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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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허삼관 매혈기》 《제7일》의 작가, 대륙 최고의 거장 '위화'.

저는 그의 작품 중 『허삼관 매혈기』만 읽었었는데...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 '허삼관'이 지금 다시 떠올려도 진한 감동이 있었는데...

이번에 8년 만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위화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왜 이 작품만은 꼭 읽어보고 싶었는가 하면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글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저절로 다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잔인해지지 말자. 전쟁을 말자. 《원청》에는 위화적인 순간이 무척 많았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았다가, 인물들의 운명을 알고 싶어 다시 펼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_장강명(소설가)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 중인 요즘.

그가 이 책을 읽고 다짐했던 그 마음, 그리고 '위화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삶은 그저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여정 위에 선 인간의 숭고한 발자취.

원청



"제발 불쌍한 제 딸에게 젖 좀 먹여주십시오." - page 12

당시 시진에서 젖먹이가 있던 여자들은 대부분 '린샹푸'를 만났었습니다.

돌도 안 된 딸을 안고 언제나 엽전 한 닢이 놓인 오른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쉰 목소리로 젖동냥을 하는 그.

그리고 그는 강한 불쪽 말씨로 물었습니다.

"여기가 원청입니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라 천융량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시진입니다." - page 14

그는 왜 원청을 찾고 있는 것일까...?

소설은 린샹푸의 어린 시절부터 되짚어가고 있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열아홉 살에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린샹푸.

그의 집은 침묵에 잠겨 있었는데 그가 스물네 살이 되었을 때 젊은 남녀 한 쌍이 그의 집 앞에 찾아오게 됩니다.

자잘한 꽃무늬 치파오를 입은 여자 '샤오메이'.

그는 샤오메이라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고 혼례도 했지만 여전히 샤오메이는 넋 나간 표정으로 떠나간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봄이 다 되었는데도 오빠가 오지 않는다며 근처에 절이나 사당의 부처님께 오빠를 보살펴달라고 빌면서 향을 좀 피워야겠다고 말하는 샤오메이.

"음식은 부뚜막에 차려두었고 옷은 옷장에 있어요. 왼쪽은 기운 옷이니 밭에 나갈 때 입고 오른쪽은 깁지 않은 옷이니 성에 들어갈 때 입으세요. 또 지난 며칠 동안 만든 새 옷 한 벌과 새 신발 두 켤레도 옷장에 넣어두었고요."

린샹푸가 대꾸했다. "그냥 하루 다녀올 거잖아요. 1년 6개월이 아니라." - page 51 ~ 52

그렇게 샤오메이는 가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녀의 뱃속엔 아이가 있었습니다.

딸을 낳고 잘 살아갈 줄 알았지만 또다시 사라진 샤오메이.

린샹푸는 이번에 딸을 포대기로 싸고 등에 커다란 봇짐을 짊어진 뒤 길을 나서게 됩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께 죄송하고 조상님께 송구합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저당 잡혔습니다. 하지만 저는 샤오메이를 찾아와야 해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손녀는 젖을 먹어야 해서 어미가 없으면 안 되니 샤오메이를 데려오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맹세코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 page 91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으로 떠나게 된 그.

아창은 샤오메이의 고민이 뭔지 모르고 여전히 걱정한다고만 생각해 말했다.

"점점 멀리 갈 거야. 원청을 찾아갈 테니까."

아창이 원청을 언급해 샤오메이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원청이 어디 있는데?"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 page 558 ~ 559

그리고 겪게 된 전쟁 이야기.

참으로 잔혹한 전쟁과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인간다운 사람들이 있음에 그야말로 전쟁 속에서도 살아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천야오우가 말했다. "왜 굳이 묶어요? 잔인무도한 토비니 둘 다 죽여요."

천융량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구하려는 거야." - page 333

한 남자를 통해 살펴보았던 대서사.

시작은 있었지만 이 여정의 끝은 없었습니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 각자의 몫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가슴 먹먹함...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었습니다.

앞서 서문에서 얘기했던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

라는 말.

이 말이 제 가슴속에서도 울리고 또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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