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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스
에마 클라인 지음, 정주연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그해 여름, 나는 열네 살이었고 수전은 열아홉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이 부러웠다."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 하나였습니다.
조금은 호기심이 일었던 문구였고 십 대들에게 과연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음악과 약물, 반전운동이 열병처럼 번지던 광란의 1969년 여름, 자유롭게 살아가는 히피 소녀들에게 매료된 평범한 여자아이 이비가 겪은 갈망과 상실에 대한 고백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그 시대의 십 대들의 모습이 조금은 그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히피 소녀들, 자유에 대한 갈망, 그 속에 숨겨진 진실.
첫 장과 함께 그들과 마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이비'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1969년의 회상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
"오래전 일이지." 내가 새셔에게 말했지만 그 아이는 무표정했다.
"그런데요." 줄리언은 명랑해졌다. "나는 늘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끔찍하지만 아름답다고." 줄리언이 말했다. "엉망진창으로 만든 표현물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표현이잖아요. 그렇죠? 예술적 충동. 창조하기 위해서는 파괴해야 한다는, 그 힌두 뭐시기 같은 거요." - page 22 ~ 23
그리고 이어진 1960년대 말 이야기.
피터가 헨리와 함께 오토바이를 세운 다음 브레이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건 그냥 장식품 같은 거네." 피터가 큰 소리로 말했다. "고치기 되게 쉬워." 하지만 나는 이미 다른 것이 망가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니는 의심하는 듯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살펴보았다. 마치 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듯이. 어쩌면 내가 그랬을 수도 있다. 나는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내부의 나약한 단면을 드러냈고, 콩닥콩닥 뛰는 토끼 심장을 내보였다. - page 70
그리고 이어진 충격적인 이야기들.
폭력, 약물, 사건 등.
소녀의 모습은 겉으론 강해보이는 척 하였지만 한없이 나약했고 외로움을 간직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더 그녀가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혼자라는 것을 잘 알았다. 돌아올 거야, 이건 장난이야. 수전은 이런 식으로 나를, 절대, 버리지 않을 거야. 그렇게 순진한 희망을 품으면서도 나는 내가 내던져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늘어선 나무 옆 어딘가를 맴돌며 어둠 속에 혼자 서 있는 여자애를 저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을 뿐이다. 내가 전혀 모르는 애였다. - page 352
이 소설의 내용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합니다.
1969년 찰스 맨슨과 그를 추종하던 소녀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
이 책의 경우에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그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잔인한 사건의 이야기가 아닌 십 대 소녀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수전은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구원을 얻었다. 교도소 성경 단체들에 가입하고, 프라임타임에 인터뷰를 했고, 통신 대학 학위를 받았다. 나는 방관자의 망가진 인생을 얻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까 봐 두려운, 죄 없는 도망자. - page 391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죄, 그래도 세상과의 타협을 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