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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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전과 감동의 가족 서사

이 말에 끌렸습니다.

연말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책의 두께감만큼 묵직이 다가올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감춰져 있던 충격적인 진실에

마침내 가까워지는 순간

낯선 편지

1987년

툭 하고 우편물이 현관 매트에 떨어진다. 몇 달간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터라 그는 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 page 8

아이가 엽서 한 장을 내밉니다.

침팬지가 새끼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하지만 그는 굳이 내용을 읽지 않습니다.

이미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전에도 얘기했잖니, 카라." 그가 아이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편물에 손대지 말라고. 아빠 거니까." - page 9

그리고 세월은 흘러 2017년.

"이젠 정말 나 혼자서는 못 해먹겠어!"

홀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카라'

2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격한 아빠와 오빠 마이클과 살았던 카라는 미술을 전공하였고 이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당연히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거 너도 알잖아..."

미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오빠.

물론 런던에서 자리 잡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냅다 달려올 수 없는 노릇이란 걸 알지만 아빠 문제에 대해 모든 걸 카라에게 넘긴 오빠.

결국 카라는 간병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안젤라 파팅턴 씨, 아니 호칭을 P 선생님으로 부르기로 한 카라.

P 선생님이 간병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나자 그녀가 늘 함께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빠의 정신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언제 집안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P 선생님.

그러다 라디오를 듣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익숙한 물건을 만지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를 들어 아빠 물건들 가운데 추억이 깃든 보물을 찾으러 용기 내어 다락방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어릴 적 출입이 금지되었던 다락방.

이제 어른이고 여기는 내 집인데도 왠지 이곳에만 올라오면 뭔가 불안하달까...

앞쪽 다락방은 떠다니는 먼지와 거미줄만 있을 뿐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쪽에 있는 첫 번째 다락방과 달리 두 번째 방은 아빠 인생의 자취가 천장까지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적은 흰색 라벨을 붙여둔 종이 상자들.

여분 벨트 버클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며 굳이 라벨까지 붙여 상자에 보관한 걸 보니 역시...

아빠니까. 아빠는 삶의 모든 일을 완벽히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이 아빠에게는 더욱 가혹한 병이기도 하다. 살아갈 이유 자체를 앗아 간 셈이기 때문이다. 이 방은 아빠가 얼마나 철저히 모든 것을 통제했는지 보여주는 마지막 흔적이다. - page 67

그때 구석에 놓인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상자들과는 다른,

쇠로 되어 있고,

초록빛이 도는 칙칙한 회색에 큼직한 현금함처럼 보이는,

하얀 라벨도 없이 손잡이 한쪽에 오래된 수화물표가 매달려 있고

'A'라고만 쓰여 있는 이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언뜻 사진인 줄 알았다가 자세히 보니 엽서였습니다.

역시...

이게 엄마 물건일 리가 없지...


낯선 편지들...

1987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이어진 엽서들.

엄마는 그해 2월에 돌아가셨는데...

그리곤 2002년을 끝으로 엽서도 끊겼습니다.

나는 엽서를 입술에 톡톡 치며 정신없이 요동치는 생각을 정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에게 이런 엽서를 보낼 만한 사람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딱 한 사람, 절대 보낼 수 없었던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 page 71

엽서에 관해 아빠에게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하고

오빠에게 물어봤지만

"괜히 들쑤셔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우릴 버렸다면 죽은 거나 다를 바 없잖아. 제 자식을 두고 떠나는 사람이 어떻게 엄마야? 뭐가 됐든 다시 다락방에 처박아두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려."

과연 엽서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

엄마?

그럼 왜 우리를 두고 간 것일까?

이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결국...

하아...

가슴으로는 이해를 하지만...

끝을 향해 갈수록 갑갑했다고 할까...?!

그럼에도 결국 '가족'이란...

그렇구나...

그렇게 그들은 또다시 나아간다는 것에...

낯설었지만 친숙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중에서 이 문장이 참...

가슴을 아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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