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생명의 역사 - 지구 생명체 새롭게 보기
전방욱 지음 / 책과바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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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후 변화

생태계 붕괴

팬데믹...

이미 겪었던,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인 우리에게 이 책은 어쩌면 필히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책은

생명이 단일한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공생·환경·우발적 사건의 누적이라는 더 넓은 스케일 속에 서사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생명과 지구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다음 만남'을 어떻게 더 잘 꾸려야 할지 안내하는 나침반이 된다고 하였기에

저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보고자 합니다.


생명 이해의 새로운 패러다임


행성적 시각으로 지구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모두를 위한 생명과학 필독서


얽힌 생명의 역사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은 우주의 기원에서 생명의 조건에 이르기까지, 물질과 에너지의 연속적 변형을 따라가면서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 온 우주가 필요했다

는 사실을 일러주었고

2장은 '두 플라스크'라는 대비를 통해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두 가지 노력을 포개어 보여주었고

3장은 물, 단백질, 핵산, 지질 등 생체 분자의 행위성 때문에 생명현상이 가능해졌고, 생체 분자를 둘러싼 막이 발달해 원시세포가 만들어졌음을 밝히면서

RNA가 정보 저장과 촉매 기능을 모두 갖추었고 막으로 둘러싸여 원시세포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진화를 '협력의 역사'로 다시 조명하며

4장은 세포가 어떻게 다른 세포를 포획하여 공생 전략을 채택하면서 진핵세포로 진화하였고 다세포가 되는 길을 열었는지를 설명하고

5장은 미시적 접촉과 집합적 조직화가 엮어내는 관계의 생명학을 박테리아와 식물의 예를 통해 서술하며

최근 

식물 내부에 미생물 생태계가 존재한다

는 사실도 알려주었습니다.


6장은 동물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박테리아 내부 공생자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필요로 하며, 계통공생 발생을 통해 특정한 마이크로바이옴 박테리아와만 공생관계를 갖게 됨을 보여주었고

7장은 개체나 개체군이 아니라 공생체를 진화의 단위로 보는 시각도 진화에서 우연과 사건적 만남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8장은 제임스 러브록과 린 마굴리스의 가이아 가설을 축으로 행성의 대기, 해양, 지질과 생명의 상호조절을 통해 '거주 가능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하며 더 이상 지구를 배경으로 삼을 수 없으며, 지구라는 '임계지대'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책은 

'개체는 곧 공생체'

라는 명제를 중심에 두고,

생명을 '진화하는 역사'가 아니라 함께 얽히며 살아온 시대의 켜들로 재구성해 내며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30억 8천만 개에 이르는 DNA 염기쌍을 대부분 해독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예상과 달리 정크 DNA라 불리던 넓은 영역이 많이 발견되었고,

이것들은 결국 줄기세포의 유지나 세포의 증식과 자멸, 암과 같은 질병의 발생에 관여하는 중요한 조절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하나의 DNA가 하나의 유전자, 하나의 단백질, 하나의 기능으로 곧장 이어진다


는 단순한 명제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포스트유전체 시대가 열리면서 유전자는 고정된 사물이라기보다

어떤 DNA 조각이 발현될지는 수많은 요인에 달려 있고

정보는 유전체 안에만 있지 않으며

개체 전체와 환경에 걸쳐 분산되어 있기에

연구의 초점도 단순한 지도 완성을 넘어, 세포와 개체 수준의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시간이 흐르며 진화가 변하는 양상을 밝혀내는 쪽으로 넓혀지고 있습니다.


또한 생명을 더 이상 고립된 개체의 자기생산으로만 볼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우리가 건강과 생산성, 회복력을 높이려면 개체나 유전자 하나를 통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만남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생명을 이해하고 돌보는 가장 현실적인 길은, 그 만남의 역사-그때그때의 우발성이 만든 경로-를 읽고 다음 만남의 장을 더 잘 꾸리는 일이다. - page 194


생명은 객체가 아니라 과정이며

그 과정은 언제나 얽힘의 양상으로 나타남을

경쟁과 협력, 점진과 도약, 세포와 지구, 개체와 공생체가 서로를 매개하며 끝없이 생성되는 얽힘의 역사 그 자체에 대한 이해

가 필요함을 

그렇기에 앞으로의 지구가 온전하기 위해선 모든 생명체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방도를 모색해야 함을

저 역시도 많은 반성을 하게끔 해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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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대왕도 찾아보는 초등 필수 어휘 100 레벨 2 세종 대왕도 찾아보는 초등 필수 어휘
홍옥 지음, 나인완 그림 / 개암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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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 아이가 학교에서 문해력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어휘력이 평균보다 조금 낮았던...

하아......

저는 결과지를 보고 좌절을 하였지만 아이는 해맑았던...!

(정말 건강하고 해맑게 자라는건가......)

그래서 더 『세종 대왕도 찾아보는 초등 필수 어휘 100: 레벨 1』을 다시금 읽게 시켰고

개인적으로 2권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만나게 된 2권!

국립국어원에서 지정한 '국어 기초 어휘 선정 목록' 가운데

1권에서는 초등학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3등급 어휘 중 핵심 어휘였다면

2권에서는 4등급 어휘 중 핵심 어휘라고 하니

한 단계 성장하길 바라며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알면 알수록 헷갈리는 어휘!

뜻을 정확히 알아야 문해력 자신감이 자란다

세종 대왕도 찾아보는 초등 필수 어휘 100: 레벨 2


책의 구성은 1권과 같았습니다.

평소 대화나 글에서 자주 만나는 '일상에서 자주 쓰는 어휘'

특별한 유래나 이야기가 담긴 '의미를 알면 재미있는 어휘'

신문 기사나 사회 교과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을 다룬 '상식이 자라나는 어휘'

감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하는 어휘'

사물이나 현상을 빗대어 의미를 확장하는 '비유가 담긴 어휘'

말의 성격과 쓰임에 따라 다섯 갈래로 나누어

어휘의 의미뿐 아니라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재미있는 그림과 생활 속 예문으로 알려주었고

비슷한말, 반대말, 사자성어, 속담 등 관련 어휘를 함께 익히며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1권을 읽었기에 친숙함이 있었고

이번 역시도 저도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헷갈렸던 단어들도 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저도 완벽히 숙지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며 의견을 분명히 말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쓰던 '두루뭉술하다'

어?

그럼 '두리뭉실하다'는?

예전에는 '두루뭉술하다'만 표준어였는데, '두리뭉실하다'도 표준어로 인정되어 둘 다 사용할 수 있답니다!


아이에게 인상적이었던 어휘를 뽑아보라고 했더니...

'고령화'

라 하였습니다.

사회 시간에 배웠다며 아는 단어가 나와서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이 책을 통해서

'노령화'에 대해서 배웠다며 저에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

사실 저도 몰랐던 부분이라 아이와 함께 배웠습니다.

고령화 : 한 사회의 전체 인구 중 노인의 비율이 높은 상태

노령화 :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현상

고학년은 자신만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자라나는 시기라 합니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기 위해선 다양한 어휘를 아는 것이 중요함에

이 책이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었습니다.

재밌게 읽다 보니 어느새 하나씩 쌓여가는 어휘들.

아이도 조금씩 자신감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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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맨숀
장지연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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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겨울이 되면...

몸과 마음이 더없이 춥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꼭 따스한 소설을 찾아 읽곤 하는데...


상처를 품은 청년과

인생의 무게를 견뎌온 할머니의


묵은지처럼 익어가는,

가슴 얼얼한 힐링 동행기


할머니의 포근함에 마냥 마음을 기대고파 읽어보려 합니다.


막다른 골목 끝, 허물어지기 직전의

'오로라맨숀'에서 펼쳐지는

외로운 인생들의 매콤 아삭한 김치 장사 도전기!


오로라 맨숀


끝이 다가왔다. 혜성이 걸음을 멈추고 길찾기 앱을 들여다봤다. 제산시 장평로 64길 3 오로라맨숀아파트. - page 7


6개월 치 월급을 못 받은 자립준비청년 '이혜성'

사실 그는 어릴 적 동생 유성이와 함께 엄마로부터 버려지게 됩니다.

눈칫밥을 먹다 보니 후천적으로 눈치 백단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미련하고도 아둔한 면이 있어 6개월 치 월급을 못 받게 된 상황이니...

6개월 치면 대략 천만 원 정도가 되니 그 돈으로 동생과 함께 지낼 투룸을 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밀린 월급을 받기로 한 날, 사장이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답답한 심경에 유족에게 밀린 월급을 받고자 장례식장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맞이해 준 이는 사장의 노모인 '명복자' 뿐...


"나쁜... 사장님이 월급을 안 줘서 동생이 집을 나갔으니까... 나쁜 사장 맞아요."

"아니야."

"맞아요."


기필코 밀린 월급을 받아내겠다며 복자가 살고 있는 오로라맨숀으로 향한 혜성.

한편 치매에 걸린 남편의 병문안을 가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던 복자가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게 되고...


마지막 힘을 짜내 의식을 끌어올린 복자는 한 번도 믿어본 적 없는 신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보내주세요.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내게 사람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그를 내 가족처럼 아끼며 살겠습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주세요. - page 52 ~ 53


기적처럼 등장한 혜성.


"공장 너 줄 테니까 거기 있는 걸 팔든 어쩌든 돈을 마련하라고.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밀린 월급을 해결해주고 싶지만... 우리 호영이... 사업 망하고 이혼한 후에 주식 투자한다고 설레발치다가 또 망하고... 그동안 남편하고 아들하고 번갈아 사고 치는 거 막다 보니까 그 흔한 보험 하나 없고 대출만 줄줄이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하지만 오히려 냉면가게에 복자가 담근 김치 장사를 시작하고자 하는데...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운명은...?!


"김치에는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는데, 그 말이 참말인 거 같아요. 세상엔 겉절이 같은 인생도 있고 묵은지 같은 인생도 있는 거잖아요. 어떤 인생은 일찍부터 반짝이고 또 어떤 인생은 남들이 상했다고 오해할 만큼 오래 묵히고 삭혀야 비로소 빛을 보는데 내 인생이 꼭 그래요. 내 삶이 당신이란 장독에 푹 묵혔다 꺼낸 묵은지 같다고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요? 일 년 전에, 십 년 전에, 오십 년 전에,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오늘처럼 기쁜 날이 오리란 걸. 내가 특별해질 시간이 다가오리란 걸." - page 305


이 대목이 참 찡했습니다.


"혜성 군은 꿈이 뭐예요."

경비는 호의로 한 질문이었지만, 꿈이라는 단어 하나가 비수처럼 혜성의 가슴을 찔렀다. 왜 젊은이라면 당연히 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묻는 걸까, 만나는 어른들마다 왜 이렇게 꿈 타령을 하는 걸까,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관심을 쏟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걸까, 배알이 꼬였다.

"저는 꿈 못 꿔요." - page 64


스스로 꿈꿀 수 없는 인생이라 생각하는 그와

찾아올 사람조차 없는 외로운 복자에게

서로 더불어 살아갈 희망의 끈을 발견하게 되고 빛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복자가 외쳤던 이 말


"나 이제부터 행복할래요. 행복 거 뭐, 별거라고. 나라고 못 하란 법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 어떤 말보다 가슴 아팠지만 위로를, 희망을 얻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가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인물들이 서로의 가치를 발견해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저자.

덕분에 이 세상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누군가의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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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미술 여행 -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을 따라 떠나는 예술 여정
오그림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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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관 여행이라...

이 점에서 끌렸습니다.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은 각각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기대하며

저도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여행하듯 가볍고 즐겁게,

세계의 도시와 미술관을 거닐며 만나는

생생한 예술 이야기


세계 일주 미술 여행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카이로와 룩소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피렌체프랑스 파리일본 도쿄오스트리아 빈미국 뉴욕까지

총 6개국, 7개 도시를 여행하며

각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과 그곳의 예술 이야기

를 담고 있었습니다.

여섯 나라를 '여행'하는 콘셉트로

반드시 들러야 할 메인 미술관들을 소개했고

'Bonus Spot'에서 여행 중 놓치지 아까운 숨은 보석 같은 공간들을 소개하며

하나의 도시, 하나의 미술관, 그리고 예술 이야기를 건네며 우리에게

결국 미술관을 여행하는 일이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

을 일러주며 사유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마냥 그 미술관의 유명한 작품만을 이야기하지 않아 좋았고

공간의 이야기가,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져 보다 시선을 확장시켜주었으며

예술의 여정이 우리에게 건넨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중세 미술부터 한참을 돌아 현대 미술에 도달했는데 다시 원시 미술이나 어린아이와 같은 그림 앞에 서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돌고 돌아 처음의 근본으로 돌아온 것이죠. 우리는 살아가며 늘 새로운 것, 다른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며 이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을 걸어온 역사의 흔적과 그 흔적을 담은 예술은 우리에게 다른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예술의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분야에서든 결국 가장 중요한 본질만 남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page 243


'본질'이 무엇인지...


오늘날 존재하는 수많은 예술의 뿌리는 기원전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이집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 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과 조각은 권력의 상징을 넘어, 인류 역사 최초로 집단적 상징을 시각화한 사례였고 사후 세계를 믿고 영원을 꿈꿨던 그들의 정신세계는 종교적 미술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렇기에 이집트 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한 고대문명을 아는 것이 아닌 인류 전체의 시각적 상상력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었는데...

이곳에서 전한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쯤 짚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집트의 문명을 보면 '발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전의 문명은 미개하고 오늘날이 더 발전한 상태라는 보편적인 인식에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죠. 발전의 형태와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기에 다른 표현으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age 35


그리고 일본 도쿄로 넘어가 보고자 합니다.

도쿄 미술관 투어 콘셉트는 '도쿄에서 만나는 파리'였습니다.

사실 저도 의아했었는데...

그 배경은 1880년대 후반에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1855년부터 1937년 사이 프랑스에서 여덟 차례 개최되었으며,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전 세계 수십 개국이 참여한 이곳에 일본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의 인재들을 모아 참가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서구권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세계 전도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의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일본이 자국의 주요 예술 종목으로 내세웠던 도자기, 그리고 이를 감싼 포장지.

포장지에는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이 일품인 우키요에 회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 당시 빛의 색을 그렸기에 윤곽선도 없고 형태도 명확하지 않은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들을 주로 접해오던 유럽인들에게 우키요에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섬세한 그림이었고 모네나 고흐 등도 일본의 문화 예술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한 일본 작가들의 유럽 진출을 도왔던 사업가들이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주의 회화를 컬렉팅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도쿄에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못지않은 인상주의 회화를 볼 수 있게 된 배경이라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미술관들 중 하코네 '폴라 미술관'과 함께 자리한 '조각의 숲 미술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는데...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 자연을 품은 작품, 그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의 가치를 아는 이들의 발걸음이 모아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곳으로의 여행.

언젠가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방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종착지였던 지평선 가득 펼쳐진 마천루와 허드슨강 너머 당당히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뉴욕'

19세기 후반, 철도, 철강, 석유 등 산업 자본이 집중되고 금융업이 성장하며 미국 경제의 심장으로 떠오른 뉴욕.

유럽의 예술품들도 대서양을 건너 이곳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릭 컬렉션, 뉴욕 현대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오늘날까지도 뉴욕을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어주고 있는데...

그중에서 '미국 미술'의 맥을 짚어주는 '휘트니 미술관'


특히 주목할 부분은 휘트니 비엔날레입니다. 1932년에 시작된 휘트니 비엔날레는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언급될 만큼 권위 있는 행사입니다. 그 해의 사회적 이슈와 예술 트렌드를 실험적인 작가들의 시선으로 조망해 오고 있죠. 젠더, 인종, 정치, 정체성, 기후 등 동시대의 첨예한 문제들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는 자리로, 이 비엔날레를 통해 주목받은 작가로는 에드워드 호퍼, 바바라 크루거,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기와 매체를 통해 '미국'의 정체성과 그 이면을 시각적으로 탐색해냈습니다. - page 391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칼더의 모빌'

마냥 바라보고만 싶었습니다.


칼터의 모빌은 움직임 자체가 곧 형식이자 내용입니다. 빛과 공간,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매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어느 곳에서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지가 무척 중요한데, 휘트니 미술관에 자리한 칼더의 모빌은 맨해튼 시내와 허드슨강이 오롯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합니다. 테라스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흔들리는 모빌과 그 움직임을 따라 반사되는 빛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모든 우연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가 우리의 마음에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page 394


도시의 어느 거리에서,

여행 중 짧은 멈춤의 순간에서,

혹은 책 속의 한 문장에서

우리가 잠시 멈춰 바라볼 수 있다면 예술은 언제든 말을 걸어 온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주변을 바라보니 어느새 예술은 묵묵히 제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음 미술관, 다음 그림, 다음 여행지...

그곳이 어디든 함께 떠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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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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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전과 감동의 가족 서사

이 말에 끌렸습니다.

연말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책의 두께감만큼 묵직이 다가올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감춰져 있던 충격적인 진실에

마침내 가까워지는 순간

낯선 편지

1987년

툭 하고 우편물이 현관 매트에 떨어진다. 몇 달간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터라 그는 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 page 8

아이가 엽서 한 장을 내밉니다.

침팬지가 새끼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하지만 그는 굳이 내용을 읽지 않습니다.

이미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전에도 얘기했잖니, 카라." 그가 아이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편물에 손대지 말라고. 아빠 거니까." - page 9

그리고 세월은 흘러 2017년.

"이젠 정말 나 혼자서는 못 해먹겠어!"

홀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카라'

2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격한 아빠와 오빠 마이클과 살았던 카라는 미술을 전공하였고 이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당연히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거 너도 알잖아..."

미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오빠.

물론 런던에서 자리 잡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냅다 달려올 수 없는 노릇이란 걸 알지만 아빠 문제에 대해 모든 걸 카라에게 넘긴 오빠.

결국 카라는 간병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안젤라 파팅턴 씨, 아니 호칭을 P 선생님으로 부르기로 한 카라.

P 선생님이 간병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나자 그녀가 늘 함께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빠의 정신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언제 집안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P 선생님.

그러다 라디오를 듣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익숙한 물건을 만지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를 들어 아빠 물건들 가운데 추억이 깃든 보물을 찾으러 용기 내어 다락방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어릴 적 출입이 금지되었던 다락방.

이제 어른이고 여기는 내 집인데도 왠지 이곳에만 올라오면 뭔가 불안하달까...

앞쪽 다락방은 떠다니는 먼지와 거미줄만 있을 뿐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쪽에 있는 첫 번째 다락방과 달리 두 번째 방은 아빠 인생의 자취가 천장까지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적은 흰색 라벨을 붙여둔 종이 상자들.

여분 벨트 버클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며 굳이 라벨까지 붙여 상자에 보관한 걸 보니 역시...

아빠니까. 아빠는 삶의 모든 일을 완벽히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이 아빠에게는 더욱 가혹한 병이기도 하다. 살아갈 이유 자체를 앗아 간 셈이기 때문이다. 이 방은 아빠가 얼마나 철저히 모든 것을 통제했는지 보여주는 마지막 흔적이다. - page 67

그때 구석에 놓인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상자들과는 다른,

쇠로 되어 있고,

초록빛이 도는 칙칙한 회색에 큼직한 현금함처럼 보이는,

하얀 라벨도 없이 손잡이 한쪽에 오래된 수화물표가 매달려 있고

'A'라고만 쓰여 있는 이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언뜻 사진인 줄 알았다가 자세히 보니 엽서였습니다.

역시...

이게 엄마 물건일 리가 없지...


낯선 편지들...

1987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이어진 엽서들.

엄마는 그해 2월에 돌아가셨는데...

그리곤 2002년을 끝으로 엽서도 끊겼습니다.

나는 엽서를 입술에 톡톡 치며 정신없이 요동치는 생각을 정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에게 이런 엽서를 보낼 만한 사람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딱 한 사람, 절대 보낼 수 없었던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 page 71

엽서에 관해 아빠에게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하고

오빠에게 물어봤지만

"괜히 들쑤셔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우릴 버렸다면 죽은 거나 다를 바 없잖아. 제 자식을 두고 떠나는 사람이 어떻게 엄마야? 뭐가 됐든 다시 다락방에 처박아두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려."

과연 엽서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

엄마?

그럼 왜 우리를 두고 간 것일까?

이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결국...

하아...

가슴으로는 이해를 하지만...

끝을 향해 갈수록 갑갑했다고 할까...?!

그럼에도 결국 '가족'이란...

그렇구나...

그렇게 그들은 또다시 나아간다는 것에...

낯설었지만 친숙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중에서 이 문장이 참...

가슴을 아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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