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년.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곳에서 상대해야 할 유일한 이웃이다.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혼잡한 인간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지낼 수 있는 곳이 영국 내에 이곳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사람들을 피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상의 낙원이랄까. 히스클리프 씨는 내가 이곳의 황량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완벽한 짝인 셈이다. 멋진 친구! - page 9
'록우드'라는 한 남자가 황량한 시골 마을에 잠시 머물기 위해 임대한 저택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집주인을 만나러 워더링 하이츠에 찾아갔지만 그다지 반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히스클리프.
하필 예상치 못한 사건과 궂은 날씨로 인해 하룻밤을 머물게 됩니다.
폭풍우가 치면서 전나무 가지가 창문에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로 잠에서 깬 그.
그러던 중 '캐서린'이라는 유령을 만나게 되었고 이 유령은 20년 동안이나 기다렸다며 집으로 들어오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히스클리프에게 이 이야기를 건넨 록우드.
하지만 돌아오 건 화를 내며 록우드를 방에서 나가게 하였고 히스클리프가 창문을 열며 이미 사ㅈ라진 캐서린 유령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며 울부짖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록우드는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 가정부 딘 부인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됩니다.
20여년 전 리버풀에 갔던 언쇼 씨는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던 아이를 데려오게 됩니다.
그 아이가 바로 히스클리프.
언쇼 씨는 친아들인 힌들리보다 히스클리프를 더 아꼈기에 이들의 사이는 언쇼씨가 죽고 난 뒤 가장으로 강압적인 힌들리로부터 서로 간에 증오를 키워 나갔지만 캐서린과는 친밀히 지내게 됩니다.
그러나 캐서린이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의 에드거 린턴을 만나면서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 대한 마음이 서서히 애정에서 바뀌게 되고
"... 내가 천당에 있을 필요가 없는 만큼이나 내가 에드거 린턴과 결혼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싶어. 그리고 저 방에 있는 악당이 히스클리프를 상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지만 않았다면 나는 에드거와 결혼할 생각조차 안 했을 거야. 이젠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것이 내 수준을 낮추는 꼴이 돼 버린 거야. 그는 내가 자길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몰라. 그건 걔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히스클리프는 나보다 더 나 같은 친구야. 우리 영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영혼은 하나야. 나에게 린턴의 영혼은 마치 달빛이 번개와 다르듯이, 아니 찬 서리와 뜨거운 불이 다르듯이 완전 별개란 말이야." - page 123
이 대화를 오해한 히스클리프는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3년 후, 떠날 때처럼 갑작스럽게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부유하고 매력적인 신사의 모습으로 워더링 하이츠에 머물게 됩니다.
힌들리의 알코올 의존증과 도박을 조장하고, 캐서린을 만나 그녀와 에드거의 결속을 악화시키는 등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는 히스클리프.
점점 워더링 하이츠를 장악하면서 집안은 막장으로 변해가는데...
캐서린은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한 히스클리프의 계략임을 알고 괴로워하다 결국 예전에 겪었던 열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제길, 죽는 순간까지 거짓말하다니! 어디로 간 거야?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죽어서 사라진 게 아니란 말이야. 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넌 내가 괴로워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을 때까지 계속할 거야. 캐서린 언쇼, 내가 살아있는 한 넌 거기서 쉬면 안 돼! 내가 널 죽인 거라고 했잖아. 그러면 내 주위에 있어야 해! 죽은 사람은 필히 자기를 죽인 사람 옆에 출몰한다는 걸 난 믿어. 귀신이 돼도 이승에서 떠돌아다닌다는 걸 안다고. 늘 내 곁에 남아 줘.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아. 날 미치게 하라고! 제발 널 볼 수 없는 이곳에 날 내버려 두진 마! 이건 말도 안 돼! 내 생명이자 영혼인 캐시 없이 제가 어찌 살란 말이야!" - page 253
그의 울부짖음...
그런 그도 캐서린이 낳은 '캐서린'과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 언쇼로 인해 그동안의 복수심은 화해와 포용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는데...
두 집안의 갈등과 화해가 워더링-이 지역 사투리로 폭풍우에 노출될 격동적인 분위기를 이르는 말-처럼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폭풍의 언덕'으로 너무나도 익숙했던 이 작품.
이제야 비로소 제 이름으로 마주하고 나니 더 몰입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히스클리프에서 쏘아붙였던 캐서린(캐서린이 낳은)의 말이...
"... 히스클리프 씨, 그런데 당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우리를 괴롭혀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우리보다 더 불행한 당신 처지에서 그 잔인한 모습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을 보면 정말 측은하기 짝이 없어요. 암, 그렇고말고요. 악마처럼 친구가 없어 외로운 데다가 남을 시기하기만 하죠.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이 죽을 때 애통해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전 당신처럼 되기 싫어요!" - page 426
쓸쓸한 승리감과 함께 입안에 씁쓸하게 남곤 하였었습니다.
이제는 포근한 하늘 아래서 고요한 대지에 묻힌 이들.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뒤의 어렴풋이 비칠 햇살에 잠시 마음을 기대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