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불쌍한 제 딸에게 젖 좀 먹여주십시오." - page 12
당시 시진에서 젖먹이가 있던 여자들은 대부분 '린샹푸'를 만났었습니다.
돌도 안 된 딸을 안고 언제나 엽전 한 닢이 놓인 오른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쉰 목소리로 젖동냥을 하는 그.
그리고 그는 강한 불쪽 말씨로 물었습니다.
"여기가 원청입니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라 천융량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시진입니다." - page 14
그는 왜 원청을 찾고 있는 것일까...?
소설은 린샹푸의 어린 시절부터 되짚어가고 있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열아홉 살에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린샹푸.
그의 집은 침묵에 잠겨 있었는데 그가 스물네 살이 되었을 때 젊은 남녀 한 쌍이 그의 집 앞에 찾아오게 됩니다.
자잘한 꽃무늬 치파오를 입은 여자 '샤오메이'.
그는 샤오메이라는 여자가 마음에 들었고 혼례도 했지만 여전히 샤오메이는 넋 나간 표정으로 떠나간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봄이 다 되었는데도 오빠가 오지 않는다며 근처에 절이나 사당의 부처님께 오빠를 보살펴달라고 빌면서 향을 좀 피워야겠다고 말하는 샤오메이.
"음식은 부뚜막에 차려두었고 옷은 옷장에 있어요. 왼쪽은 기운 옷이니 밭에 나갈 때 입고 오른쪽은 깁지 않은 옷이니 성에 들어갈 때 입으세요. 또 지난 며칠 동안 만든 새 옷 한 벌과 새 신발 두 켤레도 옷장에 넣어두었고요."
린샹푸가 대꾸했다. "그냥 하루 다녀올 거잖아요. 1년 6개월이 아니라." - page 51 ~ 52
그렇게 샤오메이는 가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녀의 뱃속엔 아이가 있었습니다.
딸을 낳고 잘 살아갈 줄 알았지만 또다시 사라진 샤오메이.
린샹푸는 이번에 딸을 포대기로 싸고 등에 커다란 봇짐을 짊어진 뒤 길을 나서게 됩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께 죄송하고 조상님께 송구합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저당 잡혔습니다. 하지만 저는 샤오메이를 찾아와야 해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손녀는 젖을 먹어야 해서 어미가 없으면 안 되니 샤오메이를 데려오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맹세코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 page 91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으로 떠나게 된 그.
아창은 샤오메이의 고민이 뭔지 모르고 여전히 걱정한다고만 생각해 말했다.
"점점 멀리 갈 거야. 원청을 찾아갈 테니까."
아창이 원청을 언급해 샤오메이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원청이 어디 있는데?"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 page 558 ~ 559
그리고 겪게 된 전쟁 이야기.
참으로 잔혹한 전쟁과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인간다운 사람들이 있음에 그야말로 전쟁 속에서도 살아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천야오우가 말했다. "왜 굳이 묶어요? 잔인무도한 토비니 둘 다 죽여요."
천융량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구하려는 거야." - page 333
한 남자를 통해 살펴보았던 대서사.
시작은 있었지만 이 여정의 끝은 없었습니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 각자의 몫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가슴 먹먹함...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었습니다.
앞서 서문에서 얘기했던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
라는 말.
이 말이 제 가슴속에서도 울리고 또 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