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 다카코.
사귄 지 1년 된 연인 히데아키가 갑작스럽게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됐다는 이별 통보를 받게 됩니다.
충격으로 회사도 그만두고 폐인이 되어 집에 틀어박혔는데, 어느 날 밤,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내버려두었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낯선 번호와 음성메시지.
"다카코, 잘 지내니? 나야, 사토루 삼촌이야. 지금 서점에서 전화하는 거야. 나중에라도 괜찮으니까 연락 좀 줘라. 어이쿠, 손님이 왔네. 그럼 이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이후로 벌써 얼추 1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던 외삼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집세니 관리비니 무시 못 하지? 여기 오면 전부 공짜야. 뭐 서점 일을 좀 도와주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진보초 거리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으니 여기 머물며 일을 도와달라는데...
책이라고는 학교 수업 때 읽은 게 전부였던 다카코에게 갑자기 헌책방에서의 일을...?
하지만 돈도 떨어지고 더 이상 머물 곳도 없는 상황에 처했기에 마지못해 삼촌에게, 모리사키 서점으로 향하게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지나간 아픈 기억은 어쩌면 좋은지, 그런 것들이 서로 얽혀 잠이 오지 않았던 어느 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질식할 것 같아 산더미같이 쌓인 문고본 앞에 눈을 감고 손을 뻗어 한 권의 책을 뽑게 됩니다.
『어느 소녀의 죽음까지』
분명 지루해서 바로 잠들어 버릴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책에 완전히 빠져들고 하얗게 밤을 지새운 것이 아닌가!
다음 날 외삼촌과 그 책에 대해 한바탕 얘기를 나누며 지금까지 전혀 접점이 없는 줄 알았던 사람과 불현듯 한 가지 일로 이어지는 기쁨, 가슴 뛰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마음속에서 잠들어 있던 독서 욕구가 팡!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