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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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이 말에 공감했었습니다.


'해바라기' 하면 '빈센트 반 고흐'

'절규' 하면 '에드바르 뭉크'

'키스'하면 '구스타프 클림트'


흔히 화가를 그들의 가장 유명한 작품, 단 하나의 그림으로만 기억했었는데...

이 책의 소개 글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말 하나의 그림이 한 사람의 삶을 대변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을 받자마자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화가를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거장 18명의 낯설고도 사적인 그림들을 이야기한다고 하였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

이제 시작해 보려 합니다.


그림은 벽에 걸린 장식이 아니라,

한 인간이 온몸으로 밀어 올린 삶의 증거다

거장들이 캔버스 위에 새긴 숨겨진 영혼의 기록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책은

어둠치유순간탐구교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18명 거장들의 내밀한 고백이

다섯 개의 특별한 전시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마주하게 된 거장들의 영혼들은 생각보다 더 절박했고 치열했었으며 

그랬기에 더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를 건네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이제는 화가의 대표작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과 같이 그들을 제 안의 미술관에 담아둘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된 이가 있었는데...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1880년 독일 아샤펜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드레스덴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1905년 동료들과 함께 표현주의 미술가 집단 "다리파"를 설립하게 됩니다.

1911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그는 그곳에서 표현주의 화가로서 명성을 쌓아가게 되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비록 폐질환과 허약을 이유로 군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지만 짧은 군 복무는 그를 신경쇠약에 빠트렸고, 알코올과 모르핀에 의존하게 만들었습니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다시 군인으로 징집될지도 모른다는 고통스러운 불안이 저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밤낮으로 그런 불안한 상상에 시달렸습니다."


1917년 1월, 군 복무 이후 절망에 빠진 키르히너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스위스 다보스로 향하게 됩니다.

약 한 달간 첫 요양을 마치고는 평화와 고독을 원했던 키르히너는 알프스의 고립된 풍경 속에서 그곳 사람들과 교감하며 치우의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드로잉과 수채화, 목판화, 유화를 남기게 됩니다.


"산의 황량하면서도 친밀한 자연은 화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작품 소재에 대한 그의 사랑을 깊게 했고 동시에 부차적인 모든 것들로부터 그의 시각을 정화시켰다... 그의 심각한 병은 그를 파괴하기는 커녕 오히려 성숙시켰다."


그는 이곳에서 파괴적이고 격렬했던 표현주의의 외침을 섬세하고 조화로운 서정으로 바꾸어냈습니다.


우리가 이 그림에서 느끼는 묘한 위안과 평화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깊은 절망을 경험한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진정한 희망의 색깔이다. 키르히너는 다보스의 산들로부터 예술의 본질을 다시 배웠고, 그 배움을 통해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법을 터득했다. - page 183 ~ 184


눈 덮인 산맥들,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굽이치는 강과 우뚝 선 침엽수들.

푸른빛과 분홍빛, 주황색과 노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우리에게 포근하고 보호적인, 삶의 온기를 느끼게 해 주는 이 작품.

그의 치유의 과정이었지만...


1937년, 뮌헨의 '퇴폐미술전'이 깊은 상처를 남긴 데다가

1938년에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하면서 또다른 전쟁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키르히너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들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결국...

1938년 6월 15일, 스스로 심장에 총을 쏘아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새로운 예술의 출발점에서도 전쟁의 공포 한복판에서도, 온전치 않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치열하게 그리고 또 그렸던 그의 작품들.

지금의 우리에게 절망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을 남겨주기에 저에게는 더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의 춤추는 사람들이나,

선상 파티의 점심》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초상화...

불그스레한 뺨을 가진 여인들과 햇살 가득한 야외 정경이 떠오르는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사실 그의 그림 단골 소재로 '꽃'도 있었다는데...!


특히나 1869년 르누아르와 모네가 같은 꽃병에 같은 꽃들을 꽂고 그린 정물화를 보면...


모네는 꽃병을 화면에서 미묘하게 중심에서 벗어나게 배치하고, 탁자의 평면과 그 위에 놓인 다양한 과일들로 공간을 구축했다. 포도송이와 배가 담긴 바구니까지 추가하여 복합적인 공간 구성을 시도했다. 반면 르누아르는 정면적이고 직접적인 화면 구성을 택했다. 중앙의 주요 모티프가 화면의 거의 전체를 차지하도록 배치하고, 빛이 닿는 부분과 그림자 부분의 대비를 극명하게 처리하여 전체적으로 강력한 인상을 만들었다. - page 267



개인적으로 르누아르 작품이 더 화려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지는데...!

그에게 꽃이란..


"꽃을 그리는 것은 나의 뇌를 쉬게 해준다. 인물 모델 앞에 있을 때와 같은 정신적 긴장을 꽃 앞에서는 느끼지 않는다. 꽃을 그릴 때 나는 색조를 놓고, 과감하게 색가를 실험해본다. 캔버스를 망칠까 봐 걱정하지 않고 말이다. 인물화에서는 모든 것을 망칠까 두려워 감히 그런 실험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실험에서 얻은 경험을 나중에 내 그림들에 적용한다."


르누아르의 꽃 정물화는 한 예술가의 평생에 걸친 탐구와 실험의 궤적을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예술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보여주었던 꽃 정물화야말로 우리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전해주고 있었음에,

그래서 그의 꽃 정물화가 유난히 제 마음을 예쁘게 물들였습니다.


"그림은 즐겁고, 아름답고, 예뻐야 한다. 그렇다, 예뻐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불쾌한 것들이 충분하니, 우리가 더 만들어낼 이유는 없다."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던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이야기.

오히려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그의 그림에, 그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았던...

책을 덮은 이 순간에도 화가들이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까 자꾸만 기웃거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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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랑과 꽃과
나태주 지음 / OTD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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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풀꽃과 시를 사랑한 소박한 시인 '나태주'

그가 일생에 걸쳐 써 내려온 언어를 한 권에 담아, 세상에 보내는 하나의 연애편지처럼 건네는 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그의 언어를,

그의 시를 좋아하기에

이 책은 저에게 큰 선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렇게 그가 건넨 다정한 인사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썼고

그 연애편지를 세상에 보내고 또 보냈다.


사람과 사랑과 꽃과

열다섯 나이 무렵부터 한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

그렇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썼고

그 연애편지를 세상에 보내고 또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보낸 연애편지는 쉽사리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두 해가 아니라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래도 그는 세상에 보내는 연애편지를 멈추지 않았었는데...


이제 시인 생활 55년.

언제부턴가 그가 보낸 연애편지에 대한 답장이 세상으로부터 조금씩 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답장으로 온 작품들을 모아서 시선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냈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 책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시집이 나온 뒤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들만 모아서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독자들의 시평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시를 읽고 적어 내려간 짧은 메모, 오래 곱씹은 문장, 삶의 특정 순간에 시가 건넨 위로와 질문들이 시 옆에 놓여

이는 

평론이 아니라 체험의 기록이며

해설이 아니라 응답이었고

시인과 독자가 함께 완성해나간 또 하나의 시선집

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더 공감하며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시인의 감정을,

그 시를 읽은 또 다른 이의 감정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기에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시의 매력이라 하면...

내 감정에 따라 와닿는 시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시집에 손길이 가고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엔 유독 이 시가 자꾸만 제 눈길을,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도

우리가 마땅히 기댈 말과

부탁할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고

조금은 더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오늘 하루도 덕분에 용기를 얻고 사랑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작고 낮은 것들에서 출발해, 읽는 이의 마음 한가운데로 곧게 닿게 하는 그의 시.

그의 시를 통해 많이 외치게 되는 말이 바로 '사랑한다'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에서 건넨 인사를 다른 이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입속에 남아서 그 말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씨앗이 되어 제 가슴속에 내려앉았습니다.

다정한 눈인사를 건네며

자꾸 바라보고

사랑한다 외치다 보니

어느새 약하지만 나만의 꽃이 되어 다정히 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마치 <서로가 꽃>이란 시처럼 말입니다.


서로가 꽃


우리는 서로가

꽃이고 기도다


나 없을 때 너

보고 싶었지?

생각 많이 났지?


나 아플 때 너

걱정됐지?

기도하고 싶었지?


그건 나도 그래

우리는 서로가

기도이고 꽃이다.


이제 이 꽃은 씨앗을 만들 준비를 하며 다른 이에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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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랑과 꽃과
나태주 지음 / OTD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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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 그의 연애편지를 받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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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은밀한 대화 엿듣기
프란체스카 부오닌콘티 지음, 페데리코 젬마 그림, 황지영 옮김, 김옥진 감수 / 북스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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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들이 소통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다양한 상황에서 서로 소통한다고 하였습니다.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경쟁자로부터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특별한 자세, 몸짓, 악취나 향기를 활용해 소통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던 동물들의 소통.

이 책을 읽고 나면 저도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경이로운 소통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동물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로 가득한

경이로운 소통의 세계


동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한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는 종족이라고 합니다.

조용히 있더라도 손짓이나 얼굴 표정 혹은 자세로도 소통하는, 심지어 뿌리는 향수로도 소통을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은 어떨까?


새, 물고기, 곤충, 양서류, 포유류는 소통하는 데 있어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거짓말을 할 줄 알까?

자신의 친구를 어떻게 알아볼까?

가령 벌이나 말벌들은 자신의 벌집에 침입자가 아닌 동료가 돌아왔음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늘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의문은 역사상 자연주의 분야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인 찰스 다윈을 들볶기 시작했고

다윈이 생각하기에 동물들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고,

이들이 내는 소리나 취하는 자세는 감정에 이끌린 것들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다 1973년 노벨상을 수상한 콘라트 로렌츠, 니콜라스 틴베르헌, 카를 폰 프리슈 로부터 동물의 의사소통 연구가 시작되면서

동물들은 서로 대화하며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메시지일 수 있으며 

직접 접촉으로 전달할 뿐 아니라 진동, 심지어 전기 신호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메시지의 유형은 생활 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동물들의 의사소통에도 속임수와 거짓말, 기만행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동물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적 지능을 갖고 있음


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다채로운 동물들의 소통 세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통이 모든 종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인식하게 해 주었는데...!


포문을 열어주었던 <퍼포먼스 장인>의 이야기.

뉴기니의 우림에 서식하는 유명한 깃털 무용수 무리 중 변신에 능한 탁월한 무용수 파로티아속 극락조.

이들은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수컷들이 춤을 추는데...


그들의 춤은 암컷이 자신의 풍채와 깃털의 품질을 평가하도록 드러낼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 극락조의 춤은 단일 스텝이 아닌, 다양한 자세와 동작으로 이루어진 진짜 안무와도 같다. 우연이나 즉흥적으로 된 것은 전혀 없고, 스텝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연구된 것이며 정확한 순서에 따라 수행된다. - page 35


공연에 앞서 부지런히, 강박적으로 무대를 정리한 뒤

암컷이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쇼.

수컷은 깊게 허리를 숙여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청금석처럼 파란 눈으로 암컷을 바라본 뒤 두 눈이 갑자기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춤이 시작됩니다.

이 춤이 잘 이루어진다면 암컷은 여기에 매료되어 짝짓기를 허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조류뿐 아니라 포유류, 양서류, 물고기, 그리고 심지어 곤충들도 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하니 사랑하는 이를 쟁취하기란 인간이나 동물이나 힘겹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었었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소음으로부터 동물들의 의사소통 신호가 혼란스럽게 되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

포투리스속 반딧불이가 구애하고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신호들.

다른 종 수컷들을 유인하여 잡아먹기 위해 다른 종의 암컷인 양 위장하는 신호들.

이러한 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불빛 신호가 빛공해로 인해 희미하게 만들거나 지워 버려서, 파트너 간 대화를 70%나 줄어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또한 유충 시기에 살충제와 농약 사용, 기후변화로 인해 이들의 서식지는 잃게 된 현실 앞에 그들과의 공존을 위해 우리의 태도를 되짚어보게 해 주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는 '진동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고 있었습니다.

꿀 공급원의 위치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는 기표, 즉 '기호'일 것이라는 8자 춤이 실제로 언어처럼 대하는 편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았었는데...


현대의 슬로모션 촬영 기술을 통해 사실은 배를 진동시키는 그 순간에 일벌은 가만히 있고, 벌집에 다리를 고정한 상태로 앞으로 뻗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 근육을 통해-비행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230~270헤르츠 사이의 주파수로 배를 진동시킨다. 바로 이런 진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배에서 다리로, 이어서 다리에서 벌집의 방까지 진동이 전달된다. 그리고 방의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 방과 밀랍을 진동시키고, 대기 중인 '관객' 일벌들의 다리에도 지각된다. 이 벌들은 이러한 방식-'바닥'의 진동을 통해-으로 춤추는 일벌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고 춤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나면, 더듬이로 춤추는 벌의 몸을 만지고 조사하는데, 춤추는 벌은 꼬리를 흔들며 리듬감 있게 그들의 더듬이를 움직인다. 무용수 벌이 춤을 추는 동안 전기장을 발산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소통에 또 다른 역할을 담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동료 벌들을 모집하는 일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진동하는 기계적 신호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는 위치에 대한 메시지 또한 신호화시킬 수 있다. - page 359


그렇게 생물진동학이 최근에 생기게 되고 

진짜 지진파 같은 진동의 특수성과 이것이 발생되고 수신되는 방법의 다양성 때문에 최근에서야 독립 분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동물의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는 현재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에

앞으로 밝혀질 동물들의 은밀하고도 경이로운 신호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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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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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1년 「꽃산담」으로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단편소설 「해녀의 아들」로 제17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한,

미스터리·호러 장르에서 필력을 인정받은 '준비된 신예'

'박소해' 작가

이번에 장고 끝에 첫 장편소설을 우리 앞에 선보였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 속에서도 주체적인 의지와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대기.


그 여정에 저도 함께하고자 합니다.


비밀과 혼을 머금고 살아 있는 집.

장엄하고 관능적인 적산가옥에서 들끓는 욕망과 사랑,

'우리'가 써 내려간 해방의 일지


허즈번즈

1990년, 봄


놋쇠 종이 딸랑 하고 울렸다. - page 15


'카페 대나무관'에 백발의 한 남자가 들어옵니다.

머뭇거리다 카페 구석으로 향하던 남자.


"죄송합니다. 여기가 예전에 알던 집이라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습니다.

화상 흔적이 희미하게 남은 오른손으로 가방 안에 있던 'AIR MAIL' 봉투를 꺼내듭니다.

그 속에 있던 컬러사진 한 장.

그리고 편지...


기억나요? 이 시절 우리.


40년이 흐른 지금, 이 여자는 왜 낡은 기억을 소환하려는 걸까.

왜 나를 다시 만나려고 하는 걸까.

편지 한 통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외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던 '수향'은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무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제주도의 전통 굿인 '추는굿'을 치른 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아기 심방(무당)이 됩니다.

이후 여동생과 할머니를 여의고 혼자가 된 수향은 네 살때 헤어지고 근 6년만에 만난 친아버지 손에 이끌려 경성으로 오게 됩니다.


해방은 남자의 것이었다.

수향을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 - page 29


1945년 10월.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조선총독부 토지과 고위 관료로 일하던 친아버지는 정권으로부터 나가스 가문의 대저택, 적산가옥을 불하받게 됩니다.

친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 남동생과 함께 나가스가 대저택에 입성하게 된 수향.

하지만 이 집엔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데...


후...... 회...... 할...... 거...... 야......

수향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주변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들...... 어...... 오...... 지...... 마...... - page 58


6·25전쟁이 발발하자 가세가 기울어진 수향의 집안은 수향을 강제로 혼인시킵니다.

쌀가게 노인의 외동아들 '최영우'에게 쌀 여덟 섬을 대가로 팔아넘기듯 결혼하게 되는데...

최영우의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게 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 합방을 하는데 요일마다 남편이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결혼식을 밤에 치렀을까...

왜 항상 밤에만 내 방에 올까...


그의 정체는...


"정말 셋이었네?"


외동아들이라던 최영우에게는 사실 영일, 영진, 영우로 이뤄진 세쌍둥이였던 것이고

밤마다 자신의 방에 들어오던 이도 최영우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기 결혼에 절망하게 된 수향.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영우와 영진, 영일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


수향은 두만과 부모가 죽기를 원했다. 아버지에게 평생 시달려온 세쌍둥이는 수향의 설득에 넘어갔다.

"죽이는 수밖에 없어.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두려면."

며칠에 걸쳐 수향은 세쌍둥이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계획은 성공했다.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 - page 184 ~ 185


한편, 수향이 대저택에 입성할 때부터 그녀의 곁을 맴돌던 '마사키'

그러던 중 수향과 영진, 영일, 영우가 살해한 부모를 땅에 묻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를 숨기는 조건으로 나가스 저택에 자신이 들어가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수향.

그리고 이어진 이들의 운명은......?!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수향은 두 눈 가득 해를 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으리. 어둠이 지면 해가 뜨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저 찬란한 해처럼 나는 몇 번이고 일어서리라.

아침 햇살을 맞으며 수향을 천천히 숨을 쉬었다.

살아가리라. 이 아이와 함께. - page 491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헉!' 했습니다.

조금은 충격적이었기...

하지만 가장 약자의 자리였던 '여성'이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책의 중간에서 마주하였던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


이 문장이 '수향'이라는 인물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수향.

이제 그녀 앞에 그려진 제주의 봄은 햇살 가득히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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