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기를 넘어 같이 읽기의 힘 - 공감, 치유, 성장의 가치를 함께하는 독서모임 만들기
신화라 지음 / 보아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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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이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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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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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

저에겐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표현되는 그녀, '한나 아렌트'.

이걸로 충분하지 않음에...

궁금했습니다.

​

철학 작가이자 독일 한나아렌트센터 선임연구원인 저자 '사만다 로즈 힐'은 한나 아렌트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아렌트가 '어떤 저작'을 '왜 그 시기'에 쓰게 되었는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곤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존재 '한나 아렌트'.

이제 그 첫 장을 펼쳐봅니다.

​

사유하는 삶을 회복하기 위하여

​

『한나 아렌트 평전』



솔직히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철학자'라는 인식에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

술술 읽혀졌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일대기를 읽고서야 왜 그녀가 위대한지를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는 그녀의 모습.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였습니다.

​

유대인으로 태어난 그녀의 세상은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 속에서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직접 목격했던 그녀는 훗날 유대인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유대인 연대를 추구하였고 유럽식 연방제를 지지합니다.

​

한나의 유대인에게 고향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유대 민족 국가 건립은 반대했다. 《아우프바우》에 게재한 칼럼에서 한나는 모든 유대인이 고향을 가질 수 있는 유럽식 연방제를 지지했다. 그래야만 유럽에서 그랬듯 민족국가 체제가 실패하더라도 안전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한나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이에 항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한나는 이를 "권리를 가질 권리"로 공식화했다. 한나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연대를 바랐다. - page 157

​

그녀의 삶은 참 순탄치 않았습니다.

세계대전으로 체포되어 일주일 동안 감금되었다가 프랑스로 망명해 반나치 운동 등에 참여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학술 연구에 몰두하게 됩니다.

특히나 여러 논란과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으로부터의 그녀의 이야기.

​

한나는 개인의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더욱더 구분하면서 유럽에서 개인적 판단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불가능해졌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선에서 어떻게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한나는 타인의 잘못에 내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내가 하지 않은 일에 죄책감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잘못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히만처럼 모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나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가담한 자들과 저항을 선택한 자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답은 '사유'였다. 가담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스스로 사유라는 것을 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가치 체계를 가졌거나,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전체주의 이전의 판단 척도를 여전히 따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들은 어떤 해위를 저지른 후 지금처럼 평화로울 수 있을지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동행'을 거부한 사람들은 스스로 사유한 사람들이었다. - page 240 ~ 241

​

법적 문제와 도덕적 문제의 구분에 대해 한나는 사유와 판단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고독해야만 사유와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나.

고독을 좋아했지만 동시에 인정을 갈망했던 그녀.

그녀의 삶 자체가 큰 울림이었음에 한편으론 가슴이 아려왔었습니다.

​

한나의 이해를 향한 열정과 삶에 대한 갈망은 그녀의 자아비판적 사유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둘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상을 깊이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는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어 자살을 생각할 때였다. 그녀는 삶을 너무 사랑했기에 결국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고 살겠다고 결심한 다음에는 그저 웃어버렸다. 그러한 삶의 어둠 속에서 한나가 보인 용기는 "지금까지의 세상 중 가장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눈앞의 어둠과 싸울 용기를 준다. - page 27

​

그녀의 이름을 쓰고 '사유'라 일컬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제 삶도 잠시나마 되짚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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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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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 초반엔...

제겐 편견이 있었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저도 돌고래가 보이기 시작하고...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좀 더 시선이 넓어졌다고 할까!

그러면서 좀 더 그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

여기 한 자폐인이 촘촘히 기록한, 자폐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이 그려졌다기에 궁금했습니다.

'자폐'라는 세계.

과연 어떨지...

​

독학으로 10개 국어를 구사하고,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빵 한 조각 사는 일은 여전히 낯설다...

그가 소개하는, 우리가 각자 독특하고 소중한 존재인 이유

​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지적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던 아이.

늘 백치나 지적장애인 취급을 받던 청소년.

왕따를 당하고 친구들에게 자주 맞아 학교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

간단한 인사를 하거나 카페에 들어가는 일도 버거워하고 빵을 사거나 전화 통화 같은 사소한 일로도 불안해하던 그 청년.

그리고...

​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프랑스의 '수능')을 통과하고

고대 문명에 심취하여 독학으로 10개 언어를 배웠으며(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 페르시아어, 아마르어, 아제르바이잔어, 에티오피아어, 체코슬로바키아어, 독일어, 핀란드어, 영어)

프랑스 명문대 시앙스 포(Sciences Po, 파리정치대학) 졸업 후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남자.

​

이 둘은 같은 사람, '조제프 쇼바네크' 였습니다.

​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어렵게 배우는 그에게

사회적 능력은 무척 버겁고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학급의 학생 하나가 나더라 그 자리에 오라고 거듭 권했다. "그러지 말고 오라니까! 와, 조제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로 모임에 초대받자 나는 겁을 먹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 학생은 나름대로 상황을 해석한 끝에 나기가 내 음료수 값을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도망쳤다.

...

물론 내 판단도 부정확했다. 1년 내내 한 번도 내게 친밀감을 보이지 않다가 어째서 갑자기 나를 초대하는 걸까? 내게 별안간 분풀이를 하려는 걸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걸까? 식당에 간다니 무슨 엉뚱한 생각인가? 그런 모임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학기가 끝났고 이제 집에 가서 여름내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굳이 식당에 갈 이유가 있을까? 오렌지주스는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데...​- page 75 ~ 77

​

이런 상황에서 누구 탓을 할까.

학급 친구들이 자폐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그들이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

아님 온전히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

여기서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 있었음이 바로 누구 탓을 할지 가려내는 것은 최선의 방식이 아님을.

​

문제는 모두에게 있다. 실패했음을 확인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좀 더 잘 대처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 건설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 page 76

​

특히나 우리는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이 있다는 진단으로 쉽게 단정 짓곤 하는데 이는 쉬우면서도 지나치게 부정확한 처우라는 것을.

​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은 자폐를 지녔든 아니든 유일한 존재다.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성격을 지녔다. - page 116

​

무엇보다 '자폐인'(이 역시도 단정 짓는 편견일테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 이야기.

​

인간은 누구나 그렇듯 자폐를 지닌 사람도 자신만의 정서가 있다. 어떤 자폐인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풍성한 정서를 누린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자폐인에게도 나름의 정서가 있다. 단, 그들의 정서는 남들과 다른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웃고 울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자폐인은 조금 달리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가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 page 266

​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잣대.

이런 잣대가 참 오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이 메시지가 참 울렸습니다.

​

결론적으로 나는 언제나 항목 분류와 일반적인 명칭에 대해 경계해왔다. 어쩌면 도발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ㅇ어떤 진단과 동일시하기 힘들다. 한 인간을 어떤 진단명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련 '암 선생님'이라고 말할 권리가 있는가?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언어 남용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니 자폐증을 핑계로 내세우면서 그와 반대 방향으로 역행하지는 말자. - page 266

​

책을 읽고 나서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해 읽어보게 되었다는 내 생각 역시도 자만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우게 되면서 저에게도 새로운 시선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마지막에 전한 이야기를 새겨야 했습니다.

​

결국 인간은 매우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기준으로 인간을 묘사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나는 자폐증이라는 영역 안에 내 모든 것을 욱여넣을 수 없다. 자폐증은 내 신장이 약 195센티미터라는 것과 같은 내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자폐증을 기술하는 유일한 기준표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으로는 나의 성격도, 그 누구의 성격도 기술할 수 없다. 나는 인간을 시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축소하려는 이론들을 경계한다. 인간은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존재이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인간을, 우리 자신을 어떤 하나의 설명에 가두지 말자.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정말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다. - page 298 ~ 299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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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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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

요즘 그녀의 작품들이 리커버로 나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렇게 예전 작품들을 다시 마주하며 그녀의 필체에 젖어들 무렵!

신간 장편 소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분위기라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팬데믹 시대를 반영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은 생동감 있게 펼쳐졌다고 하니 또다시 그녀만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에 빠져들어보려 합니다.

​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여위고 키가 크고 피부가 가무잡잡한 여든여섯 살의 '시노다 간지'.

대머리에 몸집이 작은 여든 살의 '시게모리 츠토무'.

축 늘어진 뺨이 불도그를 연상시키는 데다 숏 보브 스타일의 백발이 남의 이목을 끄는 여든두 살의 '미야시타 치사코'.

12월 31일 세 사람은 바 라운지 부스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마실 거리를 주문했습니다.

​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 세 사람.

그래서 모두 추억담이라면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

밤은 아직 길고 집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방은 하나밖에 잡지 않았지만 오늘 밤 세 사람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 page 14

​

1월 1일.

노인 셋은 엽총으로 자살하게 됩니다.

​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

왜 세 사람은 섣달그믐날 밤에 함께 목숨을 끊었는지 그 이유를 말해 줄 이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에 남아있는 자들에겐 혼란이 찾아들고 그렇게 소설은 죽음 앞에 선 세 노인들과 타인의 죽음 뒤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

뭔가 진하고 어쩐지 쓸쓸한 맛만이 남았던 이 소설.

세 사람의 대화를 엿보면

​

"저기, 벤짱은-"

치사코는 큰맘 먹고 입을 열었다. 어쩐지 간지 앞에서는 묻기 힘들었는데 지금 간지는 자리를 비운 참이다.

"간지 씨가 처음에 계획을 말했을 때 어째서 곧바로 '나도'라고 했어?"

...

"하지만, 돈 따위."

말을 이으려던 치사코를 츠토무는 가로막는다.

"촌스러운 말은 하지 않기. 선택할 수 있는 건 '언제'냐는 것일뿐, 그건 만인에게 공평하게 오는 거니까."

치사코는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하고 속으로 말한다. 나는 돈은 있지만, 돈이 있어도 갖고 싶은 게 없어져 버렸어.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 page 152 ~ 153

​

더없이 쓸쓸하고 공허한 이 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으로 조금이라도 해방감을 느꼈을까...

​

살아남은 자들-아들, 딸, 손녀, 손자, 옛 동료, 부하 직원, 제자 등-로부터 생전 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부재로부터 오는 가눌 수 없는 슬픔과 원망, 자책, 감사, 그 외 온갖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가운데도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이 왜 이리도 가슴 사무치게 남는지...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잠 못 드는 날이 이어져 과호흡 증세를 일으키거나 너무 울어서 토할 때도 있다 보니 남편이 억지로 데려갔다. 남편의 지인인 의사는 여러모로 잘해 주긴 하지만 그곳에서 처방받은 여러 약을 복용해도 여전히 눈물은 느닷없이 흘러넘친다. 곤란한건 언제 어느 때 눈물이 터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당에 심은 구근 하나가 올해 처음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을 때라든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보고 바깥에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을 때 혹은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의 느낌이 좋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세상이 아버지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그 감각은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하고 세상 그 자체와 맞먹을 만큼 거대해서 미도리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러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면서 눈물이 터져 나온다. - page 142 ~ 143

​

하지만 애초에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미도리는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쓸쓸했지만, 그렇게 생각해야 비로소 용납되는 일이 있고 미도리는 그것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통감했다. - page 250

​

저 역시도 소설을 읽고 난 뒤 스스로에게 묻곤 하였습니다.

그 세 사람을 말릴 수 있었을까...?

아니 말리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일까...?

역시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

"뭐,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것이란 게 있으니까요." - page 219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것이 '죽음'이기에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메시지였습니다.

​

너무나 깊은 여운이 남아 마음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왠지 떨어지는 나뭇잎에, 불어오는 바람에도 눈물이 맺힐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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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이강엽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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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전은 쉽게 접하면서도 읽곤 했었는데 고전은...

솔직히 어렵다는 벽이 존재하곤 합니다.

텍스트 자체의 해독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란...

(주입식으로 배운 몇 가지가 떠오르면서 또다시 어렵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젓게 되는데...)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가교로 이 책을 출판하였다고 하였습니다.

​

우선 이 책을 쓰기에 앞서 60여 개의 키워드를 먼저 꼽았다고 하였습니다.

가난, 가문, 권세, 금기, 선악, 귀신, 깨달음, 꽃, 꿈, 나라, 달, 도, 도깨비, 돈, 돌, 땅, 물, 미인, 바보, 변신, 병, 복, 복수, 부처, 사랑, 서울, 성, 선비, 선악, 성숙, 성장, 수수께끼, 술, 스승, 시간, 신선, 아버지, 어머니, 여성, 여행, 영웅, 우애, 우정, 운명, 유배, 이상향, 임금, 자연, 저승, 전란, 정절, 죽음, 중국(기타 외국 포함), 지감, 집, 출세, 충, 칼, 탄생, 편지, 하늘, 학, 한, 호랑이, 혼인, 환생, 효.

와...

이렇게나 많은... 걸 다 했으면.... 거부감이 나타날 법 했는데 다행히 저자는 그 가운데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주제로 10가지 키워드를 선정하여 작품, 갈래, 작가, 시대별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꽃, 가난, 선악, 변신, 사랑, 자연, 죽음, 하늘, 복, 호랑이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질 선조들의 지혜, 우리 문화의 원형을 탐색해 보고자 합니다.

​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넘어

우리 한국문화로 들어서는 문을 여는 열쇠"

​

『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낯선 작품들에서 키워드 속에 담긴 여러 의미들.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키워드가 끝나고 나면 뭔가 한 발짝 다가간 느낌이랄까.

분명한 건 고전문학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

'꽃'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모란, 장미 등을 도리어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가난'을 깨끗한 가난 청빈, 가난을 편안히 여기며 안빈,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은 끝이 없는 망빈, 적수공권 적빈으로 가난의 여러 얼굴들을 이야기하였고

'선악'처럼 단순히 악에 대한 승리를 향해 치닫는 문학에서부터 악을 교화하는 문학으로까지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

악을 응징하여 물리치고 악인의 추한 면모를 폭로하는 일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악을 물리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상대의 추악함을 폭로한다고 해서 자신의 선함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니다. 개과천선이 악한 존재 또한 교화를 통해 선하게 할 수 있다는 외적인 해결점이라면, 전화위복은 겉보기에는 악으로 인식되더라도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적인 해결점이다. - page 126

​

그리고 각 주제들은 각 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연관되곤 하였습니다.

'자연'을 이상적인 안식처로 표현하는 문학과 '죽음'이 또 다른 시작임을 인지하는 문학과 긴민하게 연관되며 그러한 문학작품에서 추구하는 '복'은 청복이기 쉬웠고

'사랑'을 이루지 못해 '변신'하는 문학이 있는가 하면,

'변신'을 통해 온전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

특히나 '자연'을 바라보던 선조들의 지혜.

모든 삶의 근원이 되는 전원에서부터, 잠깐 세속을 떠나 쉬는 휴식처, 또 끝내 몸을 의탁하여 영원한 평온을 갈구하는 이상향으로서의 자연까지 그 진폭이 넓었습니다.

​

자연은 곧 인간에게 천지만물의 이치를 드러내는 단서이다. 이런 자연관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일상이나, 철이 바뀌어 새로운 계절이 오는 이치가 곧 천도가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도학자로 명망이 높은 학자가 자연에 깃들면, 그 구체적 공간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치며 즐거워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 때로는 벼슬을 물리고 치사하여 고향에서 제자를 가르치며 이치를 궁구하기도 했고, 때로는 뜻밖의 귀양살이를 통해 속세에서 등한시했던 오묘한 도리를 알아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요즘으로 치면 기행문이나 기행시라고 할법한 많은 작품들에서 심오한 철학을 담아낸 문학이 양산되었다. - page 206

​

이 책을 읽고 나서 예나 지금이나 중시되었던 것, 지금은 그 의미가 축소되었던 것,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 것 등 그 모습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마주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고전문학에서 현대문학으로의 흐름.

그 발자취들이 오늘의 우리 문화를 이루어냈음에, 그리고 앞으로 더 무궁무진해질 이야기에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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