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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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의 작가 '정세랑'.

저에겐 2020년 10월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친숙한(?) 작가님이고 이 책 역시도 구입해 놓고는...

......

또다시 묵혀두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소설과는 달리

'엽편소설집'이라는 점이,

작가의 등단 초기인 2011년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의 작품까지 긴 시기를 두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짧은 소설을 실었다는 점이

작가의 액기스만을 만날 수 있을 듯하였기에 강렬하게 이끌렸다고 할까.

그래서 구입을 했었던 기억이...

뭐, 책 소개에서도 이미

짧고 재미있는, 깊고 강렬한

정세랑 월드의 다이제스트

라고 했으니 말해 뭐 할까!

과연 정세랑 월드는, '아라의 소설'은 어떤 매력을 뽐낼지 기대감 뿜뿜 가지며 읽어보았습니다.

아라에 의한,

아라를 위한,

우리의 소설

아라의 소설



19편의 엽편소설과 2편의 시.

그야말로 짧은 호흡으로 채워나간 소설은 보다 더 강렬히 다가왔었고 그 뒤에 남는 여운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주었었습니다.

새롭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정세랑 월드'였습니다.

공감하면서 읽게 된 <10시, 커피와 우리의 기회>.

요즘 저도 속쓰림이 있어 평소에 마시던 커피양보단 많이 줄어들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하루 중 오전 10시의 딱 한 잔만이 허락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리스타 수업을 듣는 나를 이상히 여기는데...

하루에 한 잔이니까 그게 최고의 한 잔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적었다. - page 17

이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았는지...

이것이야말로 서로의 '공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감정이랄까...

커피 한 잔 마실 때마다 이 말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리고 <호오>란 시에서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괜찮게 살다가 좋은 부고가 되자,

그렇게 말하곤 웃었지요

당신이 견디면서 삼키는 것들을

내가 대신 헤아리다 버릴 수 있다면,

유독하고도 흡족할 거예요 - page 111

좋은 부고가 되자...

참 여러 번 되뇌며 다짐을 하였었습니다.

꼭 그리해보자...

<아라의 우산>을 읽으면서 씁쓸함을 느끼곤 하였는데...

지쳐 있고, 피로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피로감으로 젊은 사람들이 늙어 있었다. 변하지 않는 세계, 나눠주지 않는 세계, 가혹한 방향으로 나빠지기만 하는 세계에서 노화는 가속화된다. 무슨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에서 심리 테스트를 받았더니 은퇴자의 심리에 가깝다고 해서 웃었다. 결과를 보니 삶의 질을 가장 우선시한다며, 벌써 그러면 안 된다고 강사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삶의 질을 희생시키고 얻을 게 있어야 스스로를 연료 삼아 불태울 게 아닌가? 한때 좋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한테나 통할 말이다. - page 186 ~ 187

미니멀리즘은 이 시대의 실용주의며, 허영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고 영영 이해 못 할 사람들이 있을 터였다. 후자가 그간의 착취 방식이 먹히지 않고 젊은 세대가 다른 방향을 향하는 게 못마땅해 동동거리는 걸 보며, 아라와 아라의 친구들은 화가 난 채 웃을 것이다. - page 189

아라의 외침은 나의, 우리의 외침이 아닐까!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게 되고...

페이지마다의 써 내려간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였고, 아라는 결국 '우리'였음에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정하면서도 날카로웠던 이야기들.

또다시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가끔씩 이 책을 꺼내 읽을 듯합니다.

이것이 타협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계속 가다 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떤 모퉁이를 돌지 않으면 영원히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으니까, 가볼 수밖에. 아라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 page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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