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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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화제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일본·대만 등 4개국에서 인기를 얻은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연이어 흥행시키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장류진' 작가.

제가 읽게 된 책은 두 번째 소설집이었습니다.

시대상을 정밀하게 반영하면서도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서 있는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장류진 작가의 서사.

이번에도 한 번 느껴보고자 합니다.

오늘을 이겨내는 모두를 위한 힘찬 응원

장류진만의 문장으로 펼쳐지는 일상의 유쾌한 환희!

연수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발랄하고, 어떤 때는 서늘하고, 또 어떤 때는 묵직한 감동을...

역시나 장류진 작가만이 그려낼 수 있었던 '위로'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곤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와닿았던 표제작 「연수」.

운전공포증을 앓고 있는 '주연'이 도로에 홀로 나가기 위해 운전연수를 받는 이야기였습니다.

동네 맘카페를 통해 '일타 강사'로 소문난 '작달막한 단발머리 아주머니' 운전강사를 만나게 되는데 초면에 주연의 자녀계획까지 세워버리는 무례한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실력은 뛰어난데...

과연 주연은 홀로 도로에 나갈 수 있을까?

또 강사와의 관계는 나아질 수 있을까?

우측 사이드미러를 들여다봤다. 차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지금 차선을 바꾸지 않으면 한참을 다른 길로 가야 했다. 그 길은 내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었고, 혼자 주행하기에는 당연히 무리였다. 현기증이 일었다. 핸들이 금세 축축해졌다. 왜 이렇게 땀이 나지? 이러다가 핸들에서 손이 미끄러지면 어떡하지? 심장이 또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또박또박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뒤에서 막아줄 테니까, 그때 오른쪽으로 차선 하나 옮겨요. 알겠지?"

...

"고마워요, 선생님."

"어이구, 인사할 정신은 있어? 전방 주시하세요."

스피커폰에서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 page 47 ~ 49

저도 올해엔 장롱면허에서 벗어나고자 하기에 더 와닿았던 이야기.

이런 운전강사를 만나면 좋을 텐데...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한 마디의 응원.

너무나 절실히 필요했었습니다.

과연 저도 홀로 도로에 나갈 수 있을까...?

저의 이야기는 곧 시작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뭉클했던 「동계올림픽」.

작은 방송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선진'의 올림픽 취재기였습니다.

쇼트트랙 결승 경기가 열리는 추운 겨울날, 국가대표 '백현호'의 집에 취재를 가게 되는데 큰 방송사 기자들의 무시와 구박에도 꿋꿋이 현장을 화면에 담는 선진.

하지만 선진을 힘들게 하는 건 부모님의 크고도 어긋난 기대, 정기자 전환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막막함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 선진은 꿈속에서 다정한 부모님에 그만 눈물을 흘리게 되고

"나 오늘 엄청 힘들었지."

"누가 우리 딸 이렇게 힘들게 했어?"

나는 고민하지 않고 대강 대답할 수 있다. 그냥 이렇게.

"몰라, 다 어려웠어. 다 피곤해."

"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 우리 딸. 우리 애기. 우리 강아지." - page 278

쓰러진 선진을 돌봐주었던 중년부부의 따스함에 저도 옅은 웃음이 났었습니다.

"아 참!"

닫혀가던 현관문이 다시 활짝 열렸고, 돌아 나온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뒤따라 아주머니의 어깨너머 아저씨도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잊고 있었다. 오늘이 설날이라는 사실을. 맞아, 그렇지. 아직은 새해 첫날이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page 286

「라이딩 크루」는 폭소를 자아냈었습니다.

동네에서 로드바이크 동호회를 운영하는 '나'와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이야기였던 「라이딩 크루」.

'나'는 회원인 '안이슬'에게 관심이 있지만,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여자 회원이 들어올 가능성을 닫고 싶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때 장발의 '허니우드'가 동호회 가입을 신청하고 '나'는 긴 머리카락에 홀려 덜컥 가입을 승인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의 '나'의 심경이...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가입하자마자 모두의 환심을 사는 허니우드 때문에 초조해진 '나'는 한가지 묘책을 내게 됩니다.

바로 자신의 자전거 실력으로 허니우드를 눌려버리려는 것.

과연 계획대로 될 것인가...?!

이들의 상상초월함은 꼭 읽어봐야할 것이었고 정말 시트콤으로 만들어지면 더 재미날 것 같았습니다.

간만에 쉼 없이 흠뻑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공감하며 웃고 위로받았던 이야기들.

결국 우리네 이야기였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장류진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가 또다시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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