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웠던 도시 '평양'.
역사상 세 나라(고조선, 고구려, 북한)의 수도였기에 그와 사뭇 대조적인 세 나라(백제, 조선, 한국)의 수도인 서울과 대칭을 이루었으나 수도가 아닐 때도 대개 중요한 대접을 받아온 역사의 주인공인 평양.
그런 평양과 비슷한 도시를 꼽았는데... 놀랍게도 세계의 심장,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었습니다.
이집트 파라오의 오벨리스크를 본뜬 워싱턴기념탑을 중심으로 넓고 긴 도로가 마름모꼴을 그리고, 마름모의 꼭지점마다 국회의사당, 백악관, 링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이 있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 정치권력의 두 정점이며, 링컨과 제퍼슨 기념관은 건국의 아버지와 현대 미국의 아버지이자 노예 해방자를 모신 신전이다. 고고한 백색으로 빛나는 건물을 넓고 푸르른 잔디밭과 포토맥강이 둘러싸고 있다. 전후 평양시를 재건할 때 이 워싱턴을 참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동강이 끼고 도는 도시 공간을 일정하게 구획하고 거대 기념물들을 배치한 점에서 이만큼 짝을 이루는 도시도 없다. - page 553 ~ 554
이런 평양이...
김정은의 평양 그리고 그 이후의 평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점점 더 정상으로 다가갈 것인가, 김일성 삼각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인가? 확실한 점은 평양이 변하면 북한도 변할 것이고, 평양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전에는 북한의 변화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 page 561 ~ 562
변화할 것인가...
광복절이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그의 이야기도 한 도시에 나와있었습니다.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구의 도시 '룽징'.
룽징이 낳은 윤동주와 송몽규는 암흑천지에서 고개 숙이고 어둠에 적응해 살아가기보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희미한 별을 헤아렸는데 이들의 시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울림으로 남았었습니다.
고요히 침전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보며 쉬파람 분다
-송몽규, 「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 헤는 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과 함께 보다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는 건 우리의 몫임을,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