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백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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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그를 대표하는 이 시를 '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학문'적으로 읽었었습니다.

그래서 왜 이 시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지는 잘 모른 채 지내다가...

이번에 무슨 계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책이 예뻐서였을까...) 그의 시를 제대로 접해보고 싶었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가장 사랑한 시인 '백석'.

그가 그려낼 시어들의 향언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어들의 향언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시인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바로 '백석'과 '이상'.

이 둘을 살펴보면

이상은 형태적으로 기존의 시 형식에서 벗어난 시를,

백석은 언어적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를

창조하였기에 창의적인 면에서는 이상을, 시적인 면에서는 백석을 꼽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들을 보면 여러 지방의 고어와 토착어, 평안도 방언을 시어로 가져와 썼고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던 수많은 단어를 사전 속에서 발굴하여 사용함으로써 언어의 지평선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이 책 역시도 그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언어를 그대로 표기함으로써 보다 그가 시로 표현하고자 한 바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 주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각주와 해설을 좇으면 읽으니 좀처럼 집중해서 읽기 힘들었는데

'모르더라도 그냥 한 번 읽어내려가는 건 어떨까!'

란 생각에 한 번 쭈욱 읽은 후 각주와 해설을 읽으니 그제야 백석의 시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는 그의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 『사슴』,

2부는 해방 이전의 시,

3부는 해방 이후 북에서 창작한 시

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2부까지는 어느 정도 괜찮았는데 3부에서부터 사회주의 체제가 그의 시에도 스며들고 있어 조금은 불편했다고 할까...

그럼에도 그의 모든 시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향토주의 정서는 읽는 내내 아련함과 그리움이 묻어 나오곤 하였습니다.

역시나 이 시는 그 어떤 시보다 곱씹게 되었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라는 그의 말이 절실히 느껴졌던 이 시를 이제서야 마음으로 읽게 되어 좋았었습니다.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나왔던 <고향>이란 시 역시도 아련히 남곤 하였었습니다.



가슴 아픈 한국전쟁으로 인해 북에 남게 된 백석.

백석다운 시가 중단된 것이, 그의 창작 노트 등 그에 관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안타까운 일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가 부른 이 시들이 민들레 씨처럼 날아 우리 가슴에 꽃을 피워 영원히 살아 숨쉬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 많은 위로를 선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왠지 외롭고 쓸쓸할 때면 그의 시를 가만히 읊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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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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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권으로 일본 문학계를 뒤흔든

이상한 작가 우케쓰의 신개념 그림 미스터리

전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평들이 전부 극찬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길래...!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신작인 이 책부터 읽어보고자 합니다.

하나씩, 수수께끼가 풀릴수록

더욱 섬뜩해지는 그림 미스터리

"한순간도 방심하지 말 것!"

이상한 그림



"그럼 이제 그림 한 장을 보여드릴게요."



대학교 강의실 칠판에 붙은 그림 한 장.

이 그림을 가리키며 심리학자 하기오 도미코는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학생 여러분 앞에서 강의하고 있지만, 저는 예전에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수많은 분께 상담을 해드렸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심리상담사로 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담당한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을 복사한 겁니다. 이름은 'A코'라고 할까요? A코는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했습니다." - page 7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그림.

하지만 이 그림을 그린 아이의 내면은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기에 어머니가 화내지 않도록 집에서는 항상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추었고

'내 마음속에 아무도 들여놓기 싫다', '혼자 틀어박혀 있고 싶다'같은 도피 욕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뾰족한 나뭇가지처럼 '해코지하겠다', '찔러버리겠다'같은 사나운 공격성이 표출되었지만...

"저는 이 그림을 그린 A코가 갱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를 알겠나요? 나무 그림을 다시 보세요. 이번에는 나뭇가지 말고 줄기를 살펴봅시다. 나무에 생긴 구멍 속에 새가 살고 있죠?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보호 본능이 있고, 모성애가 강한 경향이 있어요. '나보다 약한 존재를 지키고 싶다', '안전한 곳에 살게 해주고 싶다'같은 마음이 표출된 거죠. A코는 사나운 공격성 속에 아주 다정한 마음을 숨기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동물이나 어린아이와 접촉할 기회를 주면, 다정한 마음이 자라나서 공격성이 약화되겠죠. 제 생각은 그랬어요. 지금도 저의 진단 결과에 자신 있고요. 성인이 된 A코는 현재 행복한 어머니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 page 10 ~ 11

2014년 5월 19일.

오컬트 동아리원 구리하라와 사사키는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럼 괜찮은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실은 얼마 전에 이상한 블로그를 발견했거든요."

"블로그? 어떤?"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라고,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블로그지만 어쩐지 찜찜하달까...... 여러모로 이상해요. 무서운 건 보장할 테니 꼭 살펴보세요." - page 18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

그래서 블로그를 방문해 보니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블로그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던 도중 아내가 사망하게 되고 몇 년이 흘러 아내가 남긴 그림들의 진실을 깨달은 남편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블로그를 중단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림 세 장의 비밀'

'당신이 저지른 죄'

이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면서 마침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앞서 밝혔던 A코씨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린 그림들을 중심으로 심리 분석과 본격 추리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우와...

이 몰입감과 비밀을 풀어나가면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짜릿함을 선사하는데...

정말 이 작가분의 필력에 매료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핵심이었던 '그림 심리', '그림 미스터리'는 그동안의 읽었던 미스터리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아동학대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였습니다.

슬픔이나 불안에 어른 이상으로 민감한 아이는 가정 내에서의 폭력으로부터 결국...

어쩐지 섬뜩했다. 불길한 운명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 기분이었다. - page 261

피해 아동은 그렇게 괴물이 되고 그렇기에 대물림 근절을 위해선 치유와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다시 새기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전작도 궁금해지고 앞으로 작가님의 행보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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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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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전개 속 몰입감으로 그림 미스터리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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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 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함규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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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전까지는 그저 지나쳤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여기저기 다니게 되면서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모습이 바뀌었어도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역사를...

관심을 가지게 되니 자연스레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마침 발견하게 된 이 책.

이 책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섬세하게 통찰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도시들을 거닐며 조상들의 숨결을 몸소 느껴보겠습니다.

"도시의 역사를 알면

반드시 그곳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한국인도 몰랐던 도시 속에 숨겨진 새로운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지금의 한반도를 있게 한 30개 도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중대한 사건부터 그곳에서 삶을 이어온 민중들의 모습을 살피기 위한 도시 산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시작은 '서울'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종로-중구 권역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간이 흘러도 그 의미는 여전히 남게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라의 중심이었던 한양이었지만 왕조의 불꽃이 꺼져가면서 20세기가 되면서 일본으로 국권이 차례로 넘어갈 때, 우리의 시민들은 잠자코 있지 않았습니다.

1898년 종로 네거리에서 만민공동회를 개최하여 남녀노소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시국에 대한 대토론을 벌인 일이며

1907년 일제가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려 하자 수만 명이 반대와 항의에 나섰고

12년 뒤 고종이 사망하고 그것이 암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알려지자 그 장례를 계기로 3.1 운동이 일어나, 광화문에서 종로가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그들이 외치는 만세 소리로 가득 채우며

시민의 외침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조선의 한양에는 광장이 없었고, 일제의 경성에는 공원만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거리를 광장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한반도 제1번지였던 이 권역은 강남 등이 경제 문화이 중심지가 되고 행정기관들도 차례차례 자리를 옮기면서 그런 중요성을 많이 잃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로서 갖는 그 가치는 영원할 것이다. - page 36

왜곡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광주'의 오래 소외된 만큼 이후의 한국 정치사에 강렬한 영향을 끼쳤고 오늘날에도 완전히 종결되지 못한 한과 의혹의 현대사로 남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과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새로웠던 도시 '평양'.

역사상 세 나라(고조선, 고구려, 북한)의 수도였기에 그와 사뭇 대조적인 세 나라(백제, 조선, 한국)의 수도인 서울과 대칭을 이루었으나 수도가 아닐 때도 대개 중요한 대접을 받아온 역사의 주인공인 평양.

그런 평양과 비슷한 도시를 꼽았는데... 놀랍게도 세계의 심장,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었습니다.

이집트 파라오의 오벨리스크를 본뜬 워싱턴기념탑을 중심으로 넓고 긴 도로가 마름모꼴을 그리고, 마름모의 꼭지점마다 국회의사당, 백악관, 링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 정치권력의 두 정점이며, 링컨과 제퍼슨 기념관은 건국의 아버지와 현대 미국의 아버지이자 노예 해방자를 모신 신전이다. 고고한 백색으로 빛나는 건물을 넓고 푸르른 잔디밭과 포토맥강이 둘러싸고 있다. 전후 평양시를 재건할 때 이 워싱턴을 참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동강이 끼고 도는 도시 공간을 일정하게 구획하고 거대 기념물들을 배치한 점에서 이만큼 짝을 이루는 도시도 없다. - page 553 ~ 554

이런 평양이...

김정은의 평양 그리고 그 이후의 평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점점 더 정상으로 다가갈 것인가, 김일성 삼각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인가? 확실한 점은 평양이 변하면 북한도 변할 것이고, 평양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전에는 북한의 변화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 page 561 ~ 562

변화할 것인가...

광복절이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그의 이야기도 한 도시에 나와있었습니다.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구의 도시 '룽징'.

룽징이 낳은 윤동주와 송몽규는 암흑천지에서 고개 숙이고 어둠에 적응해 살아가기보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희미한 별을 헤아렸는데 이들의 시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울림으로 남았었습니다.

고요히 침전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보며 쉬파람 분다

-송몽규, 「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 헤는 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과 함께 보다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는 건 우리의 몫임을,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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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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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는데 이 소설에 눈길이 갔습니다.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건... 인정받는 소설이라는 것!

그렇기에 망설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였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가 그려져있을지 기대하며...

조작된 사형 선고, 모든 이가 외면한 재판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단 한 명의 여자

변호 측 증인



면회실 철망 너머로 입을 맞추는 한 쌍의 부부.

남자는 자상하고 서글픈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여자는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맑고 쓸쓸한 빛이 어린 저 눈! 저렇게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는 저 눈! 저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눈일까?' - page 10

사형 선고 앞에 모든 것을 포기한 남편 '스기히코'에게 아내 '야시마 나미코'는 허세(?) 아닌 자신의 결심을 외칩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냉정한 건 처음이야. 난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기로 결심했단 말이야.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을 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남편은 미소를 지었다. - page 10 ~ 11

솔직히 저는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었습니다.

왠지 모를 촉이 오르면서 말입니다.

그는 오늘 나와 면회한 것을 후회할 게 틀림없다.

그는 또다시 잠 못 이루는 긴긴밤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무시무시한 불안과 기대와 초조감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한 끝에, 이제 한시도 더 견딜 수 없다며 제발 빨리 형이 확정되고 집행되어 끝나게 해달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기도할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나 나는 다르다. - page 13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옛 동료 에다 쓰키조노가 소개한 변호사 세이케 요타로에게 부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상황을 뒤엎을 증인을 찾아내고, 법정에 서줄 것을 간절히 부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됩니다.

고아에 스트립 댄서였던 나미코는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 스기히코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들.

그녀는 스트립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본가에 가정을 꾸리면서 언젠가는 시아버지를 비롯한 시댁 식구 모두가 마음을 열어주리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날 밤...

야시마 노인은 그때도 그곳에 있었다. 그는 화려한 새틴 깃털 이불과 높직한 케이폭 베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그의 쩍 갈라진 연분홍색 뒤통수가 흡사 석류처럼...... - page 167

결혼을 반대했던 시아버지가 살해된 것입니다.

그날 저녁 결혼을 물리지 않으면 생활비 원조마저 끊겠다는 시아버지의 엄포에 폭언을 내뱉던 남편이 용의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위증을 하고...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소설 후반을 향해 가면서 다시 앞장을 읽게 되었던...

이 소설은 그저 읽어내려가면 안 될 반전이 담겨 있었습니다.

와!

이 짜릿함!

간만에 느껴보았습니다.

역시나 있는 자들의 특권 의식이란...

정말로 스기히코를 사랑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여자는 사람한테 각각 타고난 분수란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그 여자는 자기 분수를 모른 거야. 미소나 달콤한 말이 어리석은 사내들 마음을 녹이듯, 그 여자는 사람의 분수를 녹여서 그 경계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여자는 우리 세계에 들어올 수 없어. 들어와선 안 되는 거야. - page 154

그럼에도 남편을 위해 위증까지 했던 그녀.

또다시 이 질문을 던진다면 그녀는 어떤 답을 할까...

"그렇게까지 남편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입니까?" - page 227

슬프지만 꿋꿋했던 그녀.

그래서 그녀가 외쳤던 이 한 마디가 마지막까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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