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다가왔다. 혜성이 걸음을 멈추고 길찾기 앱을 들여다봤다. 제산시 장평로 64길 3 오로라맨숀아파트. - page 7
6개월 치 월급을 못 받은 자립준비청년 '이혜성'
사실 그는 어릴 적 동생 유성이와 함께 엄마로부터 버려지게 됩니다.
눈칫밥을 먹다 보니 후천적으로 눈치 백단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미련하고도 아둔한 면이 있어 6개월 치 월급을 못 받게 된 상황이니...
6개월 치면 대략 천만 원 정도가 되니 그 돈으로 동생과 함께 지낼 투룸을 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밀린 월급을 받기로 한 날, 사장이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답답한 심경에 유족에게 밀린 월급을 받고자 장례식장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맞이해 준 이는 사장의 노모인 '명복자' 뿐...
"나쁜... 사장님이 월급을 안 줘서 동생이 집을 나갔으니까... 나쁜 사장 맞아요."
"아니야."
"맞아요."
기필코 밀린 월급을 받아내겠다며 복자가 살고 있는 오로라맨숀으로 향한 혜성.
한편 치매에 걸린 남편의 병문안을 가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던 복자가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게 되고...
마지막 힘을 짜내 의식을 끌어올린 복자는 한 번도 믿어본 적 없는 신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보내주세요.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내게 사람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그를 내 가족처럼 아끼며 살겠습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주세요. - page 52 ~ 53
기적처럼 등장한 혜성.
"공장 너 줄 테니까 거기 있는 걸 팔든 어쩌든 돈을 마련하라고.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밀린 월급을 해결해주고 싶지만... 우리 호영이... 사업 망하고 이혼한 후에 주식 투자한다고 설레발치다가 또 망하고... 그동안 남편하고 아들하고 번갈아 사고 치는 거 막다 보니까 그 흔한 보험 하나 없고 대출만 줄줄이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하지만 오히려 냉면가게에 복자가 담근 김치 장사를 시작하고자 하는데...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운명은...?!
"김치에는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는데, 그 말이 참말인 거 같아요. 세상엔 겉절이 같은 인생도 있고 묵은지 같은 인생도 있는 거잖아요. 어떤 인생은 일찍부터 반짝이고 또 어떤 인생은 남들이 상했다고 오해할 만큼 오래 묵히고 삭혀야 비로소 빛을 보는데 내 인생이 꼭 그래요. 내 삶이 당신이란 장독에 푹 묵혔다 꺼낸 묵은지 같다고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요? 일 년 전에, 십 년 전에, 오십 년 전에,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오늘처럼 기쁜 날이 오리란 걸. 내가 특별해질 시간이 다가오리란 걸." - page 305
이 대목이 참 찡했습니다.
"혜성 군은 꿈이 뭐예요."
경비는 호의로 한 질문이었지만, 꿈이라는 단어 하나가 비수처럼 혜성의 가슴을 찔렀다. 왜 젊은이라면 당연히 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묻는 걸까, 만나는 어른들마다 왜 이렇게 꿈 타령을 하는 걸까,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관심을 쏟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걸까, 배알이 꼬였다.
"저는 꿈 못 꿔요." - page 64
스스로 꿈꿀 수 없는 인생이라 생각하는 그와
찾아올 사람조차 없는 외로운 복자에게
서로 더불어 살아갈 희망의 끈을 발견하게 되고 빛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복자가 외쳤던 이 말
"나 이제부터 행복할래요. 행복 거 뭐, 별거라고. 나라고 못 하란 법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 어떤 말보다 가슴 아팠지만 위로를, 희망을 얻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가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인물들이 서로의 가치를 발견해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저자.
덕분에 이 세상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누군가의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려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