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
황주리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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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쁜 표지로 눈길을 한 번 사로잡았고 국내 최고의 여류화가가 그리고 쓴 '페인팅 노블(Painting Nover)'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실 저자에 대해선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정여울'씨의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작가 황주리의 글과 그림은 따스하고 친절하다.

(중략)

한겨울에도 마음 속의 따사로운 봄을 찾는 당신이라면, 각박한 세파에 시달려 한여름에도 문득 추위를 느끼는 당신이라면, 황주리의 글과 그림이 빚어내는 향기로운 공감의 하모니 속에서 커다란 위안을 얻을 것이다.

꽃샘추위가 봄이 오는 걸 시샘하듯이 추운 요즘.

이 책이 저에겐 따사로운 봄을 선사해 줄 것 같았습니다.


책의 제목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한 마디만 더>에 있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잠시 찾아보니 영국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아내는 처녀때부터 병을 앓았는데 결국은 남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런 아내에게 바친 시가 바로 <한 마디만 더>라고 합니다.

그 속에 담긴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가 2번 나온다고하니 이미 이 책을 읽기 전에 뜨거운 사랑과 아쉬운 이별, 상처를 어루만질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어림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7개의 소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각 소설에서는 따뜻함 속에 담긴 아련함과 가슴 아픔이 담겨 있었기에 섣부르게 읽고 판단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곱씹으면서 다시금 되새겼을 때 비로소 나에게 다양한 감정들이 다가왔었습니다.

조금은 양날의 칼과도 같았던 감정들.

하지만 그림들이 글의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해 주었기에 한 편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도 들게 해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모든 사랑의 해프닝들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생겨서, 그와 그녀 사이의 욕망이라는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관계의 끈이 녹슬기 시작하면서, 아니면 급사 등.

그러던 그녀는 조각가의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의 딸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마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끝을 우리는 안다. 텔레비전 정규 방송이 끝난 뒤 빈 화면의 침묵, 고요하지만 견딜 수 없는 그 지지직 하는 소음. 산다는 일은 어쩌면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아주 짧은 순간 마주쳤던 사람들조차 깨알 같은 흔적 하나씩을 남기고 돌아선다. 너무 많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사랑의 끝까지 가본 사람에게 그 작은 흔적들은 커다란 흉터나 상처가 되어 버린다. 그저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만드는 일에 잠시, 혹은 오랫동안 동참했을 뿐이다. - page 268 ~ 270

그리고 이어진 인상적인 문장.

우리가 인연이라 부르는 것들은 때론 이런 식으로 찾아온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자석의 양극을 이곳저곳에서 떼어와 서로 붙여 놓는다. 그들은 붙여 놓은 특별한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어쩌면 이유가 있을 테지만, 우리가 그것을 모를 뿐인지도 모른다. - page 280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떤 것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 없고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었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기에, 또한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마치 우연과 사고의 연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의미를 각 이야기마다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환상에 젖어 있었기에 실제의 사랑 앞에서는 수없이 방황하였었고 상처를 받았었으며 사랑의 붉은 이미지보단 푸른 이미지를 지닌 사랑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과 함께한 소설.

그렇기에 소설의 의미가 더 와닿았고 나만의 해석을 담아 작가와 또다른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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