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X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박현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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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들면 이런 문장이 제 시선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사이비 종교에 온 나라가 현혹되다!

거대한 장막에 가려져 있던 악의 연대기

종교의 무서움은 역사 속에서 확인한 바가 있고 실제 '사이비 종교' 단체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들은 바가 있기에 이 책이 왠지 소설로만 끝날 것 같지 않음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일본에선 베스트셀러 19만 부 돌파한 어마어마한 기록을 가진 이 책.

그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왠지모르게 이미 그에게 매료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책의 첫 장부터 독자들을 이끌었습니다.

자살을 예고하고 갑자기 사라진 여자, 다치바나 료코.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그녀의 행적을 좇으면서 사건은 진행되었습니다.

마치 이 문장처럼......

고바야시는 그 여자를 조사하면서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녀의 흔적에 도달하는 한 개의 선이 미리 준비돼 있던 것처럼. 마치 자신이 먼 곳에서부터 그녀에게 이끌린 것처럼. - page 12


그녀를 찾기 위해 간 곳은 다름아닌 극단적 종교 단체인 '교단 X'였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모욕하기 위해 여기에 왔어. ......다들 눈살을 찌푸리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에 들어갔다고. 내 인생과 번지르르한 위선으로 가득 찬 녀석들을 모두 모욕하기 위해......." - page 113

과연 이 종교단체에서 비참한 자신을 구원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교주 속에는 지옥이 있다. 그는 지옥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부의 지옥에 빠져들어 천천히 흔들린다. 어째서 저토록 우울하게 여자를 안을 수 있을까. 저토록 암울한 눈빛으로. 그렇다면 그만두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교주는 습관처럼 손을 뻗는다. 감동 없이. 흔들리며 우울하게. 벌레가 수액을 핥는 것처럼. - page 169


어찌보면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종교 단체임을 깨달을 수 있는데 왜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것일까?

그 속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너는 괴로워지고 싶었던 것이다." - page 496

상대적으로 더 큰 괴로움으로 자신의 존재를 구원받고자 하는 것일까.

"이곳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마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요. 당신 외에는.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나는 결핵으로 이미 죽었어요. 내게는 우리 마을에 오지 않는 사람들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내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인간들의 동정 따위는 필요 없어요. 그런 인간들의 도덕 따위는 들을 필요 없어요." - page 517 ~ 518

책을 읽으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점점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종교 '교단 X'.

선과 악의 경계는 무의미함을 보여주었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마저 무의미해졌었습니다.

과연 이 책으로만 끝날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을 사이비 종교 단체들.

그 속에서의 '신'의 의미는 무엇인지, '종교'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할 숙제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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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 김뻡씨의 행복 여행
김뻡씨(김태준) 지음 / 토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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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을 사는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행복'을 향해 가는 길을 모르기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조언을 구하곤 합니다.

저 역시도 '행복'을 찾아 떠나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뻡씨의 행복여행

WHAT'S YOUR HAPPINESS?

그가 직접 떠난 길목에서 만난 행복들을 저는 책을 통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책을 펼쳐 지은이 '김뻡씨(김태중)'의 소개글 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회적 성공이 행복의 동의어가 되어버린 요즘,

 김뻡씨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전 재산

 톡톡 털어 세계여행을 감행한다. 이 무모하고도

 패기 넘치는 행보에 보조를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나아갈 방향을 탐색할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

 숨 가쁜 하루하루, 잠시 호흡을 늦추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순간 뜨끔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사회적 성공 = 행복'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행복'은 사소한 곳에서, 조그마한 관심 속에서 피어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은이 '김뻡씨'와 함께 잠시 호흡을 늦추며 책을 펼쳐 읽어내려갔습니다.


또다시 책의 앞장을 펼치자마자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종종 이런 물음이 있을 때마다 '아니요'라는 답만을 외쳤습니다.

왠지 행복한 사람들은 삶의 여유가 있어서 나처럼 아둥바둥거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어본 적이 손에 꼽힐 정도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에 그 행복을 놓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고민하지 않아 - 부탄>에서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난 가족과 친구, 이 나라와 자연환경이 있어 행복해.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뭔가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부탄 사람들은 그런 걸 덜 중요하게 생각하지." - page 35

"행복이란 마음의 상태라고 생각해. 부탄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해 행복을 느끼지. 살생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며 어울려 사는 것, 그게 행복인 것 같아. 내게 행복을 만들어주는 건 단순함이야. 하루 세끼 먹고 쉴 곳과 입을 옷만 있으면 돼." - page 36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겼기에 '행복'이라 여기지 않고 마치 나의 이상향만을 좇아 갔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맞다!

나에겐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하루 세끼 먹고 쉴 곳과 입을 옷이 있었기에,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하며 행복이 일상처럼 느꼈다는 것에 새삼 하나하나에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 맥락이 있었던 <가족과 함께 하는 따뜻한 저녁식사의 즐거움 - 스페인>에서도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스페인 노인들은 당당하게 문화와 오락을 즐길 줄 알아. 자신만의 문화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은 늙지 않잖아? 우리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알고 낙천적인 편이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가족,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거지." - page 178


<인생의 목적은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다 - 뉴질랜드>에선 제가 가슴에 새겨둘 문장이 있었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니 인생의 목적은 성공이 아닌 행복이더라고요. 중요한 것은 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삶의 상당 부분을 성공 같은 삶의 좋은 조건을 갖추기 위해 애쓰지만 그런 것들이 행복을 크게 만들어주지(책에는 '만들어주는'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오타인듯) 않는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되죠. 이제 우리는 행복에 높은 가치를 두어요. 우리의 삶은 행복이 기준이 되어야 해요. 진정한 성공은 매순간이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 page 255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

소중한 가족을 위해, 나를 위해서일 것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성공하고 많은 부를 갖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저 역시도 매순간이 행복이었음을 느꼈습니다.

나와 내 가족들, 내가 속한 이 곳.

이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여기지말고 아껴야겠습니다.

그럼 나의 행복이 커지고 커져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로 모든 이들이 보다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나니 이 책을 제 지인들에게 선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먼저 이 질문을 던져봅니다.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그리곤 이 책을 읽은 뒤 다시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 이젠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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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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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동화입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에서 등장하는 난쟁이들의 모습.

설마 저렇게 작은 사람이 있을까? 라며 어린 시절엔 의아해하곤 하였지만 실제 존재함을 알았을 땐 적잖은 충격을 받곤 하였습니다.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 책의 난쟁이 '주주'.

그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난쟁이라고 합니다.

실존했던 폴란드의 난쟁이, 주주.

그가 바라본 세상 속은 과연 그의 키만큼일지 궁금하였습니다.


폴란드의 귀족 가문에 태어난 그에겐 어릴 적부터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그의 아버지, 안톤 보루브와스키 백작은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자살을 하였고 그로인한 생활고에 쫓긴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다른 귀족 집에 맡겨 버리게 됩니다.

원래 그의 이름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

하지만 그가 입양되면서 그를 맡아 준 귀부인이 그에게 '주주'라는 이름을 지어지고 그는 귀족들의 광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부인, 저를 돌보아 주시겠다는 이 큰 은혜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인께서 결정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평생 충실하게 부인을 사랑할 것이며 모든 노력을 다해 부인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늘 부인 곁에 있겠습니다.」 - page 18

자신의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복슬강아지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어린 아이, 유제프.

첫 장부터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키는 작지만 머리 둘레, 가슴과 엉덩이, 두 팔과 다리, 손과 발 등, 모든 신체 부위가 이 키에 맞는 정확한 비율로 갖고 있었습니다.

「인간 미니어처로군요. 완벽한 축소판이야.」 - page 21

'주주'란 이름은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주joujou>는 <장난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어린아이들의 말이다. 보통은 <주에youet>라고 한다. - page 34


그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멋진 외모와 세련된 태도를 지니고 있었으며 언변이 뛰어났고 지성과 재능이 출중하였기에 가는 곳마다 화제를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하지마나 그런 스타의 모습 뒤엔 차별과 설움의 이면을 간직해야만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존재이기에, 그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를 그저 <장난감>과 같이 대할 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를 하며 귀족들 자기들만의 사리사욕과 이기심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주'는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만들며 끊임없이 한 인간으로써의 권리를 주장하며 살아나갑니다.

그런 그도 결국 죽음 앞에선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고요했기에 그의 마지막이 더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는 결코 난쟁이가 아니었습니다.

또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난쟁이의 삶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인생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이면들.

과연 누가 '장난감'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제프는 죽음의 여신보다 가난의 여신이 더 두려웠다. 파리 오텔디외의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죽음의 여신이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었다. 유제프는 여신이 입을 맞출 때 그 어느 때보다 홀로 외롭게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절대 고독이 그를 애잔하게 했고, 어두운 우물 속으로 뛰어내려 그 검은 물 너머로 건너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당혹스럽고 한없이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두렵지는 않았다. 그 검은 물 너머의 길을 따라가는 이 새로운 여행을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일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마차나 수레, 노새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일까...... 하늘로 날아갈 날개는 하느님이 주시는 건가, 아니면 악마가 돋아나게 하는 것인가? 나는 천사가 되는 것인가, 전설 속의 용이 되는 것인가? 이 몸도, 이 작은 몸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인가? 나는 영원히 난쟁이인가, 영원히? - page 464 ~ 465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외친 이야기.

그가 던진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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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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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면서 쉽사리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나면 다들 자는 밤엔 왠지 나만의 시간이기에 그냥 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차 한 잔과 책 한 권.

책 한 권을 다 읽을만큼 오랜 시간을 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족이 아닌 다른 이에게서 듣는 위로의 말은 또다른 치유가 되곤 합니다.

이 책의 문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새로운 기억이 자리 잡기 전에

옛날의 좋았던 기억들을 남겨놓아야지."

지금의 제 처지를 대변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지금도 중요하지만 옛날의 기억도 간직하고픈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소홀했던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전하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녀의 이야기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소소한 행복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뮤지션이기 때문일까.

저라면 놓쳤을 부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순간의 감정을 잘 캐치하여 글을 써 내려간 그녀의 재능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욕심이 없을 것 같은 그녀도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이 크게 세 가지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세 가지 소원>에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소원은 '평범'의 위대함을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좋은'뮤지션이 되는 일보다 '그냥' 뮤지션이 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꾸준히 무언가를 조용히 해나가는 것이 아마도 가장 어렵고 위대한 일일 것이다. - page 23

흔히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루함과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곤 하는데 그녀는 그런 평범함이 더 어렵고 위대하다고 하니 지금의 제 일상이 누군가의 시선엔 위대해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상을 그저 투정만 부렸던 제 모습.

괜스레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방인>에선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타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기 일쑤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누군가를 보았을 때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의 선입견이 되고, 그런 선입견을 지닌 채 그 사람을 지나치지만 뒤돌아서서 그 사람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은 편견이 된다. - page 88

'선입견'과 '편견'.

나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잠이 들기 전, 어둑어둑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작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한 편으론 일기같고, 한 편으론 노래인 듯 느껴졌었습니다.

그녀의 일상은 우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시선과 감성은 마치 유리처럼 세밀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일상이 그녀로 하여금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이 책을 읽어보려 합니다.

왠지 이번엔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으로, 서로 쉽게 이루지 못하는 밤에 위로를 하듯이 그렇게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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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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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그리고 이어진 문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은 망한 날!"

어릴 적에는 그저 까르륵~거리며 웃기도 잘 하였는데 이제는 개그프로그램을 보아도 크게 웃지를 않고 오히려 세상사의 근심걱정은 혼자 떠맡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나마 아이에게서 조금씩 웃는 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매일 일어나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까르륵~거리며 노는 아이.

그 아이가 주는 행복으로 하루하루가 살 맛 난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다 '일상 찬미'를 하고파 70세 호기심 대마왕이 펼치는 일상 속을 들여다보기로 하였습니다.


<프롤로그>의 제목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디어 노인이 되었다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노인이 되었다고 마냥 기쁠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일흔 살은 단순히 70이란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었다. 70은 노인인증서였다. 나는 드디어 노인이 된 것이다! 이러니 새해 아침, 기분이 그토록 껄쩍지근할 수밖에.

가슴 밑바닥에서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아리송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한층 가까워진 죽음 앞에서 앞으로 과연 어떻게 하루하루 나이 들어갈 것인가. - page 8

그렇게 시작된 70세 재미주의자이자 호기심 대마왕이 펼치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의 일상도 유쾌상쾌통쾌함만 가득하진 않았습니다.

그 속엔 아픔도 있었고 우리가 간직해야 할 것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모든 것을 툭툭 던지는 식의 말투로, 당연한 일이기에 괜스레 근심걱정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나면 한결 편해진다는 듯이 이야기하였기에 오히려 그녀가 이야기하는 일상을 우리는 순간순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것>엔 시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병이 찾아오기 마련.

저도 20대와 30대 중반까지는 결혼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들의 초대가 가득하였는데 점점 가슴 아픈 일들이 다가오기에 이 글이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이란 게 워낙 이 따위로 굴러가는 건가. 그렇게 시누는 혼자 남겨졌고, 아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스스로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아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면서 단호하게 선택한 길이었다.

지금 시누는 요양원에서도 나와 요양 병원에 누워 있다. 얼마 전 찾아간 병상의 시누는 숨 쉬는 것도, 먹는 것도 자력으로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 잘생기고 환한 얼굴은 그대로였다. 이렇게 멋지고 착한 사람이 왜 여기 누워 있어야 하나,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인생무상. - page 67 ~ 68

인생무상.

가슴이 먹먹한 이야기지만 받아들여야하기에 또 다시 마음을 추스려 보았습니다.


<뱃살 콤플렉스>는 그녀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이 평생 짊어져야할 과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요즘 난 날마다 조금씩 더 나오고 있는 배 때문에 고민이다. 이 나이에 웬 외모 콤플렉스? '여성들이여, 규격화된 사이즈에 당신 몸을 맞추려고 애쓰지 말라. 당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주장하던 페미니스트 맞아?'라고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 들면 이건 외모 콤플렉스가 아니라 건강 콤플렉스다. 나처럼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볼록 튀어나온 이른바 거미 체형이 건강에 가장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도 자꾸 들려주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 page 165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나이와 상관없이 여자이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그녀의 마지막 반응은 제가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마다 하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역시......ㅋㅋ

내일부터는 좀 덜 먹을까? 맥주도 끊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치맥으로? - page 170


그녀의 전작 『나이 듦에 대하여』가 있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로는 전작에선 이런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남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을 나 혼자만 깨달았다는 듯이 난 나이가 내 몸을 어떻게 짓주물렀는지에 대해서 낱낱이 까발렸다. 까발릴 뿐만 아니라 한껏 잘난 체하며 충고의 말씀까지 늘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어가는 존재이다. 몸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비우고 멋지게 늙어 가자 어쩌고저쩌고. 앞으로는 제대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으로 젊은이들의 귀감이 될 듯이 떠들어 댔다. - page 5

이 책을 읽고나니 전작이 궁금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나이 듦에 대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완벽하게 준비를 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순간순간을 여유롭고 즐기라고 하였다면 그 전작을 통해 완벽히 나이 듦에 대해 깨닫고 싶어졌습니다.

그녀의 에필로그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육십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더운 여름은 난생 처음인 것 같아요."

지인의 말에 나도 거들었다.

"육십사 년은 그래도 낫지, 난 칠십 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더위 난생처음이에요."

육십사 년이면 어떻고 칠십 년이면 어때. 별걸 갖고 다 경쟁을 하는 것 같아 우린 그 무더운 거리 위헤서 소녀들처럼 깔깔 웃었더랬다. - page 275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한 마디.

내가 사는 오늘 하루하루가 난생처음 맞는 날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무언가 새로운 이벤트가 없으면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십 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다. 이제 일흔이 넘어서야 일상의 새로움을 다시 느끼고 있다니 참 어리석기도 하다.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 page 279

책을 읽고 나니 저 역시도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를 해 보고자 합니다.

하루하루 난생처음 살아보는 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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