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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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독특했습니다.

뭐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던 이 소설.

그리곤 호기심이 묵직한 한 방을 던졌던...!

과연 소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조금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완벽한 가족이라 믿었다.

남편이 살인자가 되기 전까지….

가족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한 남자와

가정을 구원하기 위해 비밀에 다가가는 여자

평범한 가정의 일상 속에 스며든 낯선 균열,

그 틈으로 파고드는 지독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얼굴을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나눠준다니… 아, 상상만 해도 아프다. - page 7

구치소 접견 대기실.

면회객들 사이에서, 면회객들이 챙겨온 음식 냄새 속에서 정팡은 생각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자기 얼굴을 떼어 나눈다니… 실내를 가득 채운 음식 냄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호빵맨의 좌우명이 마음속에서 발효를 거듭했다. 그러다 불현듯 그 속에서 나는 섬뜩한 재미를 느꼈다. 호빵맨이 얼굴, 그러니까 자기 몸과 체면, 존엄을 조각조각 떼어낼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 그런데 호빵맨이 얼굴을 떼어낸 동기는 뭐지? 샤오위에게 물어볼걸. 정의? 사랑? 아니면 평화? 그러고 보니 나는 여태껏 밍런의 범죄 동기도 정확히 모른다. - pageg 8

2주 전 아이들을 데리고 면회를 다녀온 뒤, 더 이상 오지 말라던 밍런이 구치소에서 전화를 걸어 면회를 와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내 의무는 아니잖아?"

"그래, 부탁하는 거야."

전남편이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어쩌다 그가 나를 떠올리게 된 건지 알고 싶어서 면회에 가게 된 정팡.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그 여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절기상 초가을인 8월의 오후, 아이들의 여름 방학 숙제를 위해 온 가족이 함께 황쭈이 화산 분화구에 오게 된 이들.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예상대로 밍런은 운전기사만, 그리고 차에서 일해야 한다고 외치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따지듯 물었는데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 당신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밍런이 내세운 건, 요컨대

결혼한 이래로 코끼리가 존재했고,

코끼리의 배 밑이자 네 발 사이에서 코끼리를 집 삼아 살며 아이 둘을 낳았고

이제 큰아들이 일곱 살, 작은딸이 여섯 살이 되었으니 더 이상 아빠인 척, 남편인 척, 살아갈 수 없다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그러니 이제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까짓거 이혼하지, 뭐. 당신도 좀 쿨해져. 애인 생겼다고 인정하라고."

"말했잖아, 다른 여자 생긴 거 아니라고."

분명 누군가가 있어서 이혼하려는 거라고 직감은 굳세게 주장하는데, 밍런의 태도가 왠지 거짓말 같지 않은데...

이해할 수 없는 상실감 속에 간신히 일상을 버티던 정팡.

그러던 어느 밤,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밍런.

그리고 한 달 뒤 살인 용의자로 구속되는데...

침묵으로 일관하며 모든 면회를 거부하던 그가 돌연 정팡에게 집 안에 숨겨둔 '어떤 물건'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이튿날 자살을 선택한 그.

바퀴벌레도 못 죽이는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살을 선택하면서까지 지키려던 비밀이란...?

정팡은 밍런이 남긴 단서들을 추적하며 완벽했던 일상 뒤에 숨겨진 기괴하고 서늘한 진실과 직면하게 되는데...

죽어버린 꿈과 죽어가는 꿈, 그리고 작디작은 희망이 바람 속을 유유히 맴돌았지만, 아마도 알아챈 이는 없었을 것이다.

상관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먼 곳을 향해 울부짖는 코끼리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 page 314

남편이 남긴 고통스러운 판도라의 상자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였던 정팡.

불편한 진실 앞에서 정팡은

그는 그토록 이기적이면서도 순수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죽이고 싶었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얼굴을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만큼이나 그를 이해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 page 305 ~ 306

고통스러우면서도 이해하고자 했던 그 태도...

그래서 정팡이 참 안쓰럽다고, 그럼에도 대단하다고...

만약 나라면 코끼리를 씻겨줄 수 있을까...?

용서를, 관용을, 용기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균열과 상처를 기꺼이 짊어지고 나아가던 그녀.

그녀에게 코끼리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나아가는 방법을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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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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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이렇게 문학가와 예술가를 한 권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두 거장이 건넨 '안부'...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았습니다.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

안부를 전하며: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저도 사실 이 책을 접했을 때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이 조합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는 놀랍도록 닮은 점이 있었으니...!

둘 다, 아버지가 신학자였습니다.

둘 다 아버지(혹은 가문)의 뜻에 따라 신학의 길을 걸어야 했고, 둘 다 그 길에서 실패했습니다.

헤세는 시인이 되겠다며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탈출했고

반 고흐는 보리나주 탄광촌에서 기행을 일삼다가 교회에서 계약 연장을 거부해 전도 생활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둘 다, 살고 있던 곳의 이웃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로 반전사상을 밝혔다가 당시 독일 국민의 적이 되었고

반 고흐는 아를의 주민 서른 명이 서명한 탄원서에 의해 도시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둘 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고, 둘 다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헤세는 15세에 방황 끝에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가 간신히 살아남았고

반 고흐는 정신병으로 발작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다가 37세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얼핏 삶의 궤적이 닮은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바로

'안부를 전하는 방식'

이었습니다.

헤세는 수만 통의 편지를 쓰고, 수만 권의 책에 서명하고, 낯선 독자에게도 수채화 엽서를 그려 보내며 세상을 향해 안부를 전했습니다.

반 고흐는 주로 동생 테오 반 고흐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었는데...

이 둘에게서의 '안부'란

헤세에게 안부란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의식의 표현이며, 상대방의 내면적 본질에 대한 인정이었고

반 고흐에게 안부의 형식은 무엇보다 부재하는 물리적 현존의 대체이며, 감정의 닻이었습니다.

그렇게 둘이 건넨 안부는 '빛과 숨'으로 마냥 다정히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안부를, 누군가가 저에게 건네는 안부가 어떤 형태일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읽을 때 곁들이면 좋은 클래식 12곡을 해설과 함께 소개해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글과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감상에 젖을 수 있었지만 음악까지 더해지니 내 안의 모든 감정 세포들이 깨어나면서 더 깊이 그들이 마주했던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당신이 읽게 된다면 꼭 음악과 함께 하시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또한 <두 사람의 세나클>은 이 책의 의도와도 같았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출발선, 다른 삶을 살았던 두 거장.

헤세의 글과 반 고흐의 그림, 반 고흐의 편지와 헤세의 수채화가 서로를 가로질러 하나의 질문을 만들었는데...

이는 마치 고요한 호수에 이들이 각자 던진 작은 돌멩이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파장을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알을 깨는 쪽입니까,

창살에 머리를 부딪치는 쪽입니까?

안부란 무엇일까...

이 책은 되돌아 다시 저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저도 누군가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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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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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이자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옌롄커'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이 옌롄커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자, "영감을 얻어 쓴 유일한 소설"이라고 할 만큼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데...

그가 우리에게 전할 메시지에 잠시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생명의 고갈 속에 피어난

한 줄기 희망의 빛"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을 수상한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옌롄커가 그려낸

생존과 희생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철학적 우화


연원일



"염병한 날씨 같으니라고!" - page 15


천고 이래 최악의 가뭄이 덮쳤던 그해.

마을 사람들은 집과 마당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짐을 짊어진 채 지독한 가뭄을 피해 떠나기 시작합니다.

밤낮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마을 뒤 산길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몰려 나갔는데...


-어서들 가요. 동쪽으로 계속 가라고요.

-할아버지는요?

-우리 집 옥수수에 싹이 났어요.

-그런다고 굶어 죽는 걸 면할 수 있나요?

-내 나이 일흔둘이라 사흘쯤 걷다가 지쳐서 죽을 거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 마을에서 죽고 싶소. - page 20 ~ 21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떠났고

마을을 통틀어, 산맥 전체를 통틀어 일흔두 살 노인 하나만 남게 됩니다.

아니, 셴 노인과 눈먼 개...


셴 할아버지는 이 황무하고 인적 없는 산맥에 옥수수 종자를 파종하는 풍경을 상상했다. 수확한 옥수수 가운데 한 그릇 정도를 종자로 남겼다가 가뭄이 물러가고 비가 내려 세상 밖으로 나갔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면 계절에 계절을 이어가며 옥수수씨를 뿌려 이 산맥이 또다시 왕성하게 성장한 옥수수의 푸른 세계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죽은 뒤에 마을 사람들이 무덤 앞에 공덕비를 세워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age 62


하지만 이들에게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있기에


셴 할아버지가 말했다.

"장남아, 우리 둘이 한 식구가 되어 살아가자꾸나. 어떠냐? 좋으냐, 싫으냐? 반려자가 있다는 건 얼마나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일이냐!"

눈먼 개가 할아버지의 손바닥 한가운데를 핥았다.

셴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몇 년 못 살아.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옆에 있어준다면 나는 아주 멋지게 가는 셈이 되겠지." - page 35


그리고 옥수수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둘...

결국 그들 앞에 놓인 건...


무덤이었다. - page 163


"인류의 종말이 다가와 이 세상에 사람 하나와 씨앗 한 알만 남게 된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라는 문학적 상상에서 시작한 이 작품.

극심한 가뭄이라는 자연재해 앞에 드러난 인간의 무력함

그럼에도 끝내 지켜져야 할 존엄에 대해 사유하게 해 주었던 

이 작품은

우리에게 극한 상황 속에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인간다움의 본질을 묻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이 울림을 더한 이유는

이미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염병의 위엄을, 자연재해를, 전쟁 등 불확실한 미래를 겪고 있기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을 성찰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이와 비슷한 말이 있었습니다.


"내일 지구 종말이 와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희망 없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불안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내겠다는 '의지'와 '정신력'

선택 앞에 인간다움이란...

나였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자꾸만 움츠러들지만...

그럼에도 자그마한 옥수수 한 알부터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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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작은 미술관 - 골목길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삶
김정화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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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해 마지않은 '파리'

그곳에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은 잘 알고 있는데...

여기 대형 미술관의 화려한 서사에서 벗어나,

한 예술가의 삶과 작업 세계가 농밀하게 응축된

'작은 미술관'

들을 소개해 준다고 하였습니다.

오히려 예술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기회!

놓칠 수 없었습니다.

파리의 골목에서 마주하게 될 미술관들.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예술가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파리 미술관 여행

도시의 화려한 대로를 벗어나 고요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숨어 있던 작은 미술관들이 마법처럼 나타난다

파리의 작은 미술관


책은 외젠 들라크루아, 르코르뷔지에, 귀스타브 모로 등 언제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위대한 작품들을 남긴 거장들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곱 개의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들라크루아 미술관 _ 주차장이 들어설 뻔했던 작업실을 앙리 마티스, 모리스 드니 등 후배 화가들이 지켜내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_ 인상주의를 혐오했던 젊은 부자가 세계 최고의 인상주의 미술관을 남기다

로댕 미술관 _ <생각하는 사람>부터 <지옥의 문> 등 인간의 내면을 새긴 조각 예술을 만날 수 있다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_ 누구와도 유사하지 않고 어떤 화풍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았던 단 한 명의 화가

몽마르트르 미술관 _ 그 시대에 오직 몽마르트였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화가들의 작품이 여기 모이다

피카소 미술관 _ 상속세로 만들어진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피카소 컬렉션

르코르뷔지에 미술관(라 로슈 저택, 빌라 사부아) _ 기능과 효율, 편의를 최우선했던 그의 건축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

자코메티 미술관 _ 책상 위 잡동사니들의 위치, 먼지 하나까지 그대로 복원한 <걷는 남자>의 탄생 장소

한 작품, 한 작가를 나열하는 대신,

공간과 전시, 그리고 그 안에 축적된 화가의 선택의 흔적들을 이야기함으로써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확장시켜주었습니다.

저자의 눈길이 닿는 곳의 장면들을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저도 그곳을 거닐며 사색에 잠겨보게 되었는데...

곳곳에 숨겨진 보석들,

대형 미술관에서 느낄 수 없었던 농축된 감성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와의 소통'이었고 감상의 색다른 묘미였습니다.

그래서 만약 파리를 여행하게 된다면 이곳으로의 방문도 계획해 봄직했습니다.

모든 미술관이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몇 군데를 소개하자면...

16구 불로뉴 숲과 인접해서 파시라고 부르는 동네에 있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19세기에 프랑스 최초의 거대 광산업을 일으키고 운송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쥘 마르모탕.

북유럽의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미술품을 수집하던 예술 애호가였는데 1882년 파시 란느락 공원에 인접한 초호화 대저택을 구입하고 안타깝게도 바로 다음 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의 저택과 모든 수집품을 상속받게 된 아들 폴 마르모탕.

폴 마르모탕은 새로운 미술에 눈을 감고 오로지 아카데미가 고수하는 전통적인 예술의 미학과 가치만 옹호했습니다.

그가 1886년에 출판한 《프랑스 회화 1789~1830》의 서문을 보면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데생을 하지 않고, 그저 형태를 대충 끄적거리기만 한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고 그저 붓질만 할 뿐이다. 이게 작금에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경향이다. …… 이런 문란함은 예술 애호가들이 무식해서, 혹은 그들이 너무 관대해서 그저 '인상'이라 찾는 것에 자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면, 즉각 알아볼 수 없는 형태와 마구잡이로 흐트러진 붓질을 보게 되어 참으로 괴롭다! 그래서 세 발자국 뒤로 물러나면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그림 안의 대상들을 정돈해 알아볼 수 있다! 이걸 회화라고, 아니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폴 마르모탕이 사망하면서 소장품과 저택을 예술원에 기증하였고

저택을 미술관으로 개관 후 여러 후원자들-루마니아 출신 의사였던 조르주 드 벨리오가 생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수집했던 마네,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 클로드 모네 아들의 기증, 여성 인상주의 화가인 베르트 모리조 상속자들의 기증-로 인상주의 소장품 목록이 풍성해지면서 결국 1993년 아예 이름을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으로 바뀌게 되었고, 현재 인상주의 미술의 핵심 소장처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됩니다.

모네의 <인상, 해돋이>부터 가장 최후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이 세상에서 모네의 작품을 한꺼번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술관.

'그렇지만 폴 마르모탕은 지금의 미술관을 보면 뭐라고 말할까'

그리고 꿈을 좇던 예술가들의 놀이터였던 몽마르트르 언덕.

이곳엔 르누아르의 작업실이 있던 코르토가 12번지가 오늘날 '몽마르트르 미술관과 르누아르 정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몽마르트르의 역사를 담은 그림들로 시작해 이곳의 작업실을 실제로 거쳐 간 르누아르, 라울 뒤피, 에밀 베르나르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만의 매력을 꼽아보자면

지난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내 꿈꾸던 세계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냈던 사람들, '예술가'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부려놓은 예술이라는 마법이 있었기에,

아직까지도 우리가 '아름답다'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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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엄마가
일리아나 잰더 지음, 안은주 옮김 / 리드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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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핏 제목만 듣는다면 특별할 것 없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 여겼을 겁니다.

하지만...

표지에서도 느껴지듯 핏자국이며...


"엄마의 추모식 날, 죽은 엄마에게서 편지가 왔다."


순식간에 스릴러로 변하게 되었는데...

과연 죽은 엄마가 보낸 편지의 숨겨진 진실이 무엇일까...?!


"엄마는 죽어도 싸.

더 빨리 안 죽은 게 한이지."


명성을 위해서라면, 가끔 살인도 저지를 만하다

아니, 그보다 더한 짓이라 해도


사랑을 담아, 엄마가


베스트셀러 작가 사망한 채 발견되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가 E. V. 렌지(43세, 본명 엘리자베스 캐스퍼)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 벤 캐스퍼와 스물한 살 딸 매켄지 캐스퍼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천재 작가의 비극적인 죽음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세계 곳곳의 팬들이 문학 천재를 추모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


봐요, 엄마! 엄마가 죽었는데 그 죽음으로 아직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어.


추모식이지만 눈물 한 방울 없었고...

온갖 종류의 터무니없는 이론을 내세우며 괴상망측한 헤드라인을 뽑아낸 기사들만 난무한...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운 매켄지는 이곳에서 빠져나가고자 차를 타려고 문을 열었는데...

운전석에 놓인 봉투 하나.


1호 팬으로부터. 포옹과 키스를 보내며.


심장박동이 치솟기 시작합니다.


사실 엄마에게 온갖 것들이 보내지기에 단순히 팬레터라 생각했던 매켄지.

봉투를 열어보니 총 세 장짜리 자필 편지가 있었습니다.

한쪽 면이 삐죽삐죽한 걸로 보아 노트에서 뜯어낸 것 같은데...

첫 번째 페이지에 적힌 문장.


비밀을 알고 싶니?

사랑을 담아, 엄마가.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페이지에선 낯익은 이름들이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괴롭히려고 만든 장난일까...?

만약 이게 단순한 장난이 아닌 엄마의 작별 인사일까...?

편지의 진위를 판단하지 위해 엄마가 친필로 적은 원고와 편지의 서체를 비교하니 완벽히 일치했는데...

그렇다 해도 매켄지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건 바로!


그동안 엄마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하지만 엄마의 편지는 매켄지가 어디에 있는 계속 배달되었고 결국 진위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한 매켄지.

오랫동안 감춰진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잔인한 게 무엇인지 아는가? 아무 죄도 없는 사람에게서 재능, 업적, 사랑하는 사람까지 모조리 빼앗고 이십일 년 동안이나 가둔 것이다. - page 435


소설은 매켄지의 현재와 편지 속 엄마의 과거를 번갈아 보여 주며 쉴 틈 없이 전개되었습니다.

진실에 다가갈 때마다 점점 조여오는 긴장감과 불편함이...


"응. 너희 엄마 같은 사람들, 아니면 그냥 일반적으로 말해서 창작하는 사람들은 말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나 힐링을 창의적인 행위를 통해 찾곤 하지."

나는 그가 계속해서 말할 수 있게 기다렸다.

"그렇지만 그건 가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해."

"무슨 뜻이에요?"

"바로 그 재능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거든." - page 127


그리고 마지막에 터진...!

저에겐 통쾌감보다는 뭉클함이 더 크게 와 책을 덮고 나서도 쉬이 여운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추악한 인간의 욕망...

또다시 그 끝을 우리에게 일러주며 간만에 저 역시도 광기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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