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부터 709번째 딜릿스타로 임명되었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인생은 모두 저희 기억삭제소와 함께합니다. 보상으로는 행복한 시간들이 주어지며 평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 page 11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커피페니 청담의 점장 에이미.
"시간 참 빨리 가네. 나도 내 10년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 후후. 나조차도 기억을 삭제당하기 때문일까?" - page 12
미소를 띠며 닥터 제닝스의 문자를 다시 바라본 후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처럼 분주히 업무를 시작합니다.
커피페니 청담에는 에이미를 비롯해 인간 참새이자 귀여워서 큐트까미로 불리는 까미, 까미의 오랜 동료이자 모든 힘든 일을 다 해버리는 멋쟁이 현이 의뢰인의 아프고 힘든 기억을 삭제하고 잊고 있던 행복한 기억을 복원하는 일을 합니다.
에스프레소 샷을 주문하면 기억을 삭제하고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뇌를 전송체로 하여 인간의 기억을 저장, 편집, 가공, 재생산하는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
그런데 최근에 곳곳에서 기억이 조작된 기억 파편들이 발견되게 됩니다.
그 원인이 바로
"자, 위원 여러분들의 의견에 감사합니다. 저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 1년간 전송되어 온 기억 파편들의 품질이 형편없이 떨어진 이유가 지구상에 발병한 COVID-19라는 호흡기질환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인류의 미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인해 저희는 이번의 중대한 질병의 확산에도 인류가 이를 스스로 퇴치학 방어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 1년동안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질병과 싸우는 동안에도 저희는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분석 데이터에 의하면 인류는 이번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절대로 제압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page 170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질병 때문임이 밝혀지게 되고 심해기억저장위원회의 핵심 지도자 닥터 제닝스가 코로나 총사령부의 최고 지휘자인 술탄코로나와 교신하게 됩니다.
"술탄코로나요?"
"하하. 일단은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킹코로나, 왕코로나, 황제코로나, 1번코로나, 오야지코로나, 보스코로나, 바구스코로나 등등 온갖 명칭들이 있었지만 위원회는 일단 술탄코로나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시그널 도 교수님의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모듈체어에 앉아서 전송 메시지를 보낸 이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보낸 송신 신호를 포착한 것은 프로스트 박사님 연구소였습니다. 신기하게 바로 옆 건물인 프로스트 박사님 연구실로 송신되었습니다. 제가 교신 신호를 보낸 곳은 미국 최초로 전화선을 개통한 보스턴 전신국의 케이블 라인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왜 응답은 MGH 에테르 돔의 프로스트 박사님 연구실 기계로 송신되었을까요? 이 의문은 아직 풀지 못했습니다." - page 214 ~ 215
그리고 밝혀진 코로나바이러스 종족이 절대복종하는 다섯 가지 탄생 신물들.
이에 대해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을 찾아나서는 뉴클레아스 요원들.
"그걸 아니까 내가 화를 내는 거야. 할아버지는 덜컥 인간 접촉자에게 우리 세계의 다섯 가지 탄생 신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셨다는 거지.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이 다 모여서 그 신물을 통해 코로나 세계의 명령을 내리면 어느 누구도 그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우리 코로나족의 생명 창조의 원천이자 모든 바이러스의 원천을 제공한 다섯 바이러스가 제시하는 탄생 신물의 권위는 절대로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어. 지금 우리는 인간들의 몸을 숙주로 삼는 전쟁 중이야. 인간들은 우리 코로나족을 막기 위해 수많은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지. 백신, 바이러스를 죽이는 살상제, 치료제 그리고 봉쇄를 통한 인간 숙주와 숙주 사이의 이동 금지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올겨울에 다가오는 인간과의 2차 대전을 준비하기 위해 전 코로나족이 지금 전투태세를 갖추고 각 대륙별 사령부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마당에 덜컥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이 등장해서 우리가 납득하지 못하는 명령코드가 나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어? 대혼란이 오는 거지. 난 그걸 걱정하는 거야." - page 292
과연 그들은 임무를 완수하고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소설은 우리네 현실과 상상의 세계 속에서 스펙터클하게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직 우리 코로나족의 안전한 번영과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만을 생각했을 뿐이네. 앞으로 수많은 어려운 난관이 있을 것이야.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를 가장 많이 해치고, 다른 생명체의 영역을 가장 많이 파괴하고, 다른 동물들을 멸종시키고, 스스로도 파괴하는 종족이거든. 아마 뉴클레아스 어쩌고저쩌고도 공격당할지 모르겠네. 내가 오히려 인간을 걱정하다니, 나 참..." - page 645 ~ 646
큰 울림을 주었던 이야기.
지금의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였습니다.
'바이러스'라 하면 없애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하다가...
'공존'이란 말을 듣자마자,
'맞아! 우리 역시도 '위드' 라 하지 않았나!'
며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별로 놀랄 일이 아니야.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같은 거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생명 유지의 시스템과 운영이 다를 뿐이라네. 우리 코로나족이나 인간이나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나 인간 몸속의 세포나 미생물까지도 모두 생명의 영속성이 시작되면 그 생명의 마지막까지 계속 분화해 나가야 하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은 영원한 생명의 고리에 들어가게 되는 거라네. 인간이 다른 생명에 비해 위대했던 것은 생각이라는 도구를 기억과 재생, 조합, 확대, 재생산, 가공, 편집 등의 전송기능을 통해 언제든 도서관처럼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학습이라고 하는 아주 위대한 교육의 과정을 만들어 낸 집단이라는 것이지. 물론 우리도 지금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네. 우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속의 미생물이나 세포들도 인간과 같이 진화를 해왔지. 왜냐면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공동 운명체인 것처럼 모든 바이러스와 미생물 그리고 세포는 인간의 몸속에 정착하는 순간 인간의 몸속에 같이 사는 운명 공동체로 바뀌기 때문이지." - page 636
경이로웠던 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어디선가 씁쓸한 에스프레소 향이 아련히 맴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