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이 흐른 지금, 이 여자는 왜 낡은 기억을 소환하려는 걸까.
왜 나를 다시 만나려고 하는 걸까.
편지 한 통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외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던 '수향'은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무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제주도의 전통 굿인 '추는굿'을 치른 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아기 심방(무당)이 됩니다.
이후 여동생과 할머니를 여의고 혼자가 된 수향은 네 살때 헤어지고 근 6년만에 만난 친아버지 손에 이끌려 경성으로 오게 됩니다.
해방은 남자의 것이었다.
수향을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 - page 29
1945년 10월.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조선총독부 토지과 고위 관료로 일하던 친아버지는 정권으로부터 나가스 가문의 대저택, 적산가옥을 불하받게 됩니다.
친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 남동생과 함께 나가스가 대저택에 입성하게 된 수향.
하지만 이 집엔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데...
후...... 회...... 할...... 거...... 야......
수향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주변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들...... 어...... 오...... 지...... 마...... - page 58
6·25전쟁이 발발하자 가세가 기울어진 수향의 집안은 수향을 강제로 혼인시킵니다.
쌀가게 노인의 외동아들 '최영우'에게 쌀 여덟 섬을 대가로 팔아넘기듯 결혼하게 되는데...
최영우의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게 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 합방을 하는데 요일마다 남편이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결혼식을 밤에 치렀을까...
왜 항상 밤에만 내 방에 올까...
그의 정체는...
"정말 셋이었네?"
외동아들이라던 최영우에게는 사실 영일, 영진, 영우로 이뤄진 세쌍둥이였던 것이고
밤마다 자신의 방에 들어오던 이도 최영우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기 결혼에 절망하게 된 수향.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영우와 영진, 영일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
수향은 두만과 부모가 죽기를 원했다. 아버지에게 평생 시달려온 세쌍둥이는 수향의 설득에 넘어갔다.
"죽이는 수밖에 없어.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두려면."
며칠에 걸쳐 수향은 세쌍둥이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계획은 성공했다.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 - page 184 ~ 185
한편, 수향이 대저택에 입성할 때부터 그녀의 곁을 맴돌던 '마사키'
그러던 중 수향과 영진, 영일, 영우가 살해한 부모를 땅에 묻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를 숨기는 조건으로 나가스 저택에 자신이 들어가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수향.
그리고 이어진 이들의 운명은......?!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수향은 두 눈 가득 해를 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으리. 어둠이 지면 해가 뜨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저 찬란한 해처럼 나는 몇 번이고 일어서리라.
아침 햇살을 맞으며 수향을 천천히 숨을 쉬었다.
살아가리라. 이 아이와 함께. - page 491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헉!' 했습니다.
조금은 충격적이었기...
하지만 가장 약자의 자리였던 '여성'이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책의 중간에서 마주하였던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
이 문장이 '수향'이라는 인물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수향.
이제 그녀 앞에 그려진 제주의 봄은 햇살 가득히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