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기저기서 들었던 학부모들의 민원도 있었지만 여기 '학교에 민원 전화를 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 적힌 민원은 같은 학부모이지만 도가 지나침을 느꼈습니다.
"우리 애는 매일 세 번씩 칭찬해 주세요", "우리 아이는 예민하니 말씀하실 때 각별히 조심해 주세요", "장염에 걸렸으니 죽으로 먹여주세요", "선생님, 프로필 사진이 부적절하네요. 내려주세요", "애를 안 낳아봐서 모르시나봐요".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담임 휴대폰 번호 알려주세요", "교사 생활 못 하게 만들겠습니다"
등등.
실제 우리네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진정 부모의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10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목격한 어린이들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어린이는 미숙하기에 그들끼리 만나면 울고불고 싸우고 혼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게 몸부림을 치면서 자신의 세상을 팽창시키고 있었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부딪치며 둥글게 사는 법을,
칭찬은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공평하게 분배하는 게 아닌 칭찬을 받고 싶다면 노력을 통해 성취해야 함을,
다른 사람들과 맞물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줄 수 있는 사랑은 넘어지지 않게 업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넘어질 자유를 보장하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
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참견쟁이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사회에 들어오지 말라"
는 따끔한 일침을 전했습니다.
저도 이 아이가 좋았습니다.
눈이 뱅글뱅글 돌아갈 듯 두꺼운 연두색 안경을 쓴 아이, 찬영.
얼마든지 거슬릴 수 있을 또래 친구들의 말에도 화를 내는 법이 없는, 그렇다고 무작정 헤실헤실 웃는 것도 아니라 수용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법 진지하고 단호하게 할 말을 할 줄 아는 아이.
'가방 없어진 날'에 대한 일기를 썼는데...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았다. 경찰과 도둑 놀이도 하고 그네도 탔다. 그런데 아까 의자에 놓아두었던 가방이 사라졌다. 그런데 아까 의자에 놓아두었던 가방이 사라졌다.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내 잘못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 집에 가방 먼저 갖다 두지 않은 내 잘못이야.' 집에 가서 엄마와 상의하여 가방을 새로 준비했고 물건도 다 챙겨 넣었다. 다음부터는 가방을 잘 챙겨야겠다.
어멋!
나보단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한데 말입니다.
오늘도 욱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
부모가 온종일 아이를 밝게 비추고 있다면 교사는 그 뒷면을 본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교사는 같은 나이의 아이를 스무 명 이상 모아놓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행동을 보고 그 과정에서 한 아이로 인해 교실 안의 모두가 미치기 직전이거나 개성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저한 특이점이 있을 때, 더불어 교사가 그 아이에게 모종의 애정이 있을 때 할말을 고르고 골라 입을 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교사로부터 권유를 받게 된다면 속는 셈 치고 해 보시길...
아이는 아직 어리고 모든 권한은 부모에게 있으므로 문제 행동을 대하는 학부모의 태도에 아이의 거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부모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느껴지면 교사는 그 뒤로 곧장 입을 다물어버리는데 그건 양육의 관점에서 결코 유용한 전략이 아니다. 아이의 뒷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아이들이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에 '아직 어려서'라는 딱지가 유효한 건 아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차마 무엇이 문제일지 겁이 나서 들춰보고 싶지 않을 뿐이라는 마음을 인정하고 담대하게 문제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나는 그때 민건이 어머님께 더 이상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고, 그 후 학교를 옮겼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애가 친구들을 향해 식칼을 들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 page 88 ~ 89
책을 읽으면서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랑만 받을 거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만일 것이고 구구단만 배울 거면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됩니다.
그럼 집에 있으면 교육이 되는 것일까...!
불편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안 되는 일에 좌절했다가 극복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아닌가.
교육의 목표가 '독립'이라는 것을!
저도 새겨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이야기.
교사에게 모든 걸 '해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아이가 할 수 있도록 교육하길 바란다. 직접 교육하기 힘들면 교사에게 가르칠 권한이라도 허락하길 빈다. 목이 마른데 물이 없으면 선생님께 얘기하라고 가르치고, 체육 수업 때 하는 활동이 너무너무 힘들면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힘든 일을 대신해 주는 게 사랑이 아니다. 언제까지 대신해 줄 건가. 스무 살? 쉰 살? 부모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평생 대신해 주거나 적당한 시기에 가르치거나. 만약 후자를 선택할 거라면 지금이 적기다. 심지어 어린이들은 말도, 자전거도, 삶의 태도도 훨씬 빨리, 잘 배운다. 아이를 과소평가 하지 마라. 당신의 자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유능하다. - page 264 ~ 265
부모의 역할 역시도 자식이 '독립'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임을.
그러니 무한한 사랑을 주는 대신 그들의 서툰 시도와 실패에 응원해야 함을.
난 널 믿어!
이 믿음과 응원과 사랑을 담아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