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온 가족이 스파이가 되길 꿈꿨나요?" - page 17
첫 번째 상담에서 원장은 배씨 가족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모두에게서 다른 대답을 들었던 노 원장.
노 원장은 협업 시 반드시 충돌이 일어날 것 같은 다섯 사람의 성격을 체크한 뒤, 이들이 과연 얼마나 구체적으로 망상을 공유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또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언제부터 온 가족이 스파이가 되었나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질문에는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2년 전이요." - page 19
이야기는 언제나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배원기, 아버지 배순동, 어머니 양희라, 오빠 배하준, 그리고 배하늬.
배씨 가족은 3대가 한꺼번에 초능력자가 되어 국정원 5과 비정규 요원으로 활약했다는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는 진달을 받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자신들은 '진짜' 초능력자였고 '진짜' 스파이였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래서 병원에 감금되었다는 이 사실이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하였습니다.
사실 이 다섯 사람은 외출했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깊은 산속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털이 파랗고 머리에 꽃 달린 짐승을 마주친 뒤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원기는 괴력을, 순동은 다른 종과의 소통을, 희라는 수분을, 하준은 치유를, 하늬는 달리기 능력이 생기게 되었고 가족들은 만장일치로
"이 능력은 비밀에 부치도록 하자."
...
"이 능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비밀로 하자." - page 56
라 했지만 어찌 알았는지 국정원 5과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국정원 5과 비정규 요원이 되어 달라는 정중하고도 위협적인 제안(?)을 받게 되고 1년 남짓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곤 국정원 요원으로 활약한 지 1년 만에 아무도 모르는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게다가 미친 범죄자 취급까지 받게 됩니다.
과연 이 가족은 무사히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을 듯한 평범하고도 친근한 배씨 가족.
히어로들처럼 대단한 능력이 탑재된 건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정감 가면서 그들의 활약에 응원을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활약만큼이나 이야기의 속도감도 빨랐고 반전에 반전이 더해지면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야기.
그 활약극에 잠시나마 유쾌 통쾌 상쾌를 느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
"나 참. 가족들 안위를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만일 모든 사람들이 자기 가족에게만이라도 잘하고 떳떳하려 한다면 세상은 절로 평화로워질걸." - page 237
"그건 모를 일이지. 나보다 잘 쓸 사람이 당첨됐을 수도 있으니까. 누가 알겠냐. 어느 평범한 인간이 일확천금을 얻고서 남은 인생을 쫄딱 말아먹을지 남의 인생까지 활짝 펴 줄지."
원숙은 집안의 자랑인 건치로 바사삭 과자를 깨부수며 말했다.
"다 자기 마음먹기 달린 거야." - page 261 ~ 262
배씨 가족이 보여주었던, 어쩌다 얻은 초능력으로 뜻하지 않게 권력자들의 싸움에 휘말리고 악의를 선의로 둔갑한 악당을 물리치면서 '진짜' 슈퍼 히어로로 거듭났던 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 배씨 가족이나 모든 이들에게 덕분에 우리들이 살아감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며 만약 나에게도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란 상상의 나래도 펼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