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드라마가 먼저였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으로...

좋아하는 최강희 배우가 나왔었는데 지현우 배우에게 더 빠져버렸던...?!

(내용보단 배우들이 우선이었나 보다!!!)

여하튼 드라마를 보고 나서 책을 구입했었습니다.

구입하고는 바로 읽었었고...

드라마보다 더 인상적이었다는 느낌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음......

느낌만 남았던 이 책을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책장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던 이 책.

그녀들의 '달콤한' 성장 이야기를 다시 펼쳐봅니다.

지금 여기,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에 선 당신이 경험하는

콜라처럼 톡 쏘고 날콩처럼 비릿한 인생의 맛

서른한 살...... 사랑이 또 올 거 같니?

쿨~한 척하는 그녀들의 진짜 속사정

달콤한 나의 도시



이제 막 직장생활 7년차를 건너온 서른한 살의 '오은수'.

어느 날 헤어진 지 6개월이 된 옛 애인 고릴라가 보내온 청첩장을 받고 그의 결혼식 날, 예상했던 분노나 질투, 눈물은커녕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혹시, 내 피가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건가? 앞으로 이렇게 점점 더 차가워져갈 일만 남은 건가? 더럭 겁이 났다. - page 11

우울한 하루를 보상하기 위해 15년간 변치 않는 우정을 자랑하는 재인, 유희와의 수다를 갖던 중

"나, 결혼해" - page 14

친구 재인의 결혼 발표로 더없이 위로가 필요한 오늘, 뜻밖의 만남이 일어나게 됩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열정과 도전으로 맞서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7살 연하남 태오.

그는 회사도, 친구도, 남자도 모두가 상처를 입힌 그 순간 나타난 운명(?) 같은 이었으나 그 후로도 그녀에게 다가온 이들이 있었으니!

모든 면에서 반듯하지만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김영수.

오랜 시간 소울메이트 같은 친구에서 이성으로 다가서는 유준 등.

서른한 살의 오은수에게 독특한 개성을 지닌 남자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엄마의 가출 사건, 슬픈 얼굴의 신부 재인의 결혼식 날, 동거남 태오에 대한 불안과 불만 등 이 모두가 은수의 삶을 뒤흔들고 있었는데...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 page 440

도시를 살아가는 미혼 여성들의 일과 우정, 사랑을 담백하게 담아낸 소설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오은수.

또다시 그때의 그 감정에 동요되어 읽어내려갔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래왔다. 선택이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항상. 뭔가를 골라야 하는 상황 앞에서 나는 어쩔 줄 몰라 진땀을 흘려대곤 했다.

때론 갈팡질팡하는 내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다. "백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주의운행하세요." 인공위성으로 자동차 위치를 내려다보며 도로 사정을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커다란 걸 바라지는 않는다. - page 53

스무 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서른 살엔 마흔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드라마 주인공들이 떠올랐었고 무엇보다 잠언 투의 문장들은 '소설' 읽는 맛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달콤하고도 씁쓸했던 도시 속 그들의 이야기, 아니 우리의 이야기.

문뜩 든 생각이지만...

지금의 오은수를 만나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

나직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제는 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의 작가 '정세랑'.

저에겐 2020년 10월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친숙한(?) 작가님이고 이 책 역시도 구입해 놓고는...

......

또다시 묵혀두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소설과는 달리

'엽편소설집'이라는 점이,

작가의 등단 초기인 2011년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의 작품까지 긴 시기를 두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짧은 소설을 실었다는 점이

작가의 액기스만을 만날 수 있을 듯하였기에 강렬하게 이끌렸다고 할까.

그래서 구입을 했었던 기억이...

뭐, 책 소개에서도 이미

짧고 재미있는, 깊고 강렬한

정세랑 월드의 다이제스트

라고 했으니 말해 뭐 할까!

과연 정세랑 월드는, '아라의 소설'은 어떤 매력을 뽐낼지 기대감 뿜뿜 가지며 읽어보았습니다.

아라에 의한,

아라를 위한,

우리의 소설

아라의 소설



19편의 엽편소설과 2편의 시.

그야말로 짧은 호흡으로 채워나간 소설은 보다 더 강렬히 다가왔었고 그 뒤에 남는 여운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주었었습니다.

새롭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정세랑 월드'였습니다.

공감하면서 읽게 된 <10시, 커피와 우리의 기회>.

요즘 저도 속쓰림이 있어 평소에 마시던 커피양보단 많이 줄어들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하루 중 오전 10시의 딱 한 잔만이 허락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리스타 수업을 듣는 나를 이상히 여기는데...

하루에 한 잔이니까 그게 최고의 한 잔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적었다. - page 17

이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았는지...

이것이야말로 서로의 '공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감정이랄까...

커피 한 잔 마실 때마다 이 말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리고 <호오>란 시에서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괜찮게 살다가 좋은 부고가 되자,

그렇게 말하곤 웃었지요

당신이 견디면서 삼키는 것들을

내가 대신 헤아리다 버릴 수 있다면,

유독하고도 흡족할 거예요 - page 111

좋은 부고가 되자...

참 여러 번 되뇌며 다짐을 하였었습니다.

꼭 그리해보자...

<아라의 우산>을 읽으면서 씁쓸함을 느끼곤 하였는데...

지쳐 있고, 피로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피로감으로 젊은 사람들이 늙어 있었다. 변하지 않는 세계, 나눠주지 않는 세계, 가혹한 방향으로 나빠지기만 하는 세계에서 노화는 가속화된다. 무슨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에서 심리 테스트를 받았더니 은퇴자의 심리에 가깝다고 해서 웃었다. 결과를 보니 삶의 질을 가장 우선시한다며, 벌써 그러면 안 된다고 강사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삶의 질을 희생시키고 얻을 게 있어야 스스로를 연료 삼아 불태울 게 아닌가? 한때 좋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한테나 통할 말이다. - page 186 ~ 187

미니멀리즘은 이 시대의 실용주의며, 허영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고 영영 이해 못 할 사람들이 있을 터였다. 후자가 그간의 착취 방식이 먹히지 않고 젊은 세대가 다른 방향을 향하는 게 못마땅해 동동거리는 걸 보며, 아라와 아라의 친구들은 화가 난 채 웃을 것이다. - page 189

아라의 외침은 나의, 우리의 외침이 아닐까!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게 되고...

페이지마다의 써 내려간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였고, 아라는 결국 '우리'였음에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정하면서도 날카로웠던 이야기들.

또다시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가끔씩 이 책을 꺼내 읽을 듯합니다.

이것이 타협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계속 가다 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떤 모퉁이를 돌지 않으면 영원히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으니까, 가볼 수밖에. 아라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 page 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 읽어주는 여자 - 공간 디자이너의 달콤쌉싸름한 세계 도시 탐험기
이다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해외여행이 늘고 있는 요즘.

제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떠나고픈 마음...

특히나 날도 좋은 지금은 더더욱 나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책으로 대신 달래어보곤 하는데...

이 책이 끌렸던 건

'도시와 공간'이라는 테마 여행을 통해 공간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각 나라의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통찰의 기록들

이라는 점에서였습니다.

수많은 여행기와는 다를 듯한, 도시 '공간'의 의미가 궁금하였고 무엇보다 차가운 도시에서 한줄기 온기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로부터 감동과 위로를 받지 않을까란 막연한 생각이 들어 읽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행복을 찾아 떠난 15개국, 45개 도시

도시공간이 들려주는 자유, 위로, 성찰, 사랑

공간 읽어주는 여자



십여 년 전, 공간의 본질적인 의미를 모르던 새내기 공간 디자이너는 도시의 열악한 환경과 사회제도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젊은 오기로 무작정 나라 밖으로 도망치듯 우울한 도시를 떠났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달의 여행 계획은 3년으로 길어지게 되고 평범한 여행자의 시선과 공간 관찰자의 시선으로 수많은 도시와 사람을 탐색했던 그녀.

15개국 45개의 도시를 직접 체험한 경험,

나라 밖의 도시인과 함께했던 사적인 추억,

여행에서 마주친 재미있는 에피소드,

상상에만 존재하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던 감동...

공간은 삶을 만들고 삶은 공간을 만든다. 그 안에는 여행이 있다.

누군가가 여행의 뜻은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줄임말이라 했던가.

도시를 따듯한 시선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행복이었다. - page 6

그렇게 우리에게 차가운 도시 속 온기를 전하며 따듯한 울림과 감동을 주었고 공감의 위로를 보내주었습니다.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자유의 도시 유럽 _ 낯선 도시의 자유로운 이방인

위로의 도시 파리 _ 건축과 예술로 위로하는 아름다움

성찰의 도시 인도 _ 비우고 채우는 성찰의 질문들

사랑의 도시 뉴욕 _ 사랑을 속삭이는 붉은 잿빛의 도시

도시공간과 그것을 만들어낸 예술가들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행복을 만들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을.

그리고 그들이 빚어 놓은 도시 공간에 새로운 행복을 만들며 현재를 충실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몫임을.

담담하고도 다정히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책 속에는 작가 소개에 첨부된 QR코드를 통해 이다교 작가의 블로그에서 건축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에서도 만나볼 수 있듯이 요즘 티비를 키면 '스페인', 그중에서도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셀로나의 아이덴티티인 '가우디'.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독창성은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의 건축 철학은 전무후무함은 물론이요 그 경건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데...

2026년에 준공 예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저 역시도 여행 버킷 리스트로 존재함을...

지금도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지중해의 보석 바르셀로나. 로마 시대부터 이어온 깊은 역사와 지중해에 접한 이 최대 항구 도시는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하면서 풍요롭고 경이로운 도시로 발전했다. 그들의 열정과 유토피아적 기질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창조적 미학을 만들어내고 있다. - page 103

그리고 진정한 여행자라면 인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깨달음을 얻을' 그곳, 인도.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으니...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날은 1945년 8월 15일. 그 후 2년 뒤 1947년 8월 15일에 인도가 독립했다. 인도를 바라보던 부정적인 시선은 나의 무지함에서 오는 거만함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영화 <행복까지 30일)의 무타이 형제들처럼 비로소 따뜻하게 전해진다. - page 198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마주할 수 없는 진실.

인도가 참 가슴으로 와닿았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깨끗한 자연, 몸에 이로운 음식, 화목한 가족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 세차게 흐르는 갠지스 강줄기가 행복을 알면서도 왜 가까이 두지 않느냐며 내 머릿속을 송두리째 휘감는다. 나도 모르게 강변 아래로 내려왔다. 조심스럽게 강물에 발을 담근다. 빙하가 녹아 내려와 흐르는 강물은 여름인데도 차갑다. 저 멀리 홀로 몸을 정화하며 기도하는 바바를 보니 경건한 마음이 밀려온다. 한없이 반짝이는 갠지스강에 눈이 부시다. 신성함이란 이런 것일까? 강물에 몸을 담그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 page 239 ~ 240

그저 눈에 보이는 것, 느끼는 것, 그대로의 순수함으로 바라본 도시공간은 마냥 차갑지 않았습니다.

웃음, 희망, 행복.

곳곳에 묻어 있었는데 왜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스스로 색안경으로 안 바라보았음을, 그래서 나의 행복마저도 느끼지 못하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도시에 살고 있음을,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공간의 가치를 알고 애정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

결국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나의 도시, 나의 공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어머니'나 '아버지'처럼 단어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는...

당연히 읽으면서 울게 될 것이 뻔하기에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한다는, 너무 좋은 소설이라며 칭찬이 일색이었기에 구입은 해 놓았었지만 또 막상 읽어보진 않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치' 읽기에서 읽을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조심스레 책장에서 꺼내들어보는데...

그저 책 제목만 바라보았던 이 소설.

자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내가 알던 아버지는 진짜일까?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정지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시대의 온기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 page 7

지리산과 백운산을 카빈 소총을 들고 누빈 '전직 빨치산' 아버지.

그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일생이 그려진,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아버지, 아니 나의 아버지를 느끼게 해 주었던 이 소설.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age 231

아버지의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 page 265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싸웠으나 처절하게 패배했던 그.

동지들은 하나둘 죽었고, 위장 자수로 조직을 재건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던 그.

그럼에도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부정하고 싶었기에 아버지가 있는 고향을 떠나고 싶었던 '나'는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그동안의 내가 알던 아버지의 모습은 극히 일부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십년 가까이 살아온 어머니도 아버지의 사정을, 남자의 사정을, 이제야 이해하는 중인 모양이었다. 나 또한 그러했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자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 page 248 ~ 249

무엇보다 '나'를 사랑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벅차오르던 눈물이...

저 역시도 그토록 가까워지지 않는 아버지와의 거리감에 응어리 속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 page 110

아마 모두가 공감하면서 읽지 않을까!

'아버지'라는 이름 하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시는 그...

소설 속 아버지가 외치던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냐"

란 말이 왜 이리도 가슴 아프게 와닿는지...

스스로에게도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난 아버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버지 이전의 한 사람으로서의 그를 알고 싶었습니다.

읽으면서 참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무뚝뚝하며 무심한 딸...

오늘은 아버지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뒤늦은 후회하기 전 마음속으로만 잘 해 드려야지!보단 실천을 하는, 조금씩 다가가는 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새기고 또 새겨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한 번도 안 읽어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읽고 마는 이는 없을, 믿고 읽는 그녀 '김재희'' 작가.

이번엔 뭔가 색달랐습니다.

새로운 '김재희 월드'의 탄생 예고!

그렇지 않아도 집필 도중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는 작가는

"여러 위기와 질병을 이겨낸 것은, 아마도 제가 살아남아서 할 일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며 소설 집필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병을 이겨내고 희망을 전할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보였다고 하니...

더없이 기대되면서도 언제나 작가님을 응원하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저도 찾아가 봅니다.

무지개 무인 사진관으로...

사연을 남기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에서 기적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지개진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힘들 하루를 보내며 터덜터덜 발에 땀이 나도록 걸어 간신히 동네로 돌아온 그녀, '현수경'.

대학 졸업 후 간신히 얻은 국회의원 비서 인턴 일은 수경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였습니다.

온몸이 피로하고, 정신은 산만해 주의력 결핍 장애가 시작될 때 일을 그만두고 알바 자리로 근근이 살아가던 차 무엇엔가 끌리듯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는데...

'24시 문을 여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이라고 적힌 팻말의 '무무사'

둘러보던 중 무지개 노트라고 쓰인 주황색 노트가 있었고 거기엔

흥미로운 이야기를 무지개 노트에 적으신 분들 중 몇 분을 선정하여 원하시는 프로필 사진을 무무사 주인장이 정성스레 찍어드립니다.

라 적혀 있었습니다.

앞서 적힌 사연들을 보며 수경 역시도 사연을 남겼고 무무사 주인장 '연주'로부터 답장을 받게 됩니다.

취업을 위한 사진을 찍게 된 수경은 덕분에 합격하지만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루되어 취업 사기를 당하게 된 그녀.

무무사 주인장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되고 그 뒤 인연이 되어 무무사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 - 힘든 연애 대신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후가 된 IT 개발자, 남편과 이혼하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한 중년 여성, 후배 쇼호스트에게 밀려 나이 듦을 한탄하는 50대 여성 쇼호스트 등- 이 무무사라는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저마다 간절히 바라던 소원을 이루게 되는데...

당신 역시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두드려보지 않겠습니까!

무무사로!

무무사의 불빛이 누군가의 어두운 밤 같은 마음에 빛이 들게 해서, 그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면 그것보다 더 기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한 걸음. 아주 한 걸음.

그걸 나올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는 홀로는 얻기 힘들다.

누군가 도움을 줄 때 그 길고 긴 터널 같은 어려운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헤쳐나가서 불행에서 벗어나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page 117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공감하며 같이 위로를 받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용정'의 이야기는...

그녀로부터 용기와 희망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4계절이 지나 다시 봄.

지금의 계절과도 맞아떨어져 소설의 이야기는 가상에서 현실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내 주변에 '무무사'가 있다면...

나는 어떤 사연을 무지개 노트에 적어 내려갈까...

아니, 무엇보다 훈훈한 공간이 무무사에 놀러 가 그 공기만으로도 위로를 얻고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