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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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전을 읽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기에 법고전?

선뜻 읽지 않을 텐데...

어쩌다 관심이 생긴... 이 아니라 같이 읽는 이들이 있었기에 도전~! 외치고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쓰러지지 않고

세상 속을 걸어가는

사유와 성찰

조국의 선택,

고전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고전'이라고 하면 다들 부담을 느낍니다. 어려울 것 같고 재미도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법고전'이니 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옛날 사람이 쓴 책이니 고리타분하고 뻔한 원론에만 그치거나 현대의 한국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의미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지만, 법고전의 사상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법 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 page 6

그래서 그는 이 책에서

저자가 처했던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앞부분에 넣어 고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고

저자와 관련된 흥미 있는 개인적 에피소드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고전이란 부담을 낮추어 주었고

무엇보다 법고전의 내용과 21세기 대한민국을 연결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준

'안내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10개의 장으로 열다섯 권의 법고전이 등장하였습니다.

한 번쯤은 들어본 책들.

하지만 결코 읽어보지 않았던 책들.

솔직히 책 목록을 접했을 때의 당혹감...



각 장에 대한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면

1장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는 '인민의 자기계약을 통한 국가권력의 형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특히 '자유'와 똑같이 '평등'을 강조한 루소의 사상을

2장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서는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과 시민참여재판, 입법부가 따라야 할 '법을 만드는 방법'을

3장 존 로크의 《통치론》에서는 입법권의 한계와 저항권을

4장 체 사레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에서는 '범죄를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대원칙과 함께 법의 목적, 죄와 벌의 올바른 균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5장 소수자 보호와 사법통제를 주제로

토머스 페인의 《상식》과 《인권》에서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국가가 사람이 아닌 법에 근거한다'고 밝히는데, 저자는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졌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형태를 볼 수 있는 현대 한국 사회의 지적을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의 《페더랄리스트 페이퍼》에서 민주 정체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전제'를 방지하기 위한 소수자 보호, 그리고 위헌적 입법 행위에 대한 사법통제를 역설하는 주요한 저작이라는 점을

다루게 됩니다.

6장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자유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해

7장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는 '권리가 자기의 투쟁 준비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권리는 스스로를 포기한다' 등을 소개하며 진정한 '권리'가 무엇인지를

8장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을 제대로 읽으면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ㅇ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다수자에 맞서는 철학자/지식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민주주의에서의 다수결이 어떤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을

9장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불복종》,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ㅇ을 함께 읽고 '시민불복종' 사상의 과거와 현재를

10장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 평화론》을 통해 전쟁 종식과 평화의 길을 화두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길고도 복잡한 듯 하지만 결국 그가 법고전을 통해 전하고자 한 바는

자유, 평등, 권리, 법치, 평화, 소수자 보호, 저항권 등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들을 고전 속에서 사유하고 이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며 화두를 던지는 것

이었습니다.

읽기 전엔 무조건적으로 '어렵겠군!' 하며 마음의 벽을 치고 책을 열었더니

어?!

쉽게 읽히는 것이 아닌가!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깨우치게 된 이 책.

사회 속에 살아가는, 앞으로도 살아나갈 우리에게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였기에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 쓰기 마련이다. 이 점을 지금까지의 경험이 알려주는 바이다. (...)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저는 마지막 문장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에 《법의 정신》의 핵심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은 도덕, 선의, 설교 등으로는 저지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인식입니다.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권력이 쪼개지고 이 권력들끼리 서로 감시,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중요한 지적입니다. - page 75 ~ 76

약 내가 통치하는 사람들이 명령해야 할 사항에 대해 지식을 늘리고, 또 복종하는 사람들이 복종하는 일에서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도록 할 수 있다면, 나는 스스로를 <삶을 누리는)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내가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나는 스스로를 (삶을 누리는)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 머리말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이 책을 통해 통치하는 사람들과 복종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편견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page 106

공화국이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수립되고 운영되는 국가 (...)가장 자연스럽게 대의제형태와 관련된다. (...) 완전히 대의제에 입각한 미국이란 국가는 그 성격과 실제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참된 공화국이다. (...)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국가가 사람이 아닌 법에 근거한다.

'인치'가 아니라 '법치'가 작동하는 나라가 공화국이라는 명제는 이후 모든 공화국의 근본이 됩니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졌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형태를 볼 수 있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이 지적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법 적용과 집행, 그리고 그 강도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편파성은 현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란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지 않습니까. - page 218 ~ 220

칸트는 전쟁의 시대를 살면서 영구 평화를 꿈꾸었습니다. 그는 《영구 평화론》에 '하나의 철학적 기획'이라는 부제를 달았죠. 현실 정치를 초월하면서 현실 정치가 지향해야 할 기획을 제시한 것입니다. 칸트의 다른 명저의 이름을 빌려 말하자면, "영구 평화에 대한 순수이성의 기획"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우선 순수 실천 이성의 왕국과 그 정의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라. 그러면 너의 목표(영원한 평화의 은총)는 필연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이 기획에도 부족함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국제정치와 국제법의 기본원칙, 근본 윤리를 '전쟁'에서 '평화'로 바꿨다는 점에서 심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 page 452 ~ 453

법고전 속에서 바라본 우리의 현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법고전을 읽어야함을, 읽으며 사유와 성찰을 해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 기준에선 법고전만을 마주하기엔 역부족이라 이렇게 그의 법고전 강의에 기대며 짧지만 나름의 사유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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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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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벽돌책, 그 세 번째.

작가분 명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명성만 알고 있었던...

하하핫;;

애거사 크리스티, 스티븐 킹, 엘러리 퀸...

위대한 명맥을 이어가는 이름, 제프리 디버

그의 작품 중 유일한 여성 형사, 인간 거짓말탐지기 '캐트린 댄스' 시리즈 4권이라고 하였습니다.

인간 거짓말탐지기?!

뭔가 색달랐던 여성 형사일 듯한데...

어떤 사건 현장이 펼쳐질지, 그리고 그 진실은 얼마나 추악할지 읽어보았습니다.

비상구 막힌 클럽, 총기 난사, 엘리베이터 화재

밀실에 갇힌 군중이 공포에 잠식당하는 순간,

당신의 비극은

그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고독한 강



아늑하고 친근하며 저렴한 클럽인 '솔리튜드크리크'.

십대 딸과 함께 밴드 공연을 보러 온 미셸 쿠퍼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따라 손뼉을 치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녀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금연구역인 클럽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 연기 냄새가 확 풍겨오기 시작했고 점점 탄내가 진해지면서

"여러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어서 대피하세요!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주방이나 무대 출구는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쪽에 불이 났습니다! 비상구를 이용해 주십시오." - page 24

어느새 비명은 울부짖음으로 바뀌고 사람들이 비상구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비상구 앞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짓밟고 깔아뭉개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녀의 딸도...

미셸은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르는 딸을 바라보았다. 육중한 남자 밑에 깔려버린 트리시는 이내 광기의 바다 속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 page 27

한편, 마약밀매 조직을 수사하던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CBI)의 동작학 전문가-상대를 '읽는' 일을 한다-인 '캐트린 댄스'는 용의자 심문에 실패하고 범죄자에게 총기까지 빼앗기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로 징계를 받아 민사부로 전출된 댄스.

"엄밀히 말해 화재는 없었습니다. 연구해볼 만한 사건입니다."

"불이 난 게 아니었다고요?" 댄스가 물었다. 그녀는 노란 경찰 테이프가 둘러진 솔리튜드크리크 클럽 앞에 서 있었다. - page 62

서류를 확인하러 화재가 발생한 클럽을 찾아가게 된 그곳에서 댄스는 유사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수사력을 집중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상부에서는 그녀의 경고를 무시해버립니다.

그리고 얼마 후 예상대로 지역 곳곳에서 군중을 대상으로 공포심을 조작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도대체 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캐트린 댄스는 자신과 가족, 시민을 지키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당연히 검거했겠지만...)

아니, 어떻게 멋지게 해결해 나갈까...?

댄스의 활약은 직접 만나보시는 걸로...

읽으면서 소설로만 그치지 않았던 사건이기에 가슴이 아픈 만큼 범인의 잔혹성에 치가 떨렸던 이 작품.

그는 관객들이 알아서 죽어주기를 바랐던 거예요. 사람의 지각과 느낌과 혼돈을 가지고 논 것이죠. 사람들이 뭘 봤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뭘 믿는지가 중요하죠. 바로 그게 그의 무기예요. 공포. 모든 게 그가 짠 계획대로 이루어졌어요.

...

혼돈에 빠진 사람들. 이성을 잃고 발광하는 사람들. 눈부신 보안등. 그 조명 때문에 사람들이 더 다급했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누군가가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어내리니 지켜보던 사람들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속속 그를 따라 뛰어내린 거죠. 쥐 떼처럼 말이에요. 범인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는지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누군가가 먼저 '뛰어!'하고 외쳤고, 사람들은 그걸 시키는 대로 했죠. - page 271

나중에 그런 현장에 가게 되면 주변을 유심히 살펴봐요. 시신이나 부상자들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을 말이에요. 구경꾼들. 물론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 틈에는 예외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고 베스트샷을 건지기 위해 신나게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단순히 호기심에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걸 수집하는 '전문가'들일 수도 있어요. 나 같은 공급자들인지도 모르고요. 우린 그걸 '농사'라고 부릅니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사진을 수확하러 다닌다는 뜻이죠.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저지선을 쳐놓고 사람들을 쫓는 경찰들에게 가장 격렬히 항의하는 사람들, 현장에 피가 많이 보이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들, 사망자가 없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 - page 581

폭력 자체를 좇는 사이코패스와 다크웹 유통자, 그리고 배후의 고객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이루어지는 다크웹의 범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분노를 일으키는데....

왜 제프리 디버가 '인간 심리를 다루는 최고의 작가'라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 속에서 두뇌싸움을 펼치며 활약했던 캐트린 댄스.

그녀의 다른 활약은 어땠을지 기대도 되고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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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방식 - 빛을 길들여 은은히 퍼트린다
안드레아스 하제 지음, 배명자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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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무'에는 특별한 감정이 있습니다.

묵묵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을 해내는 나무.

저에겐 나무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닮은 듯하기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나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나무를 생존하게 하는 나무 각각의 생장 방식에서부터 그 나무만의 독특한 개성과 가치, 그리고 오랜 시간 인간과 나무는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함께 해 왔는지까지 나무가 품고 있는 다채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고 하니 가만히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

아름다운 문장, 깊고 푸른 시선, 고요한 위로

나무의 방식



옛날부터 인간과 나무의 관계는 서로 연결되었다고 믿을 만큼 특별했다고 하였습니다.

맛있는 열매와 양분이 풍부한 뿌리, 나뭇잎, 꽃으로 인간을 먹여 살린 나무.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대략 수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았던 나무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나무에 대해 이 책에서는 26개 나무종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다채롭고도 독특한 이야기를 간직한 나무들에 대해 나무 전문가 안드레아 하제는 우리에게 깊고 푸른 시선으로 고요한 위로를 선사하였습니다.

나무로부터의 지혜를 전한 것이 아닌 나무 그 자체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왜 이리 아름다울까요!

그저 평범하고도 평온해 보였던 나무가 저자를 통해 바라보니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발견하게 되고 그 존재만으로도 경의로움이 결국 아름다움으로 맺어졌음에 그야말로 나무의 존재감으로부터 '품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금쯤이면 마주할 수 있는 세상이 아직 겨울의 숨결에 잠겨있을 때, 비단결 같은 싱그러운 초록 봄옷으로 구름처럼 새하얀 몸을 감싸는 '자작나무'.

이 나무에 대해 저자가 글을 빌리자면

수없이 많지만, 잎 하나하나 모두가 귀하고 저마다 세상의 고유한 섭리를 품고 있다. 자작나무는 온몸으로 온유, 은혜, 우아함을 뿜어낸다. 가을 안개 속에서, 폭풍우 속에서, 늙어서도, 죽음 안에서도 자작나무는 언제나 사랑스럽고 온화하다. 자작나무는 쾌활한 무용수였다가 지혜로운 마법사로 늙는다. 풍파에 시달린 늙은 마법사의 주름진 얼굴에서 심오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자작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지만 겸손하게 땅을 향해 몸을 굽힌다. - page 39

이렇게 나무의 아름다움을 전한 그.

읽으면서 고요한 고귀함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인 나무는 '구주소나무'였습니다.



바람을 반기고 온전히 자신을 바람에 맡기는 구주소나무.

무엇보다 이 나무가 인상적이었던 건

불과 바람. 그것이 구주소나무의 본질이다. 숲의 원동력이었고, 숲을 역동적으로 만들었으며, 인간이 개입하기 수백만 년 전에 숲의 안녕과 고통을 결정했던 힘. 여러 의미에서 소나무는 빛의 나무다. - page 190

뭔가 온기 같은 게 느껴져 마음이 평안해졌던 이 나무.

아마도 '자연'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나무 하나 읽고 나면 마음이 열리게 되고 바람이, 햇살이, 나무의 움직임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였습니다.

이 평온함이란...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숲을 없애고 자연을 위협하지 않는가!

나무의 녹색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 역시도 사라질 것임을.

그렇기에 나무에 대한 소중함을 간직하길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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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방식 - 빛을 길들여 은은히 퍼트린다
안드레아스 하제 지음, 배명자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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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부터 고요한 위로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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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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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쭉 눈여겨봐야 할 신인이라는 평을 들으며 대중의 찬사 속에 화려하게 데뷔한 '조나탕 베르베르'.

이 사실보단 제 시선을 끌었던 건

심령술과 마술, 탐정 수사

가 뒤얽혀 다채로운 재미를 엮어 낸 매력적인 소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니 어울릴 수 없는 조화가 이루어 냈을 때의 환상과 짜릿함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소설의 첫 장을 펼쳐들었습니다.

거리의 마술사 제니,

우당탕 기상천외한 수사에

뛰어들다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1888년 10월, 뉴욕의 어느 화창한 수요일 아침.

거울 속 자신을 뒤로하고, 필요한 도구가 빠짐없이 준비됐는지 확인한 후 익숙한 붉은 커튼을 젖힙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스물여섯 살의 젊은 여성 '제니'.

그녀는 시장 바닥에서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치는 가난한 마술사였습니다.

그러다 프록코트와 흰색 셔츠를 입고 검은색 타이를 맨 차임의, 이곳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흔치 않은 복장을 한 남자가 제니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아가씨, 내가 당신을 고용하려는 이유는 미모나 여성스러움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아 둬요.」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그저 아가씨가 자격이 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뿐이니까. 이 일을 입사 시험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직업인데요?」

남자가 등받이 없는 작은 의자에 앉더니, 헝겊 공 하나를 집어 들고는 손가락으로 현란하게 공을 놀리다가 손아귀 안에 감춰 버렸다. 그러고 나서 손바닥을 뒤집었는데, 빈손이었다.

「마술사들의 공연을 보고 비법을 알아내는 직업.」 - page 21

일자리를 제안하며 거액의 보수를 약속하는 R씨.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지만 자신에겐 홀어머니, 반려 토끼와 비둘기까지, 네 식구가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었기에 결국 그와 손을 잡게 됩니다.

그가 명함을 꺼내어 제니에게 내밀었다. <핑커턴, 최고의 사설탐정 회사>라고 흘림체로 인쇄된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아래에는 검은색 잉크로 왼쪽을 보는 커다란 눈이 그려져 있었고, 바로 밑에 <우리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우리 회사에 온 걸 환영하오. 시험을 통과했소.」

이번에는 그가 제니에게 손을 내밀었고, 제니는 소심하게 그 손을 잡았다. 그가 힘차게 악수를 하고 나서, 이렇게 말을 맺었다.

「로버트 핑커턴이오, 언제든지 도움을 드리리다.」 - page 43 ~ 44

경찰이 확보하지 못하는 사건의 실체를 밝힌다는 핑커턴 사무소.

그곳에서 제니가 맡은 사건은

「폭스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소?」 - page 58

큰언니 리아, 둘째 마거릿, 막내 케이트로 이뤄진 3인조 폭스 자매는 망자와 소통하는 능력을 내세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명성을 떨치는 심령술사였습니다.

「이 거리 끝에만 해도, 서로 마주 보는 심령주의 살롱이 두 군데나 있다오. 진정한 전염병이지. 핑커턴에는 그 병을 고쳐 줄 의무가 있고. 그 고약한 폭스 자매는 40년 전에 자신들의 종파를 창시했는데, 그걸 끝장내려면 그들의 사기극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길밖에 없소.」 - page 60

심령주의 교단을 창시하고 금은보화를 쓸어 모은 40여 년간의 비밀을, 그 교묘한 속임수를 밝히는 사건을 맡게 된 제니.

제니는 핑커턴 탐정 회사의 지침에 따라 위조 신분을 써가며 수사 대상에게 접근하게 됩니다.

무엇 하나도 쉽지 않은 위기의 상황.

하지만 우리의 제니는 정면으로 맞서며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과연 제니는 수십 년간 이어진 수수께끼를 밝혀낼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저명한 사설탐정이 이름 없는 젊은 마술사에게 이렇게 큰 사건을 의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니와 함께 위험천만한 대모험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건 실존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과 '제니'라는 인물로 인해 더 몰입하면서 읽었습니다.

「마턴 양,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우월한 점이 무언지 아시오? 우리가 늘 갈리는 그 지점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건 아주 간단하다오. 여자들은 배우기 위해서 폭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지. 우리에겐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놀라운 뭔가가 있소. 공감이라고.」 - page 454 ~ 455

서서히 밝혀진 비밀.

그리고 이들로부터 제니 역시도 삶의 흐름이 바뀌게 되는데...

「당신이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해도, 아버지는 늘 당신과 함께했어. 당신이 연습을 할 때마다, 당신이 공연을 할 때마다, 당신은 늘 그분의 일부를 전달했어. 하지만 이제, 그분을 더 나은 세계로 떠나도록 놔줘야 할 때지. 이곳으로 그분을 데리고 오는 것은 그분을, 또한 우리를, 특히 당신 자신을 벌주는 것과 진배없어. 나는 기꺼이 당신이 그 무게로부터 벗어나도록 돕겠지만, 당신만이 그 무게를 벗어던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 page 599 ~ 600

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행위 하나하나를 정당화하고, 마술이라는 예술을 행하면서 완벽을 추구하고자 했던 제니.

진정한 마술사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그녀의 어깨에 있던 무게를 떨치는 모습에서 진정한 박수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마술사와 심령술사는 한 끗 차이였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토대로 하기에 닮은 듯하지만 달랐던 이들.

의외의 조합이라 여겼지만 오히려 더 조화로웠던 탐정, 마술사, 심령술사 이야기.

책의 두께감을 모를 만큼 몰입하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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