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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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을 자유자재로 삭제하고 복원하면 좋지 않을까...

아프거나 슬픈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은 잊지 않게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아마 모두가 이런 상상을 해 보지 않았을까...?!

​

이 소설이 바로 '인간의 기억'을 소재로 이야기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기억을 마음대로 저장한다면 모두 행복하지 않을까...?

그 진실은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

# 기억을 자유자재로 삭제하고 복원할 수 있다면?

# 무한한 상상력으로 과학과 역사를 넘나드는 기억 세계의 판타지

# 기억을 매개로 인간의 탄생과 진화, 우주의 질서로 뻗어나가는 방대한 서사

​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당신은 이제부터 709번째 딜릿스타로 임명되었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인생은 모두 저희 기억삭제소와 함께합니다. 보상으로는 행복한 시간들이 주어지며 평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 page 11

​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커피페니 청담의 점장 에이미.

​

"시간 참 빨리 가네. 나도 내 10년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 후후. 나조차도 기억을 삭제당하기 때문일까?" - page 12

​

미소를 띠며 닥터 제닝스의 문자를 다시 바라본 후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처럼 분주히 업무를 시작합니다.

​

커피페니 청담에는 에이미를 비롯해 인간 참새이자 귀여워서 큐트까미로 불리는 까미, 까미의 오랜 동료이자 모든 힘든 일을 다 해버리는 멋쟁이 현이 의뢰인의 아프고 힘든 기억을 삭제하고 잊고 있던 행복한 기억을 복원하는 일을 합니다.

에스프레소 샷을 주문하면 기억을 삭제하고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

인간의 뇌를 전송체로 하여 인간의 기억을 저장, 편집, 가공, 재생산하는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

그런데 최근에 곳곳에서 기억이 조작된 기억 파편들이 발견되게 됩니다.

그 원인이 바로

​

"자, 위원 여러분들의 의견에 감사합니다. 저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 1년간 전송되어 온 기억 파편들의 품질이 형편없이 떨어진 이유가 지구상에 발병한 COVID-19라는 호흡기질환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인류의 미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인해 저희는 이번의 중대한 질병의 확산에도 인류가 이를 스스로 퇴치학 방어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 1년동안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질병과 싸우는 동안에도 저희는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분석 데이터에 의하면 인류는 이번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절대로 제압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page 170

​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질병 때문임이 밝혀지게 되고 심해기억저장위원회의 핵심 지도자 닥터 제닝스가 코로나 총사령부의 최고 지휘자인 술탄코로나와 교신하게 됩니다.

​

"술탄코로나요?"

"하하. 일단은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킹코로나, 왕코로나, 황제코로나, 1번코로나, 오야지코로나, 보스코로나, 바구스코로나 등등 온갖 명칭들이 있었지만 위원회는 일단 술탄코로나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시그널 도 교수님의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모듈체어에 앉아서 전송 메시지를 보낸 이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보낸 송신 신호를 포착한 것은 프로스트 박사님 연구소였습니다. 신기하게 바로 옆 건물인 프로스트 박사님 연구실로 송신되었습니다. 제가 교신 신호를 보낸 곳은 미국 최초로 전화선을 개통한 보스턴 전신국의 케이블 라인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왜 응답은 MGH 에테르 돔의 프로스트 박사님 연구실 기계로 송신되었을까요? 이 의문은 아직 풀지 못했습니다." - page 214 ~ 215

​

그리고 밝혀진 코로나바이러스 종족이 절대복종하는 다섯 가지 탄생 신물들.

이에 대해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을 찾아나서는 뉴클레아스 요원들.

​

"그걸 아니까 내가 화를 내는 거야. 할아버지는 덜컥 인간 접촉자에게 우리 세계의 다섯 가지 탄생 신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셨다는 거지.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이 다 모여서 그 신물을 통해 코로나 세계의 명령을 내리면 어느 누구도 그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우리 코로나족의 생명 창조의 원천이자 모든 바이러스의 원천을 제공한 다섯 바이러스가 제시하는 탄생 신물의 권위는 절대로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어. 지금 우리는 인간들의 몸을 숙주로 삼는 전쟁 중이야. 인간들은 우리 코로나족을 막기 위해 수많은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지. 백신, 바이러스를 죽이는 살상제, 치료제 그리고 봉쇄를 통한 인간 숙주와 숙주 사이의 이동 금지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올겨울에 다가오는 인간과의 2차 대전을 준비하기 위해 전 코로나족이 지금 전투태세를 갖추고 각 대륙별 사령부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마당에 덜컥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이 등장해서 우리가 납득하지 못하는 명령코드가 나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어? 대혼란이 오는 거지. 난 그걸 걱정하는 거야." - page 292

​

과연 그들은 임무를 완수하고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소설은 우리네 현실과 상상의 세계 속에서 스펙터클하게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

"나는 오직 우리 코로나족의 안전한 번영과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만을 생각했을 뿐이네. 앞으로 수많은 어려운 난관이 있을 것이야.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를 가장 많이 해치고, 다른 생명체의 영역을 가장 많이 파괴하고, 다른 동물들을 멸종시키고, 스스로도 파괴하는 종족이거든. 아마 뉴클레아스 어쩌고저쩌고도 공격당할지 모르겠네. 내가 오히려 인간을 걱정하다니, 나 참..." - page 645 ~ 646

​

큰 울림을 주었던 이야기.

지금의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였습니다.

​

'바이러스'라 하면 없애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하다가...

'공존'이란 말을 듣자마자,

'맞아! 우리 역시도 '위드' 라 하지 않았나!'

며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

"별로 놀랄 일이 아니야.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같은 거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생명 유지의 시스템과 운영이 다를 뿐이라네. 우리 코로나족이나 인간이나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나 인간 몸속의 세포나 미생물까지도 모두 생명의 영속성이 시작되면 그 생명의 마지막까지 계속 분화해 나가야 하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은 영원한 생명의 고리에 들어가게 되는 거라네. 인간이 다른 생명에 비해 위대했던 것은 생각이라는 도구를 기억과 재생, 조합, 확대, 재생산, 가공, 편집 등의 전송기능을 통해 언제든 도서관처럼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학습이라고 하는 아주 위대한 교육의 과정을 만들어 낸 집단이라는 것이지. 물론 우리도 지금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네. 우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속의 미생물이나 세포들도 인간과 같이 진화를 해왔지. 왜냐면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공동 운명체인 것처럼 모든 바이러스와 미생물 그리고 세포는 인간의 몸속에 정착하는 순간 인간의 몸속에 같이 사는 운명 공동체로 바뀌기 때문이지." - page 636

​

경이로웠던 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어디선가 씁쓸한 에스프레소 향이 아련히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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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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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허삼관 매혈기》 《제7일》의 작가, 대륙 최고의 거장 '위화'.

저는 그의 작품 중 『허삼관 매혈기』만 읽었었는데...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 '허삼관'이 지금 다시 떠올려도 진한 감동이 있었는데...

이번에 8년 만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

무엇보다 위화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왜 이 작품만은 꼭 읽어보고 싶었는가 하면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글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저절로 다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잔인해지지 말자. 전쟁을 말자. 《원청》에는 위화적인 순간이 무척 많았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았다가, 인물들의 운명을 알고 싶어 다시 펼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_장강명(소설가)

​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 중인 요즘.

그가 이 책을 읽고 다짐했던 그 마음, 그리고 '위화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

삶은 그저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여정 위에 선 인간의 숭고한 발자취.

​

『원청』



"제발 불쌍한 제 딸에게 젖 좀 먹여주십시오." - page 12

​

당시 시진에서 젖먹이가 있던 여자들은 대부분 '린샹푸'를 만났었습니다.

돌도 안 된 딸을 안고 언제나 엽전 한 닢이 놓인 오른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쉰 목소리로 젖동냥을 하는 그.

그리고 그는 강한 불쪽 말씨로 물었습니다.

​

"여기가 원청입니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라 천융량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시진입니다." - page 14

​

그는 왜 원청을 찾고 있는 것일까...?

소설은 린샹푸의 어린 시절부터 되짚어가고 있었습니다.

​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열아홉 살에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린샹푸.

그의 집은 침묵에 잠겨 있었는데 그가 스물네 살이 되었을 때 젊은 남녀 한 쌍이 그의 집 앞에 찾아오게 됩니다.

자잘한 꽃무늬 치파오를 입은 여자 '샤오메이'.

그는 샤오메이라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고 혼례도 했지만 여전히 샤오메이는 넋 나간 표정으로 떠나간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봄이 다 되었는데도 오빠가 오지 않는다며 근처에 절이나 사당의 부처님께 오빠를 보살펴달라고 빌면서 향을 좀 피워야겠다고 말하는 샤오메이.

​

"음식은 부뚜막에 차려두었고 옷은 옷장에 있어요. 왼쪽은 기운 옷이니 밭에 나갈 때 입고 오른쪽은 깁지 않은 옷이니 성에 들어갈 때 입으세요. 또 지난 며칠 동안 만든 새 옷 한 벌과 새 신발 두 켤레도 옷장에 넣어두었고요."

린샹푸가 대꾸했다. "그냥 하루 다녀올 거잖아요. 1년 6개월이 아니라." - page 51 ~ 52

​

그렇게 샤오메이는 가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녀의 뱃속엔 아이가 있었습니다.

딸을 낳고 잘 살아갈 줄 알았지만 또다시 사라진 샤오메이.

린샹푸는 이번에 딸을 포대기로 싸고 등에 커다란 봇짐을 짊어진 뒤 길을 나서게 됩니다.

​

"아버지, 어머니, 두 분께 죄송하고 조상님께 송구합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저당 잡혔습니다. 하지만 저는 샤오메이를 찾아와야 해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손녀는 젖을 먹어야 해서 어미가 없으면 안 되니 샤오메이를 데려오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맹세코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 page 91

​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으로 떠나게 된 그.

​

아창은 샤오메이의 고민이 뭔지 모르고 여전히 걱정한다고만 생각해 말했다.

"점점 멀리 갈 거야. 원청을 찾아갈 테니까."

아창이 원청을 언급해 샤오메이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원청이 어디 있는데?"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 page 558 ~ 559

​

그리고 겪게 된 전쟁 이야기.

참으로 잔혹한 전쟁과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인간다운 사람들이 있음에 그야말로 전쟁 속에서도 살아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

천야오우가 말했다. "왜 굳이 묶어요? 잔인무도한 토비니 둘 다 죽여요."

천융량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구하려는 거야." - page 333

​

한 남자를 통해 살펴보았던 대서사.

시작은 있었지만 이 여정의 끝은 없었습니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 각자의 몫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

가슴 먹먹함...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었습니다.

앞서 서문에서 얘기했던

​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

​

라는 말.

이 말이 제 가슴속에서도 울리고 또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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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지음 / 스윙테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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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미스터리 소설러버인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 소설.

카페?

형사와 목사?

도통 이 조합으론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이번 소설.

어떤 사건이 펼쳐질지...

​

'신학대를 자퇴한 형사' 성요한

x

'법의관을 그만둔 목사' 유진신

​

온도도 감성도 생각도

정반대인 두 남자의

합동수사가 시작된다!

​

『천국에서 온 탐정』



"종교탄압 자행하는 폭력 경찰 물러나라!" - page 11

​

교회에서 나온 시위대가 경찰서 앞 인도를 점거한 상황.

한 남자가 경찰서 정문으로 나와 순경들 뒤쪽으로 지나갑니다.

힐끗 시위대를 보고는 횡단보도 건너 골목에 들어서게 됩니다.

단층으로 된 '천국에서 온 커피'라 적힌 카페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오늘의 커피'를 주문합니다.

​

남자가 맛을 음미하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남자가 고개를 들자 주인이 심각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

"형사님은 거의 매일 우리 가게를 찾아 주시는 단골이시고 여기서 큰길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곳이 경찰서니까요. 형사님이 경찰서에 드나드는 모습을 몇 번 봤지요. 심지어 오늘도 횡단보도 앞에서 계신 것을 봤습니다." - page 15

​

주인은 남자의 사정을 마치 바라본 듯이 풀어내는 모습을 보곤

​

"이제 보니 탐정이셨네요. 의사가 아니라 형사를 하셨으면 미제 사건 좀 해결했겠어요."

"과찬이십니다. 성요한 형사님처럼 훌륭한 경찰분들 어깨너머로 배운 거죠. 법의학을 전공했거든요." - page 17

​

그랬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신학대를 자퇴한 '성요한' 형사와 법의관을 그만둔 카페의 바리스타 '유신진' 목사 이 둘.

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통해 거짓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

교회 간증을 앞두고 자살한 노인 사건부터 실종된 스물아홉 청년 사건, 늦은 밤 방화 사건, 데이트 폭력 사건까지 각각의 사건에 대해

'법과 제도'

'심판과 용서'

로 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지만 결국 이 둘은 '죄의 뿌리'를 뽑고자 함은 같았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

"목사나 형사나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성요한의 얼굴이 더 구겨졌다.

"형사나 목사나 죄인을 상대한다는 말입니다. 형사님이 만나는 죄인은 대놓고 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이지요. 그에 비해 목사인 제가 만나는 죄인들은 교양 있는 얼굴로 교회에 나와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기도하는 사람들이지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신과 성요한이 올라탔다.

"하지만 예배가 끝나면 주차장에서부터 싸움을 시작하지요.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 종업원에게 진상을 부리면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음 주일에 나타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찬양을 하지요." - page 34

​

커피의 향처럼 향긋했으면 좋으련만 커피의 색과도 같이 더럽혀진 사회의 부조리, 쓰디쓴 맛의 추악한 진실은 결국 남은 향기마저 진한 응어리처럼 남곤 하였습니다.

흥미로웠고 재미있었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았던 이 소설.

'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

"흉악한 범죄자라도 가족이나 친구에는 좋은 사람일 수 있지요. 반대로 의인처럼 보여도 막상 겪어 보면 형편없는 인간도 있다는 겁니다."

유진신이 빈소로 걸음을 옮겼다. 성요한이 유진신을 따르며 말했다.

"만약 양재익이 범인이라면 완전범죄네요. 양재익의 죄는 방우린과 임치수가 짊어지고 죽어 버렸으니까요. 범인이 죽었으니 수사는 종결되었고요."

유진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감춰진 것은 결국 드러나고 숨겨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니까요."

유진신은 확고하게 말했지만 양재익의 죄를 밝히기는 확실히 어려웠다. 장례 일정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유진신은 양재익의 불완전함이 남겼을 죄의 흔적을 알아내려 노력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 page 351

​

설마 이렇게 이 둘의 케미가 끝이 나는 건 아니겠지요...

이 답답한 현실 속 두 남자의 공조 수사를 더 보고 싶었습니다.

​

"천국에서 온 커피요?"

"가면 꼭 마셔 봐. 정말 맛있어."

"근데 커피가 무슨 도움이 돼요?"

"커피만 있는 게 아니거든." - page 442

​

문을 열면 두 남자가 반갑게 맞이해주지 않을까!

부디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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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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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 프리다 칼로.

비극적인 사고로 평생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주저앉지 않고 그림으로 승화시킨 그녀.

​

솔직히 처음에 그녀의 작품을 접했을 땐 온몸이 찌릿찌릿하였습니다.

그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작품을 보는 것이 불편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생애를 알게 되고...

그 어떤 작품도 허투루 볼 수 없었고 이제는 작품에서 그녀의 의지가, 희망이, 나아가 우리에게 건넨 위로까지.

이젠 그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프리다 칼로의 4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시중에서도 쉽게 그녀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선 그림과 함께 그 안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생생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였습니다.

대표작 외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도 있다고 하니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았던 이 책.

매력적이었기에 그녀를 좋아한다면 분명 읽어야 했습니다.

​

고통을 묻고 희망을 담다,

위로받고 싶은 당신에게 바치는

프리다 칼로의 47편의 그림 편지

​

『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1907년 7월 6일 멕시코시티 교외 코요아칸에서 태어난 프리다 칼로.

예쁘고 똑똑했으며, 인기도 많았던 프리다 칼로는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졸업 후 자기가 원하던 유능한 의사가 되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1925년 9월 17일.

프리다 칼로는 남자 친구 알레한드로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하교 중이었습니다.

그때 그녀가 탄 버스가 마주 오던 전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고 그녀는 전차의 손잡이 봉이 그녀의 왼쪽 옆구리에서 질까지 통과해 반대편으로 뚫고 나오는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너무나도 처참한 부상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그리고 이 사고가 그녀의 고통 시작점 중 하나가 됩니다.



35번 이상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하루도 안 아픈 날이 없었던 그녀.

결국 의사의 꿈은 접어야 했고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그림'을 시작하게 됩니다.

​

꿈 많은 18살 소녀에게는 가호한 운명이고 쓰라린 결정이었지만, 이 사건은 후에 대단한 화가 프리다 칼로를 탄생시켰고, 미술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는 작품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 page 23

​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다음, 당시 멕시코 최고의 화가였던 디에고 리베라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사랑이 싹터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녀에게 이 결혼이란...

​

그녀에게는 결혼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디에고 리베라는 세 번째 결혼인 데다 프리다 칼로와 나이 차이가 많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결혼한다면 더 이상 병원비 걱정은 안 해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던 그녀에게 유명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큰 힘이 될 수 있었죠. - page 56

​

1년이 흐르고...

​



하지만 얼굴 표정은 독특합니다. 1년 전에 그렸던 자화상처럼 의지를 다지는 눈빛도 아니고, 평소의 그녀처럼 자신감 넘치는 표정도 아닙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 보입니다. 막상 닥친 현실에 약간 당황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

자화상 속 그녀의 눈에는 자신감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은 똑바로 뜨고 있지만 허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입매에서는 특유의 당참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불안해하는 모습만 있습니다. - page 72 ~ 73

​

거듭된 임신 실패.

남편의 바람기는 심지어 가장 친하게 지냈던 바로 아래 여동생과 남편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게 되고 이는 그녀에게 엄청난 고통을 선사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경험하지 못할 고통을 겪은 프리다 칼로.

그런 그녀는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고자 하였습니다.

특히나 평생 수많은 자화상을 그리게 되는데 이는 다 자기를 위로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라는 점이 안타깝지만 당당함에 그녀를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딜 수 있답니다."

​

죽기 8일 전 프리다 칼로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7개의 수박이 그려져 있는 정물화를 완성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였습니다.

​

제일 앞의 수박에 '인생이여 만세'라고 써놓았죠. 그리고 아래에는 자기 이름과 '코요아칸 1954 멕시코'라고 적어놓습니다. 이곳이 자기가 살았던 마지막 장소라고 기록한 것입니다. 그렇게 통증에 시달렸으면서도 '인생이여 만세'라고 쓴 걸 보면, 그녀는 행복한 화가였나 봅니다. - page 346

​

참으로 가혹한 삶을 살았던 그녀.

그럼에도 화가로써 행복했던(?) 그녀.

날고 싶었던 소망만큼 훨훨 날아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서 살아가는 그녀.

당신으로부터 받은 희망과 위로로 저 역시도 두고두고 새겨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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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패밀리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1
안세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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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부터가 재미날 것 같았습니다.

망상장애?

스파이?

국정원 요원으로 활약하던 초능력자 가족의 좌충우돌 난리법석 우당탕탕 정신병원 탈출기가 펼쳐진다는데...

과연 이들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그보다 이들은 진짜 초능력자 스파이였을까?

​

한꺼번에 초능력자가 되어 스파이로 활약하던 다섯 식구!

난데없이 정신병원에 갇혔다!

특별한 능력을 갖는 바람에 휘말리게 된 갖가지 사건과 소동

​

『스타더스트 패밀리』



"언제부터 온 가족이 스파이가 되길 꿈꿨나요?" - pag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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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상담에서 원장은 배씨 가족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모두에게서 다른 대답을 들었던 노 원장.

노 원장은 협업 시 반드시 충돌이 일어날 것 같은 다섯 사람의 성격을 체크한 뒤, 이들이 과연 얼마나 구체적으로 망상을 공유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또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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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온 가족이 스파이가 되었나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질문에는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2년 전이요." - page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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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언제나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배원기, 아버지 배순동, 어머니 양희라, 오빠 배하준, 그리고 배하늬.

배씨 가족은 3대가 한꺼번에 초능력자가 되어 국정원 5과 비정규 요원으로 활약했다는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는 진달을 받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자신들은 '진짜' 초능력자였고 '진짜' 스파이였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래서 병원에 감금되었다는 이 사실이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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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다섯 사람은 외출했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깊은 산속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털이 파랗고 머리에 꽃 달린 짐승을 마주친 뒤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원기는 괴력을, 순동은 다른 종과의 소통을, 희라는 수분을, 하준은 치유를, 하늬는 달리기 능력이 생기게 되었고 가족들은 만장일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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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능력은 비밀에 부치도록 하자."

...

"이 능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비밀로 하자." - page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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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했지만 어찌 알았는지 국정원 5과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국정원 5과 비정규 요원이 되어 달라는 정중하고도 위협적인 제안(?)을 받게 되고 1년 남짓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곤 국정원 요원으로 활약한 지 1년 만에 아무도 모르는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게다가 미친 범죄자 취급까지 받게 됩니다.

과연 이 가족은 무사히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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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을 듯한 평범하고도 친근한 배씨 가족.

히어로들처럼 대단한 능력이 탑재된 건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정감 가면서 그들의 활약에 응원을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활약만큼이나 이야기의 속도감도 빨랐고 반전에 반전이 더해지면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야기.

그 활약극에 잠시나마 유쾌 통쾌 상쾌를 느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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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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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가족들 안위를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만일 모든 사람들이 자기 가족에게만이라도 잘하고 떳떳하려 한다면 세상은 절로 평화로워질걸." - page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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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모를 일이지. 나보다 잘 쓸 사람이 당첨됐을 수도 있으니까. 누가 알겠냐. 어느 평범한 인간이 일확천금을 얻고서 남은 인생을 쫄딱 말아먹을지 남의 인생까지 활짝 펴 줄지."

원숙은 집안의 자랑인 건치로 바사삭 과자를 깨부수며 말했다.

"다 자기 마음먹기 달린 거야." - page 261 ~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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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 가족이 보여주었던, 어쩌다 얻은 초능력으로 뜻하지 않게 권력자들의 싸움에 휘말리고 악의를 선의로 둔갑한 악당을 물리치면서 '진짜' 슈퍼 히어로로 거듭났던 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 배씨 가족이나 모든 이들에게 덕분에 우리들이 살아감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며 만약 나에게도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란 상상의 나래도 펼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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