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강의실 칠판에 붙은 그림 한 장.
이 그림을 가리키며 심리학자 하기오 도미코는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학생 여러분 앞에서 강의하고 있지만, 저는 예전에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수많은 분께 상담을 해드렸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심리상담사로 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담당한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을 복사한 겁니다. 이름은 'A코'라고 할까요? A코는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했습니다." - page 7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그림.
하지만 이 그림을 그린 아이의 내면은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기에 어머니가 화내지 않도록 집에서는 항상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추었고
'내 마음속에 아무도 들여놓기 싫다', '혼자 틀어박혀 있고 싶다'같은 도피 욕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뾰족한 나뭇가지처럼 '해코지하겠다', '찔러버리겠다'같은 사나운 공격성이 표출되었지만...
"저는 이 그림을 그린 A코가 갱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를 알겠나요? 나무 그림을 다시 보세요. 이번에는 나뭇가지 말고 줄기를 살펴봅시다. 나무에 생긴 구멍 속에 새가 살고 있죠?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보호 본능이 있고, 모성애가 강한 경향이 있어요. '나보다 약한 존재를 지키고 싶다', '안전한 곳에 살게 해주고 싶다'같은 마음이 표출된 거죠. A코는 사나운 공격성 속에 아주 다정한 마음을 숨기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동물이나 어린아이와 접촉할 기회를 주면, 다정한 마음이 자라나서 공격성이 약화되겠죠. 제 생각은 그랬어요. 지금도 저의 진단 결과에 자신 있고요. 성인이 된 A코는 현재 행복한 어머니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 page 10 ~ 11
2014년 5월 19일.
오컬트 동아리원 구리하라와 사사키는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럼 괜찮은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실은 얼마 전에 이상한 블로그를 발견했거든요."
"블로그? 어떤?"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라고,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블로그지만 어쩐지 찜찜하달까...... 여러모로 이상해요. 무서운 건 보장할 테니 꼭 살펴보세요." - page 18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
그래서 블로그를 방문해 보니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블로그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던 도중 아내가 사망하게 되고 몇 년이 흘러 아내가 남긴 그림들의 진실을 깨달은 남편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블로그를 중단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림 세 장의 비밀'
'당신이 저지른 죄'
이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면서 마침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앞서 밝혔던 A코씨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린 그림들을 중심으로 심리 분석과 본격 추리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우와...
이 몰입감과 비밀을 풀어나가면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짜릿함을 선사하는데...
정말 이 작가분의 필력에 매료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핵심이었던 '그림 심리', '그림 미스터리'는 그동안의 읽었던 미스터리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아동학대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였습니다.
슬픔이나 불안에 어른 이상으로 민감한 아이는 가정 내에서의 폭력으로부터 결국...
어쩐지 섬뜩했다. 불길한 운명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 기분이었다. - page 261
피해 아동은 그렇게 괴물이 되고 그렇기에 대물림 근절을 위해선 치유와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다시 새기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전작도 궁금해지고 앞으로 작가님의 행보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