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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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을 계기로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소설가이지만 저에겐 에세이만 읽었던 작가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그랬고 김영하 작가가 그러했습니다.

소설이 유명하고 영화화된 것도 알지만 막상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읽게 되었고 에세이로 친숙한...

그러다 이번에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이미 베스트셀러이자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

제 지인들도 읽었었고 호불호가 있었던 이 작품.

과연 어떤 이야기가 그려져있을지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외로운 소년이 밤하늘을 본다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이분법을 허무는

김영하의 신비로운 지적 모험

작별인사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가 달리던 철이.

그런데 그날은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석 옆에 떨어져 죽은 새 한 마리를 보게 됩니다.

아직 어린 잿빛 직박구리.

"잘 묻어줬니?"

"다 보셨잖아요."

"어떻게 묻어줄 생각을 다 했어?"

"몰라요.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어디가 아팠을까요? 아니면 혹시 물을 못 먹어서 죽은 걸까요?" - page 16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휴먼매터스의 공학박사인 철이 아빠 최진수 박사와 데가르트, 칸트 그리고 갈릴레오라는 이름을 지닌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더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던 철이.

어느 날 검은 제복을 입은 이들로부터

"보십시오. 인간은 이렇게 H라고 뜹니다. 인간에게서만 방출되는 방사성원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감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한테서는 그게 나오질 않습니다." - page 37

무등록 휴머노이드라며 그를 수용소로 끌고 갑니다.

이제껏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던 철이는 그곳에서 선이와 민이를 만나면서 휴머노이드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 역시도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고는 '나는 누구인가'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전으로 불안전했던 세상은 민병대가 수용소를 부수고 로봇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틈을 타 철이와 민이, 선이는 탈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의 레이더망에 걸렸고 민이를 잃게 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온몸을 압도하던 공포가 물러가고, 이제 슬픔이 마치 따뜻한 물처럼 그녀의 마음에 차오르는 느낌이었고, 그 슬픔이 오직 선이만의 것은 아니라는 듯, 함께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이 단순한 행위를 통해 그녀가 느끼고 있을 유독한 슬픔이 아주 소량이나마 내게로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식이 사라졌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와 나, 그런 뚜렷한 경계가 사라지고 공통의 슬픔이라는 압도적 촉매를 통해 선이와 내가 하나가 된 것만 같았다.

"괜찮아. 다 끝났어. 이제 다 끝났어. 민이는 이제 편안히 쉬게 될 거야." - page 127 ~ 128

철이와 선이는 호수에 다다르게 되었고 거기서 재생 휴머노이드 '달마'를 만나게 됩니다.

달마에게 민이를 되살려달라고 하지만 달마의 답은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성이니까요. 그들은 오랜 세월 사람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윤리를 확립해왔고, 그래서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데도 살려두려고 합니다. 환자의 생각은 무시한 채 말입니다. 생명은 그 어떤 경우에도 소중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그걸 금과옥조처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온 것은 또 아닙니다. 인류가 벌인 그 수많은 전쟁을 생각해보십시오. 하지만 그건 인간들의 문제이고 우리는 지금 한 휴머노이드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묻는 것은 이 휴머노이드를 재활성화, 아니 여러분의 표현대로 살리는 것이 정말 이 휴머노이드 자신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여러분이 확신하느냐는 것입니다." - page 147 ~148

이에 대해

"제 생각은 달라요. 이 우주에 의식을 가진 존재는 정말 정말 드물어요. 비록 기계지만 민이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 감각과 지각을 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어요. 고통도 느꼈지만 희망도 품었죠.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 - page 151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그렇기에 민이를 살려야 한다는 선이의 말.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튼 민이를 살리고자 했지만 결국은 그리하지 못하게 되고 철이는 최박사와 재회를 하게 되는데...

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 철이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자작나무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인이 있었다. 지금 그 두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의식까지도 함께 소멸할 것이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폭죽 터지듯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때 회상은 나의 일상이었다. 순수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시절, 나는 나와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기억을 이어 붙이며 과거로 돌아갔다. 그때마다 이야기는 직박구리가 죽어 있던 그날 아침, 모든 것이 흔들리던 순간에서 시작됐다. - page 9

단순히 소설이라 치부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의 의미에 대해 많은 여지를 남겨주었던 이 소설.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 page 228

책을 덮고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 page 204

작별인사의 의미가 뭉클하게 다가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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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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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목으로부터 오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호기심은 복잡 미묘함으로 변하게 되면서 마지막 한 방까지!

신비롭고도 이상한 인물.

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과

가장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덧없는 만남!

연기 인간



"내 말은, 당신 육신이 어떤 재질로 구성되었느냐 그 말이오, 뭐죠?"

"연기요."

"내가 그랬지! 맞아, 맞아! 연기 인간이야. 연기 인간이라고! 연기! 연기! 연기!" - page 14

페네, 라테, 라마 세 할머니가 벽난로에 장작을 태우면서 생긴 연기로부터 33년을 굴뚝 안에서 지내다가 사흘 전 굴뚝 아래에서 들려오던 단조로운 대화가 사라지고 타오르던 불도 꺼지면서 마침내 아래로 내려왔다는 그, '페렐라'.

그의 이름은 세 할머니 이름으로부터 불리게 되었고 신비한 외모와 이로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니 왕궁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됩니다.

왕비와 수녀, 시인, 왕자 등 여러 사람을 만나고 국왕 폐하로부터 새로운 법전을 만들기 위한 편찬 위원회의 세 번째 위원으로 지명을 받게 됩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여기 자리하신 고명한 기사 여러분, 나는 최고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칙령에 의거해, 지고하신 대주교의 추인에 맞춰, 현명하고, 탁월하며, 뛰어나신 페렐라 씨께 사랑하는 우리 조국을 위한 새로운 법전의 집필을 온전히 맡아주십사 청하게 되어 대단한 명예로 생각합니다.

상하기 쉬운 육신과 연약한 감각을 지닌 어떤 사람이 우리의 피, 우리의 야심, 우리의 개인적인 관심, 우리의 당파성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 불공정하게, 두려움없이 그런 일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자기도 사람임을 잊고 법전 궁극의 목표인, 만인의 평등한 이익 추구라는 이 위대한 기획을 떠맡을 수 있겠습니까?

이분은 사람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 불순한 것을 깨끗하게 하는 숭고한 불에 휩싸여 모든 감각의 자기 중심적인 작동을 중단시키고 무화하는 그러한 사람입니다!" - page 119

그러던 어느 날.

황혼 녘에 페렐라를 태운 마차와 수행단이 왕궁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너무도 황당한 일이 벌어져 모두가 아연실색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바로 왕궁 하인들의 우두머리인 알로로가 간밤에 사라진 것.

그에겐 도시에 사는 딸 하나가 있었는데 딸은 이틀 전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은 평소에 비해 너무나 들떠 보여서 당황하였고 그러다 초조한 모습을 보인 아버지 알로로.

지하의 거대한 납골당 아래, 옅어지는 연기 사이로 사람들은 사물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바닥에, 넓게 평평하게 퍼진 잿더미 사이로 아직 여기저기 석탄불이 붙어 있고, 바닥에서 2미터쯤 되는 천장에는 쇠사슬 하나가 늘어뜨려져 있다. 거기서 십자가 형태로 까맣게 탄 몸통이 대롱대롱 매달려 수평으로 천천히 비틀리며 흔들리고 있다. 함부로 이어 붙인 두 개의 나무 기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잔재일 뿐이다. 알로로. - page 192 ~ 193

알로로의 죽음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중 알로로가 자신처럼 가벼워지고 싶어서 자기 몸에 불을 질렀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페렐라.

이때부터 그동안 페렐레를 추앙하던 군중들이 돌변하게 되는데...

"살인을 저질렀어요!"

"우리 모두를 불에 태우려 했어요!"

"왕궁 지하에 불을 질렀어요!"

"방화범입니다!"

"살인자!"

"비겁한 자!" - page 217

모욕과 저속한 손짓, 음탕한 소리, 경멸과 멸시의 말을 그에게 퍼붓는 이들.

특히나 겨우 세 살이나 되었을까 한 어린애의 행동으로부터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머리들이 한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가장 참혹하고 기괴한 놀이를 천진난만하게 찾아냈다. 사람들은 문과 창문에서 경멸적인 비웃음만 날리다가, 그 벌레들의 잔인함이 광적으로 고조될 때마다 "좋다! 잘한다!"라고 외치며 더 자극해댔다.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된 조난자는 이리저리 힘없이 휩쓸리기만 했다. 극도로 가벼운 그는 상대가 어린아이라 해도 전혀 대항할 수가 없었다. 놀이가 벌어지는 길 한복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조롱의 현장이 되었다. 그 불쌍한 얼굴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왜? 왜?" - page 236

법정에 이르게 된 페렐라.

그의 최후는 어찌 될까......

'가벼움의 존재 방식'에 대하여 일러주었던 '연기 인간'.

불에 타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죽음이 삶이 되는 현상인 연기.

페렐라가 상징한 건 '사라짐-죽음'을 '나타남-삶'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우리도 죽음을 삶으로 바꾸며 존재하라고, 죽음을 통해 삶을 살아가라고 권유한다.

'죽음을 삶으로 대체하고, 사라짐을 통해 나타나라.' - page 302

그러면서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낯설고 우스꽝스럽고 비정상적이고 역설적이고 애처로운 주변 인물들을 향해, 우리 사회의 전통 질서와 가치 체계를 향해 거침없이 냉소를 던진 '알도 팔라체스키'.

지금 우리 시대에도 따끔한 일침과도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직면해야할 인간의 민낯에 대해 또다시 반성해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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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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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의 존재 방식...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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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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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가 아닌 미셸 오바마다"

백악관을 나온 지 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인 그녀, '미셸 오바마'.

첫 자서전인 『비커밍』을 읽으면서 솔직함과 강렬함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전했던 메시지.

"희망 말고는 줄 것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래를 그리세요."

그렇게 용기와 위로를 받았었는데...

5년 만의 신작이라고는 했지만 저는 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미셸 오바마.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품위 있게 간다는 것은,

다만 계속 나아간다는 약속이다.

여기에는 의미가 있다. 반드시 있다."

미셸 오바마가 전하는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에 관하여

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1부 자기만의 빛과 내 안의 잠재력을 찾는 과정을 살펴보고

2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집이라는 개념을 들여다본 뒤

3부 유독 힘든 시기에 우리의 빛을 품고 지키고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인생의 모든 순간,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알려주었습니다.

바로 '자기만의 빛'으로.

백악관에 있던 8년 동안 미국인의 삶에 깊이 뿌리박힌 차별적인 편견과 선입관에 저항하며 백악관에 처음 살게 된 흑인으로서 자신들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무엇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보여준 희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뒤의 대통령이 된 사람으로부터 공든 탑이 무너진...

그리고 팬데믹으로 자신의 일상을 지탱했던 수많은 계획과 체계들이 무너지면서 오랫동안 씨름해온 '충분하지 않았다'는 자조 어린 생각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그녀를 둘러싸게 됩니다.

이토록 가라앉은 상태에서 그녀는 작은 것에 자신을 맡기게 됩니다

작고 정교하며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 바늘이 달각이며 지어내는 '뜨개질'에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전해 준 이야기.

큰 문제 옆에 작은 문제를 두면 다루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모든 것이 크게 다가와 두렵고 막막할 때, 과도한 감정과 생각에 빠지거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버거울 때, 일부러 작은 것부터 찾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의 머리가 거대한 재앙과 파멸만 걱정하고 있을 때,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마비되고 동요될 때, 나는 뜨개바늘을 집어 들고 두 손에 모든 걸 맡긴다. 나지막이 달각이는 소리와 함께 그 혹독한 순간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면서. - page 59 ~ 60

구멍은 언제나 클 것이며, 해법은 언제나 느리게 올 것이니 우선 작은 승리를 쟁취할 것을.

이 또한 진전일 것이기에.

그러니까 지금 코잡기부터 시작해 보자는 이 말이 참 멋졌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멋진 여성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아버지로부터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발성경화증을 앓던 그녀의 아버지 프레이저.

아버지가 불안한 자세로 다리를 절름대며 거리를 걸으면 사람들은 종종 가던 길을 멈추고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미소를 짓고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내가 나한테 만족하면 누구도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어." - page 151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았고 자기 가치를 명확히 알고 있었으며 신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중심이 잘 잡혀 있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있었기에

결국 나를 보는 시선이 나의 전부가 된다는 것을,

나의 발판이 되고 내 주변의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된다는 것을

배우고 그녀 역시도 그럴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좋은 엄마란 무엇일까>.

극적이지 않고 침착한 자세로 일관되게 그들 곁을 지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던 그녀의 어머니.

어머니는 내 말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면서, 나의 두려움을 신속하게 방구석으로 몰아내고 '지나친' 걱정을 하는 나를 다잡아준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언제나 좋은 의도에서 행동한다고 전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의 의심과 우려에 답하기보다 기대와 높은 호감에 부응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신뢰받을 자격을 얻어내게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그냥 신뢰를 주라고 한다. '다정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어머니만의 방법이다. - page 267



고등학교 때의 일화가 나오는데 어느 거만해 보이는 수학 교사 때문에 속이 상해 있는 그녀에게 건넨 엄마의 이야기.

"네가 꼭 선생님을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널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선생님 머리에 수학이 있고 너도 머리에 수학이 있어야 하니까 그냥 수학을 넣으러 학교에 간다고 생각해."

어머니는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이보다 이해하기 쉬운 진리가 없다는 듯.

"널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에 있잖아. 우리는 언제나 널 좋아할거야." - page 277

특히 이 단순하고 힘 있는 메시지는 꼭 가슴에 새겨 나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널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에 있어.'

세상에는 무수한 불공정이 존재하고 인생에는 의도하지 않은 일들로 분노와 절망, 상처와 공황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날것의 감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빨리 도랑에 처박히게 할 수 있는지 잊지 말자고 전하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품위 있게 가는 것.

나를 얽매는 것들에도 불구하고 노력에 의미를 부여하고 목소리를 내고자 애쓰는 것.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책의 마지막에 다짐을 하게 됩니다.



품위 있게 가는 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온전한 자신을 인정하고 내 안의 빛을 밝히는 일은 나뿐만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일임을 깨달으며 이제부터 내 안의 빛을 찾아 나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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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클래식 라이브러리 4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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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이 세계 10대 소설로 꼽을 정도로 영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이 소설.

하지만 그 속 사정은 안타까웠는데...

출간 직후 소설은 야만적이며 반도덕적이라는 이유로 비평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브론테는 1년 뒤 결핵에 걸려 실패한 작품을 유작으로 남긴 채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고 하였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 재평가된 이 소설.

덕분에 저도 읽게 되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단 하나의 소설로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에밀리 브론테의 기념비적인 작품

'폭풍의 언덕'에서 '워더링 하이츠'로

워더링 하이츠



1801년.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곳에서 상대해야 할 유일한 이웃이다.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혼잡한 인간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지낼 수 있는 곳이 영국 내에 이곳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사람들을 피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상의 낙원이랄까. 히스클리프 씨는 내가 이곳의 황량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완벽한 짝인 셈이다. 멋진 친구! - page 9

'록우드'라는 한 남자가 황량한 시골 마을에 잠시 머물기 위해 임대한 저택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집주인을 만나러 워더링 하이츠에 찾아갔지만 그다지 반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히스클리프.

하필 예상치 못한 사건과 궂은 날씨로 인해 하룻밤을 머물게 됩니다.

폭풍우가 치면서 전나무 가지가 창문에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로 잠에서 깬 그.

그러던 중 '캐서린'이라는 유령을 만나게 되었고 이 유령은 20년 동안이나 기다렸다며 집으로 들어오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히스클리프에게 이 이야기를 건넨 록우드.

하지만 돌아오 건 화를 내며 록우드를 방에서 나가게 하였고 히스클리프가 창문을 열며 이미 사ㅈ라진 캐서린 유령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며 울부짖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록우드는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 가정부 딘 부인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됩니다.

20여년 전 리버풀에 갔던 언쇼 씨는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던 아이를 데려오게 됩니다.

그 아이가 바로 히스클리프.

언쇼 씨는 친아들인 힌들리보다 히스클리프를 더 아꼈기에 이들의 사이는 언쇼씨가 죽고 난 뒤 가장으로 강압적인 힌들리로부터 서로 간에 증오를 키워 나갔지만 캐서린과는 친밀히 지내게 됩니다.

그러나 캐서린이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의 에드거 린턴을 만나면서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 대한 마음이 서서히 애정에서 바뀌게 되고

"... 내가 천당에 있을 필요가 없는 만큼이나 내가 에드거 린턴과 결혼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싶어. 그리고 저 방에 있는 악당이 히스클리프를 상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지만 않았다면 나는 에드거와 결혼할 생각조차 안 했을 거야. 이젠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것이 내 수준을 낮추는 꼴이 돼 버린 거야. 그는 내가 자길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몰라. 그건 걔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히스클리프는 나보다 더 나 같은 친구야. 우리 영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영혼은 하나야. 나에게 린턴의 영혼은 마치 달빛이 번개와 다르듯이, 아니 찬 서리와 뜨거운 불이 다르듯이 완전 별개란 말이야." - page 123

이 대화를 오해한 히스클리프는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3년 후, 떠날 때처럼 갑작스럽게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부유하고 매력적인 신사의 모습으로 워더링 하이츠에 머물게 됩니다.

힌들리의 알코올 의존증과 도박을 조장하고, 캐서린을 만나 그녀와 에드거의 결속을 악화시키는 등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는 히스클리프.

점점 워더링 하이츠를 장악하면서 집안은 막장으로 변해가는데...

캐서린은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한 히스클리프의 계략임을 알고 괴로워하다 결국 예전에 겪었던 열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제길, 죽는 순간까지 거짓말하다니! 어디로 간 거야?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죽어서 사라진 게 아니란 말이야. 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넌 내가 괴로워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을 때까지 계속할 거야. 캐서린 언쇼, 내가 살아있는 한 넌 거기서 쉬면 안 돼! 내가 널 죽인 거라고 했잖아. 그러면 내 주위에 있어야 해! 죽은 사람은 필히 자기를 죽인 사람 옆에 출몰한다는 걸 난 믿어. 귀신이 돼도 이승에서 떠돌아다닌다는 걸 안다고. 늘 내 곁에 남아 줘.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아. 날 미치게 하라고! 제발 널 볼 수 없는 이곳에 날 내버려 두진 마! 이건 말도 안 돼! 내 생명이자 영혼인 캐시 없이 제가 어찌 살란 말이야!" - page 253

그의 울부짖음...

그런 그도 캐서린이 낳은 '캐서린'과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 언쇼로 인해 그동안의 복수심은 화해와 포용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는데...

두 집안의 갈등과 화해가 워더링-이 지역 사투리로 폭풍우에 노출될 격동적인 분위기를 이르는 말-처럼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폭풍의 언덕'으로 너무나도 익숙했던 이 작품.

이제야 비로소 제 이름으로 마주하고 나니 더 몰입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히스클리프에서 쏘아붙였던 캐서린(캐서린이 낳은)의 말이...

"... 히스클리프 씨, 그런데 당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우리를 괴롭혀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우리보다 더 불행한 당신 처지에서 그 잔인한 모습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을 보면 정말 측은하기 짝이 없어요. 암, 그렇고말고요. 악마처럼 친구가 없어 외로운 데다가 남을 시기하기만 하죠.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이 죽을 때 애통해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전 당신처럼 되기 싫어요!" - page 426

쓸쓸한 승리감과 함께 입안에 씁쓸하게 남곤 하였었습니다.

이제는 포근한 하늘 아래서 고요한 대지에 묻힌 이들.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뒤의 어렴풋이 비칠 햇살에 잠시 마음을 기대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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