저 미소 짓는 하늘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보게! 그리고 저기 저 다랑어를 좀 보게! 누가 저 물고기로 하여금 날치를 쫓아가 잡아먹게 하는가? 살인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재판관 자신도 법정에 끌려 나오는 판국에 누가 누구에게 죽음의 판결을 내린단 말인가? 하지만 정말이지 부드러운 바람이고 온화한 하늘이로군. 공기에서 멀리 떨어진 초원의 풀냄새가 나고 있어. 스타벅, 안데스산맥 어딘가에서 사람들은 건초 작업을 하겠지. 풀 베는 사람들은 새로 벤 건초 사이에서 잠을 잘 거야. 잠이라고? 그래,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마지막에 가서는 들판에 누워서 잠들게 되지. 잠이라고? 그래, 지난해에 풀들을 반쯤 베고 들판에 던져둔 큰 낫처럼 푸른 풀밭에서 녹슨 채 잠드는 거야, 스타벅!" - page 653 ~ 654

어쩌면 우리에게 저자는 무모하겠지만 '흰 고래'를 찾아 머나먼 항해를 떠날 용기를 주고자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대하고도 웅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흰 고래'...

그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없음에 어렴풋이 형태만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언젠가...

우영우처럼 내 눈앞에 고래가, 모비 딕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잠시나마 상상의 나래 속 고래를 동경해 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10-0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래 생각하면 이 책이 먼저 생각나요.
지금은 모비딕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나오지만, 오래된 책에서는 ˝백경˝이라는 책제목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저는 이번에서야 고래하면 떠오를 책이 생겼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