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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배우다
무무 지음, 이지연 옮김 / 보아스 / 2017년 2월
평점 :
'무무'작가를 처음 만난 건 연애를 하면서 우연히 서점에서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를 발견하고 제목에 이끌려 구입 후 읽은 시점부터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책 한 권을 더 구입해서 연애하던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었고 그 연이 이어져 지금의 듬직한 저의 남편으로 있습니다.
이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나올 때마다 무조건적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읽고 나면 남편이 읽으면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곤 하였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는 팬인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행복'의 의미.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봄바람이 불어서일까.
아니면 요즘들어 공허해진 마음때문일까.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제 갈증을 씻어주고자, 아니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고자 저자는 또다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건 무조건 읽어야해!'
라는 마음가짐과 함께 책을 받자마자 펼치는 순간.
책을 덮을 땐 왠지모를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책을 좋아하고, 그의 책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마 그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해 주기 때문입니다.
책의 표지에서도 일러주듯이 '소소하지만 소중한'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하기에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잔잔한 미소를 선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게 책을 덮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선 <행복을 놓쳐버린 여자>는 읽으면서 여주인공처럼 저 역시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와 선물을 기대하는 여자.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 마음을 모르는 듯 값비싼 선물들이 아닌 커다란 곰인형 하나 였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둘의 사랑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 어느 날 술을 먹고 도로에서 두 사람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맙니다.
여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남자.
이 남자는 구급대원에게조차 자신의 생사보다는 여자친구의 생사를 중요시 여겨달라고 전하며 곰인형을 꼭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결국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된 여자.
기절했다가 깨어났다가를 반복하다 무심결에 곰인형을 바라보게 됩니다.
피가 묻어 있는 곰인형.
남자의 체온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어 꼭 끌어안고 살며시 쓰다듬다가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지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는 반지함.
목 놓아 울부짖어도 돌아올수 없는 그였기에 그녀의 마음은 더더욱 찢어지게 도비니다.
여자는 이튿날 퇴원해 둘이 좋아했던 해안가의 집으로 가니 거기엔 보온 도시락과 카드가 있었습니다.
카드에 적힌 그의 프로포즈.
그 중에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구는 이것이었습니다.
사실 사랑은 아주 단순한 두 사람의 행복이야. 우리의 행복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야. 난...... - page 166
결국 그녀 역시도 남자를 화장하는 날, 그곳에 참석하지 않고 둘이 좋아했던 집에 가 작년 생일에 남자가 선물한 은장도로 자신의 손목을 그으며 그의 곁으로 가고자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작가의 한 마디.
사람들은 종종 너무 경솔하게 행동한다. 왜 좀 더 일찍 상대의 행동을 이해해주지 못할까? 왜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일까?
(중략)
우리는 때로 경솔하고 침착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page 167
사실 저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비관하고 남편의 탓만을 하곤 하였습니다.
이 역시도 경솔한 행동이었음을......
이 이야기를 읽고나선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 대해 예의를 차려야겠다는, 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우선 내 행동에 대해 되돌아보는 지혜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 인상깊었던 <사랑의 완행버스>이야기.
먼거리 연애를 해도 둘의 사랑은 유자처럼 달콤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딸이 태어나면서 여자는 남자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돌아갈 때 남자는 예전처럼 고속버스를 타지 않고 그보다 5분 일찍 출발하는 일반 미니버스를 타고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 하다니 5분도 더 있기 싫단 말이야?' - page 256
하지만 그 남자의 진정한 의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바보야, 고속버스는 출발하면 바로 고속도로를 탄다고. 미니버스는 느리게 가는데다 한 바퀴 빙 돌다가 우리 집도 지나간단 말이야. 미니버스에 타면 우리 집 테라스도 볼 수 있고 게다가 테라스에 널어놓은 우리 딸 기저귀와 아기옷도 볼 수 있다고!" - page 257
그들의 사랑.
'아,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집으로 올 때 고속버스를 타는 건 한시라도 빨리 함께 있고 싶어서이고 돌아갈 때 완행버스를 타는 건 천천히 집에서 멀어지고 싶어서였어!' - page 257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책을 덮고나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돈이 많은 것?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
남들보다 뛰어난 것?
이런 것들은 행복을 이루는데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권력과 지위, 명예, 돈.
어느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잔잔한 행복은 영원히 가슴 속에 새겨지기에 곱씹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의 주변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이들......
과연 나는 그들에게 이런 소소한 행복이라도 전하는 사람인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행복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어도 또 다시 손길이 갈 것만 같습니다.
'행복'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