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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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머니'나 '아버지'처럼 단어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는...

당연히 읽으면서 울게 될 것이 뻔하기에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한다는, 너무 좋은 소설이라며 칭찬이 일색이었기에 구입은 해 놓았었지만 또 막상 읽어보진 않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치' 읽기에서 읽을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조심스레 책장에서 꺼내들어보는데...

그저 책 제목만 바라보았던 이 소설.

자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내가 알던 아버지는 진짜일까?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정지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시대의 온기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 page 7

지리산과 백운산을 카빈 소총을 들고 누빈 '전직 빨치산' 아버지.

그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일생이 그려진,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아버지, 아니 나의 아버지를 느끼게 해 주었던 이 소설.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age 231

아버지의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 page 265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싸웠으나 처절하게 패배했던 그.

동지들은 하나둘 죽었고, 위장 자수로 조직을 재건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던 그.

그럼에도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부정하고 싶었기에 아버지가 있는 고향을 떠나고 싶었던 '나'는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그동안의 내가 알던 아버지의 모습은 극히 일부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십년 가까이 살아온 어머니도 아버지의 사정을, 남자의 사정을, 이제야 이해하는 중인 모양이었다. 나 또한 그러했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자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 page 248 ~ 249

무엇보다 '나'를 사랑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벅차오르던 눈물이...

저 역시도 그토록 가까워지지 않는 아버지와의 거리감에 응어리 속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 page 110

아마 모두가 공감하면서 읽지 않을까!

'아버지'라는 이름 하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시는 그...

소설 속 아버지가 외치던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냐"

란 말이 왜 이리도 가슴 아프게 와닿는지...

스스로에게도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난 아버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버지 이전의 한 사람으로서의 그를 알고 싶었습니다.

읽으면서 참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무뚝뚝하며 무심한 딸...

오늘은 아버지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뒤늦은 후회하기 전 마음속으로만 잘 해 드려야지!보단 실천을 하는, 조금씩 다가가는 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새기고 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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