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하고 친근하며 저렴한 클럽인 '솔리튜드크리크'.
십대 딸과 함께 밴드 공연을 보러 온 미셸 쿠퍼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따라 손뼉을 치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녀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금연구역인 클럽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 연기 냄새가 확 풍겨오기 시작했고 점점 탄내가 진해지면서
"여러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어서 대피하세요!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주방이나 무대 출구는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쪽에 불이 났습니다! 비상구를 이용해 주십시오." - page 24
어느새 비명은 울부짖음으로 바뀌고 사람들이 비상구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비상구 앞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짓밟고 깔아뭉개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녀의 딸도...
미셸은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르는 딸을 바라보았다. 육중한 남자 밑에 깔려버린 트리시는 이내 광기의 바다 속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 page 27
한편, 마약밀매 조직을 수사하던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CBI)의 동작학 전문가-상대를 '읽는' 일을 한다-인 '캐트린 댄스'는 용의자 심문에 실패하고 범죄자에게 총기까지 빼앗기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로 징계를 받아 민사부로 전출된 댄스.
"엄밀히 말해 화재는 없었습니다. 연구해볼 만한 사건입니다."
"불이 난 게 아니었다고요?" 댄스가 물었다. 그녀는 노란 경찰 테이프가 둘러진 솔리튜드크리크 클럽 앞에 서 있었다. - page 62
서류를 확인하러 화재가 발생한 클럽을 찾아가게 된 그곳에서 댄스는 유사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수사력을 집중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상부에서는 그녀의 경고를 무시해버립니다.
그리고 얼마 후 예상대로 지역 곳곳에서 군중을 대상으로 공포심을 조작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도대체 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캐트린 댄스는 자신과 가족, 시민을 지키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당연히 검거했겠지만...)
아니, 어떻게 멋지게 해결해 나갈까...?
댄스의 활약은 직접 만나보시는 걸로...
읽으면서 소설로만 그치지 않았던 사건이기에 가슴이 아픈 만큼 범인의 잔혹성에 치가 떨렸던 이 작품.
그는 관객들이 알아서 죽어주기를 바랐던 거예요. 사람의 지각과 느낌과 혼돈을 가지고 논 것이죠. 사람들이 뭘 봤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뭘 믿는지가 중요하죠. 바로 그게 그의 무기예요. 공포. 모든 게 그가 짠 계획대로 이루어졌어요.
...
혼돈에 빠진 사람들. 이성을 잃고 발광하는 사람들. 눈부신 보안등. 그 조명 때문에 사람들이 더 다급했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누군가가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어내리니 지켜보던 사람들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속속 그를 따라 뛰어내린 거죠. 쥐 떼처럼 말이에요. 범인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는지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누군가가 먼저 '뛰어!'하고 외쳤고, 사람들은 그걸 시키는 대로 했죠. - page 271
나중에 그런 현장에 가게 되면 주변을 유심히 살펴봐요. 시신이나 부상자들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을 말이에요. 구경꾼들. 물론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 틈에는 예외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고 베스트샷을 건지기 위해 신나게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단순히 호기심에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걸 수집하는 '전문가'들일 수도 있어요. 나 같은 공급자들인지도 모르고요. 우린 그걸 '농사'라고 부릅니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사진을 수확하러 다닌다는 뜻이죠.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저지선을 쳐놓고 사람들을 쫓는 경찰들에게 가장 격렬히 항의하는 사람들, 현장에 피가 많이 보이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들, 사망자가 없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 - page 581
폭력 자체를 좇는 사이코패스와 다크웹 유통자, 그리고 배후의 고객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이루어지는 다크웹의 범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분노를 일으키는데....
왜 제프리 디버가 '인간 심리를 다루는 최고의 작가'라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 속에서 두뇌싸움을 펼치며 활약했던 캐트린 댄스.
그녀의 다른 활약은 어땠을지 기대도 되고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