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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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4번째.

이번 작품은 복잡한 정세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세련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냈0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유감없이 드러난 역사추리소설.

또다시 책을 펼쳐듭니다.

슈루즈베리 최고 축제 성 베드로 축일장에 벌어진

수상쩍인 살인사건과 절도사건의 뜻밖의 배후와 진상

성 베드로 축일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슈루즈베리.

슈루즈베리 최고 축제 중 하나인 '성 베드로 축일'을 앞두고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함께 축일장 준비에 분주합니다.

그런데 시장은 수도원장에게

"슈루즈베리시의 상인 길드원들과 시민을 대표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우리도 요구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수료를 올려주시든지,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방안으로, 수레나 짐마차나 배들이 장터로 들이는 물건에 대한 세금의 일부를 시에 떼어주어 성벽 복구비로 쓰게 해주십시오. 도시가 수도원을 보호해주는 덕에 수도원도 이익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수익금의 1할을 떼어줬으면 합니다. 그 정도면 우린 진심으로 감사할 겁니다. 이건 요구가 아니라 정중한 호소입니다. 1할의 몫이 정의에 합당한 조처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 page 19 ~ 20

라며 전쟁 복구에 수도원이 일조해야 한다고 축일장 수익의 재배분을 요구하며 수도원과 시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게 됩니다.

"우리 모두 적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치열한 전쟁터에서 보낸 캐드펠 수사가 대꾸했다. "평화가 좋을 거라고 누가 그러오? 내가 아직 수도원장의 의중을 꿰뚫을 만큼 그 속을 아는 건 아니오. 그분의 약한 면도 본 적이 없지. 하지만 그분은 자신의 소명과 이 수도원에 대해 서약을 했소. 그러니 시간을 좀 드립시다. 당신 경우를 생각해보시오. 내가 당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을 때도 시간이 해결해주었지." - page 37

잉글랜드 전역에서 상인과 구경꾼들이 몰려와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축제의 흥분에 휩싸인 슈루즈베리.

젊은이들과 상인들 간에 난장판이 벌어지고...

다음날 아침, 도기 장수가 강둑 밑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날 밤 브리스틀의 토머스가 단검에 찔려 죽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고 누군가 익사한 것처럼 강에 빠뜨린 것이었습니다.

"어제저녁 선창에서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물건을 하역하고 장터에 가판대를 설치하던 다른 상인도 여럿 피해를 입었거든요. 마을 사람들과 손님으로 이곳에 들른 상인들 사이에 악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죠. 외숙께서는 꽤 영향력 있는 상인이고, 그런 양반이 난동을 주도한 젊은이와 심하게 부딪쳤습니다. 그 청년이 밤을 틈타, 아마도 술에 취해 복수를 감행하려다가 고의로든 사고로든 그분에게 치명상을 입힌 건지도 모르죠." - page 93

시 측은 난장판을 벌인 젊은이들의 우두머리 필립 코비저를 범인으로 지목해 체포했지만 또 다른 절도 사건과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필립은 혐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피해자의 아름다운 조카딸 에마 버놀드와 캐드펠 수사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 영리한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데...

젊은 영주 이보 코르비에르가 사건의 주변을 맴돌면서 에마에게 접근하고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면서 사건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됩니다.

에마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에마는 정체 모를 살인범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일보 직전, 이보는 에마의 보호를 명목으로 에마를 데리고 자신의 영지로 떠나고...

도대체 진범은 누구란 말인가...?!

이번 소설에서는 서로 속고 속이는 심리전과 정보전, 숨 막히는 추격전에 더하여 사랑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온갖 종류의 욕망에 찌든 인간 군상의 모순을 보여준 이 소설.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 간의 치열한 전쟁 와중에 서로에 대한 정보를 은밀하게 캐내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축제를 즐기는 척하는 사람들.

음모의 한복판에서 추악한 야욕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들.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등.

에마가 아니라면, 결국 그가 원하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지금껏 누군가 극단적인 사건을 벌이면서까지 줄곧 손에 넣으려 애써왔던 것, 지금 그녀가 지니고 있는 바로 그것 말이다. 그것이 지나가는 곳마다 죽음이 뒤따랐다. - page 322

또다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보기 싫다...)

간만에 추리/미스터리 시리즈를 만났습니다.

읽는 재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이젠 한 권 한 권 독파하는 재미까지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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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 - 유전자에는 없는 세포의 비밀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 지음, 윤서연 옮김 / 드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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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생명과학'이라고 하면 '유전자'가 먼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있었고, 다윈이 있을 수도, 어디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유전자.

그러니까 유전자는 우리와 아주 밀접한 곳에서 우리 생명을 이루고 유지하는 장치로 인식되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스페인의 생명과학자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는 우리 생명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고 하였습니다.

유전자 중심의 생명관을 뒤집을 이야기.

벌써부터 설렜습니다.

우리는 정말 유전자의 산물인가?

'이기적 유전자'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세포의 과학

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전자가 무엇이며 어떻게 관찰 가능한 특성으로 변환하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DNA가 풀려서 부분별로 RNA로 전사된 다음, 세포 내에서 효소로 변환되어 명령을 수행하게 됩니다.

RNA 안으로의 DNA 변환이 시작되고 끝나는 염색체 지점들도 A, G, C, T의 특정 배열로 표시됩니다.

이 구간이 바로 '유전자'입니다.

판독가, 메신저, 변환자가 수행한 변환 및 복제본에서 생겨난 단백질과 RNA로 유전자가 '의미'를 얻게 되지만 여전히 의문인 건...

DNA 내 이런 메시지들이 어떻게 생명체의 복잡한 조직과 장기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심장이 왼쪽에 자리 잡게 된 이유를,

손가락의 개수를,

세포의 번식과 같은 부분들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게 아니며, 유전자는 그저 생명의 청사진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세포는 그러한 유전자와 상호작용하며 유전자가 만든 설계를 실행하는 건축가라는 것을.

책은 '세포'에 대해 3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유전자의 정체와 유전자가 운명의 예언자로 받아들여지게 된 과정, 세포로 넘어가서 세포와 유전자의 관계를 탐구하였습니다.

특히나 '이기적 유전자'라는 관점으로 많이 알려진 생물학적 논지에 반박하며 세포의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세포의 눈으로 생명체를 보면 다세포 유기체 내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를 볼 수 있다. 진핵세포는 다른 세포와 결합하고 협력하여 장기와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유기체를 구성한다. 유전자의 관심사는 자신을 무한히 복제하는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성, 특히 동물계의 다양성은 세포와 유전자가 서로 다른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합의를 형성했음을 시사한다. - page 152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유전자만으로는 지느러미가 지느러미발, 손, 발, 날개로 진화한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도구 목록에 변화가 생겨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이 열리지만, 어떤 새로운 도구를 보관하고 사용할지, 어떤 도구를 버릴지를 결정하는 것은 세포다. 자연선택이 일어나기 전에 세포는 자체를 위한 선택을 한다. - page 154 ~ 155

배아는 세포의 장신 정신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배아는 부피, 형태, 기능, 시간이 결합하여 유기체라는 작품을 만드는 연속된 창발의 결과물이다. 이 과정은 유전자와 세포가 맺은 합의의 결과이며, 유기체의 발달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근원이기도 하다. - pageg 155

2부에서는 세포와 유전자 간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세포가 배아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언어와 기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배아 생성 과정에서 세포가 하는 역할과 더불어 최근에 우리의 유전체가 하나가 아닌 다수로서 세포의 수보다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인간 한 명에게는 유전체 한 가지라는 개념을 타파하였습니다.

세포는 미리 정해진 암호를 통해서가 아니라, 배아 발생 과정에서 세포 집단 내 자체 위치를 해석하여 특정 조직이나 장기 내에서 고유릐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모든 세포가 각기 고유하며, 이런 고유성이 바로 우리 개개인의 특징을 형성한다. - page 284

3부에서는 세포의 관점에서 우리가 매년 다른 존재가 된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저자는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의 구성 방식과 정체성에 관한 관점은 유전자가 생물학의 모든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활동에 통합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앞으로 생물학적 체계에 관한 세포 기반의 이해가 질병을 해결하고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현재 유전자에 대한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리라고 본다. 이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면역세포가 종양을 찾아 파괴하도록 훈련하는 면역 치료의 성공, 세포의 노화 방식과 노화를 되돌릴 방법을 알아내고 있는 연구를 들 수 있다. 세포의 비밀이 풀리고 그 구조와 기능이 나란히 발전하는 방식이 밝혀진다면 재생 의학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세포가 유전체를 사용하기 위해 결합하는 방식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이로운 배아 유사 구조와 장기 유사체 세포의 놀라운 작용에서 그 해답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세포의 세기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 page 412

지속적으로 밝혀질 세포에 대해 잔뜩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

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음을.

세포의 작품임을.

생명 현상의 키 '세포'에 대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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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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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영원한 고전,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역사추리소설 최고의 걸작,

'캐트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출간!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할까!

역사추리소설의 클래식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움베르트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

그녀가 그려낼 이야기는 어떨지 기대하며 포문을 열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평화로운 곳, 수도원에서 움트는

인간의 탐욕과 야망, 그리고

성녀의 유골을 둘러싼 피의 비극과 진정한 기적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1137년, 영국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한쪽 구석에는 허브밭을 가꾸며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캐트펠' 수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이라는 과거를 뒤로한 채 은둔하는 삶을 선택한 후 수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던 콜룸바누스 수사가

대회의실 한복판 바닥에 콜롬바누스 수사가 납작 엎드려 이마와 손바닥으로 대리석 바닥을 때리고 문질러대며 땅에 내동댕이쳐진 물고기처럼 몸부림치고 있었다. 무릎까지 올라간 수도복 밑으로 드러난 길고 하얀 그의 다리가 허공을 마구 차댔고, 입에서는 육체적 광분 상태에 못 이겨 괴상망측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page 23

발작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를 간호하게 된 제롬 수사는 다음날 아침, 몹시 흥분한 얼굴로 수도원장님께 이르길



이 말을 듣고는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수도원장님, 위대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닌 수호성인을 찾기 위한 우리들의 경건한 노력이 마침내 계시를 얻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이 친절하신 성녀께서 제롬 형제의 꿈을 통해 몸소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의 병든 형제를 데려와 치료를 받게 하라 권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그분께서 우리를 그다음 단계로도 인도해주시리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성녀께서 우리의 기도를 듣고 콜룸바누스 형제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시켜주신다면, 그다음에는 몸소 우리들과 더불어 거하시리라는 희망을 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겸허히 교단의 허락을 받아 그분의 축복받은 유골을 이곳 슈루즈베리로 옮겨 와 그분께 합당한 의식을 갖추어 안치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성녀의 위대한 영광과 우리 수도원의 영예를 위해서 말입니다!" - page 33

그리하여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지러 로버트 부수도원장과 콜룸바누스 수사, 캐드펠 수사, 존 수사 등 네 명의 수사들이 귀더린으로 떠나게 됩니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귀더린.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일생을 바친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가겠다며 찾아온 수사들로 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생각보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당황하게 되고 그 와중에 반대파를 대표하던 영주 리샤르트가

관목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타원형의 작은 풀밭이 나타났다. 관목숲 한쪽 끝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드나들 정도의 공간이 보였다. 아마 리샤르트도 그곳을 통해 빈터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리샤르트는 풀밭에 누워 있었다. 무성한 풀 위에 오른쪽 엉덩이가 놓이고, 양 어깨는 바닥에 닿아 있었으며, 두 팔은 한껏 펼쳐진 채였다. 무릎을 세워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걸친 자세였다. 그리고 가슴께에는 깃털이 달린 화살 하나가, 하늘을 향해 도전적으로 뻗쳐 있는 턱수염과 똑같은 각도로 그의 늑골을 꿰뚫고 비죽이 비어져 나와 있었다. - page 128 ~ 129

화살에 맞아 비참하게 살해당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리샤르트의 외동딸이자 상속녀 쇼네드, 쇼네드의 연인이자 마을의 이방인 엥겔라드, 쇼네드를 짝사랑하는 페레디르 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일까?

엥겔라드가 쇼네드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리샤르트를 살해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마을에 성녀의 분노가 내린 것일까?

콜룸바누스 수사의 발작은 정녕 위니프리스 성녀의 계시를 전하기 위한 신의 안배인가?

캐드펠 수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데...

과연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너 자신을 위해 그런 짓을 한 것이다." - page 295



와!

진작에 나왔었어야 했던 이 작품!

치밀한 묘사, 화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탄탄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 캐드펠 수사의 매력까지.

그 어느 것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움베르트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지루하지 않을까-워낙 어려웠었고 책이 암시하고 있던 책들을 몰라 힘겹게 읽었던-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간만에 매력적인 인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캐드펠 수사'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그.

"겉보기에 성스러운 직분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감춰진 내면은 있는 법이라오. 교단에서 제아무리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지.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소. 십자군으로 종군하기 전까지 난 사라센인들을 명예롭고 자비로우며 예의바른 이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소. 그러다가 그들을 성지의 전쟁터에서 다시 만났지. 그들 역시 평소에는 그곳을 더럽히거나 그곳에서 장사를 벌이는 사람들을 경멸해 마지않았을 거요. 그러나 우리 동맹군들이 그랬듯이 그들도 성지를 더럽히고, 그곳에서 장사를 하고, 약탈을 하더군. 모두 마찬가지요. 수도복을 입든 평복을 입든 누더기를 걸치든, 그 속에는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인간이 들어 있는 법이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만들어지고 잘 관리되는 이도 있긴 하지만, 본질은 한 가지지, 뭐,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합시다.

..." - page 170 ~ 171

본질은 '사람'이라는 것이.

새삼 또 무서워졌습니다.

그럼에도 '기적'이 찾아와 문득 기쁨과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우리네 이야기.

한 권씩 독파하고 싶지만...

일단 가지고 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마저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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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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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은 세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필요한 만큼 낯설어서 신선하고

기대한 만큼 낯익어서 반가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과 오하시 아유미의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감성 노트.

다시 마주해 봅니다.

글에 취해본 적 있나요?

무라카미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춰보세요.

낯가림 심한 작가가 털어놓은 아기자기하고 비밀스런 일상

예쁘고 못나고 길고 짧고를 넘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해피 라이프!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전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50개 이상의 나라에서 함께 읽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은 2012년 3월 26일자를 끝으로 막을 내린 전설의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세번째 단행본이자 최종판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지 10년이 넘었던지라 다시 마주했을 때 도통 떠오르지 않았는데...

읽으면서 새삼 그때가 떠올랐었습니다.

그때 크게 공감하지 않았던 그의 글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나니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섬세하고도 야릇함,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던...?!

아무튼 다시 읽기를 잘했다 여겨졌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 뜬금없었습니다.

사자가 샐러드를?

왜?

그 이유가 책 속에 있었습니다.

다만 '그래, 이것도 써야지' 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것은 어째선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서, 그것이 내게는 약간 문제다.

물론 생각났을 때 바로 메모해두면 좋겠지만, 졸리기도 하고(졸리지 않은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베갯머리에 필기구 같은 건 두지 않기 때문에, 아, 됐어,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는 무얼 쓸 생각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다. - page 12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꿈속에서 교향곡을 하나 작곡하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 1악장 세부까지 고스란히 기억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베를리오즈의 아내는 큰 병을 앓고 있어 막대한 돈이 필요했고 교향곡으론 돈을 벌 수 없기에 할 수 없이 교향곡을 잊어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음악은 그의 곁을 떠났다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처럼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까맣게 잊어버리는 편이, 잊히지 않는 것을 억지로 잊으려 하는 것보다 정신건강상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자꾸 잊어버려도 좋다는 건 물론 아니지만. - page 15

무엇보다 그에게서 '인생'에 대하여, '삶'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었습니다.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 page 63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 - page 115

인생에는 분명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근육을 열심히 사용해볼 시기가 필요하다. 설령 당시는 노력의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 page 171

이야, 그 토마토 정말로 맛있더군요. 물론 한창 더울 때라 목이 말랐던 탓도 있겠지만 자연의 향, 충분한 수분감, 아삭한 식감, 아름다운 색, 어느 것도 내 생애 최고의 토마토였다. 태양의 냄새가 심지까지 아낌없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그 맛 이상으로 내 속에 '좋은 토마토'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저씨가 자신이 키운 토마토에 긍지를 갖고, 그 신선한 성과를 나-새까맣게 그을린 대갈장군에 지저분한 차림을 한 변변치 못한 대학 2학년생-와 나누고 싶다고 생각해준 것이었다. 뙤약볕 아래를 걸으면서 그 토마토를 우적우적 통째 먹으니, '세상에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네' 하는 실감이 들었다. - page 214 ~ 215

이렇게 쭈욱 쓰다 보니 그의 다른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그.

그런 시선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다시 역으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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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8-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책이나 글은 우선 제목부터 달라요.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방구석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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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예요?"

이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게 됩니다.

취미라...

"아... 전 취미가 딱히 없네요..."

취미라고 할 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머뭇거리는 1인.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난 뒤면 왠지 모를게 스스로가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취미도 없이 살고 있는지...

남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취미.

저도 이 책의 저자로부터 '취미' 하나는 가지고파 읽게 되었습니다.

15만 팔로워 보유,

화제의 인스타툰 작가 '박구석'.

우선 그의 취미는 무엇일지...?!

지금, 즐겁게 살고 있나요?

취미로 일상의 재미를 채우는

방구석의 취미 탐구 생활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그도 처음부터 취미 부자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이렇다 할 취미 없이 무색무취의 일상을 보냈고, 이따금 취미가 대화 주제로 오를 때마다 '취미'라는 말이 주는 묘한 부담감에, 남들보다 잘하고 잘 알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말을 고르다가 애매하게 얼버무리며 넘겨버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취미의 진정한 의미로부터 취미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취미'란 무엇일까...?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밑줄 쫘~악!!)

그리하여 그의 삶과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볼 '취미의 세계'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신사가 멋있어 보여서 독서를 시작하는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작가가 되고 싶어서 집 근처 하천을 따라 달리기를 시작하고,

휴양지에서 수영복을 입고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든 채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영장 새벽반에 등록하고,

모든 예술적인 공간에 식물이 있었기에 자신의 작업실도 예술가 느낌을 내기 위해 시작한 식물 키우기 등

일단 재미있어 보이면 일단 해보며 차곡차곡 취미 생활을 이어간 그.

그러고는 깨닫게 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뺄 수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을.

모든 취미에는 조금씩 인생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재미 탐험 전문가 방구석 작가로부터 저도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선 포문을 장식했던 '패션 독서'란 말을 듣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있어 보이려고' 책을 읽는다.

어찌 되었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또다시 떠올랐던 대목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듣게 된 이 말.

"힘 빼세요."

말은 쉽지... 그게 말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힘 조절을 잘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또다시 힘이 들어간 어깨에 천천히 호흡을 하며 힘을 빼 봅니다.

그의 취미들이 하나같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하나같이 재미있어 보이고 있어 보이고...

그리곤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넌 재밌어 보이는 게 없니?

그러자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이 생각을 하기 전 다짐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취미란!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는 것을.

그저 내가 즐거우면 취미다!

그렇기에 재밌어 보이는 것들에 망설임 없이 시작해야 함을.

저도 곧 하나둘 취미를 수집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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