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리뷰툰 냉정과 열정 : 열정 편 - 이제 읽을 때도 됐다, 인류 최고 지성들의 마스터피스 고전 리뷰툰
키두니스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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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저도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읽어야 하는 의무감(?) 같은 게 있기에, 그리고 같이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 읽기 시작하였었습니다.

읽기 전엔 한숨과 어찌 읽어야 할지 막막함이 있지만 읽고 나면

'고전이 고전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데...

그래도 누군가 저에게 "고전 읽을까?"라고 묻는다면 냉큼 "그래!"란 대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

고전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평을 만화로 연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작가 '키두니스트'.

고전이란 단어보다 '만화'라는 점에 더 끌리는 솔직한 심정이랄까...

덤으로 고전도 알아갈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

저도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고전 애송이에게는 길잡이, 고인물에게는 신선한 해석.

고전 여행자 키두니스트의 리뷰툰, 2년 만의 신작.

역사상 가장 뜨겁고 치열한 이야기, 열정 편

레전드 고전 8권, 총 4,000페이지를 한 권에 담아내다.

고전 리뷰툰 냉정과 열정 : 열정 편



은은한 따뜻함부터 극단적인 광기까지,

8편의 고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 약 500페이지

고아로 불우하게 자랐지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고용주 로체스터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한 여자의 뜨거운 삶을 그린 이야기

*잔재미가 있는 곁다리 이야기들이 축약본에 생략되어 있기에 이 소설은 꼭!


아니, 모든 고전은 완역본으로 읽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약 400페이지

아처발드 컨스터블 앤드 컴퍼니,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젊은 변호사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 백작의 성을 방문하며 시작하는 이야기

*지나칠 정도로 기록에 진심인 '기록형 문학'의 종결자, 끝판왕이기에 꼭 한 번 경험하시길!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약 350페이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 두 도시를 오가며 전개되는 이야기

* 특유의 만연체와 극한의 빌드업!

결말을 알고서 재독할 때 더더욱 빛이 난다고 하니 나중에 꼭 한 번 더 읽어볼 것!

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약 500페이지

얼굴이 흉측하게 웃는 모습으로 찢어진 남자 그위플레인의 삶을 다룬 소설

* 등장인물도 불행하고 독자도 불행한데 작가 본인만 할 말 다해서 좋아죽는 소설이라는데...

그래서 더 호기심이 일어난!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약 300페이지

절름발이 소년 미조구치가 금각사에 입사하여 절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지만, 그 아름다움이 그를 점점 파멸로 이끄는데...


 


* 이번 책을 통해 이 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여느 책보다 얇아서가 아닌, 은근 수위 높은 묘사가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닌... (주저리주저리)

탐미적인 필력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르센 뤼팽, 신사 도둑》 모리스 르블랑, 약 300페이지(단편집)

삐에흐 라핏 에 씨, 프랑스 파리 아르센 뤼팽이라는 신사 도둑의 모험을 다룬 단편집

*책을 약으로 처방할 수 있다면 뤼팽 시리즈는 우울증 치료제가 될 만큼 매력적인 소설.

단, 너무 막강해서 아주 소량만 복용해야 된다는 사실!

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약 360페이지

얼굴이 흉측한 유령 에릭이 오페라 하우스를 장악하고, 젊은 소프라노 크리스틴 다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뮤지컬, 영화, 원작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원작이 최고!

삼총사》 알렉상드르 뒤마, 약 700페이지

젊은 시골 청년 다르타냥이 파리로 와서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 친구가 되어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

*고전이 어렵게만 느껴질 때 세상에는 오로지 너무 재밌다는 이유로 고전의 반열에 든 작품!

그 재미 한 번 느껴보지 않으시겠어요?!

이런 매력이 있었다고?!

새삼 고전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고전'이라 하면 좋은 것만 바라보고 느껴야 한다고 느꼈었는데 촌철살인과 유머 덕분에 고전의 벽을 허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전을 읽어도 왠지 모를 가려움이 있었는데 이는 '배경지식'의 부족함이었음을, 이렇게 배경지식과 함께 고전을 해석해 주니 이보다 더 잘 읽히고 재미있는 건 없었습니다.

'고전을 읽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안내자가 있을까!'

이제 키두니스트와 함께 고전 읽기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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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산다면야
동선.이연 지음 / 위시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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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혹! 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저도

'나도 저랬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많았기에, 특히나 로맨스를 볼 때면 격하게 여주인공이 되고팠기에 영화와 같은 삶을 꿈꾸곤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의 작가는 어떤 영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지, 그리고 영화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영화 말고 내 말 좀 들어줘!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와 17시간 시차를 두고

벤쿠버의 동선 작가와 서울의 이연 작가 사이에 오간 영화 수다집

영화처럼 산다면야



장르로는 애니메이션부터 뮤지컬, 작가주의 영화까지,

주제로는 무지와 차별, 황금만능주의, 노년의 사랑, 인간다움, 자아발견, 인간과 자연의 공생 등등.

단순히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영화를 가져다 놓고 우리 삶과 사람들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 대사 한 마디에서 뽑아낸 실오라기를 붙들고 늘어지며 우리 눈길이 미치지 않는 그늘진 구석구석에 불빛을 들이대며 우리에게 영화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넨 안부

우리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열여덟 편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로부터의 그들의 사색이 있었습니다.

단순하지 않았던,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도 않았던 이야기...

읽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제 안의 정서적인 무언가가 피어오르곤 하였었습니다.

<파라노만>에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지닌, 유령을 볼 수 있고 그들과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노만'.

그러던 어느 날, 곧 오랜 잠에서 깨어날 마녀로부터 마을과 사람들을 구해야 되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이 애니메이션으로부터 건넨 동선과 이연의 이야기.

동선 -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홍상수 영화 두 편에서 따로 나온 메시지를 뒤섞어서 기억하는 건 단지 착각만은 아닐지 몰라요.

"생각을 해야겠다. 정말로 생각이 중요한 거 같아. 끝까지 생각하면 뭐든지 고칠 수 있어. 담배도 끊을 수 있어. 생각을 더 해야 돼.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 <극장전 (2005)>

"우리,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 <생활의 발견 (2002)>

이연 - 나랑 같이 혼자 있자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관찰과 성찰, 무리와 거리 두기. 나만의 시각 갖기. 영화 <파라노만> 제작진이 이토록 인간 본성을 밑바닥까지 파헤친 건 우리 스스로 물어보길 원해서가 아니었을까요? 당신은 어떤 인간으로,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은가.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작가 김연수가 한 말. 두려움의 반대는 사랑. 노만처럼 여태 아무도 해보지 않은 걸 해보기. 이를테면, 어깨를 내어주고 마음으로 들어주기. 당신이랑 닮고,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걸 기억나게. 그리고 곁에 있어 주기. 몸과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나랑 같이 혼자 있자. 그러고 나란히 걷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색이 묻어났던 <파라노만>.

언젠간 꼭 찾아보며 저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밤과낮>에서 이연의 말 역시도 개인적으로 남았었습니다.

굴곡 없는 이야기, 건든건들 밋밋한 등장인물.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은 홍상수 감독 영화.

왜일까...?

아귀가 딱딱 들어맞지 않아 헐거워도 뜻밖의(?) 우연이 널리고 널린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그의 영화에선 어디서도 맛본 적 없는 맛이 나는 것도 같아요. 뭉근하게 우러나 속을 편하게 쓸어주고 든든하게 채워주는 곰탕 맛. 우연에서 뿜어져 나온 도파민의 걸쭉함. 그리고 그의 영화엔 없어요. 시작도 끝도, 영웅도 루저도. 별 볼 일 없이 시시껄렁한 우리네 삶처럼. 구차하고 너절한 우리처럼.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 먹먹하고 아려요. 문학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삶을 구하려던 작가 데이비드 실즈가 《문학이 내 삶을 어떻게 구했는가》에서 한 말. 문학 말고는 그 무엇도 내 삶을 구할 수 없었다. 거창한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거짓말을 하지 않음으로. 홍상수 감독 영화가 그렇지 않나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의 영화.

영화 <엘리멘탈>을 보러 갔다가 본 단편 영화 <칼의 대아트>. 새로 연애를 시작한 칼한테 더그가 한 말.

"사람은 좀더 개 같아져야 해."

인생(人生)은 보통, 아니, 거의 모두 축생(畜生)에 불과하다. 인생은 인생이라는 명사(名辭)로 이루어진 허울뿐인 축생이다. 삶은 축생과 같으되, 우리는 그것을 인생이라는 허명(虛名)으로 포장해서 말한다. 오오, 내 축생이여~

-장정일, 《장정일 단상 : 생각》 중에서.

군기 빼고 살아갑시다!

를 알려주었던 이 영화도 궁금했습니다.

영화를 단순히 즐기는 매체로만 여겼던 저에게 이 책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사색과 성찰을 통해 개개인의 의식이 확장됨의 경험은 그 어떤 경험보다 소중했고 필요했었습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또다시 영화로, 영화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영화와 이야기의 실타래 속에서 나는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저에게 남은 숙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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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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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화제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일본·대만 등 4개국에서 인기를 얻은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연이어 흥행시키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장류진' 작가.

제가 읽게 된 책은 두 번째 소설집이었습니다.

시대상을 정밀하게 반영하면서도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서 있는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장류진 작가의 서사.

이번에도 한 번 느껴보고자 합니다.

오늘을 이겨내는 모두를 위한 힘찬 응원

장류진만의 문장으로 펼쳐지는 일상의 유쾌한 환희!

연수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발랄하고, 어떤 때는 서늘하고, 또 어떤 때는 묵직한 감동을...

역시나 장류진 작가만이 그려낼 수 있었던 '위로'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곤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와닿았던 표제작 「연수」.

운전공포증을 앓고 있는 '주연'이 도로에 홀로 나가기 위해 운전연수를 받는 이야기였습니다.

동네 맘카페를 통해 '일타 강사'로 소문난 '작달막한 단발머리 아주머니' 운전강사를 만나게 되는데 초면에 주연의 자녀계획까지 세워버리는 무례한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실력은 뛰어난데...

과연 주연은 홀로 도로에 나갈 수 있을까?

또 강사와의 관계는 나아질 수 있을까?

우측 사이드미러를 들여다봤다. 차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지금 차선을 바꾸지 않으면 한참을 다른 길로 가야 했다. 그 길은 내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었고, 혼자 주행하기에는 당연히 무리였다. 현기증이 일었다. 핸들이 금세 축축해졌다. 왜 이렇게 땀이 나지? 이러다가 핸들에서 손이 미끄러지면 어떡하지? 심장이 또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또박또박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뒤에서 막아줄 테니까, 그때 오른쪽으로 차선 하나 옮겨요. 알겠지?"

...

"고마워요, 선생님."

"어이구, 인사할 정신은 있어? 전방 주시하세요."

스피커폰에서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 page 47 ~ 49

저도 올해엔 장롱면허에서 벗어나고자 하기에 더 와닿았던 이야기.

이런 운전강사를 만나면 좋을 텐데...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한 마디의 응원.

너무나 절실히 필요했었습니다.

과연 저도 홀로 도로에 나갈 수 있을까...?

저의 이야기는 곧 시작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뭉클했던 「동계올림픽」.

작은 방송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선진'의 올림픽 취재기였습니다.

쇼트트랙 결승 경기가 열리는 추운 겨울날, 국가대표 '백현호'의 집에 취재를 가게 되는데 큰 방송사 기자들의 무시와 구박에도 꿋꿋이 현장을 화면에 담는 선진.

하지만 선진을 힘들게 하는 건 부모님의 크고도 어긋난 기대, 정기자 전환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막막함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 선진은 꿈속에서 다정한 부모님에 그만 눈물을 흘리게 되고

"나 오늘 엄청 힘들었지."

"누가 우리 딸 이렇게 힘들게 했어?"

나는 고민하지 않고 대강 대답할 수 있다. 그냥 이렇게.

"몰라, 다 어려웠어. 다 피곤해."

"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 우리 딸. 우리 애기. 우리 강아지." - page 278

쓰러진 선진을 돌봐주었던 중년부부의 따스함에 저도 옅은 웃음이 났었습니다.

"아 참!"

닫혀가던 현관문이 다시 활짝 열렸고, 돌아 나온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뒤따라 아주머니의 어깨너머 아저씨도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잊고 있었다. 오늘이 설날이라는 사실을. 맞아, 그렇지. 아직은 새해 첫날이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page 286

「라이딩 크루」는 폭소를 자아냈었습니다.

동네에서 로드바이크 동호회를 운영하는 '나'와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이야기였던 「라이딩 크루」.

'나'는 회원인 '안이슬'에게 관심이 있지만,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여자 회원이 들어올 가능성을 닫고 싶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때 장발의 '허니우드'가 동호회 가입을 신청하고 '나'는 긴 머리카락에 홀려 덜컥 가입을 승인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의 '나'의 심경이...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가입하자마자 모두의 환심을 사는 허니우드 때문에 초조해진 '나'는 한가지 묘책을 내게 됩니다.

바로 자신의 자전거 실력으로 허니우드를 눌려버리려는 것.

과연 계획대로 될 것인가...?!

이들의 상상초월함은 꼭 읽어봐야할 것이었고 정말 시트콤으로 만들어지면 더 재미날 것 같았습니다.

간만에 쉼 없이 흠뻑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공감하며 웃고 위로받았던 이야기들.

결국 우리네 이야기였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장류진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가 또다시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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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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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되면 이미 나는 불안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야..."

어린 왕자』의 명대사들.

누구나 한 번은, 아니 그 이상은 읽었을 『어린 왕자』.

이 소설의 작가는 프랑스 공군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였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생텍쥐페리에게 페미나상을 안겨 주며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이번에 읽을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이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작품.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해 줄지 기대되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진정한 모험가들에게 바치는 찬가.

별을 꿈꾸다 별이 되어 버린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1931년 페미나상 수상작 《야간 비행》을 만나다.

야간 비행



파타고니아, 칠레, 파라과이에서 출발한 세 대의 우편 수송기가 각각 남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자정 무렵 유럽행 우편 수송기를 이륙시키기 위해 세 우편 수송기가 싣고 올 화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 조종사는 자신의 비행을 묵상한 뒤, 마치 어떤 낯선 농부들이 산을 내려가듯 각자의 하늘에서 거대한 이 도시를 향해 천천히 하강할 터였고 이런 항공망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 '리비에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착륙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르루, 살면서 사랑에 깊게 빠져 본 적 있나?"

"아, 사랑이요! 국장님도 아시겠지만..."

"자네나 나나 같군. 시간이 없었지."

"많지는 않았죠."

리비에르는 르루가 못내 쓸쓸해진 것은 아닌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런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르루는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고요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훌륭한 널판 하나를 한참 동안 깎아 다듬고는 '좋아, 다 됐군'이라고 생각하는 목수가 느낄 법한 감정이었다. 리비에르는 생각했다.

'그래, 내 삶도 다 됐지.' - page 24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태풍으로 다행히 목숨을 건진 칠레의 우편기가 맨 먼저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남단에서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 수송기를 조종하던 '파비앵'.

고요함이나 잔잔한 구름들, 적막감 속에 비행을 하다 시나브로 폭풍우 속에 말려들게 됩니다.

분명 국지성 폭풍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듯한 암흑 속에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벗어날 수 있을지...

급격한 난기류 속에서 운전대의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파비앵은 전력을 다해 운전대에 매달리다시피 했습니다.

바로 그때 그의 머리 위로 별 몇 개가 반짝였습니다.

짙은 폭풍우의 작은 틈 사이로 빛을 내는 그 별들은 덫 깊숙한 곳에 놓인 미끼 같았지만 빛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던 파비앵은 마침내 별을 따라 올라가게 되고...

짙었던 구름이 점점 희게 부서지는 맑은 파도같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폭풍우에서 빠져나오게 된 파비앵.

'웃음이 나다니, 나도 완전히 미쳐 버렸군. 우린 끝난 목숨이야.'

어쨌든 암흑과도 같은 밤하늘의 어두운 품에서 벗어난 파비앵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오는데...

파비앵의 아내는 여느 때처럼 파비앵의 도착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저, 그러면 부인, 뭔가 알게 되거든 전화드리겠습니다."

"아! 아무것도 모르신다는 거군요..."

"그럼 끊겠습니다, 부인." - page 99

그러면서 리비에르는 언젠가 다리 건설 현장에서 부상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던 기술자 한 명이 건넨 말이 떠오르게 됩니다.

"전체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들로 만들어지는 거지요.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리비에르가 그에게 답했다.

"사람의 목숨은 값을 매길 수 없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목숨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리비에르는 비행기에 탄 승무원들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죄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다리를 건설하는 행동이 그러했듯이 사람의 행동이 사람의 행복을 산산조각 내고 있는 셈이다. 리비에르는 더 이상 스스로에게 '어떤 명분을 들 수 있는지' 물을 수조차 없었다. - page 102

시간은 흐르고 정적만이 감돌던 사무실.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습니다.

"한 시 사십 분이군. 남은 연료의 한계 시간이 끝났어. 더 이상 비행하는 건 불가능해."

파비앵이 자칫 실종되기라도 하면 야간 비행 사업 자체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 속 리비에르와 파비앵은 이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승리, 패배... 이제 이런 단어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승리와 패배라는 피상 아래에는 삶이 존재하고, 삶은 벌써부터 또 다른 피상을 준비하고 있다. 승리는 우리를 약하게 만들지만 패배는 우리를 일깨우는 법이다. 리비에르가 겪어야 했던 오늘의 이 패배는 어쩌면 진정한 승리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줄 하나의 약속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 page 139 ~ 140

어린 왕자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던 이 소설.

야간 비행이라는 극한에 가까운 상황 속에서 극복하고자 하는 인물들.

그들의 불굴의 의지, 침착성과 인내심은 감동과 울림으로 전해졌습니다.

'리비에르'를 통해 용기, 강철 같은 의지, 진보에 대한 굽히지 않는 신념, 담대함, 인간관계에서 비인간적이라고 할 정도의 엄격함과 냉정함, 책임감, 사명감, 동료애 등은 가혹하고 비인간적이라는 인상을 남겼지만 그렇기에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마냥 나쁘지만은 않지만 그리 애정은 가지 않았던...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인간이 결국 추구해야 하는 가치란 무엇인지

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 주었던 『야간 비행』.

현재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은 읽고 짚어야 할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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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사회 - 어른들은 절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
이세이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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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이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아니, '어린이'들을 보며 잠시 복잡한 생각을 뒤로하고 천진난만함에 빠져들고 싶었습니다.

이미 200만 학부모의 폭발적 공감을 얻었다는데...

저도 충분히 공감할 것 같았습니다.

과연 어른들은 절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

어떨지 기대해 봅니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덜 자란 어른과 다 자란 어린이가 만들어낸

가장 완벽하고 조화로운 교실 이야기

어린이라는 사회



저도 여기저기서 들었던 학부모들의 민원도 있었지만 여기 '학교에 민원 전화를 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 적힌 민원은 같은 학부모이지만 도가 지나침을 느꼈습니다.

"우리 애는 매일 세 번씩 칭찬해 주세요", "우리 아이는 예민하니 말씀하실 때 각별히 조심해 주세요", "장염에 걸렸으니 죽으로 먹여주세요", "선생님, 프로필 사진이 부적절하네요. 내려주세요", "애를 안 낳아봐서 모르시나봐요".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담임 휴대폰 번호 알려주세요", "교사 생활 못 하게 만들겠습니다"

등등.

실제 우리네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진정 부모의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10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목격한 어린이들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어린이는 미숙하기에 그들끼리 만나면 울고불고 싸우고 혼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게 몸부림을 치면서 자신의 세상을 팽창시키고 있었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부딪치며 둥글게 사는 법을,

칭찬은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공평하게 분배하는 게 아닌 칭찬을 받고 싶다면 노력을 통해 성취해야 함을,

다른 사람들과 맞물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줄 수 있는 사랑은 넘어지지 않게 업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넘어질 자유를 보장하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

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참견쟁이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사회에 들어오지 말라"

는 따끔한 일침을 전했습니다.

저도 이 아이가 좋았습니다.

눈이 뱅글뱅글 돌아갈 듯 두꺼운 연두색 안경을 쓴 아이, 찬영.

얼마든지 거슬릴 수 있을 또래 친구들의 말에도 화를 내는 법이 없는, 그렇다고 무작정 헤실헤실 웃는 것도 아니라 수용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법 진지하고 단호하게 할 말을 할 줄 아는 아이.

'가방 없어진 날'에 대한 일기를 썼는데...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았다. 경찰과 도둑 놀이도 하고 그네도 탔다. 그런데 아까 의자에 놓아두었던 가방이 사라졌다. 그런데 아까 의자에 놓아두었던 가방이 사라졌다.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내 잘못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 집에 가방 먼저 갖다 두지 않은 내 잘못이야.' 집에 가서 엄마와 상의하여 가방을 새로 준비했고 물건도 다 챙겨 넣었다. 다음부터는 가방을 잘 챙겨야겠다.

어멋!

나보단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한데 말입니다.

오늘도 욱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

부모가 온종일 아이를 밝게 비추고 있다면 교사는 그 뒷면을 본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교사는 같은 나이의 아이를 스무 명 이상 모아놓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행동을 보고 그 과정에서 한 아이로 인해 교실 안의 모두가 미치기 직전이거나 개성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저한 특이점이 있을 때, 더불어 교사가 그 아이에게 모종의 애정이 있을 때 할말을 고르고 골라 입을 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교사로부터 권유를 받게 된다면 속는 셈 치고 해 보시길...

아이는 아직 어리고 모든 권한은 부모에게 있으므로 문제 행동을 대하는 학부모의 태도에 아이의 거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부모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느껴지면 교사는 그 뒤로 곧장 입을 다물어버리는데 그건 양육의 관점에서 결코 유용한 전략이 아니다. 아이의 뒷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아이들이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에 '아직 어려서'라는 딱지가 유효한 건 아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차마 무엇이 문제일지 겁이 나서 들춰보고 싶지 않을 뿐이라는 마음을 인정하고 담대하게 문제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나는 그때 민건이 어머님께 더 이상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고, 그 후 학교를 옮겼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애가 친구들을 향해 식칼을 들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 page 88 ~ 89

책을 읽으면서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랑만 받을 거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만일 것이고 구구단만 배울 거면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됩니다.

그럼 집에 있으면 교육이 되는 것일까...!

불편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안 되는 일에 좌절했다가 극복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아닌가.

교육의 목표가 '독립'이라는 것을!

저도 새겨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이야기.

교사에게 모든 걸 '해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아이가 할 수 있도록 교육하길 바란다. 직접 교육하기 힘들면 교사에게 가르칠 권한이라도 허락하길 빈다. 목이 마른데 물이 없으면 선생님께 얘기하라고 가르치고, 체육 수업 때 하는 활동이 너무너무 힘들면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힘든 일을 대신해 주는 게 사랑이 아니다. 언제까지 대신해 줄 건가. 스무 살? 쉰 살? 부모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평생 대신해 주거나 적당한 시기에 가르치거나. 만약 후자를 선택할 거라면 지금이 적기다. 심지어 어린이들은 말도, 자전거도, 삶의 태도도 훨씬 빨리, 잘 배운다. 아이를 과소평가 하지 마라. 당신의 자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유능하다. - page 264 ~ 265

부모의 역할 역시도 자식이 '독립'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임을.

그러니 무한한 사랑을 주는 대신 그들의 서툰 시도와 실패에 응원해야 함을.

난 널 믿어!

이 믿음과 응원과 사랑을 담아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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