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외젠 들라크루아, 르코르뷔지에, 귀스타브 모로 등 언제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위대한 작품들을 남긴 거장들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곱 개의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들라크루아 미술관 _ 주차장이 들어설 뻔했던 작업실을 앙리 마티스, 모리스 드니 등 후배 화가들이 지켜내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_ 인상주의를 혐오했던 젊은 부자가 세계 최고의 인상주의 미술관을 남기다
로댕 미술관 _ <생각하는 사람>부터 <지옥의 문> 등 인간의 내면을 새긴 조각 예술을 만날 수 있다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_ 누구와도 유사하지 않고 어떤 화풍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았던 단 한 명의 화가
몽마르트르 미술관 _ 그 시대에 오직 몽마르트였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화가들의 작품이 여기 모이다
피카소 미술관 _ 상속세로 만들어진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피카소 컬렉션
르코르뷔지에 미술관(라 로슈 저택, 빌라 사부아) _ 기능과 효율, 편의를 최우선했던 그의 건축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
자코메티 미술관 _ 책상 위 잡동사니들의 위치, 먼지 하나까지 그대로 복원한 <걷는 남자>의 탄생 장소
한 작품, 한 작가를 나열하는 대신,
공간과 전시, 그리고 그 안에 축적된 화가의 선택의 흔적들을 이야기함으로써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확장시켜주었습니다.
저자의 눈길이 닿는 곳의 장면들을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저도 그곳을 거닐며 사색에 잠겨보게 되었는데...
곳곳에 숨겨진 보석들,
대형 미술관에서 느낄 수 없었던 농축된 감성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와의 소통'이었고 감상의 색다른 묘미였습니다.
그래서 만약 파리를 여행하게 된다면 이곳으로의 방문도 계획해 봄직했습니다.
모든 미술관이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몇 군데를 소개하자면...
16구 불로뉴 숲과 인접해서 파시라고 부르는 동네에 있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19세기에 프랑스 최초의 거대 광산업을 일으키고 운송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쥘 마르모탕.
북유럽의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미술품을 수집하던 예술 애호가였는데 1882년 파시 란느락 공원에 인접한 초호화 대저택을 구입하고 안타깝게도 바로 다음 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의 저택과 모든 수집품을 상속받게 된 아들 폴 마르모탕.
폴 마르모탕은 새로운 미술에 눈을 감고 오로지 아카데미가 고수하는 전통적인 예술의 미학과 가치만 옹호했습니다.
그가 1886년에 출판한 《프랑스 회화 1789~1830》의 서문을 보면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데생을 하지 않고, 그저 형태를 대충 끄적거리기만 한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고 그저 붓질만 할 뿐이다. 이게 작금에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경향이다. …… 이런 문란함은 예술 애호가들이 무식해서, 혹은 그들이 너무 관대해서 그저 '인상'이라 찾는 것에 자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면, 즉각 알아볼 수 없는 형태와 마구잡이로 흐트러진 붓질을 보게 되어 참으로 괴롭다! 그래서 세 발자국 뒤로 물러나면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그림 안의 대상들을 정돈해 알아볼 수 있다! 이걸 회화라고, 아니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폴 마르모탕이 사망하면서 소장품과 저택을 예술원에 기증하였고
저택을 미술관으로 개관 후 여러 후원자들-루마니아 출신 의사였던 조르주 드 벨리오가 생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수집했던 마네,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 클로드 모네 아들의 기증, 여성 인상주의 화가인 베르트 모리조 상속자들의 기증-로 인상주의 소장품 목록이 풍성해지면서 결국 1993년 아예 이름을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으로 바뀌게 되었고, 현재 인상주의 미술의 핵심 소장처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