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말들 - 삶이 레몬을 내밀면 나는 레모네이드를 만들겠어요 문장 시리즈
박산호 지음 / 유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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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걱정거리는 늘어만 가고...

점점 비관적이 되어가는 모습에 지쳐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습니다.

긍정의 말들을 듣고 나면...

조금은 변해 있을까나...?!

걱정만 하다 인생 종치지 말자!

힘들고 버거운 하루를

버티게 해 줄 백 개의 문장들

긍정의 말들



책에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마음에 새길 만한 백 개의 말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빛날 필요는 없으니 그저 자신이 되면 되다고 말해 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

시련이 닥칠 때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 지탱해 주리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

남을 위한 일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 된다는 어느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의 말까지...

이 말들과 함께 박산호 선생은 자신은 원래 비관적인 사람에 가까웠지만, 차차 마음가짐을 바꿔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진솔했던 이야기들.

그래서 공감하며 읽게 되었고 비로소 '긍정'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리하여

온 세상이

등 돌리고

선 듯한 절망에

빠진다 해도

그 이응 안에서

자기 자신만은

스스로를 꽉

안아 주면

좋겠습니다.

김멜라, 작가노트 「소설이 굴러가는 길」,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4)

우리는 걱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언제나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걱정거리와 아픔들.

이런 '걱정'에 대해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걱정은 자객처럼 은밀하고 신속하게 내 마음에 침입한다. 솜씨 좋은 자객의 기술이 현란하듯 걱정의 기술 또한 현란하고, 공격 범위는 거대하다. - page 77

이런 걱정에 대하는 태도.

걱정 없는 인생은 없어도 걱정이 잠식한 일상을 지고 갈 장사도 없는데. 걱정보다 무서운 건 걱정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 page 77

그러니 걱정거리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당차게 살아갈 것을.

철학자 알랭 바디우도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

그리고 이 말이 ...

참 와닿았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 이렇게 넘어지거나 무릎이 절로 꺾이는 일을 겪어야 인간은 비로소 겸손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당할 때까지 실감하지 못한다. 불운과 고통은 참으로 공평하게 배분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다.

이제 나는 머리로 하는 공감과 가슴으로 하는 공감의 차이점을 안다. 꼭 당해 봐야 아는 나의 미련스러움이 한심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인간인 것을. - page 87

최근에 유행하는 말이 있습니다.

"완전 럭키비키잖아!"

이 신조어는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나타내는 말로, 단순 긍정을 넘어 초긍정적인 사고를 뜻하는 말입니다.

전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실패의 결과도 긍정의 언어로 반전시켜 웃어넘기기도 하는 이 말.

유행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필요로 한다는 반증이기에.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듯이

"괜찮아. 다 나보다 못쏴"라는 예지적 사고를,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그렇게 잘할 수 있었다"라는 상욱적 사고를,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라는 효진적 사고까지

긍정적 사고가 우리에게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주기에 이제부터라도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는 연습을 해야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 책의 문장들을 하루에 하나씩 써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지.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럭키비키!'

를 외칠테니 말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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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말들 - 삶이 레몬을 내밀면 나는 레모네이드를 만들겠어요 문장 시리즈
박산호 지음 / 유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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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장. 쌓여가는 긍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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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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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의 3대 여성 작가로 손꼽히며 나오키상, 주오고론문예상, 시바다렌자부로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한 '무라야마 유카'.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를.

그리고 이 소설이 1999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뒤 약 2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전국 도서관에서 특정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져 뜯겨 나간 채 발견된 소설로 입소문이 나며 마침내 현지에서 재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이제서야 만나다니...

아니,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인간 실격』을 떠올리게 하는

아릿한 후유증을 남기는 책" _ 독자평

과연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서로를 원하지만 사랑은 아닌 이 관계가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간절한 걸까?"

서정과 파격을 오가는 이야기, 불온하고 매혹적인 문장

위태롭고 불안해서 더 아름다웠던 청춘의 비망록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

그곳엔 누구보다 격렬하게 자신의 존재로 고민하는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입 험한 친구 녀석들은 나를 두고 파도 중독자니 세상 즐기는 법을 모르는 가엾은 연습 벌레니 하며 놀리지만, 나는 서핑에 중독된 내 모습에 불만을 품은 적이 없다. 파도를 타는 것은 내게는 한없이 자연스러운 데다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사람들이 모두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 page 12

일렁이는 파도의 리듬과 자신의 심장박동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느끼는 '미쓰히데'.

늘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는 그를 보며 친구들은 아무 걱정 없어 보인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미쓰히데는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 곁을 지키며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다시금 은근히 화가 난다. 멍청한 놈들.

이 세상에 고민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 page 32

그런데 아버지는 연명 치료를 거부하며 아들에게 존엄사를 존중해 주기를 바라고, 미쓰히데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죽음 그 자체보다 죽음으로 가는 길에 맞닥뜨리는 과정에 낙담하게 됩니다.

아니, 나는 어떻게 했을까. 분명 내 손으로 껐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직 숨을 쉬고 있는데 내가 정말로 그 스위치를 끌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내 손으로 스위치를 끄지 못한 것을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지만, 만일 내 손으로 꺼버렸다면 이런 후회는 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때는 또 내 손으로 꺼버린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한 행동이 옳았는지, 자신이 없어진다. - page 401 ~ 402

그리고 공부든 운동이든 모든 면에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난 적이 없는 '후지사와 에리'.

다들 에리를 천성적으로 '착한 아이'이자 모범생으로 생각하지만...

거울 보기가 싫다.

거울 저편에서 눈에 익숙한,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눈에 익숙해지지 않는 여자가 무례하게 이쪽을 흘끗 마주 본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면 나는 마치 어금니로 은박지를 꽉 깨문 듯한 기분이 든다.

성별이 바뀐 채로 태어나 버렸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게 언제쯤부터일까. - page 13 ~ 14

억누를 수 없는 욕구에 남몰래 괴로워하며 또 동성인 단짝 친구 미야코를 사랑한다고 자각한 뒤로는 친구 사이를 망칠까 봐 마음을 숨기고 힘겹게 노력하는 에리.

아무도 진짜 나를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제 새삼 내 입으로 모든 것을 고백할 수도 없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기대되는 역할이라는 게 있고, 나는 지금까지 너무도 능숙하게 그 역할을 해내버렸다. 이제 와서 그걸 내던진다면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걸 피하려면 나는 이대로 계속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로 모든 게 지겨워진다. 이따금 내 손으로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을 만큼. - page 22

그러다 결국!

들끓는 욕망을 잠재울 수 없었던 에리는 파격적인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들킬 위험성이 적은 집에서 떨어진 도시, 요코하마에서 에리는 일을 감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만 남고 돌아오는 길에 한 남학생과 눈이 마주치게 됩니다.

다부진 어깨, 바닷바람에 변색된 머리카락.

직접 말을 나눈 일은 없......지는 않은, 학교 안에서 유명인사인 미쓰히데.

"내가 보다시피 경망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겉보기만큼 입이 가볍지는 않아. 남의 일에 괜히 참견할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내 말, 믿어도 돼." - page 64

그런 장면을 들켜버린 데다 왜 그런지 이유 없이 동정까지 받고 있다고 느낀 에리는 미쓰히데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미쓰히데, 나하고...... 잘래?" - page 104

느닷없는 거래였지만 응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곧 걷잡을 수 없는 관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의외로 있을 수 없는 일이 태연히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인지도 모른다고. - page 100

역시나 있을 수 없는 일이 의외로 태연히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인 모양이다.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그 말이 증명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page 103 ~ 104

청춘의 한 시기인 미쓰히데와 에리.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피할 수도 없이 아픈 감정이 몰려올 때, 두 사람은 모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저항하지만 결국 고민이 주는 아픔을 받아들이고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게 된 그들.

"우린 둘 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속이지는 않았잖아?" 미쓰히데가 내쉰 숨이 내 이마에 눅눅하게 와 닿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면서 했어. 그렇지?"

그렇다. 분명 그건 맞는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칭찬받을 만한 짓은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양심에 찔리는 짓이었어도 우리는 상대를 좋아한다고 믿어보려는 거짓된 시도 따위는 하지 않았다. - page 361

"그럼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떨떠름하게 눈을 뜨자 바로 위에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있었다.

"뭔데?"

여전히 코는 꽉 막힌 채였다.

"나한테...... 어때, 괜찮지?"

"뭐가?"

"나한테 허락해 줘도 괜찮지?"

"글쎄 뭘?"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한테 다정하게 구는 거." - page 364

짙푸른 바다.

일렁이는 파도 속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작아져 간 두 개의 하귤처럼 그렇게 이들도 이내 금빛 점이 되었습니다.

'청춘'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그 시기엔 한없이 방황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이들의 여름이 부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 반짝임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마주하게 된 이 소설.

모든 청춘들에게 바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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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헌책 -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 아무튼 시리즈 65
오경철 지음 / 제철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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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아무튼 시리즈>에서 관심 있는 주제가 나오면 찾아 읽곤 합니다.

이번 역시도 제 눈길을 사로잡은 '헌책'이란 주제, 더 정확히 이 책에 대한 소개글에선

"아무개가 소유했으나 짐작하기 어려운 온갖 사연을 안고 세상에 흘러든" 헌책을 모으는 일

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겐 한낱 물건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이보다 더 값진 보물일 수밖에 없는 '헌책'.

그 매력 속에 저도 한번 빠져보겠습니다.

어떤 헌책이든 그저 헌책일 뿐이라서

나는 그것을 사랑해마지않는다

아무튼, 헌책



오랫동안 종이책을 만들어온 그 '오경철'.

그의 첫 책 『편집 후기』는 생업의 결과물로서(편집자로서)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 채 책과 출판계를 바라보았다면,

이번 두 번째 책 『아무튼, 헌책』에서는 순수한 취미로서(독자로서) '건조한 일상에 잔잔하나 활력을 불어넣는 책 수집'의 즐거움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태준, 정지용, 박태준 등 전근대의 진귀한 고서들에 관한 비화부터 김현과 오규원, 김종삼과 최승자, 김화영과 장정일 같은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숨은 이야기까지.

헌책과 헌책방에서 발굴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하였습니다.

물건과 그 역사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얽혀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감정과 희망을 보존하며, 미혹마저도 기꺼이 보존하려 든다. 책의 힘은 아주 강력하고도 미묘하다. 책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수많은 인생, 수많은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목소리를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로도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지만, 내용으로 더욱 강력하게 표출되는 목소리 말이다. 책은 다른 시대의 유물인 동시에 전성기의 매력을 영원히 유지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물건으로서 책으로서, 자기가 태어난 시대에도, 새로 만나는 독자의 시대에도, 변함없이, 끊임없이.

* 필리프 블롬, 앞의 책, 241쪽

요즘은 헌책방은 많이 사라지고 대형서점에서 관리하는 '중고서점'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중고서점이 익숙한지라 오랜 책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종이 냄새를 맡을 수 없고 내가 찾으려는 책은 언제든 검색해서 구할 수 있는데...

그에 비해 헌책방의 매력은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새로운 책의 존재를 발견하고 도움이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책을 잔뜩 사게 되는 마력을 지닌 곳.

그뿐이랴.

오랜 책들에서 뭉근히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는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가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낭만이 있는 헌책방...

그리고 그 속에 희미하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헌책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직도 안 가본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나는 가끔 헌책방이야말로 책의 우주 같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곳은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이기도 하다고. - page 198

무엇보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책은 금세 잊힌다. 오래된 책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책조차 잠시 기억해둘 틈도 주지 않은 채 금세 잊히고 만다. 그리고 잊힌 책들은 흩어진다. 우리가 잘 알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장소들로. 어딘가에 정착한 책들은 곧 수면에 빠진다. 그것은 죽음과 비슷한 잠이다.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데 때로는 안타깝게도 아예 깨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

많은 책들이 그 내재적 가치를 잃고 그저 재생을 위한 종이 뭉치로 전락하여 고유의 형태를 잃어버릴 때까지 이러한 숙명을 감내한다. - page 163 ~ 164

책의 운명...

냉정하게 말하자면-'솔직하게 말하자면'의 이란성 쌍둥이-헌책방이나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책들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책들이 타고나는 우울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어쩌면 그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였으므로 그곳에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 page 171

책에 지금보다 더 많이 애정을 가져야겠습니다.

날이 좀 선선해지면 저도 헌책방에 가 보아야겠습니다.

매번 다짐만하고 못 가보았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

이곳에 아이들과 함께 거닐며 역사와 추억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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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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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하루키의 에세이!

이미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를 만나고 이번에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를 만나게 된 이 순간.

이번 책에선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을지, 그리고 거기서 어떤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사사하고 소소한 일상을 특별함으로 채우는 하루키만의 에스프리!

영원한 청년작가, 하루키가 전하는 '지금/여기/우리'를 위한 52편의 에세이

'세계가 열광하는 작가'의 감성과 '취향이 좋은 남자'의 감각으로 재단한

인생을 한 뼘 더 즐겁게 사는 법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이번 제목 역시도 작가 특유의 리듬이 느껴집니다.

2009년 작가가 오랜 휴식을 끝내고 10년 만에 연재를 재개하면서 더불어 추진된 '무라카미 라디오 단행본 프로젝트' 두 번째.

역시나 52컷의 동판화와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가 그려져 있었고 솔직 담백한 '인간 하루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라는 영화에서 노인으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

솔직히 이 말을 보자마자 채소가 시시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닌가! 라 생각되었지만...

그는 이렇게 얘기하였습니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 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하나하나의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무심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그럴 때도 있다). 뭔가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우집는 건 좋지 않군요. - page 15

그렇게 '채소의 기분'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는 원래 소설가여서 소설 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거기에 비해 에세이라는 것은 본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미도 아니어서 누구를 향해 어떤 스탠스로 무엇을 쓰면 좋을지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 지나친 겸손은...)

그래서 '무라카미 스타일로 에세이 쓰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셋째,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물론 내게도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그리하여 '쓸데없는 이야기'를 쓴다지만...

옛날 미국 서부의 술집은 대부분 전속 피아노 연주자를 두어 밝고 티없이 맑은 춤곡을 연주하게 했다. 그 피아노에는 '피아니스트를 쏘지 말아주세요. 그도 열심히 연주하고 있습니다' 하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간ㄷ나. 술에 취한 카우보이가 "저렇게 시원찮아빠진 피아노 연주자가 있다니, 이런 빌어먹을!" 하고 피스톨을 빵 쏘아버린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일을 당하면 연주자도 곤란할 것이다.

피스톨, 갖고 있지 않으시죠. - page 35

어쩌죠...

저는 요즘 작가님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은데요... 하하핫;;;

올림픽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올림픽 시즌이고 TV에서 중계를 우리나라 선수가 나오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메달을 따는가, 따지 않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 새삼 우리의 자세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현지에서 나는 일본 선수나 일본팀이 나오는 시합도 물론 보았지만, 그보다는 일본과 관계없는 경기를 계획 없이 볼 때가 많았다. 이를테면 독일과 파키스탄의 하키 시합이라든가. 그런 건 그냥 그 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이해가 얽히지 않은 만큼 순수하게 즐기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강하든 약하든 누구나 열심히 땀을 흘리며 애쓰는구나 하는 걸 실감하게 된다. 메달의 수는 국가나 국민의 수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 올림픽에는 진짜 피가 흐르는 뜨거운 분위기가 있다. 신기한 '현장의 힘' 같은.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으로는 그게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어딘가로 느닷없이 증발해버린다. 일장기가 올라간다, 올라가지 않는다, 만으로 얘기가 진행되고, 아나운서가 소리를 지르며 여론으로까지 강하게 몰아간다. 이것은 선수들에게도 우리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까? - page 58 ~ 59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어쨌든 내게는 '딱 좋다'가 인생에서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잘 생기지도 않고 다리도 길지 않고, 음치에 천재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괜찮은 구석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이 정도면 그냥 딱 좋지 않은가'하고 생각한다. - page 114

'이쯤이 딱 좋네'하고 여유롭게 생각하기.

앞으로 나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책에도 시기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던 이번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

다시 그의 책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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